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예술은 오아시스다!"   힐링에너지 넘치는 김성욱 조각가의 말이다. 그는 최근 2018국제조각페스타(5월 12일~5월20일)를 통해 '비움'을 주제로 돌 속을 비워낸 작품들을 새롭게 선보였다. 그의 작품은 보는 이로 하여금 '단단한 돌을 어떻게 파냈을까?' 하는 신기함과 경이감을 품게 했다.   더불어 도려내고 싶은 아픈 상처를 파낸 것처럼 가슴이 뻥 뚫리는 시원함을 느끼게 했다. 그러면서도 겉면의 상처자국 때문인지 시린 안쓰러움도 느껴지는 등 여러 가지 묘한 매력을 발산했다.   그 작품들은 돌을 깨서 속은 파내고 겉은 조각해 다시 봉합하는, 새롭고 독창적인 기법으로 완성되었다. 그는 이러한 일련의 작업들을 통해 돌의 결을 이용하여 돌을 원하는 모양대로 조각낼 수 있는 방법도 터득했다. "변화하지 않으면 사람들이 주목하지 않는다"면서 주목받기 위해 부단히 변화하려고 노력하는 것은 예술가의 몫이라는 김성욱 조각가.    기존 그의 작품들은 평범한 일상과 추억 이야기를 주제로 하는 부드럽고 온화한 조각들이었다. 그런 그에게 무슨 변화가 있었던 것일까? 보이지 않는 돌의 안쪽 면까지 기어이 조각해서 파낸 조각가의 억척스러운 집념이 도달하려는 경지가 어디일까?    전시회가 끝난 주말을 이용해 인터뷰를 요청했더니 흔쾌히 보여주고 싶은 특별한 작품이 있다며 신촌의 연세암병원 7층 테라스로 초대했다. 그곳에는 둥그런 잔디밭 위에 <붕새와의 시간여행>이라는 작품이 방금 하늘 비행을 마치고 막 착륙한 것처럼 내려앉아 있었다.   푸른색의 커다란 붕새 형상도 놀라웠지만, 붕새 등에 타고 있는 소녀의 편안한 표정은 그야말로 경이었다. 그때 20대 여성 환자가 문병 온 친구들에게 붕새를 보여주고 싶다고 다가왔다. 아침마다 붕새를 만져보며 위로받고 있다는 그녀는 조각가를 직접 만나게 되어 몹시 놀라고 반가워했다.   '붕새가 붕어새?'냐는 질문에 김성욱 조각가는 "붕새는 장자의 소요유에 나오는 전설 속의 거대한 새로, 원대한 꿈을 가진 사람을 비유하기도 한다"며, "붕새라는 초월적 존재와의 여행을 꿈꾸며, 편안히 치료받으시고 완치되시라는 마음으로 기증했다"고 밝혔다. 병원 환자들 사이에서 붕새는 힐링 작품으로 인기가 높단다.   김성욱 조각가는 "무료기증이라 해도 기증절차가 복잡하고 여러 단계에서 검증하느라 기증이 수락되기까지 3개월이 넘게 걸렸다"며 "아버지와 장인어른께서도 암으로 세상을 떠나셨기 때문에 두 분께 드리는 효도 선물이라고 생각하며 기증수락을 인내심 있게 기다렸다"고 말했다. 기증이 수락된 지난 3월 23일, 그는 뛸 듯이 기쁜 마음으로 설치까지 직접 해주었다고.     그는 난간 쪽으로 가더니 아래쪽을 가리키며, 연세대 백주년기념관 앞 '박물관' 표지석도 그의 작품이라고 안내했다. 25년 전인 1993년 초가을에 경북 문경까지 가서 구해온 돌로 조각하고 설치도 직접 했던 기억이 어제 일처럼 선명하다고 한다.   표지석의 '박물관' 글씨는 유명한 서예가의 서체인데, 주문받은 대로 직접 새겼다. 뒷면을 봤더니 조각가 김성욱이라는 이름도 새겨져 있다. 조각의 형상은 백주년기념관의 건물을 추상화했다고 설명한다. 그러면서 그는 "표지석의 위치가 옮겨진 것 같다. 옮길 때 상처가 났나? 내가 옮겼으면 조심했을텐데..." 하면서 표지석의 한쪽 모서리를 안쓰럽다는 듯이 어루만졌다.   그는 자신의 작품들이 전국의 여러 곳에서 사람들과 함께 숨 쉬고 있다는 것이 흐뭇하단다. 그 작품들이 어떤 역할을 하고 있을 것 같냐는 질문에, 그는 곧장 '오아시스' 라고 대답한다. 그의 관점에서 예술의 존재 가치는 '오아시스'다.   오아시스는 생존과 밀접한 관련이 있지만, 일상과 가까이 있으면 공기처럼 귀한 줄을 모르게 되는 특성이 있다. 사람들 중에는 예술의 가치를 모르고 예술이 필요 없다는 이들도 있다. '예술이 없는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 그것에 대해 그는 이렇게 질문하며 말을 이었다.   "도심 속에 초록색 풍경이 전혀 없고 빌딩숲만 무성하다면 사람들의 마음은 어떻게 될까요? 휴식과 쉼이 없는 일상이 지속된다면 삶은 어떻게 될까요?"   예술은 그 초록색 풍경이고, 쉼이고 휴식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오아시스'라고 김성욱 조각가는 표현한다.   오아시스는 사람들을 품어주고 위로하며, 휴식을 제공하고 생기를 북돋아 주는 역할을 한다. 그의 표현대로라면 예술가는 "어떻게 하면 많은 사람들에게 오아시스가 되어 줄 수 있을까 늘 궁리하는 이들"이다. 그 결과물이 예술 작품이다. 그 때문에 "예술 작품에는 예술가의 힐링 마인드가 응축되어 있어서 힐링 에너지가 발산된다."   오아시스는 종류도 다양하다. 옹달샘처럼 잠깐 머물 수 있는 오아시스도 있고, 호수나 강처럼 주변에 정착하여 농사짓고 살 수 있는 오아시스도 있다. 어찌 보면 바다도 지구의 오아시스라고 볼 수 있다. 바다가 없으면 지구에는 생명체가 살 수 없으니 말이다. 이렇게 오아시스의 규모와 형태가 다양한 것처럼 예술의 오아시스도 마찬가지라고 한다.   예술도 수백 명에게 감동을 줄 수도 있고, 수만, 수억 명에게 경종을 울릴 수도 있다. 그것은 다 예술가에게 달려있다. 잠깐 쉬었다가는 오아시스인지, 아니면 평생 삶의 터전으로 삼는 오아시스인지도 다 예술가의 몫이다. "예술가가 얼마나 자기개발을 하며, 넓고 깊은 차원으로 진화하고 변화하느냐에 따라 달렸다"고 생각한다는 김성욱 조각가.   그는 예술가의 성향에 따라 오아시스의 종류 뿐 아니라 형태도 달라질 수 있다고 말한다. 어떤 예술가는 재미있는 오아시스를 추구하고, 어떤 이는 신기한 오아시스, 어떤 이는 아름다운 오아시스를 추구할 수도 있다. 다 예술가의 선택이고 자유다. 그 맛에 예술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고 수행하듯이 작품 활동을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김성욱 조각가가 선택한 오아시스는 어떤 오아시스 일까?   * 하편에서 계속 됩니다.

태그:#김성욱 조각가, #연세암병원, #국제조각페스타, #오아시스, #예술론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좋은 소식은 널리 퍼져야 하고 나쁜 소식은 퍼지기 전에 개선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야 사회가 정화되고 발전되니까요 좋은 정보를 발굴하여 공유하고 싶습니다.

오마이뉴스 편집기자. 시민기자 필독서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저자,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공저, 그림책 에세이 <짬짬이 육아> 저자.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