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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촌 1동 사전투표소 현장. 100여명 이상의 시민이 줄을 서 있다.
 신촌 1동 사전투표소 현장. 100여명 이상의 시민이 줄을 서 있다.
ⓒ 신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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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대선에 최선의 후보는 없다. 최악의 후보를 떨어뜨리기 위해 투표하러 나왔다. 생각보다 줄이 길어서 놀랐는데, 다들 비슷한 마음이구나 싶었다."

서울 서대문구 신촌 1동에서 투표한 박아무개(남·31)씨는 이번 선거를 "차악을 뽑는 선거"라고 했다. 각 후보의 공약집을 꼼꼼하게 살펴봤다는 그는 "후보들의 가족문제, 네거티브 공방전 때문에 선거를 지켜보는 과정이 피곤했다"라며 "마음에 드는 후보가 있는 게 아니라서 결정이 쉽지 않았는데, 결국 청년 정책을 기준삼아 차악의 후보를 뽑기로 했다"라고 말했다. 

박씨와 함께 투표하러 온 김아무개(남·31)씨는 "대선후보가 10명이 넘는데 마음에 쏙 드는 후보는 한 명도 없었다"라면서 "거대 양당에서 이렇게 탐탁지 않은 후보들이 나오기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씁쓸해 했다. 

제20대 대선 사전투표 첫 날인 4일, 많은 시민들은 긴 줄을 서는 것도 마다하지 않고 서울 시내의 사전투표소에서 '한 표'를 행사했다. 이날 기자가 찾은 사전투표소에는 오전·오후 할 것 없이 사람이 몰려 기다리는 이들이 건물 외부를 둘러싸는 모습이 연출되기도 했다. 그 중엔 최대 30분 이상 줄을 서야 하는 곳도 있었다. 하지만 줄이 길다고 투표를 포기하고 돌아가는 유권자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20·30대 청년부터 50대 이상의 중장년, 70대 이상의 고령층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을 현장에서 볼 수 있었다. 

사전투표소에서 만난 유권자들에게 가장 많이 들은 말은 "차악을 뽑는다"였다. 이들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양당 후보가 박빙으로 나와 투표 의지가 강해졌다고도 했다. 전날(3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의 단일화를 선언이 투표에 영향을 미쳤다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오마이뉴스>는 이날 영등포구 당산1동, 서대문구 신촌 1동, 마포구 대흥동, 종로구 사직동 등 서울 시내 사전투표소 4곳을 돌아봤다. 

"윤석열·안철수 단일화 보고 마음 굳혔다"
 
영등포구 당산1동 사전투표소. 200여명이 넘는 시민들이 긴 줄을 섰다.
 영등포구 당산1동 사전투표소. 200여명이 넘는 시민들이 긴 줄을 섰다.
ⓒ 신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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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권자들은 체온 측정과 손 소독을 한 후 관외투표자, 관내투표자로 나뉘어 줄을 섰다. 이후 신분증을 확인하고 지문을 찍은 뒤 투표용지를 받아 기표소에서 한 표를 행사했다. 이날 투표소에서 바로 출력하는 방식의 사전투표 용지 위 안 후보 기표란에는 '사퇴'라는 글자가 표기됐다. 대선 당일 투표용지에는 '사퇴'는 표기되지 않고 투표소에 관련 안내문만 부착된다.

사직동에서 투표한 신아무개(여·41)씨는 "수요일까지도 계속 누구를 뽑을까 고민했는데, 단일화하는 후보들을 보고 마음이 섰다. 대선이 장난도 아니고... 대선을 완주한다고 선언했다가 마지막 TV토론회를 마치고 단일화를 선언하나"라면서 "하루아침에 말 바꾸는 후보의 정책을 어떻게 믿을 수 있겠나"라고 윤 후보·안 후보의 단일화에 부정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당산1동에서 투표한 김아무개(35)씨는 "투표용지에 쓰인 '사퇴'라는 글씨에 분노했다. 안철수가 '또철수'해서가 아니라, 내 참정권이 침해받았다는 느낌 때문"이라면서도 "안철수의 최근 행보에는 동의하지 않지만 정권교체가 우선이라는 생각에 맞춰 투표했다"라고 말했다. 

최근 최후의 부동층이라 꼽히는 2030 여성들의 모습 역시 사전투표소에서 많이 볼 수 있었다. 이들은 '젠더 갈라치기'가 만연한 이번 선거에 피로감을 호소하면서 "이 때문(젠더 갈라치기)에 차악의 후보를 뽑기로 했다"라고 입을 모았다.

근처에 있는 학원에서 수업을 받고 신촌1동에 투표하러 왔다는 이아무개(여·25)씨는 "사실 투표를 하러 줄을 서 있는데도 마음이 오락가락한다"라면서도 "적어도 여성들을 향한 혐오발언을 아무렇지 않게 하는 최악의 후보는 피해야 한다는 마음으로 투표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당산1동에서 만난 최수은(여·32)씨 역시 "몇 차례 대선(투표)에서 젠더이슈를 크게 고민하며 투표한 적은 없었는데, 이번에는 다르다"라면서 "다음 대통령은 적어도 남녀를 편 가르지 않고 세대를 갈라치기 하지 않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TV토론 보고 후보 결정했다"
정의당 심상정(왼쪽부터), 국민의힘 윤석열, 국민의당 안철수,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2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KBS 본관 스튜디오에서 열린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관 제20대 대통령선거 후보자 3차 사회분야 방송토론회에서 토론에 앞서 기념촬영하고 있다.
 정의당 심상정(왼쪽부터), 국민의힘 윤석열, 국민의당 안철수,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2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KBS 본관 스튜디오에서 열린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관 제20대 대통령선거 후보자 3차 사회분야 방송토론회에서 토론에 앞서 기념촬영하고 있다.
ⓒ 국회사진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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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투표에 TV토론회가 영향을 미쳤다는 유권자도 있었다. 시청률 조사회사 닐슨코리아는 지난 2일 진행된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관 대선후보 4인의 마지막 TV 토론회가 시청률 33.2%를 기록했다고 3일 밝혔다. 

대흥동에서 투표한 박범식(남·54)씨는 "토론회를 모두 챙겨봤는데, 네거티브를 일삼는 후보가 눈에 띄었다. 두 후보를 고민하고 있었는데, 막무가내 네거티브를 한 후보를 뽑지 않기로 했다"라면서 "저런 태도면 국민들을 대할 때에도 마찬가지 일 것 아니냐"라고 말했다. 

사직동에서 투표한 최아무개(여·62)씨 역시 "맘에 드는 후보가 없어 고민이 많아 TV토론회에서 후보들의 말을 유심히 지켜봤다"라면서 "대선 후보라면 최소한 정책에 대한 이해는 있어야하는데, 기초적인 질문에도 답을 하지 못하는 후보를 보고 실망했다. TV토론을 보고 투표할 후보를 정했다"라고 말했다. 

한편,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20대 대통령선거 사전투표 첫날인 4일 오후 5시 기준으로 투표율은 15.84%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는 2017년 19대 대선 같은 시간대 사전투표율보다 5.24%p 높은 수치다. 

5일까지 진행되는 사전투표는 전국 3552개 투표소에서 진행된다. 투표 시간은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까지다. 코로나 확진자·격리자는 사전투표 2일차인 5일 오후 5시부터 6시 사이 투표소를 찾으면 임시 기표소에서 투표할 수 있다. 사전투표 기간에는 주소지와 상관없이 전국에 있는 사전투표소 어디에서나 투표할 수 있다. 투표소 위치는 선관위 홈페이지나 포털사이트 등에서 확인하면 된다.

태그:#대선, #사전투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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