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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오전 서울 광진구 구의역에서 '용균이가 엄마에게 가는 길 - 일하다 죽지않게 비정규직 오체투지 기자회견'이 비정규직이제그만 주최로 열렸다. 참가자들은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촉구하며 4박 5일간 구의역~전태일다리~고용노동청~서울역~여의도까지 오체투지를 할 예정이다.
 10일 오전 서울 광진구 구의역에서 "용균이가 엄마에게 가는 길 - 일하다 죽지않게 비정규직 오체투지 기자회견"이 비정규직이제그만 주최로 열렸다. 참가자들은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촉구하며 4박 5일간 구의역~전태일다리~고용노동청~서울역~여의도까지 오체투지를 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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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만 5명이 죽었다. 바다에 빠져 죽고, 높은 곳에서 떨어져 죽고, 장비에 끼어 죽고, 100톤이 넘는 철판에 깔려 흔적도 없이 죽었다."

흰색 민복을 입은 울산 현대중공원 비정규직 노동자 이성호씨가 10일 오후 서울지하철 2호선 구의역에서 열린 '일하다 죽지 않게, 비정규직 오체투지-용균이가 엄마에게 가는 길' 기자회견에 참석해 한 말이다. 10일은 2018년 12월 충남 태안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청년노동자 김용균씨가 일하다 기계에 끼어 사망한 날이다.

또 이씨를 포함해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선 구의역은 2016년 5월 28일 열아홉 살 비정규직 노동자 김군이 내부순환 스크린도어를 수리하다 전동열차에 치여 사망한 장소다. 김군은 안전수칙에 따라 2인 1조로 수리작업을 진행해야 했지만 비용 절감 등을 이유로 혼자 일하다 사망했다. 

이날 구의역 현장에는 지난달 28일 한국남동발전 영흥발전본부에서 석탄재(석탄회) 상차작업을 하던 중 추락해 숨진 화물노동자 심장선씨의 두 아들도 함께 섰다.
 
영흥화력발전소에서 사망한 고 심장선 화물노동자의 아들이 발언하고 있다.
 영흥화력발전소에서 사망한 고 심장선 화물노동자의 아들이 발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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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오전 서울 광진구 구의역에서 '용균이가 엄마에게 가는 길 - 일하다 죽지않게 비정규직 오체투지 기자회견'이 비정규직이제그만 주최로 열렸다.
 10일 오전 서울 광진구 구의역에서 "용균이가 엄마에게 가는 길 - 일하다 죽지않게 비정규직 오체투지 기자회견"이 비정규직이제그만 주최로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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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색 상복을 입은 심씨의 큰아들은 "오늘은 아버지가 돌아가신 지 13일째"라면서 "발전소 측에서 잘못을 인정해야 아버지 장례를 치르고 좋은 곳으로 편하게 모셔야 하는데 그러지 못해 너무 죄송스럽다"라고 말했다.

심씨 역시 구의역 김군, 태안화력 김용균씨와 마찬가지로 하청업체 소속 노동자로 일하다 사고를 당했다. 심씨가 사고를 당했을 당시 현장에는 아무런 관리 인력도 자리하지 않았다.

지난 11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2020년 9월 말 산업재해 발생 현황'에 따르면 올 9월까지 사고와 질병에 의해 사망한 노동자는 1571명으로 보고됐다. 지난해 같은 시기 대비 11명이 감소했지만 하루에 6명 이상 노동 현장에서 사망한 수치는 변하지 않았다. 앞서 2019년에는 2020명이, 2018년에는 2142명이, 2017년에는 1957명이 정부 통계상 산업재해로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오체투지를 하며 구의역을 출발하고 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오체투지를 하며 구의역을 출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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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재 사망노동자 1명 평균 벌금 450만 원"

지난해 김용균재단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중대재해사업장에 대한 처벌 중 금고 이상의 형은 0.4%에 그쳤다. 산재 사망 노동자 1명당 기업이 내야 하는 벌금 역시 평균 450만 원에 불과했다. 2018년 노동부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사건 판결 분석연구'를 보면 산안법 위반의 재범률은 약 97%로, 일반 범죄 재범률 43%의 2배를 훌쩍 넘었다. 이날 현장에 모인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민복 위에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자보를 새긴 채 오체투지를 진행한 이유다.

이들은 "산업안전법 위반으로 실형을 받은 사용자는 2%에 불과하다"면서 "정부와 국회, 사법부, 검찰이 일방적으로 살인을 저지른 기업을 처벌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더는 죽을 수 없어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요구하며 온몸으로 길을 낸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날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서울 구의역에서 건대입구역을 거쳐 성수역에 다다를 때까지 두 무릎과 두 팔, 머리가 바닥이 닿도록 '오체투지'를 진행했지만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여전히 국회 문턱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앞서 여야는 9일 정기국회 종료 때까지 중대재해기업처벌법에 대해 제대로 된 논의를 진행하지 않았다. 이로 인해 법안은 법안소위 안건에 단 한 차례도 오르지 못했다. 

결국 지난 7일부터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촉구하며 정의당과 함께 국회 로텐더홀에서 '72시간 비상행동' 철야농성을 진행했던 고 김용균씨의 어머니 김미숙씨는 임시국회 회기 안에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촉구하며 11일부터 단식농성에 들어가기로 했다. 12월 임시국회는 민주당 의원 173인의 요구에 따라 지난 7일 박병석 의장이 소집을 공고했고, 회기는 시작일(10일)만을 정했을 뿐 종료일이나 이후 일정은 정해지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이날 오전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중대재해를 예방하고 그 책임을 강화하는 법을 최대한 이른 시기에 제정하겠다. 2주기에도 국회에서 농성하시며 중대재해법 제정을 호소하시는 김용균씨 어머니의 간절한 마음을 한시도 잊지 않겠다"면서 임시국회 회기 안에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처리를 예고했다.
 
차가운 아스팔트 도로에 몸을 붙인 비정규직 노동자들.
 차가운 아스팔트 도로에 몸을 붙인 비정규직 노동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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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국회에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처리가 미뤄지고 있는 사이에도 노동자들의 죽음은 이어지고 있다. 9일 경북 포항 포항제철소에서 하청업체 소속의 비정규직 노동자가 공장 내 집진기(유해물질 등을 흡입하는 장치)를 수리하는 작업을 하던 중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해 사망했다.

한편 10일 오후 시작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오체투지는 오는 15일까지 4박 5일 동안 진행될 예정이다. 이들은 이날 구의역을 출발해 건대를 거쳐 성수역에서 1일 차 일정을 마친다. 11일에는 전태일다리, 12일에는 고용노동청과 서울역, 13일에는 효창공원역과 마포역, 마지막 날인 14일에는 마포대교와 서강대교를 지나 국회까지 오체투지를 이어갈 계획이다.

태그:#김용균, #김군, #심장선, #중대재해기업처벌법, #국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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