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현지 시간), 러시아 월드컵 조별리그 E조 1차전 경기 장면. 브라질의 네이마르(오른쪽)가 스위스의 발론 베라미(왼쪽)를 상대로 공을 몰고 있다.

지난 17일(현지 시간), 러시아 월드컵 조별리그 E조 1차전 경기 장면. 브라질의 네이마르(오른쪽)가 스위스의 발론 베라미(왼쪽)를 상대로 공을 몰고 있다. ⓒ EPA/연합뉴스


'이런 월드컵이 또 있었나' 싶다. 영원한 우승 후보 브라질도 자신들을 향해 날아든 이변의 바람을 피하지 못했다.

브라질이 18일 오전 3시(아래 한국시간) 러시아 로스토프나도누에 위치한 로스토프 아레나에서 열린 2018 FIFA(국제축구연맹) 러시아 월드컵 E조 1차전 스위스와 맞대결에서 1-1 무승부를 기록했다. 브라질은 조국에서 열린 지난 월드컵에서의 아쉬움을 털기 위해 첫판부터 필승을 다짐했지만, 승리를 챙기지 못했다.

최정예 전력으로 나선 브라질, 승리 챙기지 못했다

브라질은 최정예 전력을 내세웠다. 네이마르가 지난 2월 부상 이후 처음으로 선발로 출격했고, 윌리안과 가브리엘 제수스, 필리페 쿠티뉴, 마르셀로, 티아고 실바 등 100% 전력이 나섰다. 이들은 초반부터 경기를 주도했고, 스위스의 측면을 공략하며 슈팅 기회를 만들어냈다. 파울리뉴와 카세미루는 중원을 장악하며 브라질의 공격에 힘을 실었다.

선제골도 일찍 터졌다. 전반 20분, 쿠티뉴가 페널티박스 좌측 부근에서 절묘하게 감아 찬 슈팅이 골망을 갈랐다. 이번 대회 최고의 골이 아닐까 싶다. 쿠티뉴의 발을 떠난 볼은 아름다운 궤적으로 날아들어 골대를 때리고 골문 안쪽으로 빨려 들어갔다. 이후에도 브라질은 제수스와 네이마르, 윌리안 등이 쉴 새 없이 문전을 누비며 추가골을 노렸다.

그러나 '알프스 방패' 스위스는 만만한 팀이 아니었다. 그들은 2018 러시아 월드컵 유럽 예선 12경기(플레이오프 포함)에서 단 7실점밖에 내주지 않았다. 브라질에 선제 실점을 헌납했지만, 평정심을 잃지 않았다. 수비진과 미드필더진의 협력을 통해 슈팅 공간을 틀어막으면서 안정감을 더했다.

공격에 나섰다. 스위스는 유럽 예선(12경기)에서 25골을 넣었다. 수비적인 축구를 구사하지만, 날카로운 역습에 능한 팀이었다. 좌우 측면에 위치한 세르단 샤키리와 스티븐 주버를 앞세워 브라질의 뒷공간을 공략했다. 후반 4분, 마침내 동점골을 만들어냈다. 샤키리가 올린 코너킥 크로스를 주버가 헤더골로 연결했다.

동점을 일군 스위스는 지키는 데 집중했다. 브라질은 페르난지뉴와 호베르투 피르미누 등을 투입해 공격의 힘을 더했지만, '알프스 방패'를 두 번 뚫는 데는 실패했다. '골이다' 싶은 슈팅은 골문을 살짝 빗겨가거나 얀 좀머 골키퍼 정면으로 향했다. 삼바 군단은 마지막까지 스위스를 강하게 몰아쳤지만, 기대했던 골은 터지지 않았다.

브라질도 피하지 못한 '이변의 바람', 네이마르 의존도 줄여야

슈팅 수(21-6)와 키 패스(11-5) 등 기록이 증명한다. 브라질은 90분 내내 스위스 골문을 두드렸지만, 승리를 따내지 못했다. 승점(1점)을 따내지 못한 것은 아니지만, 패한 것이나 다름없다.

유독 이변이 많은 월드컵이다. A조의 '절대강자' 우루과이가 모하메드 살라가 빠진 이집트를 상대로 고전했고, 화려한 개인기를 앞세운 '다크호스' 모로코가 '복병' 이란에 발목이 잡혔다. 휘황찬란한 선수단을 자랑하는 프랑스는 호주를 상대로 졸전 끝 승리를 따냈고, 인구 33만의 아이슬란드는 '축구의 신' 리오넬 메시를 앞세운 아르헨티나와 1-1 무승부를 기록했다. 그리고 '디펜딩 챔피언' 독일은 멕시코에 0-1로 무릎을 꿇었다.

브라질도 마찬가지였다. 이름만 들어도 벌벌 떨리는 선수들이 총출동했지만, 아쉬움만 남았다. 조별리그를 통과하는 데는 큰 문제가 없겠지만, 이러한 경기력으론 미네이랑의 비극을 씻어낼 수 없다.

브라질이 달라진 모습을 보이고 싶다면, '에이스' 네이마르 의존도를 낮출 필요가 있다. 네이마르는 지난 2월 부상 이후 처음으로 선발로 나섰다. 월드컵 개막 직전 평가전을 통해 몸 상태를 끌어올린 듯했지만, 이날의 경기력은 100%에 도달하지 못했음을 증명했다. 킥에는 날카로움이 없었고, 장기인 드리블과 스피드도 무뎠다.

그런데도 브라질은 네이마르에 크게 의존했다. 그들의 공격은 네이마르의 발을 거쳐야만 하는 것처럼 보였다.

여기서 생기는 가장 큰 문제는 속도였다. 네이마르는 볼을 너무 끌었다. 빠른 역습이 필요한 상황에서 속도를 살리지 못했다. 한 박자 느린 패스, 무리한 드리블이 득점을 불러올 리 만무했다. 실제로 네이마르는 공격에 포진한 선수 중 압도적으로 많은 79회의 볼 터치를 기록했다(제수스-39회·윌리안-51회). 드리블 돌파 시도도 양 팀 통틀어 가장 많은 10회(성공 5회)에 달했다.    

브라질에는 이날 선발로 나선 쿠티뉴와 윌리안을 비롯해 교체로 출전한 피르미누, 벤치를 지킨 더글라스 코스타 등 소속팀에서 네이마르 못지않은 입지를 가진 선수들이 즐비하다. 네이마르가 정상이 아니라면, 그들의 공격 비중을 늘릴 필요가 있다.

컨디션이 정상에 다다른 후에도 네이마르에 대한 막대한 의존도는 줄여야 한다. 그의 개인 기량이 메시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에 버금간다는 사실을 부정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축구는 홀로 하는 스포츠가 아니다. 혼자서 승리를 가져올 수 있는 스포츠였다면, 메시와 호날두는 일찍이 월드컵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브라질의 특급 재능들이 함께 살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하지 않을까. 큰 숙제를 떠안은 브라질이 달라진 모습을 보일 수 있을지 궁금하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브라질VS스위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