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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확산으로 확진 판정을 받은 노숙인 등 취약계층을 수용할 임시시설이 부족한 가운데, 지난해 12월 28일 서울역 광장에 노숙인에 재택치료가 필요할 때를 대비해 한 교회에서 설치한 텐트들이 놓여 있는 모습.
 코로나 확산으로 확진 판정을 받은 노숙인 등 취약계층을 수용할 임시시설이 부족한 가운데, 지난해 12월 28일 서울역 광장에 노숙인에 재택치료가 필요할 때를 대비해 한 교회에서 설치한 텐트들이 놓여 있는 모습.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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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에게 있어 밥을 먹는 것은 가장 중요한 일 중 하나다. 그러나 밥을 먹는 것조차 쉽지 않은 사람들이 있고, 그러한 사람들을 위해 무료로 밥을 제공해주는 무료급식소가 존재한다. 그런데 코로나로 인해 급식을 제공하고 받는 데에 많은 어려움이 생기고 있다. 

코로나 여파로 문을 닫는 서울 및 수도권 무료급식소의 수가 늘면서, 밥 한 끼를 먹기 위해 충남 천안까지 내려가는 수도권 노숙인 등이 크게 늘었다고 한다. 실제로 대한적십자사 충남지부 천안봉사관에 따르면 코로나 확산 전에는 70~80명이던 하루 급식소 이용자 수가 코로나 확산 뒤인 2020년 이후에는 하루 120~30명으로 두 배 가까이 증가했으며, 그 중 수도권에서 온 노숙인 등은 30여명 정도로 추정된다는 것.

무료급식소 이용자 중 대부분은 60~80대 저소득 노인들이다. 2020년 기준 서울 자치구 당 평균 저소득 노인 인구는 약 8524명(서울 자치구 전체 노인의 14.24%)이고 이 중 실제로 무료급식 지원을 받고 있는 노인 인구는 자치구 전체 평균 노인 인구의 13.75%인 자치구 평균 1158명에 달한다. 자치구 당 평균 무료급식소는 약 9개 정도다.

코로나로 자치구당 평균 무료급식 예산은 약 14억 1천 600만원으로 전년도에 비해 1억 3천 700만원 증가했지만, 무료급식소를 운영하는 사람들이나 이용하는 사람들이나 많은 어려움을 겪는 것은 여전한 상황이다.

매번 코로나 검사지 있어야만 끼니 해결 가능... "차라리 굶는다"는 얘기도 

코로나가 만연한 시기, 무료급식소를 이용하기 위해 사람들은 밥 한 끼를 위해 매번 PCR 검사를 받아야만 했다. 방역패스가 의무화 되었을 때 급식소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백신 접종 여부와 상관없이 무조건 PCR 음성 확인서를 제출해야 급식을 받을 수 있었다. PCR 검사를 받는 데엔 시간도 꽤 걸리고 과정도 쉽지 않을뿐더러, 보건소와 급식소의 거리가 먼 경우에는 그 힘듦이 배가 된다.

그에 더하여 서울시 노숙인 인증을 해야 하는 급식소도 있었고, 이런 상황들 탓에 급식을 받으려고 PCR검사 결과지를 10개 이상 가지고 다니는 분도 있었다. 이렇듯 절차가 까다로워 "백신 접종을 완료했는데도 PCR 음성 확인서를 추가로 제출해야만 음식을 배급받는다. 차라리 굶는 편을 선택할 때가 많다"고 말하는 분도 있었다.

실제 상황이 알고 싶어, 지난 5월 25일 서울 종로구의 탑골공원 원각사 무료급식소에 방문했다. 급식소에서 식사를 마치고 나오는 어르신들께 구두로 인터뷰를 요청했다. 코로나로 인해 무료급식소를 이용하는 것에 있어 힘든 점이 있냐는 질문에, 어르신은 힘든 점보다는 급식소에서 밥을 먹을 수 있다는 것에 먼저 감사함을 표했다. 그렇지만 어려움도 무시할 수 없다는 듯 "독거노인도 많고, (상황이) 어렵다. 복지 차원에서 무료급식소를 확대하고 노인들을 위한 프로그램이 있으면 좋겠다. 그게 선진국이 가는 방향 아니냐"라고 말했다. 
    
정부 지원 없이도 30년 간 급식소 운영했지만... "식자재 값이 너무 올랐다"
 
30년간 하루도 빠짐 없이 운영된 사회복지원각 무료급식소의 모습이다. (2022.05.25)
▲ 사회복지원각 무료급식소 30년간 하루도 빠짐 없이 운영된 사회복지원각 무료급식소의 모습이다. (2022.05.25)
ⓒ 이영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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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로 인해 무료급식소를 운영하는 입장에서도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급식소를 운영하는 입장의 이야기도 들어보기 위해 사회복지원각 무료급식소 강소윤 총무와 5월 25일 사회복지원각 무료급식소 앞에서 만나 10여분 동안 간단한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회복지원각 무료급식소는 정부 지원 없이 민간의 지원만으로 운영되는 무료급식소이다. 코로나 상황 속에서도, 원각사 무료급식소는 운영을 중단하면 많은 분들이 배고픔에 허덕일 것을 우려하여 한 번도 문을 닫지 않고 30년간 급식소를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코로나 후에 급식소를 운영하면서 가장 어려운 점은 무엇이냐는 질문에 강소윤 총무는 "경제적 상황이 제일 어렵다, 물가가 많이 올랐다"며 이렇게 말했다. 

"지금 무료급식에서 가장 큰 어려움이, 이 지금 식자재가 (가격이) 너무 많이 오른 게 힘들어요. 식자재 값이 한 20~30% 올랐는데 그러면서도 계속 올라가고 있는 것이 많거든요. 그런데 후원은 줄어드는 어려운 상황이니까... 봉사자도 계속해 많이 줄어들면서 상황이 여러 가지로 어려워졌어요."

즉 경기 침체와 식자재 값 인상, 후원 부족 등으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이 가장 크고 자원봉사자도 줄어 운영이 힘들다고 한다. 코로나 감염에 대한 우려로 급식 운영 방식도 실내 급식에서 도시락으로 바뀌면서, 이용자 수도 250명 정도에서 400여 명으로 급증했다. 그에 더해 전보다 포장비용도 하루 10만원 가까이 들어 감당하기 힘들어졌다는 설명이었다.

강소윤 총무는 어려움의 또 다른 요인으로, 유사명칭 무료급식소를 꼽았다. 유사명칭을 쓰면서 시민들의 후원은 끌어 모으지만, 반대로 이용자들에게는 부실한 급식을 제공하면서 남는 이윤은 자신의 주머니에 넣는 무료급식소가 늘어나고 있다는 지적이었다. 후원이 줄어들어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 이는 정직하게 운영하는 급식소에 큰 피해라고 답했다. 
 
서울역 동자동 쪽방촌
 서울역 동자동 쪽방촌
ⓒ 배민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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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런 상황을 얘기하면 무료급식소만 떠올리기 쉽지만, 이용자들이 적은 액수의 돈을 내고 급식을 받을 수 있는 '주민자치식당'도 존재한다. 동자동 쪽방촌에 위치한 주민자치식당 '식도락'을 운영 중인 박승민 활동가와 지난 6월 2일 저녁에 줌을 통해 비대면 인터뷰를 진행했다.

쪽방촌의 '쪽방'은 싱글 침대 하나만 한 사이즈이다. 공간이 매우 좁아 취사 및 식사가 힘들다는 상황을 알고, 2012년 한 인권활동가가 이용자들이 스스로 500원을 내고 밥을 먹을 수 있도록 만든 공간이 바로 이곳 '식도락'이다. 이후 이용자 수가 크게 늘면서 1인당 1000원을 내고 실내에서 먹도록 바뀌었고, 현재는 코로나로 인해 1000원에 도시락을 받아가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식도락도 정부의 지원을 받지 않은 채 민간단체의 지원이 운영비의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

코로나로 '식도락'이 겪는 어려움은 없는지 질문했다. 답변을 종합한 결과 주민자치식당 식도락도 경제적인 어려움이 가장 컸다. 급식 제공 방식이 도시락 제공으로 바뀜에 따른 이용자수 급증, 1회용기 비용, 쓰레기 급증 등이었다. 앞서 얘기를 들었던 원각사 무료급식소와 이유가 비슷했다.

다만 박 활동가 인터뷰에서, 식도락만의 한 가지 특별한 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바로, 식도락은 이용자들에게 주체적인 삶을 살 기반을 마련해주려 노력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그는 이렇게 답했다.

"저희가 (이용자들로부터) 굳이 1000원을 받는 이유가, 어쨌든 자신의 한 끼를 책임지는 것, 자신의 생활을 책임지는 것, 주체적인 삶을 살아가게 하는 것, 그런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저는 무료로 나눠주는 것에는 굉장히 회의적이에요.

통상 무료로 주는 것들이 많은데, 그건 결국 주민들이 '의존하는 삶'을 살게 만드는 것 밖에는 되지 않는다고 생각해서요. 저는 그런 것들이 결코 주민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보고, 저희까지 그럴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또다시 위기가 닥친다면

앞서 갑작스럽게 다가온 코로나 팬데믹, 앞으로 이런 상황이 또 오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다. 만약 또다시 위기가 닥쳤을 때를 대비한다면, 어떤 해결책을 생각해 볼 수 있을까.

먼저 무료급식소 위치 제공 서비스를 활성화하는 게 대안이 될 수 있다. 이번 코로나로 인해 급식소가 갑자기 문을 닫는 상황이 잦아지고, 방역 정책도 자주 바뀌었다. 그래서 '무료급식소 지도' 어플도 만들어졌으며 현재 누구나 다운받아 활용할 수 있다. 그러나 이를 모르는 급식소 이용자가 많다는 점을 고려하여, 어플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포함한, 운영과 위치정보가 담겨있는 종이책자형 무료급식소 지도가 여러 장소에 배포되면 도움이 될 것이다.

또, 코로나로 인해 급식소 운영자가 겪는 가장 큰 어려움은 경제적 어려움이다. 경제적 측면에서의 어려움을 최소화하기 위해 식사복지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 증대를 시작으로 많은 후원과 민간 단체 등에서의 여러 지원이 이어져야 할 것이다. 

나아가 '식도락'과 같은 주민자치식당 활성화도 하나의 해결책이 될 수 있다. 주민자치식당은 이용자가 주체적 삶을 살아갈 수 있게 만들어 팬데믹의 여파인 우울감이나 소통 단절로 인한 고독감 문제 해소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더해, 주민자치식당은 타 무료급식소에 비해 운영에 있어 경제적 위험이 비교적 적을 것이다. 이런 곳이 많이 활성화된다면 한 급식소에 사람이 몰리는 현상도 줄어들게 되지 않을까.

끝으로, 이러한 상황에서는 정부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고 본다. 어려운 사람들에게 자활과 함께 도움을 제공하는 것은 '복지'이다. 복지는 '국가'가 국민에게 제공하여야 가장 마땅한 게 아닌가. 

정부는 위험 상황에서 무료급식소를 위한 지원을 확대할 뿐 아니라 지원 축소나 중지를 급식소를 위협하는 수단으로 삼지 않아야 한다. 나아가 노숙인 복지와 자활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이용자를 고려한 명확하고 신속한 방역지침이 우선시되어, 누군가 하루아침에 갑자기 밥을 먹지 못하게 되는 상황은 없어야 한다고 본다. 심각한 코로나 상황에서 몇몇 무료급식소가 문을 닫게 되고 운영자와 이용자 양 쪽에 많은 불편함이 생기는 것은 불가피한 일이나, 한번 겪어낸 지혜를 활용해 이제는 그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할 때가 아닐까.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경희대학교 후마니타스칼리지 <세계와시민> 강의에서 식사복지 주제로 활동한 '코로나로 인한 식사복지 사각지대' 팀(송영서, 배민주, 이영서, 이우쌍(LI YOUSHUANG), 사가이(SI JIAYI)) 의 글로벌 시티즌 프로젝트 활동의 결과물입니다.


태그:#식사복지, #무료급식, #코로나, #동자동식도락, #팬데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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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희대학교 2022 <세계와 시민> 수업에서 식사 복지 관련 주제로 현장 활동을 진행한 <식사복지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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