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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020년 11월 9일 서초동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리는 국정농단 파기환송심에 출석하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020년 11월 9일 서초동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리는 국정농단 파기환송심에 출석하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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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미래전략실 지시에 따라 검토한 보고를 보면, 결과적으로 이재용 등의 지배력 강화나 승계를 위해 제일모직이 채무를 부담하게 된 형태가 맞다. 합병 결정 및 자기주식 매입 결정은 경영진이 여러 요소를 고려해 의사결정을 했을 것 같다."

24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불법 경영권 승계 의혹 반대신문 현장. 변호인이 신문 마무리께 화면에 띄운 내용은 증인의 검찰 조사 당시 진술 조서의 한 토막이다.

증인은 이 부회장 승계 대비 문건으로 알려진 'G프로젝트' 작성에 관여한 삼성증권 IB본부 팀장 출신인 한아무개씨. 이 부회장 측은 증인의 해당 검찰 진술을 뒤집는 데  주력했다. 검찰 조사 당시 '이재용의 지배력 강화'가 합병 목적이었음을 언급한 증인은, 변호인의 반대 신문엔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5-2부(부장 판사 박정제 박사랑 권성수) 심리로 진행된 이날 공판에서 이 부회장 측 변호인들은 증인에게 '합병 목적이 이재용의 지배력 강화에 있지 않다'는 요지의 답을 얻기 위해 총력전을 펼쳤다. 이 때문에 증인이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간 합병 과정에서 업무 메일을 통해 전달한 긴급한 보고나 우려들이 '일반적인 사례'라는 점에 초점이 맞추졌다. 

증인이 소속했던 삼성증권의 이해상충 문제도 마찬가지였다. 합병 비율 경쟁 대상인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을 역시 삼성계열사인 삼성증권이 동시에 자문, 합병 시나리오를 조율한 것은 대주주, 즉 총수일가를 위한 작업이 아니냐는 의심에 대한 반박이었다. 

"삼성증권의 역할을 적극 알리는 것은 자제할 필요가 있음."
"(삼성증권이) 제일모직 자문사라는 것도 자발적으로 말씀하실 필요 없음."


재판에서는 증인이 삼성증권 홍보담당 직원에게 보낸 2015년 7월 7일자 이메일 내용이 등장했다. 당시는 8일 후 합병 주주총회를 앞두고 엘리엇 등 합병 반대 세력의 비판이 거세게 일던 상황이었다.

증인은 자신이 사장에게 건의한 '발언 자제'는 "적극 알려서 좋을 게 하나도 없다는 취지였다"고 말했다. 양사 자문이 드러날 경우 합병에 방해가 될 수 있다는 답변이었다. 

변호인은 해당 보고서 속 "통상 합병 거래는 합병 당사자 간 이해상충이 존재하므로 한 곳의 자문을 맡는 게 일반적, 과거 그룹합병 건도 동일하게 처리"라는 문구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잘못 기재한 것 아니냐'는 질문이었다. 증인은 이에 "실제 경험하고 자문한 내용과는 조금 다르고, (실무자 입장에서) 간단히 설명하고 넘어가려 한 것 같다"고 답했다. 

이재용 측 "대주주 최대 이득, 당연한 결론" 강조 

"삼성증권 직원이 제일모직 합병과 관련해 고객에게 의결권 찬성 취지로 권유하는 것이 가능한지?"

합병과정에서 '삼성증권의 역할'에 대한 고민은 자문 지위 뿐 아니라 '의결권 확보' 가능성에 대해서도 제기됐다. 이번엔 증인의 질문이었다. 증인이 2015년 6월 9일과 29일 각각 회사 내부 변호사와 외부 법률 자문 회사인 김앤장으로부터 받은 정반대의 답변이다. 내부 변호사는 '불가' 의견을 제시했고, 외부 변호사는 '자본시장법상 의결권 대리 행사를 권유하고자하는 자격엔 특별한 제한이 없다'고 답했다.

이른바 합병과정에서 발생한 '매표 논란'을 합병 실무팀도 미리 인식하고 법률 자문을 받은 것이다. 이 부회장 측은 이러한 자문에 따라 일성신약 등 삼성물산 주요 주주로부터 당시 찬성 의결권 확보를 위해 고려한 사안들은 법적 테두리 안에서 검토한 협상안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증인은 "구체적인 상황은 모르고, 일성신약 측은 주주총회에서 합병에 반대했다"고 답했다.

변호인 : "(만약) 회사 임직원들이 열심히 일해서 큰 이익을 냈다. 발생한 이익은 회사와 주주들에게 골고루 귀속됐다. 회사 지분을 제일 많이 가진 대주주에게 제일 많이 귀속되는 건 당연하지 않나? 20년 동안 증인이 증권회사를 다니면서, 임직원에 대해 '대주주 개인 이익을 위해 일하는 것 아니냐'고 비난한 일을 본적이 있나."

증인 : "없다."
 

변호인의 마지막 질문은 '대주주의 최대 이득 확보'의 정당성을 강조하며 마무리됐다. 이 부회장을 둘러싼 합병 논란은 승계 목적이 아닌 두 회사의 성장을 위한 것이었고, 대주주만을 위한 일이 아니었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정리 질문이었다.

이 논리를 다시 반격하는 검찰의 재주신문은 바로 다음 기일인 오는 7월 1일 진행될 예정이다. 한씨 이후 다음 증인으로는 합병 과정에 깊숙이 참여했던 삼성증권 실무자 이아무개씨가 출석할 예정이다. 이씨는 회계법인들을 상대로 업무를 진행한 담당자로, 실제 이들 회계법인으로부터 합병 비율을 거짓없이 적법하게 도출했는지 여부가 쟁점이 될 전망이다. 

태그:#삼성, #이재용, #불법승계, #이건희, #경영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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