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좌완 듀오' 류현진과 김광현이 후반기 첫 등판부터 같은 날 출격한다.

토론토 블루제이스에서 활약하고 있는 류현진은 오는 18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뉴욕주 버팔로의 세일런필드에서 열리는 2021 메이저리그 텍사스 레인저스와의 홈경기에 선발등판할 예정이다.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김광현도 같은 날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의 부시스타디움에서 열리는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의 홈경기에 선발등판한다.
 
 류현진

류현진 ⓒ AP/연합뉴스

 
엉덩이 통증으로 한 차례 부상자 명단에 다녀온 것을 제외하면 전반기 내내 꾸준히 로테이션을 지킨 류현진은 8승5패 평균자책점3.56의 준수한 성적으로 전반기를 마쳤다. 김광현 역시 전반기 마지막 3경기에서 18이닝1실점의 눈부신 호투를 펼치며 4승5패3.11의 좋은 성적을 기록했다. 이제 한국인 좌완 듀오는 전반기의 기세를 이어 개인성적은 물론 팀의 가을야구 진출에 앞장서려 한다.

후반기 2선발? 승수 쌓기엔 오히려 편하다

작년 아메리칸리그 사이영상 3위에 빛나는 류현진은 토론토 마운드에서 가장 많은 연봉(2000만 달러)을 받는 명실상부한 에이스다. 올 시즌에도 류현진은 당연히 토론토의 개막전 선발로 등판했고 전반기 내내 토론토 선발진의 선봉에 섰다. 하지만 토론토의 찰리 몬토요 감독은 후반기 1선발로 류현진이 아닌 강속구 좌완 로비 레이를 내세웠다. 류현진으로서는 자존심이 상할 수도 있는 처사였다.

하지만 레이는 경쟁자이기 전에 함께 토론토 선발진을 이끌어 가고 있는 동료다. 토론토 입장에서도 에이스 류현진의 자리를 위협할 만큼 든든한 원투펀치가 생겼다는 것은 대단히 반가운 일이다. 류현진으로서도 1선발 자리에 연연해 자존심을 고집하는 것보다는 2선발 자리에서 실리를 찾는 게 더 현명한 일이다. 실제로 레이가 1선발로 활약하며 각 팀의 에이스를 상대해 주면 류현진은 후반기에 더욱 수월하게 승수를 챙길 수 있다.

류현진이 후반기 처음으로 상대하게 될 텍사스는 지난 4월8일 시즌 두 번째 경기에서 한 차례 맞붙은 적이 있다. 당시 타선이 침묵하면서 토론토가 1-2로 패했지만 류현진은 7이닝7피안타7탈삼진2실점으로 호투하며 시즌 첫 퀄리티스타트 플러스 투구를 펼친 바 있다. 조이 갈로와 아돌리스 가르시아 같은 거포들을 조심해야 하지만 류현진이 크게 두려워할 타선은 아니다.

류현진과 맞대결을 펼칠 텍사스의 선발 투수는 좌완 콜비 알라드. 2018년 빅리그에 데뷔한 알라드는 시즌 초반 불펜투수로 활약하다가 5월 말부터 꾸준히 선발 투수로 등판하고 있다. 6월부터 7경기 연속 5이닝 이상을 소화할 정도로 꾸준한 투구를 선보이고 있지만 현재진행형인 4연패를 비롯해 2승6패의 시즌 성적이 말해주듯 토론토의 강타선이 공략하지 못할 수준의 투수는 아니다.

텍사스는 아메리칸리그에서 볼티모어 오리올스와 함께 3할대 승률로 전반기를 마친 유이한 팀이다. 전반기 볼티모어를 상대로 3경기에서 3승을 따낸 류현진으로서는 또 다른 약체 텍사스를 상대로도 착실하게 승수를 적립하는 것이 중요하다. 류현진이 7월이 가기 전에 두 자리 승수를 채운다면 LA다저스 시절부터 아직 한 번도 도달하지 못했던 빅리그 데뷔 첫 15승도 더욱 가까워질 것이다.

샌프란시스코전 호투, 안방에서 재연할까
 
 7월 5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의 오라클 파크에서 열린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대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경기 첫 이닝에서 세인트루이스의 김광현(33)이 역투하고 있다. 이날 그는 선발 등판해 시즌 최다인 7이닝 동안 89개의 공을 던지고 3피안타 2볼넷 2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했다. 그의 평균자책점은 3.79에서 3.39로 낮아졌다. 김광현은 3-0으로 앞선 8회 말 마운드를 불펜에 넘겼다.

김광현 ⓒ 연합뉴스

 
지독히도 불운한 전반기를 보내던 김광현은 마지막 3경기에서 18이닝1실점이라는 눈부신 호투로 3승을 챙기며 4승5패3.11의 뛰어난 성적으로 올스타 휴식기를 맞았다. 특히 마지막 15이닝 동안에는 단 한 점도 내주지 않는 완벽한 투구내용을 선보였다. 잭 플래허티와 카를로스 마르티네스 등 부상자들이 속출했던 세인트루이스 선발진에서 김광현은 그야말로 '가뭄의 단비' 같은 존재였다.

하지만 김광현의 분발과는 별개로 세인트루이스는 5할 승률에서 2경기 부족한 성적으로 내셔널리그 중부지구 공동 3위에 머물러 있다. 지구 1위 밀워키 브루어스와는 8경기나 벌어져 있고 와일드카드 경쟁에서도 한참 뒤처져 있다. 후반기 시작과 함께 눈에 보이는 반전을 만들어내지 못한다면 세인트루이스는 7월말 트레이드 데드라인에서 구매자가 아닌 판매자가 되면서 일찌감치 시즌을 포기할 수도 있다.

김광현의 후반기 첫 상대 샌프란시스코는 내셔널리그는 물론이고 메이저리그 전체 승률 1위(.640)로 전반기를 마친 현존하는 메이저리그 최강팀이다. 그런 강 팀이 지난 6일 안방에서 2년 차 좌완 김광현을 상대로 7이닝 무득점이라는 굴욕을 당한 것이다. 버스터 포지 등 주전 몇 명이 빠졌던 지난 경기와 달리 이번에는 대부분의 주전 선수들이 나설 확률이 높기 때문에 김광현으로서는 더욱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

지난 경기에서 사이영상 후보 케빈 가우스만에게 승리를 거둔 김광현은 18일 경기에서는 또 한 명의 에이스 앤서니 데스클라파니를 상대한다. 2014년 마이애미 말린스에서 빅리그에 데뷔한 데스클라파니는 2015년부터 작년까지 신시내티 레즈에서 활약했지만 한 번도 두 자리 승수를 올리지 못했다. 하지만 샌프란시스코로 이적한 올 시즌 전반기에만 두 번의 완봉승을 포함해 10승3패2.68의 빼어난 성적으로 샌프란시스코의 원투펀치로 활약하고 있다.

김광현은 올 시즌이 끝나면 세인트루이스와 맺었던 2년800만 달러 계약이 끝난다. 작년과 올해 전반기에 보여준 김광현의 실력이라면 당연히 내년에도 빅리그에 잔류할 확률이 높다. 김광현이 내년 시즌 좋은 조건으로 빅리그에 남기 위해서는 메이저리그 최고 승률팀을 상대로 한 연속 호투만큼 좋은 이력서도 없을 것이다. 김광현이 샌프란시스코와의 리턴매치에서 반드시 좋은 결과를 남겨야 하는 또 다른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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