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전장연이 21일 서울시청을 찾아 오세훈 시장에게 장애인 이동권 관련 책임을 물었다.
 전장연이 21일 서울시청을 찾아 오세훈 시장에게 장애인 이동권 관련 책임을 물었다.
ⓒ 신나리

관련사진보기


"장애인을 혐오하는 문건을 만든 것이 어떻게 한 사람의 일탈인가. 원인을 제공한 건 서울교통공사와 서울시다. 오세훈 시장이 약속을 지키지 않아 이렇게 된 것이다."

서울교통공사가 이동권 보장을 요구해온 장애인들에 부정적 여론을 조성하기 위해 작성한 '대응 문건'과 관련해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전장연)가 '서울시·서울교통공사·오세훈 서울시장'에 책임을 물었다. 전장연은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아래 인수위)를 찾아 윤석열 당선인에게도 장애인 이동권과 관련한 입장을 물을 예정이다.

21일 오전 전장연 관계자들은 오세훈 서울시장에게 공식사과를 촉구하기 위해 서울 지하철 4호선 혜화역에서 출발, 2호선 동대문역사문화공원-시청역으로 향했다. 비장애인에게는 6개 역, 고작 12분의 거리였지만 이들은 50여 분이 걸려서야 시청역에 도착할 수 있었다.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에서 이형숙 전장연 공동대표가 지하철과 승강장 사이의 경사로 때문에 휠체어가 고꾸라질 수 있는 상황을 우려하자 역 관계자가 급히 발판을 준비했다. 이 대표는 "사람 많은 환승역에서 서둘러 휠체어로 지나가다 언제든 넘어지고 다칠 수 있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시청역에서 시청 정문으로 가는 것도 이들에게는 쉽지 않았다. 역 내의 엘리베이터를 찾아 역 밖으로 나오는데 15분여가 걸렸다. 그렇게 도착한 서울시청 앞에서 이들은 서울시와 오세훈 시장이 장애인 이동권 보장 약속을 어겼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미주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서울장차연) 사무국장은 "서울시 장애인 이동권 보장선언을 믿으며 기다렸다. 2022년까지 1역사 1동선 100% 엘리베이터 설치하겠다고 서울시가 약속했다. 그런데 총 21개 역사 중 3개 역사는 엘리베이터 설계조차 들어가지 않은 상황"이라며 "서울시는 설계해도 공사를 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며 불성실하고 소극적으로 나온다"라면서 서울시의 태도를 문제 삼았다. 

그의 지적대로 2015년 서울시는 2022년까지 모든 지하철 역사에 승강기를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지금도 미설치된 역사 21곳 중 5곳은 공사 중이고 13곳은 공사를 예정하고 있지만 3곳은 아직까지 설치를 검토 중이다. 그 사이 2018년 승강기가 설치되지 않았던 신길역에서 휠체어 리프트를 이용하다가 추락하여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내일 출근길은 인수위로 가겠다"

결국 올해 서울 지하철 역의 엘리베이터 100% 설치는 요원한 상황이다. 서울시는 지난 2월 보도자료를 통해 모든 역사 엘리베이터 설치 계획을 2025년으로 미뤘다. 전장연은 오 시장이 장애인들과의 약속을 미루며, 장애인의 이동권의 예산 편성 등을 후순위에 두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진우 노들장애인자립생활센터 활동가는 "장애인은 목숨을 걸고 지하철을 탄다. 리프트를 타다 죽는 사람이 한두 명이 아니지 않나"라면서 "2025년까지 엘리베이터 설치를 기다리다가 또 죽으면 어떡하냐. 더 이상 오 시장이 장애인의 죽음을 앗아가는 행위를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라고 호소했다. 

박경석 전장연 상임공동대표는 2001년 오이도역에서 발생한 리프트 추락 참사를 언급하며 "역사 내 엘리베이터 설치는 후순위가 아니라 1순위로 진행되어야 할 긴급한 문제"라고 재차 강조했다. 전장연에 따르면 ▲ 2002년 발산역 ▲ 2008년 화서역 ▲ 2017년 신길역에서 리프트를 이용하던 장애인이 사망했고, ▲ 2004년 서울역 ▲ 2006년 회기역에서는 장애인이 두부손상 등으로 크게 다쳤다. 

배재현 서울장차연 활동가 역시 "장애인이 리프트를 타는 공포를 언제까지 느껴야 하냐"라면서 "서울시는 2025년이 와도 또 엘리베이터 설치를 미룰 것이다. 그 사이 장애인이 목숨을 잃으면 유감이라 할 것이냐. 장애인 이동권은 더 미룰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오 시장에게 2022년 전 역사 엘리베이터 설치 약속을 요구하는 장애인단체들은 이후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에게 장애인 이동권 책임을 물을 예정이다. 이들은 22일 인수위를 찾을 계획을 밝혔다. 

박 공동대표는 "서울시에 수도권 전체 특별교통수단 운행 범위를 확대하라고 했더니 예산 때문에 못 한다고 한다. 국고 지원이 안 될 것이라고 답했다"라면서 "서울시가 특별교통수단 운행 범위를 확대하기 위해 국비 지원이 필요하다. 내일 출근길은 인수위로 가겠다"라고 말했다. 이어 "서울교통공사 문건 파장과 관련해서도 윤 당선인의 입장을 묻겠다"라고 덧붙였다. 

앞서 서울교통공사 언론팀 직원은 '사회적 약자와의 여론전 맞서기' 문건을 사내 게시판에 올려 논란이 있었다. 작성자는 "상대(전장연)의 미스나 무리수를 디테일하게 찾아내고, 필요할 때 이를 소재로 물밑 홍보에 나서야 한다"면서 장애인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조성하는 방법을 제시했다. 서울교통공사는 공사의 공식입장이 아니라고 해명했지만, 전장연은 "서울교통공사는 직원에게 책임을 전가하지 말라"고 반박했다. 

한편, 서울시 관계자는 "전 역의 엘리베이터 100% 설치를 위해 서울시도 노력하고 있다. 예산 반영을 해서 적어도 2024년까지는 100% 역내 설치를 하려 한다"라면서 "서울교통공사의 직원이 작성한 문건은 서울시에서도 부적절하다고 본다. 다만 공사 차원에서 사과했으니 이후 조치를 지켜볼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태그:#서울시, #장애인, #이동권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