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등록 장애인수는 264만 명. 우리나라 인구의 약 5%다. 우리나라 인구 중 20명에 1명꼴로 장애인이란 것이다(보건복지부 실태조사). 20명 중 1명이 장애인이라면 우리 사회 곳곳에서 볼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왜 우리는 장애인을 만나기 어려운 걸까. 

지난 4월 26일 MBC < PD수첩 >에서는 '우리가 장애인을 볼 수 없는 이유' 편이 방송되었다. 이날 방송은 장애인 이동권 문제와 함께 발달장애인들의 어려운 생활 등을 담았다. 

방송에서 다 하지 못한 이야기가 있을 것 같아 '우리가 장애인을 볼 수 없는 이유' 편을 연출한 성기연 PD와 전화로 인터뷰했다.
 
 <PD수첩>의 한 장면

의 한 장면 ⓒ MBC

 
다음은 성 PD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했다.

- 결국 지난 방송분은 장애인 이동권에 대한 이야기였는데요. 장애인들의 지하철 시위 때문에 아이템을 선정하신 건가요?
"물론 장애인 이동권 이슈가 핫하니 하게 된 부분도 있지만, 사실 3월 2일 사건이 있었어요. 발달장애 자녀를 키우던 엄마 둘이 각각 서로 다른 지역에서 자식을 죽인 사건이 발생했어요. 그래서 발달장애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는데 3월 말 경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지하철 시위를)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바람에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전장연) 뉴스를 접하게 됐어요."

- 그 전에도 장애인 이동권에 대해 생각해 보신 적이 있나요?
"이번에 준비하면서 반성했습니다. 장애인 이동권 투쟁을 20년 넘게 했는데 잘 몰랐어요. 그 전에는 생각해본 적이 없다고 하는 게 맞는 거겠죠."

- 전장연 투쟁 보도를 접하고 어떠셨나요?
"저는 사실 방식에 대해서 완전히 동의하지 못하지만 그럼에도 '그분들이 저렇게까지 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뭘까'를 들여다봐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런데 그간의 보도를 보면 항상 그래 왔잖아요. KTX 승무원 등의 합법적 파업 당시 '시민들 교통수단 마비', '하루 피해액 얼마' 등이 기사의 주된 내용이었죠. 다행히 이번에는 장애인의 대중교통 이용이 얼마나 어려운지 다룬 기사들이 제법 있었어요. 그럼에도 여전히 장애인 당사자의 목소리는 별로 없었던 것 같아요. 한편으론 전장연 측이 지금의 투쟁 방식을 21년 동안 해 왔는데 이준석 대표가 공개적으로 발언함으로써 크게 비난을 받기도 했지요. 그분들의 메시지 전달 방식도, 그리고 정부의 소통방식에도 변화가 필요하지 않나 안타깝게 보고 있습니다."

- 처음 취재는 어디부터 시작하셨어요?
"우선 뉴스에 나온 사건들을 알아봤어요. 저희는 후발 주자였어요. 이미 MBC만 해도 <스트레이트>에서 두 번 보도했고, 타사에서도 많이 다뤘어요. 저희는 방송일(4월 26일)까지 문제가 일단락 될 줄 알았거든요. 그 당시 이준석 대표와 전장연 박경석 대표의 TV토론 등이 이슈였을 때라서 저희는 처음부터 다른 쪽으로 콘셉트를 잡았죠. 휠체어 타시는 분의 현실적인 생활 모습을 담으면 어떨까. 그런 부분을 찾으려고 노력했어요. 그리고 실제 그분들의 모습을 보니 열 마디 말이 필요없더라고요."

- 방송을 고 박종필 감독의 다큐 <버스를 타자>(2002년)와 전장연의 지하철 시위로 하셨는데요. 
"저희가 편집하느라 예전 자료를 많아 보잖아요. 너무 똑같더라고요. 상황도 멘트도 너무 와닿았어요. '21년을 똑같이 외쳤는데 이렇게 몰랐을까?하는 생각을 했죠. 지금 전장연이 주장하는 게 상징성을 담고 있어서 (두 장면을) 교차편집하게 됐습니다."

- 왜 21년전과 바뀐 게 없을까요. 
"그게 이 문제의 핵심 아닐까요. 사실 누구도 장애인 이동권 보장에 대해 반대하는 사람은 없죠. 동의는 합니다. 다만 속도가 다른 거죠. 항상 우선순위에서 밀린 거예요. 물론 제 생각이긴 합니다만, 정치인들이 표심을 먼저 봤을 것이고, 정부는 성장 위주의 전략을 펴왔잖아요. 아무래도 우리나라가 분배를 잘 해본 적이 없기 때문에, 계속 후순위로 밀린 게 아닌가 싶어요."

- 이원준씨(척추장애인, 장애인 인식개선 강사) 이동하는 데 동행하셨잖아요.
"모든 단계에서 비장애인이 안 겪어도 될 일을 겪어요. 하나하나 작은 턱들도 큰 장애물이더라고요. 기사화 된 수치와 체감이 너무 달라 놀랐어요. 엘리베이터 설치율 100%가 되면 (장애인) 이동권 문제가 해결되나? 아니잖아요. 곳곳에 복병이 있죠. 
'지금 소비적인 논쟁과 정쟁으로 호도됐는데 장애인 이동권 문제는 단순히 엘리베이터 설치율 100%의 문제가 아니다. 그렇다면 진짜 가려진 건 뭐지? 뭘 정말 봐야하는 거지?'를 생각했을 때, 이원준씨가 가장 핵심을 잘 보여주신 것 같아서 프로그램 앞부분에 배치했습니다."

- 휠체어 탄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환승 시간 차이가 크네요?
"일단은 방송에서 보여드린 것처럼 기본 이동 동선의 차이도 제법 큰 편이고요. 그 뿐만 아니라 저희는 촬영을 위해서 경로를 사전에 다 미리 답사하고 루트를 확인해서 찍었는데 거의 3배 차이였어요. 만약에 건대 주변의 길을 잘 모르는 사람이라면 아마 훨씬 더 걸렸겠죠."

- 저상버스는 예전보다 늘어난 것 같아요. 하지만 장애인이 가려는 목적지까지 가는 저상버스가 한 대도 없다면 의미 없는 것 아닌가요?
"이를테면 이제 99%가 갖춰졌고 1%만 없어요. 그러면 남들이 봤을 때는 거의 다 갖춰진 거라고 생각하지만 내가 그 1% 지역에 사는 사람이라면 아무 의미가 없는거죠. 그게 통계의 함정인 거죠. 저도 이번에 반성하게 된 부분 중의 하나예요. 장애인 저상버스 설치율 57.8%를 말하면서 '생각보다 많은데?'라고 한다는 건, 은연중에 '장애가 있으니 저 정도로도 만족해야 하는 거 아냐?' 내지 '장애가 있으니까 포기하는 부분도 있어야 하는 거 아니야?'라는 생각이 내포되어 있었던 게 아닐까 하는 거죠. 장애인 콜택시도 마찬가지죠. 우린 어플로 택시를 부르면서 '늦는다'라고 불평하면서 '장애인 콜택시도 있어? 좋네'라고 생각하는 거죠. 이게 과연 올바른 걸까요?"

- 장애인 이동권을 생각할 때 대중교통 뿐 아니라 작은 턱도 생각해봐야 할 것 같아요. 
"맞습니다. 생각을 달리하고 보니까 도처에 문제가 깔렸더라고요. 제가 성수역 근처를 한번 따라가 봤잖아요. 경사로는 있지만 너무 가팔라서 오르지 못하겠더라고요. 단 몇 CM의 울퉁불퉁한 턱에도 휠체어가 뒤집어질 수도 있다고 해요. 관심 없으면 몰랐을 문제인 것 같아요. 저는 그렇게 생각했어요. 저희 방송을 보시고 '그런 것까지 관리해야 하냐, 돈이 한두 푼도 아닌데' 식의 반응을 보이신 분들이 있어요. 예를 들어, 엘리베이터도 만들면 노인들이 훨씬 더 많이 쓰잖아요. 경사로를 만들면 유모차를 이용할 수 있는 것 처럼 그런 편의시설이 꼭 장애인만을 위한 게 아니거든요. 저희 이번 방송의 엔딩 멘트였는데 '장애인이 편해야 모두가 편하다'란 말이 어떻게 보면 되게 추상적이지만, 맞는 말 같아요."

- 장애인이 우리나라 인구 20명 중 1명이라던데.
"저도 그 수치를 보고 깜짝 놀랐어요. 일단은 물리적으로도 너무 힘드니까 (밖으로) 안 나오시는 거 같고요. 발달장애인 같은 경우 어린 시절에는 학교를 다니거든요. 보통 12년에서 14년 교육받고 졸업해 성인이 되면 그때부터 주간보호시설 같은 기관을 이용해요. 근데 그런 시설이 터무니없이 부족합니다. 경기도를 예를 들어 말씀드리면, 경기도의 발달장애인이 11만 명이고 그 중에 중증이 5만 6천 명이래요. 근데 경기도에서 커버할 수 있는 주간보호센터의 총 인원이 3천 명대예요. 즉, 경기도 발달장애인의 3% 정도만 주간보호센터를 이용할 수 있다는 거죠. 그러면 나머지 97%는 어디 있냐는 말이에요. 우리는 그분들을 본 적이 없잖아요. 개인이, 가족이 안 보이는 곳에서 케어하고 있다는 거죠."

- 취재하며 느낀 점이 있다면.
"우리가 너무 몰랐다는 거죠. 예를 들면 제가 이원준씨 인터뷰를 멋있게 하고 싶었거든요. 집 말고 다른 장소에서 찍고 싶었어요. 그런데 '어디로 오세요. 어디로 갑시다'라고 말하려 하니 그분을 모실 데가 없는 거예요. '턱은 없나?', '거기까지 뭐 타고 가지?', '장애인 콜택시는 시간맞춰 예약이 되나?' 등 생각할 부분이 많았죠. 우리가 인터뷰 섭외할 장도 하나도 못찾는데 저분은 계속 그래오셨겠구나 싶었죠. 단순해 보이는 과정 하나가 이렇게 어려운 일이라는 걸 직접 느끼고 보니, 전장연 지하철 시위가 달리 보이더라고요."

- 취재할 때 어려운 게 있었다면. 
"섭외하는 게 어려웠어요. 특히 발달장애인들 섭외가 힘들었어요. 이를테면 '너무 현실의 문제점은 알리고 싶고 제작 취지에 공감하지만, 아직 결혼 안 한 다른 남매가 있어서 촬영이 어렵겠어요'라고 하시는 거예요. 금전적인 부분을 떠나서 장애인에 대한 이 사회의 마음의 벽이 크다는 게 안타까웠어요."

- 취재했지만 방송에 못 나간 부분이 있다면.
"이번 방송을 준비하면서 욕심을 많이 부렸나봐요. 취재 후 방송에 내보내지 못한 내용이 많습니다. 한 분 한 분 다 정말 힘들게 살고 계신데, 그래서 더 잘했어야 했는데 죄송한 마음이에요. 못다 한 얘기 중에 가장 미련 남는 부분은 특히 발달장애인을 바라보는 시선입니다. 발달장애인 아이를 둔 부모님들께 '언제 가장 가슴이 아프셨어요?'하고 여쭤봤을 때, '이런 애들을 왜 데리고 나왔냐? 나오지 말게 했어야지'라는 말을 들었을 때라고 하시더라고요. 듣는 저도 가슴이 아팠습니다. 이번 일을 계기로 많은 비장애인이 이동권에 대해서는 알게 됐잖아요. 앞으로 더 많은 관심과 응원, 더 나아가 제도적 개선이 필요할 것 같아요. 그리고 앞으로 여러분들도 주변에 장애인을 보면 이전과는 다른 시선으로 봐 주시면 좋겠어요."
덧붙이는 글 WBC 복지TV 전북방송에도 중복게재합니다.
성기연 PD수첩 장애인 이동권 발달장애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들의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풀어주는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와 이영광의 '온에어'를 연재히고 있는 이영광 시민기자입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