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월드컵 최다 우승국(5회) 브라질은 이번 대회에서도 역시 강했다.

치치 감독이 이끄는 브라질 축구 대표팀은 2일 오후 11시(한국시간) 러시아 사마라의 사마라 아레나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멕시코와의 16강전에서 1골 1도움을 기록한 네이마르(파리 생제르맹)의 활약에 힘입어 2-0으로 승리했다. 이로써 브라질은 1994년 미국월드컵을 시작으로 최근 7회 연속 8강 진출에 성공했다. 독일이 이번 대회 조별리그에서 탈락했기 때문에 브라질의 7연속 8강 진출은 현존하는 최다 기록이다.

'디펜딩 챔피언' 독일을 비롯해 스페인, 아르헨티나, 포르투갈 등 우승후보로 꼽히던 강팀들이 대거 탈락한 가운데 브라질은 막강한 전력을 앞세워 순조롭게 8강까지 올랐다. 브라질은 첫 경기에서 스위스와 1-1로 비긴 후 3경기 연속 2-0 승리를 기록했다. 반면에 7회 연속 16강에 진출했던 북중미의 강호 멕시코는 브라질이라는 강적을 만나 또 한 번 8강 무대를 밟지 못하고 좌절했다.

 2018년 7월 2일 오후 11시(한국시간) 러시아월드컵 브라질과 멕시코의 16강 경기. 브라질의 네이마르(왼쪽)가 득점 후 팀 동료들과 기뻐하고 있다.

2018년 7월 2일 오후 11시(한국시간) 러시아월드컵 브라질과 멕시코의 16강 경기. 브라질의 네이마르(왼쪽)가 득점 후 팀 동료들과 기뻐하고 있다. ⓒ AP/연합뉴스


1994년 이후 모든 월드컵에서 16강에 진출했던 북중미의 절대강자

1986년 자국에서 열린 월드컵에서 8강에 진출했던 멕시코는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 지역예선이 열리기 직전 청소년 대회에서 나이를 속이고 출전한 선수가 발각되며 실격 처리됐다. 멕시코는 8년 만에 출전한 1994년 미국 월드컵에서 이탈리아, 아일랜드, 노르웨이와 같은 조에 포함됐다. 당시 사상 유례없는 혼전이 펼쳐지면서 4팀이 모두 1승 1무 1패를 기록했지만 멕시코는 다득점에서 앞서 조 1위를 차지했다.

16강에서 승부차기 끝에 불가리아에게 패한 멕시코는 1998년 프랑스 월드컵에서 한국과 한 조에 포함됐다. 멕시코는 한국의 하석주에게 선제골을 허용했지만 후반에 내리 3골을 뽑아내며 역전승을 거뒀고 벨기에, 네덜란드와도 무승부를 기록하며 조2위로 16강에 진출했다. 여전히 한국의 많은 축구팬들은 멕시코전에서 콰우테모크 블랑코가 보여준 일명 '개구리 점프'를 잊지 못한다(훗날 모 축구 게임에도 등장했던 기술이다).

21세기에도 멕시코의 '16강 본능'은 계속 이어졌다. 2002 한일 월드컵에서 이탈리아, 크로아티아, 에콰도르와 G조에 편성된 멕시코는 이탈리아를 1-0으로 꺾는 등 2승 1무의 뛰어난 성적으로 다시 한 번 조 1위로 16강에 진출했다. 하지만 멕시코는 16강에서 미국을 만나 0-2로 패했다. 만약 멕시코나 한국이 당시 조 2위가 됐으면 4년 만에 조별리그가 아닌 토너먼트에서 재대결을 하는 재미 있는 상황이 벌어졌을 것이다.

2006년 포르투갈, 앙골라, 이란과 한 조에 편성돼 1승 1무 1패로 16강에 오른 멕시코는 2010년 남아공 월드컵에서 개최국 남아공을 포함해 우루과이, 프랑스와 A조에 묶였다. 조별리그 통과는커녕 1승을 따내기도 쉽지 않은 험한 조편성이었지만 멕시코는 2006년 독일 월드컵 준우승팀 프랑스를 2-0으로 꺾는 이변을 연출하며 1승 1무 1패의 성적으로 5회 연속 16강 진출에 성공했다.

멕시코는 2014년 브라질월드컵에서도 개최국이자 강력한 우승후보 브라질과 유럽의 복병 크로아티아, 그리고 아프리카의 강자 카메룬을 만났다. 이번에도 쉽지 않은 조편성이라는 전망이 많았지만 멕시코는 크로아티아와 카메룬을 꺾고 브라질과도 무승부를 기록하는 선전으로 6연속 16강 진출을 이뤄냈다. 어느덧 세계 축구계에서는 '멕시코의 본선진출=16강'이라는 공식이 생겨났다.

힘겹게 조별리그 통과했지만... 하필이면 16강 상대가 브라질

4년에 한 번씩 세계 최고의 팀들이 모여서 기량을 겨루는, 그래서 그만큼 많은 변수가 일어나는 월드컵 무대에서 20년 동안 꾸준히 16강 무대를 밟는 것은 대단한 기록이 아닐 수 없다. 실제로 이 기록을 이어가고 있는 팀은 전 세계에서 브라질과 독일, 그리고 멕시코뿐이다(그나마 독일은 이번 대회에서 이 기록이 중단됐다). 하지만 멕시코는 6연속 16강 진출이라는 자랑스런 기록과 함께 6연속 8강 진출 실패라는 안타까운 기록도 함께 가지고 있다.

따라서 이번 대회를 맞는 멕시코의 각오는 남달랐다. 주장 라파엘 마르케스(아틀라스)의 마약조직 연루로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하비에르 '치차리토' 에르난데스(웨스트햄)와 이르빙 로자노(PSV아인트호벤), 카를로스 벨라(로스엔젤레스FC)로 이어지는 공격 삼각편대는 대단히 위력적이었다. 실제로 멕시코는 조별리그에서 독일을 1-0으로 제압하는 대이변을 일으켰고 20년 만에 만난 한국도 2-1로 꺾으며 기세를 올렸다.

멕시코는 앞선 두 경기와 달리 스웨덴과의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0-3으로 무기력하게 패했지만 한국이 독일을 꺾어준 덕분에 가까스로 7연속 16강 진출에 성공했다. 멕시코의 16강 상대는 브라질. 비록 역대 월드컵 상대전적에서는 1무 3패로 뒤지고 있지만 지난 대회에서 브라질과 0-0으로 비긴 적이 있기 때문에 멕시코는 내심 또 한 번의 이변을 노리고 있었다. 하지만 멕시코에게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다.

전반까지 브라질과 대등한 경기내용을 이어가던 멕시코는 후반 6분 만에 네이마르에게 선제골을 허용했다. 멕시코는 동점골을 넣기 위해 총공세를 펼쳤지만 오히려 후반 43분 교체 투입된 호베르투 피르미누(리버풀)에게 추가골을 내주며 무너지고 말았다. 월드컵에서 브라질을 만나 1무 4패를 기록 중인 멕시코는 13골을 내주는 동안 단 한 골도 넣지 못했다. 아무리 브라질이 강팀이라지만 멕시코에게는 무려 68년 동안 이어지고 있는 너무 가혹한 징크스다.

이로써 월드컵 8강을 향한 멕시코의 7번째 도전은 이번에도 실패로 끝이 났다. 이제 카타르 월드컵이 열리는 2022년이 되면 치차리토를 비롯해 벨라, 기예르모 오초아 골키퍼(스탕다르)등은 30대 중반이 된다. 이제 로자노 같은 젊은 선수들을 중심으로 세대교체를 해야 할 시기가 왔다는 뜻이다. 물론 빈 손으로 귀국한 나머지 나라들에게는 배부른 소리로 들리겠지만 멕시코는 이번에도 16강이라는 '뻔한 성적표'를 받아든 채 러시아 월드컵 일정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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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러시아 월드컵 멕시코 브라질 이르빙 로자노 16강 징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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