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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뇌물공여 사건 항소심 재판 출석하는 이재용 부회장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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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이 최지성 전 미래전략실장의 동서를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 고위 간부로 만드는 데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모바일 헬스케어' 등 삼성의 핵심 현안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자리였다. '미르재단 출연금' 등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뇌물을 건네고 얻은 결과라는 의혹이 나온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지난 27일 열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결심 공판에서 "식약처 인사에도 삼성이 개입했다"라고 주장했다. 그 근거는 2016년 4월~5월 사이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 수첩에 적힌 식약처 관련 메모다.

"장충기 유무영 식약처 차장"(2016년 4월~5월 사이)
"식약처 조기원 기획조정관 비리"(2016년 5월 8일)

'안종범 수첩'에 이름 적힌 후 식약처 차장에 임명

실제로 이로부터 한 달여 전인 2016년 3월 말, 식약처 차장 자리에 유력 후보로 두 사람의 이름이 거론됐다. 안종범 업무수첩에 적힌 유무영 당시 서울식약청장과 조기원 전 식약처 기획조정관이다.

식약처 차장은 식약처장 대신 식품의약품, 바이오, 의료기기 등 각 대표 산업의 안과 밖 실무를 모두 담당하는 1급 공무원 자리다. '모바일 헬스케어 사업'을 이재용 부회장의 새로운 주력 분야로 삼았던 삼성으로선 식약처 '도움'이 절실한 상황이었다. 실제로 2015년에는 식약처가 의료기기 규정을 완화한 덕분에 갤럭시S5에 심박도 측정앱을 탑재할 수 있었다. (관련 기사: 박근혜, 삼성 갤럭시 '심박도 어플'도 직접 챙겼다)

2016년 5월 10일, 삼성의 현안과 밀접한 이 자리엔 최지성 전 삼성전자 미래전략실장(부회장)의 동서인 유무영 청장이 임명된다. 대관 업무를 총괄했던 장충기 전 미래전략실 차장과 유 청장이 나란히 안종범 수첩에 기재된 뒤 청와대가 단행한 인사다. 비슷한 시기 안종범 수첩에 거론된, '유력 경쟁자' 조기원 전 기획관은 청와대 국무조정실이 개인 비리 혐의를 조사하면서 결국 직위 해제됐다.
  
특검은 이를 삼성이 '가장 확실한 사람'을 식약처 차장에 앉히기 위해 인사 청탁을 한 결과라고 본다. 항소심 결심 공판에서 특검 측은 "식약처는 삼성 바이오로직스, 갤럭시 등 삼성의 여러 현안을 다루는 부서"라며 "(실제 임명된)유무영 전 식약처 차장은 최 전 실장과 인척 관계에 있는 사람"이라고 주장했다.

 1심 선고 받은 삼성 전 임원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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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이 청와대 인사에 개입한 흔적은 '장충기 문자'에서도 드러난다. 이재용 부회장의 1심 공판에 증거로 채택된 이 문자에서 이수형 미래전략실 전무는 장충기 전 차장에게 "27일 BH 인사도 무난하게 그대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다"라고 했다.

앞서 삼성은 지난 2015년 7월 감사원 인사에도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메르스 초기 대응에 실패했다는 삼성서울병원의 감사원 감사를 앞두고 감사원 사무총장직에 2007년 삼성 특검 당시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을 변호했던 이완수 변호사를 임명하는 데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것이다.

이재용 부회장의 1심 공판에서 특검은 그 근거로 2015년 5월 31일 안종범 수첩에 '김영호->이욱'이라는 메모가 있었고, 2015년 7월 장충기 전 차장과 이헌수 국가정보원 기획조정실장이 감사원 사무총장 인사를 논의한 음성파일을 들었다. (관련 기사: "그 친구는 도XX" 삼성 입김에 바뀐 감사원 사무총장?)

특검 "삼성, 영향력 여러 증거로 확인돼"

특검은 삼성이 두 기관 인사에 개입할 수 있었던 건 대통령과 그 측근에게 뇌물을 주고 얻은 영향력이라고 본다. 결심 공판에서 특검은 "삼성이 박 전 대통령에게 행사한 영향력은 여러 증거로 확인된다"라며 "삼성이 과연 국정농단의 피해자인지 재판부께서 잘 판단해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그러나 장충기 전 차장은 피고인 최후진술에서 "제가 삼성에서 외부와 소통하는 창구 역할을 했지만, 결코 공직에 계신 분들에게 정도에 어긋난 부탁을 한 적이 없다"고 이 모든 의혹을 부인했다.


태그:#박근혜, #이재용, #삼성, #식약처장, #인사 개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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