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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와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지난 18일 오후 서울 여의도 CCMM빌딩에서 열린 2022년 소상공인연합회 신년인사회에 참석, 박수를 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와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지난 18일 오후 서울 여의도 CCMM빌딩에서 열린 2022년 소상공인연합회 신년인사회에 참석, 박수를 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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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부모님 또는 친구들과 중요한 약속을 할 때 새끼손가락을 걸면 되었는데 세월이 지나면서 거기에다 손바닥 맞대기(복사), 엄지손가락 맞대기(도장) 확인이 추가되어갔다. 그만큼 약속을 지키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알기에 확약 차원의 작은 몸짓을 더해 간 퍼포먼스로 보면 거창한 해석일까?

한때 모 방송국 코미디 프로그램에서 인기를 끌었던 코너 '내 친구는 대통령'에서는 대통령과 소꼽친구가 만나서 국민과의 약속 또는 친구와의 약속을 소재로 유쾌한 웃음을 선사한 적이 있었고, 1998년 그해 영화흥행 순위 4위에 랭크된 영화가 내용뿐만 아니라 제목이 인상적이었는데 바로 '약속'이었다. 왜 제목을 '약속'이라고 붙였을까? 궁금하다.

이재명 후보가 작년 7월 예비후보였을 때, 대구 첫 일정으로 전태일 열사 생가를 방문하였다. 그때 '나도 대통령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피켓을 든 청년을 잠깐 마주치고 주목하였다가 그 청년에게 다음 기회에 한번 만나자고 약속하였다. 바쁜 대선 후보의 의례적인 표현이라 할 수 있었을 터인데 11월 '매타버스' 일정으로 대구를 다시 방문하였을 때 그 약속을 지켜 청년과 점심을 같이 나눈 일화가 있다.

약속(約束)을 사전에서 찾아보면 '장래 일을 상대방과 미리 정하여 어기지 않을 것을 다짐함'으로 나와 있는데, 그렇다면 대통령 후보가 하는 약속은 소위 공약이라 표현하는데 공약(公約)은 '정부나 정당, 입후보자 등이 어떤 일에 대해 사회 공중에게 실행할 것을 약속함'으로 정의하고 있다. 그런데 실상은 어떠한가? 공약(公約)의 공(公)이 빌공(空)자 공약(空約) 즉, 헛되이 하는 약속이 되는 경우를 너무 많이 보아왔다.

대통령 후보 공약(公約)이 공약(空約)이 된 경우 몇 가지를 찾아보면 이명박 후보의 한반도 대운하, 747 공약이 물거품처럼 사라졌고, 문재인 후보의 세월호 진상규명, 일자리 창출 공약은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물론, 후보 시절에는 실현할 의지와 자신이 있어서 약속한 공약이었겠지만 대통령이 되어 막상 국가를 경영하는 상황에서는 여러 가지 예상치 못한 요인들이 발생하여 그럴 수 있다고 애써 이해해볼 측면도 있겠지만 그래도 약속은 약속이다. 국민들과의 엄연한 약속이고, 유권자들이 후보의 그 공약을 보고 선택한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책임져야 하는 것인가?

여기서 우리 사회의 선출직 전체로 확대해서 생각해보면 대통령 이외 대다수 선출직은 한 번만의 단임이 아닌 최소한 두 번 이상의 연임이 가능하다. 처음에 내세웠던 공약의 이행 여부 및 실행률이 다음의 선거에 영향을 미치기에 공약을 신중히 결정하고, 또 약속한 공약을 이행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 아닌가. 그런데 정작 가장 중요한 자리인 대통령의 경우는 다르다. 대한민국 대통령은 5년 단임제를 채택하고 있다. 글자 그대로 5년 한번 하고 나면 끝이다. 이것에 따른 문제점과 함께 막강한 권한이 1인에게 집중된 현행 대통령중심제의 폐해 또한 적지않기에 개헌 논의가 한 번씩 있어 왔고, 이번 대선에서도 이재명 후보가 개헌을 통해 4년 중임제 논의안을 던져 놓고 있는 상황이다.

무엇보다 대통령 후보의 공약(公約)이 공약(空約)이 되지 않게 하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 국가의 미래를 책임지게 될 대통령 후보의 약속이 정작 지켜지지 않는다 하더라도 직접적인 제재가 가해지지 않는 것은 국가와 국민을 위해 정말 바람직하지 않다. 물론 중간 평가 성격의 총선, 지방선거 등이 있어 대통령 국정 운영의 직·간접적인 평가가 되고 영향을 줄 수있는 것이지만 극단적인 경우의 탄핵이 아닌 이상 대통령의 5년 임기는 보장되는 것이다.

선거 메커니즘 또한 시간이 지나고, 시대가 바뀌면서 변해왔다. 유권자들이 단순히 혈연·학연·지연을 바탕으로 정당이나 인물을 보고 뽑던 시대는 지나고, 후보의 능력과 공약 등을 꼼꼼히 살펴보고 고려하는 비중이 점점 커져가는 것이 사실 아닌가. 그러기에 40여일 앞으로 대선이 다가오면서 후보들의 공약 발표와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이를테면, 이재명 후보는 일괄형 공약이 아닌 세대별·계층별·직능별로 세분화하여 타겟 공약을 발표하고 있고, 감성을 곁들인 소확행 시리즈 공약도 내놓고 있다. 윤석열 후보는 단문 형식의 직관적 공약과 맞춤형 심쿵 공약으로 맞불을 놓고 있다.

그런데 지금까지는 양쪽 공약 중 유권자들의 반응이 확실히 나타났던 경우를 보면 탈모 공약과 여가부 폐지 공약 정도 아닐까. 물론 후보로서 공약을 준비해온 시간도 있고 해서 그런지 이재명 후보가 대부분 먼저 그리고 구체적인 공약을 제시한 것이 많은데 최근 와서는 윤석열 후보도 경쟁적으로 구체적인 공약을 발표하고 있는데 양쪽 모두 중도층을 의식하며 표심을 겨냥한 공약들이다 보니 점점 비슷해져 가면서 분야에 따라서는 유권자 입장에서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으면 차별점을 발견하기 어려워지고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유권자들은 매의 눈으로 공약을 따져보고, 후보의 면면을 살펴보아야한다. 누구의 공약이 구체적이고 실현가능한지, 그리고 진정 국민을 위하는 것인지 말이다. 이런 점에서 앞으로 있을 TV토론회가 유권자들에게 네거티브로 인한 짜증나는 공방이 아닌 공약 검증, 정책 대결의 흥미로운 광장이 되길 바란다.

개인적으로 바람이 있다면 임기 반환점에 즈음하여 공약 검증과 평가를 통해 대통령이 되면 어떤 형태로든 유권자와 맺은 약속에 책임을 지겠다고 소위 '공약 실현 보증제'를 제1공약으로 내거는 후보가 있다면 내 마음은 움직일 것이다. 공적인 약속, 그것도 대통령 후보의 약속은 새끼손가락 걸고 복사하고, 도장까지 찍고 심지어 보증서까지 발행해야 하지 않을까? 국민 유권자에게 장밋빛 청사진 만으로의 희망 고문이 아닌 정말 지킬 수 있는 공약을 내어놓기를 진심 바란다.

덧붙이는 글 | 필자는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자문위원, 국립안동대학교 교수입니다.


태그:#대통령 후보, #이재명, #윤석열, #공약, #약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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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안동에 있는 국립안동대학교 경영학과 교수입니다. 균형발전 및 지방소멸 문제에 관심이 많으며 사회적 이슈에 반응하는 스타일입니다. 전공과 관련하여서는 산업 및 경제 분야의 기사들을 눈여겨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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