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문기, 쐐기골 12일 강원 강릉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21년 K리그 승강 플레이오프 2차전 강원FC와 대전하나시티즌의 경기. 강원 황문기가 팀의 4번째 골을 넣은 뒤 환호하고 있다.

▲ 황문기, 쐐기골 12일 강원 강릉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21년 K리그 승강 플레이오프 2차전 강원FC와 대전하나시티즌의 경기. 강원 황문기가 팀의 4번째 골을 넣은 뒤 환호하고 있다. ⓒ 연합뉴스

 
5분의 기적이었다. 단두대 매치에서 벼랑 끝에 몰린 강원이 대역전 드라마를 써내며 K리그1 잔류에 성공했다.

강원FC는 12일 오후 2시 강릉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 승강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대전에 4-1로 승리했다.

1차전에서 0-1로 패한 강원은 2차전에서 3골차 대승을 거두고, 극적으로 생존했다.

패색 짙었던 강원, 집념이 만든 대역전 드라마

홈팀 강원은 3-5-2 포메이션을 가동했다. 투톱은 이정협-김대원, 중원은 츠베타노프-서민우-한국영-김대우-임창우가 맡았다. 스리백은 윤석영-임채민-김영빈, 골문은 이광연이 지켰다.

원정팀 대전은 4-1-4-1 포메이션으로 나섰다. 최전방 공민현을 중심으로 2선에 김승섭-이현식-마사-원기종으로 구성됐다. 수비형 미드필더는 박진섭, 포백은 서영재-이웅희-이지솔-이종현, 골키퍼 장갑은 김동준이 꼈다.

초반부터 두 팀은 공격 축구를 구사하며 난타전을 벌였다. 전반 2분 만에 한국영이 중거리 슈팅을 시도했다. 전반 6분에는 마사의 패스를 받은 김승섭의 슈팅이 골키퍼 선방에 막혔다. 전반 13분 김대원의 프리킥은 수비 맞고 굴절되는 공을 김동준 골키퍼가 쳐냈다.

다급한 강원에게 일격을 가한 쪽은 대전이었다. 전반 17분 박진섭의 패스를 받은 이종현이 중앙에서 공간이 열리자 강력한 오른발 중거리 슈팅으로 골망을 갈랐다.

합계 점수에서 0-2로 뒤진 강원은 서서히 영점을 맞춰가기 시작했다. 5분 동안 3골을 몰아치는 집중력으로 전세를 뒤집었다. 전반 26분 왼쪽 골라인을 파고든 김대원의 패스가 이지솔 발에 맞고 방향이 꺾이면서 골문으로 들어갔다.

1분 뒤에는 김대원이 띄어준 코너킥을 임채민이 헤더로 마무리 지었다. 전반 30분에는 한국영이 대전 수비수 두 명을 따돌린 뒤 예리한 슈팅을 성공시켰다. 전반전은 강원의 3-1 리드로 종료됐다.

후반 들어 강원은 지키기에 치중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추가골을 노렸다. 오른쪽 윙백 임창우가 후반 12분과 16분 두 차례 공격에 가담하며 대전 수비를 흔들었다. 후반 19분에는 세트 피스에서 김영빈의 헤더가 골문을 벗어났다.

1골을 터뜨려야만 승격이 가능한 대전 역시 줄기차게 강원의 골문을 두들겼다. 세밀하게 만들어가기 보단 단순한 롱패스와 크로스를 집중했다. 후반 23분 왼쪽 공간으로 쇄도한 김승섭의 슈팅이 옆그물을 때렸다.

강원은 후반 32분 첫 번째 교체 카드를 꺼냈다. 김대우를 불러들이고 신창무를 투입했다. 대전은 세밀함이 다소 떨어졌다. 후반 34분 바이오가 머리로 떨궈주고 마사의 오늘발 슈팅이 골문을 넘어갔다.

강원에게 두 차례 위기가 찾아왔다. 미드필드의 핵심 한국영이 부상으로 빠지고, 그 자리를 황문기가 대신했다. 후반 42분 문전에서 바이오의 터닝슛을 이광연 골키퍼가 슈퍼 세이브로 모면했다.

최용수 감독의 용병술은 완벽하게 맞아 떨어졌다. 후반 47분 황문기가 페널티 아크 정면에서 오른발 슈팅으로 승부를 결정지었다. 결국 끝까지 대전의 공세를 막아낸 강원이 잔류의 꿈을 이뤘다.

최용수의 무한도전, 강원의 기적적인 잔류 이끌다
 
기뻐하는 최용수 감독 12일 강원 강릉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21년 K리그 승강 플레이오프 2차전 강원FC와 대전하나시티즌의 경기. 강원이 대전을 4대 1로 이기며 1부 리그 잔류를 확정하자 최용수 감독이 기뻐하고 있다.

▲ 기뻐하는 최용수 감독 12일 강원 강릉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21년 K리그 승강 플레이오프 2차전 강원FC와 대전하나시티즌의 경기. 강원이 대전을 4대 1로 이기며 1부 리그 잔류를 확정하자 최용수 감독이 기뻐하고 있다. ⓒ 연합뉴스

 
강원은 올 시즌 내내 분위기가 좋지 않았다. 코로나19 집단 감염으로 인한 경기력 저하, 코치진 폭행 사건 등으로 팀이 어수선했다. 자연스럽게 성적은 수직하락했다. 결국 정규리그 2경기를 남겨두고 김병수 감독이 경질되는 사태를 맞았다.

강원은 급하게 감독을 물색했다. 과거 서울을 이끈 최용수 감독이 소방수로 나섰다. 이른바 모험수였다. 강등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강원을 맡은 최용수 감독은 "온실 속의 화초처럼 좋은 데서만 지도자 생활을 해왔는데 다시 강원을 명문 구단으로 만들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남은 2경기에서 1승 1무를 거둔 강원은 결국 K리그1 11위(승점 43)로 마감하며 대전과 승강 플레이오프를 치르게 됐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지난 8일 열린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는 대전에게 0-1로 패했다. 사실상 대전의 승격으로 굳혀지는 분위기였다. 대전은 2015시즌 K리그2로 강등된 뒤 7년 만에 K리그1으로 올라갈 기회를 잡았다.

반면 강원은 이번 2차전에서 2골 이상을 넣어야 승리를 바라볼 수 있었다. 원정 다득점 원칙에 의해 1골이라도 실점하면 3골을 터뜨려야 했다.

전반 초반까지만 해도 강원이 머릿 속에 그린 시나리오와는 다르게 흘러갔다. 전반 17분 선제골을 내주면서 직격탄을 맞았다. 3골이 필요한 강원의 승격 가능성은 크게 낮아졌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전반 26분부터 5분 동안 내리 3골을 폭발시켰다. 잔류하겠다는 의지와 집념이 만들어낸 기적이었다. 

그리고 강원의 잔류를 목표로 한 최용수 감독 무한 도전은 대성공이었다. 지난 2018년에도 시즌 막판 서울을 맡아 승강 플레이오프를 경험하며 극적인 잔류로 이끈 바 있다. 명장 최용수 감독과 함께 내년 시즌 K리그1을 보내게 된 강원이 한 단계 도약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하나원큐 K리그 승강 플레이오프 2차전 (강릉종합운동장, 2021년 12월 12일)
강원 4 - 이지솔(자책골) 26' 임채민 27' 한국영 30' 황문기 92+'
대전 1 - 이종현 17'

강원, 1-2차전 합계 4-2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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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최용수 K리그 대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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