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마릴린 먼로 미스터리> 포스터.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마릴린 먼로 미스터리> 포스터. ⓒ 넷플릭스

 
어느덧 60년이 되었다. '마릴린 먼로'가 온갖 논란을 뒤로 한 채 세상을 등진 지 말이다. LA에서 태어난 그녀는 LA에서 죽었고 LA에 묻혔다. 영원한 할리우드의 상징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공식적으로 마릴린은 1962년 8월 4일 저녁, 약물 과다 복용으로 자택 방 침대에서 숨졌다. 이튿날, 가사도우미 유니스 머리가 발견해 경찰해 신고했다. 젊디젊은 36세 여인의 허망한 죽음이었다. 

하지만 그녀의 죽음엔 사후 6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풀리지 않는 의문이 남아 있다. 담당 검사는 마릴린의 죽음을 약물 과다 복용에 의한 자살이라고 종결해 버렸는데, 그녀가 죽기 직전까지 삶의 태도를 얼마나 긍정적으로 바꾸려 했는지 알면 결코 '자살'이라는 결론에 도출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애초에 약물을 과다하게 복용한 것도 정신적·육체적·관계적·일적으로 수많은 악재가 닥쳐도 어떻게든 헤쳐 나가고자 했던 일환이었다. 

하여, 마릴린 먼로의 죽음은 비공식적으로 타살의 가능성을 다분히 열어 두고 있는데 그 중심엔 당시 미국 대통령 존 F. 케네디의 동생이자 법무장관이었던 로버트 케네디의 존재가 있다. 마릴린의 의문스러운 죽음에 마피아 개입설과 FBI 개입설이 주를 이루는 바, 마릴린과 애틋한 사이였던 로버트 케네디와 아주 깊숙한 연관이 있는 것이다. 물론 마릴린과 염문을 뿌렸던 존 F. 케네디도 연관이 있다. 

마릴린 먼로의 삶과 죽음
 
 <마릴린 먼로 미스터리: 비공개 테이프>의 한 장면.

<마릴린 먼로 미스터리: 비공개 테이프>의 한 장면. ⓒ 넷플릭스

 
마릴린 먼로의 죽음은 '의문'을 넘어 '음모론'까지 나아갔는데, 2014년엔 기자 제이 마골리스와 작가 리처드 버스킨이 <마릴린 먼로 살해: 사건 종결>이라는 책을 통해 로버트 케네디가 마릴린 먼로의 전담 정신과 의사 랠프 그린슨에게 사주해 독극물을 주사하게 했다고 주장했고 2015년엔 전 CIA 요원 노먼 호지스가 상관 지미 헤이워스의 지시로 마릴린을 독살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입증된 바 없는 주장이긴 하지만, 눈 딱 감고 외면해 버릴 수 없기도 하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마릴린 먼로 미스터리: 비공개 테이프>는 아일랜드 탐사 기자 앤소니 서머스의 비공개 테이프를 중심으로 마릴린 먼로의 삶과 죽음을 유례 없이 심도 깊게 다룬다. 그는 마릴린 먼로 주변 인물을 1000명가량 인터뷰했고 테이프만 650개에 달한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실에 100% 다다를 순 없었지만 그 누구보다도 진실에 가깝게 다다갈 수 있었다고 말한다. 

마릴린 먼로의 죽음을 파헤치기에 앞서 생애를 먼저 훑어야 한다. 삶과 죽음이 어찌 따로 떨어져 있을 수 있겠는가. 삶의 끝엔 죽음이 있듯이 죽음을 말하고자 하면 삶을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하여 <마릴린 먼로 미스터리>도 마릴린 먼로의 삶을 우선적으로 들여다본다. 오히려 죽음보다 삶의 비중이 더 높은 듯한데, 그녀를 피상적으로나마 알지 못했던 이들에겐 좋은 입문서가 되지 않을까 싶다. 아이러니하다면 아이러니한 측면이다.

화려했지만 가시밭길 인생
 
 <마릴린 먼로 미스터리: 비공개 테이프>의 한 장면.

<마릴린 먼로 미스터리: 비공개 테이프>의 한 장면. ⓒ 넷플릭스

 
마릴린 먼로를 수식하는 표현은 참으로 다양하다. 20세기 대중문화를 대표하는 인물, 역사상 가장 유명한 연예인, 할리우드 원조 섹스심벌이자 20세기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미국 역사상 가장 중요한 인물, 역사상 가장 위대한 배우이기도 하다. 하지만, 마릴린의 인생은 결코 순탄치 않았다. 아니, 매순간 가시밭길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녀는 평생 아버지가 누군지 알지 못했는데 그 때문에 불행하진 않았지만 외로웠다. 그리고 어머니가 그녀를 제대로 보살필 수 없었기에, 마릴린은 어린 시절 내내 이곳저곳을 떠돌았다. 이 가정 저 가정을 짧게짧게 겪은 것이다. 그러던 와중에 이 사람 저 사람한테 성적 학대를 당한다. 아무도 온전히 그녀의 편에서 그녀를 보호해 주지 않았다. 그녀가 불과 16살 나이에 5살 많은 고등학교 연극부 선배 제임스 도허티와 결혼한 이유도 그의 불우한 어린 시절과 연관되어 있지 않을까 싶다. 누군가의 보호가 필요했으니 말이다.

마릴린은 어린 시절부터 배우가 되는 게 꿈이었는데, 20살도 되지 않아 모델 일을 시작으로 연예계에 데뷔한다. 이후 오래지 않아 영화에 출연하며 배우로의 길을 갔고 당시 할리우드의 관행이었던 여배우의 성접대에서 그녀 또한 자유로울 수 없었다. 그녀의 전성기는 1950년대에 절정을 달리는데, 1952년 할리우드 라이징 스타로 떠올랐고 1953년 전 세계가 열광하는 톱스타로 자리매김했다. 

1954년엔 뉴욕 양키스의 전설적인 타자 조 디마지오와 결혼하며 무수한 화제를 뿌렸지만 채 1년도 가지 않고 이혼했다. 둘의 성격 차이가 극명했고, 디마지오가 마릴린을 상습적으로 폭행하기도 했다. 1956년에는 연극의 거장 아서 밀러와 세 번째 결혼을 하는데, 역시 오래 가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불행했다. 유산이 이어졌거니와 밀러가 마릴린을 두고 멍청하고 어리석다고 직접적으로 표현했으니 말이다. 아서 밀러와 이혼 후 오래지 않아 마릴린 먼로는 세상을 뜨고 말았다. 

죽음을 둘러싼 의문과 음모론들
 
 <마릴린 먼로 미스터리: 비공개 테이프>의 한 장면.

<마릴린 먼로 미스터리: 비공개 테이프>의 한 장면. ⓒ 넷플릭스

 
마릴린 먼로가 (공식적으로) 죽음을 택하기부터 1년 여 전까지 케네디 가문의 두 남자가 그녀가 아주 밀접하게 이어진다. 바로, 존 F. 케네디 대통령과 로버트 케네디 법무장관이다. 그들은 각각 마릴린과 염문을 뿌렸는데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관계였다. 물론 FBI가 가장 잘 알고 있었음은 물론이다. 당시 세계는 미국과 소련이 양분해 온갖 곳에서 온갖 것으로 치열하게 대결하고 있었던 바, FBI가 가장 경계했던 게 바로 반국가 즉 공산주의에 관한 그 어떤 것들이었다. 

문제는 마릴린이 평소 친하게 지내던 지인들 중 다수가 좌파 계열 인사였다는 것이다. 그 때문에 FBI는 마릴린을 사찰했고, 마릴린이 케네디 형제한테 알게 모르게 전해 들은 국가기밀을 좌파 계열 지인들한테도 말하곤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런 와중에 케네디 형제로부터 이별 통보를 받은 마릴린은 언론에 결코 타당하지 않은 관계를 유출하겠다고 협박했다는 것이다. 케네디 가문 또는 FBI, 또는 케네디 가문과 FBI는 마릴린 먼로를 없앨 수밖에 없었다는 얘기다. 

이 작품 <마릴린 먼로 미스터리>가 마릴린 먼로 사후 60년 만에 털어놓는 진실은 그리 충격적이지만은 않다. 그녀의 죽음을 둘러싼 무성한 의문과 음모들 중 하나로밖에 받아들여지지 않기 때문이다. 여튼, 새롭게 드러난 진실은 마릴린이 방 침대에서 죽은 게 아니라 병원에 가는 도중 앰뷸런스에서 죽었다는 것과 로버트 케네디가 마릴린이 죽었다는 그날 마릴린의 집에 있었다는 것. 즉, 로버트 케네디가 마릴린의 죽음과 전혀 관련이 없는 것처럼 은폐하려 했다는 것이다. 한편 마릴린의 죽음이 타살 아닌 자살이라고 확신한다. 

마릴린 먼로의 화려하기 그지없었던 삶이 애처롭고 온갖 논란의 중심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죽음이 처량하다. 마릴린 죽음의 진실이 완벽하게 밝혀진다고 해도 논란은 계속 될 것이다. 그녀의 숙명일까, 그녀의 이름값을 두고 벌이는 후대인들의 업어가기일까. 이제 신화의 세계로 접어들고 있는 마릴린 먼로의 죽음에서 논란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singenv.tistory.com과 contents.premium.naver.com/singenv/themovie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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