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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젖을 짜는 소년. 소는 무서워서 근처도 못가던 아이가 농장에서 열심히 소젖을 짜고 있다. 자연과 문화의 대단한 힘
 소젖을 짜는 소년. 소는 무서워서 근처도 못가던 아이가 농장에서 열심히 소젖을 짜고 있다. 자연과 문화의 대단한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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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젖을 짜고, 새끼 양에게 우유를 주고, 닭 모이를 준다며 벌레를 맨 손으로 잡으러 다니고... 투박한 장화를 신고 진흙 농장을 누비는 아이. 누군가 했더니 내 아이다. 모래 바람 날리는 바닷가에 성큼 달려가 조개를 잡고, 밀려오는 파도를 기다리며 까르르 웃음 짓는 아이. 손발에 흙 조금 묻어도 털어내느라 바쁘고, 바닷가는 모래 때문에 근처만 서성이던 아이가 이렇게 변했다. 자연의 힘, 그리고 문화의 힘은 대단하다고 인정할 수밖에 없다. 뉴질랜드는 거대한 자연 놀이터다. 그 자연 에너지가 전해져 결국 많은 아이들이 자연을 벗 삼고, 즐기게 되는 것 같다.

뉴질랜드 유치원 시간은 상당히 유동적이다. 유치원마다 차이는 있지만 일하는 부모가 많기 때문에 오전 시간, 또는 오후 시간을 택하거나 부분적으로 시간을 조정할 수 있다. 대부분 오후 2시~3시 사이에 아이를 찾고, 늦으면 5시 정도에 찾기도 한다. 오후 3시면 아직 해가 중천인데, 이때부터 아이랑 또 뭐 하고 놀까? 엄마의 고민은 또다시 시작된다. 이곳엔 대부분 아이들만 데리고 유학 온 엄마가 많아서 아이 잠들 때까지 육아를 전담해야 한다. 때문에 방과 후 활동의 비중이 크다.

내게 뉴질랜드, 타우랑가를 떠올리라면 구름 한 점 없는 파란 하늘이 투영된 눈부신 바다의 모습이다. 운전하며 지나가기만 해도 힐링이 되는 놀라운 곳. 더 놀라운 것은 이 안에 무궁무진한 먹거리가 있다는 사실! 사시사철 잡히는 꽂게는 달고 실하다. 빨랫줄에 꽃게망을 묶어 닭다리만 걸어 던지면 득달 같이 달려드는 꽃게들! 발에 채이고 밟힐 정도로 많은 조개. 꽃게 잡고, 조개 줍는 재미는 컴퓨터 게임과 비교불가다. 식용달팽이만한 고둥은 아이들이 잡고, 고둥무침은 엄마들의 즐거움이다.  

뉴질랜드 바닷가 즐기기의 하이라이트 꽃게잡이. 재미는 물론 꽉 찬 꽃게살로 만찬을 즐길 수 있다.
 뉴질랜드 바닷가 즐기기의 하이라이트 꽃게잡이. 재미는 물론 꽉 찬 꽃게살로 만찬을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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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는 근처 농장으로 매주 한 번씩 농장체험을 보냈다. 뉴질랜드는 낙농, 양모, 사슴, 유제품 등을 세계에 수출하는 전형적인 농업국가다. 대도시야 덜하겠지만 중소도시인 타우랑가만 해도 농장이 많고, 작게는 앞마당에 닭이나 토끼 몇 마리 키우는 가정은 흔하게 볼 수 있다. 자연스레 동물과 친해질 수 있는 구조다. 우리 아이는 커다란 고양이와 개가 집 안으로 수시로 들락거리는 가족농장에서 동물과 자연과 벗이 됐다.

배고픈 새끼양에게 우유주기. 얼마나 빠른 속도로 힘차게 빠는지 몸이 딸려갈 정도.
 배고픈 새끼양에게 우유주기. 얼마나 빠른 속도로 힘차게 빠는지 몸이 딸려갈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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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 아이들이 공부 보다 열심히 하는 것은 스포츠! 바다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다이빙해 수영하는 어린이, 청소년들을 흔하게 볼 수 있다. 이 분위기에 휩쓸려 가장 먼저 선택한 것은 수영! 수영장은 곳곳에 있어, 주1회 수영 수업을 받으면 매일 무료로 자유 수영을 할 수 있는 곳을 택했다. 얼굴을 절대 물속으로 넣지 않고, 파도풀은 감상용이었던 아이가 강습 첫 날, 물 공포증을 없앴고, 곧 수영을 좋아하게 됐으니 이 또한 큰 수확이다.

우리 아이가 가장 좋아했던 것은 골프! 정확히 말해 미니골프, 퍼팅이다. 뉴질랜드 북섬만 해도 우리나라 전체 면적보다 넓지만, 뉴질랜드 전체 인구가 우리나라의 10분의 1수준. 거주지 외에도 공간이 남아도니, 골프장도 많고 가격도 저렴하다. 성인 1년 골프 회원권 가격이 우리나라 골프장 2-3회 이용료 정도. 국민스포츠로서 즐기다보니 아이들이 다양한 코스에서 퍼팅을 할 수 있는 미니골프장도 인기고, 저렴하게 강습하는 곳도 많다.

골프에 대한 특별한 기술이 없어도 그저 막대기 하나 잡고 구멍 안에 공을 넣는 즐거움. 집중력과 인내심을 키워주는 활동. 주로 가족이 함께 즐기기 때문에 나도 합류하며, 스포츠가 재밌을 수도 있다는 발상의 전환을 하게 됐다. 싱그러운 잔디 위 승마와 서핑, 하키도 인기다.

뉴질랜드에선 주로 가족 단위로 미니골프를 친다. 초등학생 이하 아이들은 보통 원화 8천원 정도로 미니 18홀을 즐긴다.
 뉴질랜드에선 주로 가족 단위로 미니골프를 친다. 초등학생 이하 아이들은 보통 원화 8천원 정도로 미니 18홀을 즐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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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가장 힘이 돼 준 것은 놀이터 투어. 비용 안 들이고, 아이가 가장 좋아하고, 엄마가 가장 편하게 쉴 수 있는 곳이 아닐까? 바닷가에, 숲 속에, 공원에, 쇼핑몰에, 그냥 지나는 길에... 그야말로 놀이터 천국이다. 놀이터마다 기구도 다르고 특색이 있어 아이들은 환호를 지른다. 또 어린아이들은 금세 친해지기 때문에 자연스레 서로 어울려 놀며 영어도 빨리 늘고, 엄마들도 한마디씩 주고받으며 정보도 얻고, 영어에 대한 두려움을 떨칠 수 있는 시간이 된다.

바닷가 놀이터에서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는 아이들. 타우랑가 워터프론트.
 바닷가 놀이터에서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는 아이들. 타우랑가 워터프론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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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우랑가 메모리얼파크 놀이터. 바다에서 작은 꽃게도 잡고 다양한 놀이기구도 즐긴다.
 타우랑가 메모리얼파크 놀이터. 바다에서 작은 꽃게도 잡고 다양한 놀이기구도 즐긴다.
ⓒ 오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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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이면 간단히 샌드위치 준비해 근교로 떠날 채비를 한다. 사실 어디든 가다 멈춰 돗자리를 깔아도 탄성이 날 정도로 자연의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는 나라다. 꽃도 많고 과일이 풍부해 오렌지, 레몬, 키위 등을 재배해 이웃과 나누는 경우도 많다. 저마다의 매력을 뽐내는 해변 투어, 무료 바비큐 시설이 있는 공원에서의 여유, 타우랑가 근처 로토루아와 타우포에 가면 신비한 화산지대와 천연온천이 기다린다. 방학이나 휴일을 이용해 남섬에 가면 만년설을 볼 수 있는 서던 알프스 산맥, 빙하까지 품은 대자연의 경이로움에 빠져든다.

타우랑가의 명소 멕라렌 폭포 공원. 아름드리 나무아 어우러진 잔잔한 호숫가
 타우랑가의 명소 멕라렌 폭포 공원. 아름드리 나무아 어우러진 잔잔한 호숫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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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섬 마운트쿡. 만년설이 덮여 있는 빙하지역. 호수와 어우러진 서던 알프스 산맥이 장관을 이룬다.
 남섬 마운트쿡. 만년설이 덮여 있는 빙하지역. 호수와 어우러진 서던 알프스 산맥이 장관을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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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뉴질랜드에 도착해 8개월여 동안 아이는 유치원에서는 모래 만지고 톱질하며 놀고, 방과 후에는 자연 속 한 점이 돼 놀고. 엄마는 타향살이의 외로움을 쪽빛 하늘과 쏟아지는 별빛으로 위로받았다. 새로운 문화에 적응한다기보다 주어진 자연을 즐기느라 바빴던 던 것 같다. 한 마디로... 재밌게, 잘 놀았다. 어느덧 한국나이 7세가 돼 초등학교에 입학하게 된 아이, 우리의 즐거운 놀이는 여기서 끝나는 것일까? 초등학교에선 더 재밌게 논다가 정답! 다음편 '뉴질랜드 초등학교 이야기'에서 그 이유가 밝혀진다.

덧붙이는 글 | 뉴질랜드 유치원, 초등학교 유학 이야기, 엄마들의 유학 생활 즐기기를 4회에 걸쳐 연재



태그:#뉴질랜드, #조기유학, #타우랑가, #영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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