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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노동자에게는 다른 사업장으로 이직하는 것이 허용되지 않아, 저임금 장시간 노동 에 시달리다 과로사, 자살, 동사, 사고 사망에 처하고 있다." 
"고속도로 관광버스 사고로 33명이 사망했다. 운전자는 사고 전 13시간 연달아 운전 중 이었고, 16일 연속 일하고 있었다." 


한국 뉴스가 아니다. 위는 일본, 아래는 대만 사례다. 20세기 이후 이리저리 얽혀 동북아시아 역사를 공유하며 만들어온 세 나라는 과로사와 과로자살조차 이렇게나 닮아있다. 
 
한국, 대만, 일본의 세 단체가 '동아시아과로사감시' 활동을 통해 세 나라의 과로사, 과로자살 현황을 공유하고 있다. https://sites.google.com/view/kwea/
 한국, 대만, 일본의 세 단체가 "동아시아과로사감시" 활동을 통해 세 나라의 과로사, 과로자살 현황을 공유하고 있다. https://sites.google.com/view/kwea/
ⓒ 동아시아과로사감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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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 세 나라의 과로사, 과로자살 

2019년 아시아직업및환경피해자권리네트워크(Asia Network for Right of Occupational and Environmental Victims, ANROEV) 한국 대회에서 과로사/과로자 살을 주제로 일본, 한국, 대만, 홍콩의 단체들이 경험을 나누었다. 노동시간을 최대한 늘려 착취하려는 자본과 기업의 모습은 어디서나 비슷했고, 이로 인해 다양한 직종, 다양한 연령대 노동자들이 "과로사"하는 모습도 유사했다. 미래 없음, 성과 강요, 비인간적인 노동 환경 때문에 스스로 목숨을 끊는 노동자들 상황도 공통적이었다. 

서로 더 많은 사례와 소식을 들으면, 함께 싸울 수도 있지 않을까? 그 날의 만남 이후, 일본의 POSSE,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대만의 OSHLink 세 단체가 자기 나라의 과로사, 과로자살 현황을 공유하고 있다. 지난 2년간 나눈 주제를 돌아보면, 정말 비슷한 사례가 많았다. 

한국에서 코로나뿐 아니라, 재난 시마다 반복됐던 공무원 과로를 소개하자, 대만에서 구청 홍보 담당 계약직 공무원의 과로사 소식을 보냈다. 사건 이후, 공무원에 대한 노동시간 규정이 부족하고, 공무 제도가 보상에 치중하고 예방을 소홀히 한다는 보고서가 나왔다고 한다. 

대만에서 과로자살 사건이 행정법원에서 승소할 확률이 8%에 불과한다는 소식을 알려 왔고, 한국은 경찰청 집계 '업무 또는 직장 문제'로 자살한 598명(2019년) 중 72명만이 산재 신청을 해, 과로자살의 산재 신청조차 매우 제한적이라는 상황을 공유했다. 일본 대부분의 과로사·과로자살 사건에서, 사망 후 조사가 불가능하도록 회사가 증거를 처분해, 피해자 가족이 수집하기 어려워 사건이 드러나지 않는다고 한다. 

그런가 하면 서로 차이도 있었다. 방송 노동자의 과로사, 과로로 인한 사고가 한국처럼 잘 알려진 곳은 없었다. <가장 보통의 드라마>(필로소픽, 2019)에는 '드라마 제작 현장이 모두 한국과 같은 것은 아니'라고 강조한다. 하루 촬영 시간이나 스태프 각자의 하루 노동 시간 제한 제도, 촬영 현장 노동자들을 존중하는 문화, 스태프와 방송제작사 사이의 계약 관행이 나라마다 다르다. 이런 구조가 없는 '한국'의 드라마 제작 노동자들만 극심한 장시간 노동과 스트레스에 노출된다. 세 나라 모두 코로나 팬데믹 시기에 택배, 배달 노동자가 증가했지만, 이렇게 많은 과로사는 한국밖에 없었다. 

한 발 더 깊이, 우리의 과로를 들여다보기 

이렇게 서로 비슷한 부분, 다른 부분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우리'의 과로 실상을 새로운 시각에서 볼 수 있을 것 같다. 지금까지 돌아가며 관심 있는 소식과 사례를 나누었다면, 이제 이 시도를 바탕으로 공동으로 대응할 문제들을 찾아보고, 공통점과 차이점, 서로 배울 점을 자세히 살펴보기로 했다.

시작은 세 나라에 공통으로 과로사, 과로자살(정신질환)이 많은 업종에서부터다. 과로사는 세 나라 모두 사업시설 관리 및 지원업(경비노동자 포함), 운수업, 제조업, 건설업 등이 꼽혔고, 정신질환은 사례가 많지 않았지만 보건 및 사회 복지 서비스업, 운수업, 정보통신업 등이 공통된 위험 업종으로 보였다. 

과로사와 과로자살 사례뿐만 아니라 이에 저항하는 노동자들의 운동까지 고려하여 보건 및 사회복지서비스업의 과로를 먼저 다루려고 한다. 한국에서도 간호사들의 과로자살, 전공의나 응급의학 전문의 과로사가 연달아 발생한 적이 있다. 코로나 팬데믹 시기에 지금도 많은 보건 및 사회복지 노동자들이 과로에 시달리고 있다. 세 나라의 법, 문화, 산업구조 속에서 보건 및 사회복지서비스업 과로가 어떻게 양산되고 있는지 앞으로 살펴보려고 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을 쓴 최민 님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상임활동가입니다. 이 글은 한노보연 월간지 일터 4월호에도 실립니다.


태그:#과로사, #과로자살, #동아시아_과로사_감시, #동아시아_과로사_통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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