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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노동자 달력을 직접 만들어 화제가 된 대전여고 학생 5명이 서울 서대문구에 있는 택배노동조합 사무실에 들어섰다.

"드디어 오셨네."

택배노조 집행부들은 누구랄 것 없이 문 앞으로 뛰어 나왔다.

"돈 없어서 100부만 찍었는데, 그 달력의 나비효과 만들어" 
 
택배노동자 권익보호 활동을 해온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장이 택배노동자 달력 내용을 소개하고 있다.
 택배노동자 권익보호 활동을 해온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장이 택배노동자 달력 내용을 소개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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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노조 관계자들이 학생들이 제작한 달력을 보고 있다.
 택배노조 관계자들이 학생들이 제작한 달력을 보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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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학생들은 모두 한 손엔 택배노동자 달력을 또 다른 손엔 대전 특산품인 ◯◯빵 봉투를 들고 있다. 이미 달력 4000부는 학생들보다 먼저 사무실에 도착해 있었다. 조만간 2000부가 더 도착할 예정이다.

19일 오후 3시, 택배노동자 달력 전달 행사의 사회를 맡은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장이 먼저 입을 뗐다.

"학생들이 삽화도 직접 그리고 글도 직접 써서 만든 달력을 전달하려고 왔습니다. 학생들이 돈이 없어서 달력을 원래 100부만 찍었는데, 그 감동어린 소식이 나비효과를 일으켜 전국으로 퍼져나가 시민들과 시민단체 도움으로 6000부를 더 찍어 오늘 택배노동자들께 달력을 전달하게 됐습니다."

이번 달력 추가 인쇄는 민생경제연구소와 택배노동자응원시민모임이 힘을 보탰다.
 
19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전국택배연대노조 사무실을 방문한 대전여고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이화영, 최세민, 박예지, 최다연, 이지선 학생.
 19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전국택배연대노조 사무실을 방문한 대전여고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이화영, 최세민, 박예지, 최다연, 이지선 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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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여고 1학년 박예지, 이지선, 이화영, 최다연, 최세민 등 5명의 학생이 달력을 만든 때는 올해 1월. 이제 이들은 2학년이 되었다.

택배노조 사무실에서는 박수가 터져 나왔다. 이때 택배노동자이기도 한 택배노조 임원은 "우리 딸이 고등학교 3학년"이라면서 "딸도 못한 일을 대전여고 학생들이 해줘서 정말 고맙다"고 말하자 웃음도 터져 나왔다.

김태완 택배노조위원장은 "우리 학생들이 만든 택배노동자 달력에 대해 이미 우리 조합원들이 많이 알고 있다"면서 "달력 만들겠다는 그 마음이 고맙고, 이런 사실을 알고 응원해주신 분들도 고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런 따뜻한 마음이 담긴 달력을 받게 될 택배노동자들은 더욱 더 고마워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 임원도 "학생들이 택배노동자들의 죽음이 안타까워서 만든 따뜻한 달력이기 때문에 그 어느 것보다 귀하다. 좋은 사회를 만드는데 택배노동자도 앞장 서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미 택배노조 사무실 집행부 책상 위에는 학생들이 만든 달력이 놓여 있었다.

택배노동자 달력에 실린 글을 보냈던 택배노조의 강민욱 교육선전국장은 학생들에게 "저는 사실 학생들이 글을 달라고 해서 별다른 생각 없이 글을 보냈는데 정말 예쁘게 달력을 만들어 주셨다"면서 "달력이 나온 뒤에 이 소식이 일파만파로 퍼져나가는 것을 보며 울컥했다"고 말했다.

그러자 이 얘기를 듣던 대전여고 학생들은 "우린 강 국장님이 보낸 글을 읽으면서 울었다"고 대꾸했다. 학생들은 행사 뒤 기자와 따로 만나 다음처럼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그 글을 딱 받자마자 정말 마음에 와 닿았어요. 마음이 너무 아팠어요. 같이 살아가는 사람이고, 우린 서로 이성과 감성이 있는 존재니까..."

택배노동자 달력에 실린 강 국장의 글은 다음과 같았다.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이 위협받는 택배는 그 누구도 받고 싶지 않으리라 생각합니다. 일하다 죽지 않아야 한다는 건 너무 당연한 권리입니다. 당연한 것이 지켜지지 않을 때 목소리를 내주실 것을 부탁드립니다."

정세균 "학생들 날갯짓이 우리 사회에 희망의 훈풍 가져와"
 
19일 정세균 국무총리가 올린 인스타그램 글.
 19일 정세균 국무총리가 올린 인스타그램 글.
ⓒ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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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학생들은 택배노동조합 사무실 방문에 앞서 낮 12시부터 국회에서 정세균 국무총리를 만났다.

정 총리는 학생들을 만나고 난 뒤 인스타그램에 올린 글에서 "택배노동자 달력을 만들었던 대전 학생들이 아주 유명 인사가 됐다"면서 "택배노동자를 응원하는 (대전시교육청) 캠페인 영상도 찍고 장관을 가르친 여고생으로 뉴스에도 오르내리고 있다"고 적었다. 이어 정 총리는 "나비효과다. 학생들의 작은 용기의 날갯짓이 우리 사회에 희망의 훈풍을 가져다주었다"고 기뻐했다.

학생들은 국회에서 택배노동자 달력에 글을 써준 박홍근 의원과 대전여고가 있는 대전 동구를 지역구로 둔 장철민 의원도 만났다.

"작더라도 우리가 할 수 있는 일 하겠다" 
 
대전여고 학생들과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장, '택배기사님을 응원하는 시민모임' 대표자들이 김태완 택배노조 위원장을 비롯한 간부들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대전여고 학생들과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장, "택배기사님을 응원하는 시민모임" 대표자들이 김태완 택배노조 위원장을 비롯한 간부들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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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여고 학생들과 조해수 교사가 김태완 택배노조 위원장에게 택배노동자 달력을 전달하고 있다.
 대전여고 학생들과 조해수 교사가 김태완 택배노조 위원장에게 택배노동자 달력을 전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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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은 대전여고에 현장체험학습 신청서를 내고 개인 돈을 들여 서울에 왔다. 빵 값도 학생들과 이들을 지도했던 조해수 교사가 돈을 보태 마련했다.

학생들은 "우리의 작은 목소리가 이렇게 여러 사람들에게 전달되어 택배노동자 분들이 조금이라도 힘을 얻었다니 감사하다"면서 "우리가 이런 '가문의 영광'이 될 만한 대우를 받아도 되는 것인지 신기하고 부끄러울 따름"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학생들이 만든 달력엔 다음과 같은 글귀가 쓰여 있다.

"우리도 우리의 자리에서 작더라도 할 수 있는 일을 해보자."
 
[관련기사]

-고교생 5명은 왜 '택배 노동자 달력'을 만들었나 http://omn.kr/1ry6e
-'택배노동자 달력' 만든 고교생들에게 정세균 총리도 '화답' http://omn.kr/1rywb
-'보수 교육감' 교육청이 '택배 노동자 응원' 인증샷 나선 이유 http://omn.kr/1sdpl

 

태그:#택배노동자 달력, #대전여고 학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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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교육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살아움직이며실천하는진짜기자'가 꿈입니다. 제보는 bul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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