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개국 가운데 16개 팀이 살아남았다. 2018 러시아 월드컵 조별리그가 종료되고 16강 토너먼트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강팀들의 맞대결이라 더욱 흥미롭다.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명승부를 볼 수 있어 축구팬들은 행복하다. 한 경기 한 경기가 살얼음판이다. 토너먼트 특성상 패하면 곧바로 짐을 싸야 한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강력한 우승후보로 평가받은 빅4는 프랑스, 스페인, 독일 브라질이었다. 하지만 독일이 탈락하는 역대급 이변이 일어났다. 첫 경기 멕시코전에서 패하며 불안감을 보이더니 한국에게 덜미를 잡혀 80년 만에 조별리그 탈락이라는 수모를 겪었다.

이러한 와중에 프랑스, 스페인, 브라질은 16강에 안착했다. 하지만 기대만큼의 경기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물론 강팀들은 컨디션 사이클을 토너먼트에 맞춘다. 그렇다면 우승후보 팀들이 16강부터 달라진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까.

프랑스 : 들쭉 날쭉한 경기력, 그리즈만 부진도 고민

 21일(현지 시각) 러시아 예카테린부르크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조별리그 C조 2차전에서 프랑스의 킬리안 음바페(오른쪽)가 페루를 상대로 득점한 뒤 앙투안 그리즈만과 함께 자축하고 있다.

21일(현지 시각) 러시아 예카테린부르크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조별리그 C조 2차전에서 프랑스의 킬리안 음바페(오른쪽)가 페루를 상대로 득점한 뒤 앙투안 그리즈만과 함께 자축하고 있다. ⓒ 연합뉴스/EPA


vs 호주 2-1승
vs 페루 1-0승
vs 덴마크 0-0무
vs 아르헨티나 (16강전)

프랑스는 호주, 페루, 덴마크와 속한 C조에서 2승 1무(승점 7점)을 기록하며, 1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매 경기 답답함이 이어졌다. 자칫 첫 경기 호주전부터 일을 그르칠 뻔 했다. 피지컬이 좋은 호주의 밀집 수비를 분쇄하는데 애를 먹었다. 호주의 거친 플레이에 프랑스 공격 리듬이 끊겼다. 또, 좁은 공간에서 고집스럽게 세밀한 패스 게임으로 풀어가려고 했다. 프랑스는 VAR에 이은 페널티킥 판정과 폴 포그바의 행운이 따른 득점으로 간신히 2-1로 승리했다. 

페루와의 전반전에서는 경기력이 괜찮았다. 올리비에 지루가 최전방을 맡으면서 공격력이 한층 활기를 띠었다. 폴 포그바와 킬리안 음바페의 합이 잘 맞아 떨어졌고, 중원에서 은골로 캉테가 엄청난 존재감을 뿜어내며 허리를 움켜쥐었다.

그러나 프랑스는 후반 들어 급격하게 페이스가 떨어지는 모습을 보였다. 거의 페루가 일방적으로 몰아치는 양상이었다. 프랑스는 마지막 덴마크전에서 느슨하고 지루한 경기 운영으로 0-0 무승부에 그쳐 팬들로부터 질타를 받았다. 경기력의 기복이 매우 심하다.

특히 앙투안 그리즈만의 컨디션 저하가 가장 큰 걱정거리다. 그리즈만은 호주전 페널티킥 1골 말고는 전혀 상대를 위협할만한 퍼포먼스를 보여주지 못했다. 오히려 덴마크와의 후반전에서 교체로 투입된 나빌 페키르의 몸놀림이 더 가벼웠다.

스페인 : 3경기 5실점, 지속적인 수비 안정감 결여

 이란 오미드 에브라히미(왼쪽)와 스페인의 로드리고(오른쪽)이 21일 러시아 카잔에서 진행된 B조 조별리그 경기에서 공을 차지하기 위한 치열한 몸 싸움을 벌이고 있다.

이란 오미드 에브라히미(왼쪽)와 스페인의 로드리고(오른쪽)이 21일 러시아 카잔에서 진행된 B조 조별리그 경기에서 공을 차지하기 위한 치열한 몸 싸움을 벌이고 있다. ⓒ 연합뉴스/EPA


vs 포르투갈 3-3무
vs 이란 1-0승
vs 모로코 2-2무
vs 러시아 (16강전)

스페인은 대회 개막 하루 전 훌렌 로페테기 감독이 전격 경질되는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 페르난도 이에로 체제로 월드컵을 소화해야 했다.

B조에서 조 1위로 살아남으며 한 숨을 돌렸지만 우승후보로서의 위용을 좀처럼 증명하지 못했다. 포르투갈과 3-3으로 비겼고, 이란에 간신히 1-0으로 승리했다. 조별리그 탈락이 확정된 모로코전에서는 패색이 짙었으나 종료 직전 이아고 아스파스의 동점골로 승점 1점을 챙겼다.

스페인 대표팀 유니폼만 입으면 부진을 면치 못했던 디에고 코스타의 맹활약은 고무적이다. 코스타는 포르투갈전 2골, 이란전 1골로 주전 No.9으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그리고 스페인 특유의 볼 포제션 축구와 패싱 플레이는 여전히 위력적이었다. 이스코, 다비드 실바, 안드레스 이니에스타는 수준급의 테크닉으로 상대 수비를 흔들었다. 이란전에서 간신히 신승하긴 했지만 유일하게 승점 3점을 빼앗은 팀도 스페인이었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점은 수비 안정감 결여다. 이미 대회전부터 매 경기 실점을 기록하며 우려를 낳은 바 있다. 이번 본선에서도 딱히 개선점을 찾아볼 수 없었다. 조별리그 3경기 동안 무려 5실점이다.

수비진의 네임밸류는 세계 정상급이지만 조직력 측면에서는 기대치를 크게 밑돈다. 무엇보다 수비 라인의 위치가 지나치게 윗 쪽으로 형성돼 있다.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공수 라인의 간격을 좁히고 최대한 근거리에서 패스를 뿌려야 자신들의 전술을 구현할 수 있다. 반면 수비 라인이 하프 라인 지점에서 형성됨에 따라 너무 많은 뒷 공간을 노출하는 동전의 양면성이 존재한다.

모로코전에서는 수시로 뒷 공간 침투를 허용한 끝에 결국 부타이브에게 선제골을 내주기도 했다. 그리고 세르히오 라모스는 두 차례 실수로 실망감을 남겼다. 믿었던 다비드 데 헤아 골키퍼의 부진도 빼놓을 수 없다. 포르투갈전에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시도한 3개의 유효 슈팅을 모두 막아내지 못했다. 특히 호날두의 두 번째 골의 평범한 슈팅을 제대로 잡지 못한 것은 데 헤아와 어울리지 않는 플레이였다. 모로코전에서는 유효슈팅 3개 중 2골을 내줬다. 지금까지 데 헤아가 3경기에서 선방한 것은 단 한 차례에 불과하다.

브라질 : 네이마르 컨디션 회복, 좌우 불균형 문제 해결할까

 지난 17일(현지 시간), 러시아 월드컵 조별리그 E조 1차전 경기 장면. 브라질의 네이마르(오른쪽)가 스위스의 발론 베라미(왼쪽)를 상대로 공을 몰고 있다.

지난 17일(현지 시간), 러시아 월드컵 조별리그 E조 1차전 경기 장면. 브라질의 네이마르(오른쪽)가 스위스의 발론 베라미(왼쪽)를 상대로 공을 몰고 있다. ⓒ EPA/연합뉴스


vs 스위스 1-1무
vs 코스타리카 2-0승
vs 세르비아 2-0승
vs 멕시코 (16강전)


브라질은 E조에서 2승 1무(승점 7점)으로 16강에 올랐다. 프랑스, 스페인과 비교하면 좀더 안정감 있는 전력을 과시했지만 남미예선에서 보여준 경기력을 재현하지 못하고 있다. 스위스, 코스타리카전에서는 상대의 밀집 수비에 크게 고전했다.

지난 3월 소속팀 경기에서 부상을 당한 네이마르의 컨디션이 100%에 도달하지 못하면서 브라질의 경기력도 다소 가라앉은 상황이다. 상대의 집중 견제와 거친 파울도 간과할 수 없다. 코스타리카전에서는 대회 첫 골을 터뜨렸는데 경기 종료 후 눈물을 흘렸다. 그동안의 부담감을 견디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네이마르가 완벽하게 채워주지 못한 퍼즐조각은 필리피 쿠티뉴가 메꿨다. 쿠티뉴는 스위스전에서 환상적인 중거리 슛을 터뜨린데 이어 코스타리카전에서는 후반 45분 결승골로 승리를 이끌었다. 세르비아전에서도 파울리뉴의 결승골을 어시스트하는 등 에이스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브라질의 불안요소는 오른쪽 측면이다. 왼쪽은 마르셀루, 쿠티뉴, 네이마르의 시너지 효과가 잘 발휘되고 있는 반면 반대편에는 윌리안, 파그네르가 부진하다. 브라질은 대회를 앞두고 오른쪽 풀백 다니 알베스의 십자 인대 부상으로 동력을 잃었다. 마르셀루와 알베스의 좌우 오버래핑은 브라질이 자랑하는 공격 무기다. 하지만 좌우 불균형으로 인해 공격 방향 설정이 지나치게 왼쪽으로 쏠린다. 네이마르, 쿠티뉴에 의존하는 경향이 짙다.

오른쪽 풀백 파그네르의 공격 지원과 과감성이 너무 빈약한 탓에 오른쪽 윙어 윌리안마저 위력이 반감되는 모습이다. 중앙 미드필더의 오른쪽을 맡고 있는 파울리뉴는 왕성한 활동량과 기민한 2선 침투가 돋보이는 반면 중원에서의 연계 플레이와 빌드업에는 큰 도움을 주지 못한다.

1차전에서 부상당한 다닐루가 팀 훈련에 복귀한 것은 다행스럽다. 다닐루의 가세로 오른쪽 공격이 활력을 되찾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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