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태지의 선물이 음악팬들에게 꾸준한 즐거움을 안겨주고 있다. 서태지가 데뷔 25주년을 기념해 미래에서 온 선물이란 콘셉트로 '타임:트래블러(TIME:TRAVELER)'란 이름의 프로젝트를 선보이고 있는 것. 이는 가요계 후배들이 서태지의 원곡들을 각자의 색깔에 맞게 리메이크하는 프로젝트다.

첫 번째 주인공인 방탄소년단의 '컴백홈'을 시작으로 루피&나플라의 '인터넷 전쟁'까지 순차적으로 공개됐다. 서태지는 오는 9월 2일 데뷔 25주년 기념 공연인 '롯데카드 무브ː사운드트랙 vol.2 <서태지 25>'를 개최하는데 이를 앞두고 5팀의 후배들과 이러한 프로젝트를 선보이고 있다. 지금까지 발표된 리메이크 곡들을 역순으로 살펴보자.

[네 번째 곡] 루피&나플라의 '인터넷 전쟁'

서태지 25주년 리메이크 프로젝트 서태지가 오는 9월 2일 ‘롯데카드 무브ː사운드트랙 vol.2 <서태지 25> 공연 개최를 앞두고 후배가수들과 리메이크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 서태지 25주년 리메이크 프로젝트 서태지가 오는 9월 2일 ‘롯데카드 무브ː사운드트랙 vol.2 <서태지 25> 공연 개최를 앞두고 후배가수들과 리메이크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 서태지컴퍼니


리메이크 5곡 중에 가장 '센 노래'라 할 수 있다. 지난 26일 공개된 이 곡은 힙합 뮤지션 루피(Loopy)와 나플라(nafla)의 목소리로 재탄생됐는데, 록에서 힙합으로 옷을 바꿔 입었다. 서태지의 원곡은 17년 전인 2000년에 그가 활동 재개를 선언하며 발표한 정규 6집에 수록됐다. 한창 '밀레니엄 시대'라 불리던 그때, 인터넷 보급으로 비롯된 사회 문제를 조명한 서태지의 날카로운 가사와 거친 비트가 인상적이다. 유해물이 범람하고 채팅으로 비롯된 문제적 만남 등 인터넷의 폐해를 비판하고 있다.

이 곡이 2017년 리메이크 된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때나 지금이나 '악플'로 대표되는 '인터넷 전쟁'은 나아진 게 하나 없기 때문이다. 루피&나플라는 '인터넷 전쟁' 원곡의 가사를 거의 그대로 유지했고, 다이나믹한 구성은 더욱 극대화했다. 또한 랩으로써 거침없고 공격적인 느낌을 더했다. 때문에 이들의 리메이크 버전 노래와 뮤직비디오는 19세로 제한된다. 루피와 나플라는 미국과 한국을 오가며 활동하는 힙합 뮤지션들이다.

[세 번째 곡] 윤하의 '테이크 파이브(Take five)'



서태지 25주년 리메이크 프로젝트 서태지가 오는 9월 2일 ‘롯데카드 무브ː사운드트랙 vol.2 <서태지 25> 공연 개최를 앞두고 후배가수들과 리메이크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 서태지 25주년 리메이크 프로젝트 서태지가 오는 9월 2일 ‘롯데카드 무브ː사운드트랙 vol.2 <서태지 25> 공연 개최를 앞두고 후배가수들과 리메이크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 서태지컴퍼니


윤하는 서태지의 '테이크 파이브(Take five)'를 리메이크해 지난 19일 공개했다. 지난 1998년 서태지가 발표한 이 노래를 윤하가 19년 만에, 보다 달콤한 버전으로 재해석했다. 윤하는 서태지 팬으로 알려졌다. 아래처럼 따뜻함과 희망, 위로를 담은 가사가 윤하의 포근하고 섬세한 목소리와 잘 어우러진다.

"내겐 좋은 사람이 많다고 생각해/ 쉽지 않은 건 같은 자리에 있었어/ 맘 속 가득한 (진실을 느끼고)/ 더욱 강하게/ 네 안에서 난 (믿음을 찾았어)/ 난 꿈의 소중함을 알았어" (서태지, '테이크 파이브' 가사 중)

가사에서 느껴지듯 이 곡은 서태지와 아이들이 은퇴한 후, 서태지가 미국에서 생활하다가 다시 음악을 시작하면서 한국 팬들에게 전하는 마음을 담은 노래다.

신세경의 뮤직비디오 재출연도 주목할 만하다. 배우로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신세경은 과거 서태지의 '테이크 파이브' 뮤직비디오에 아역 배우로 출연함으로써 데뷔했다. 19년 만에 윤하 버전의 '테이크 파이브' 뮤직비디오에 다시 출연한 신세경은 LP판을 들으며 과거를 회상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 정도면 서태지와의 인연이 특별하다고 말할 수 있겠다.

[두 번째 곡] 어반자카파의 '모아이(Moai)'



조화로운 화음이 돋보이는 3인조 혼성 보컬그룹 어반자카파는 서태지의 '모아이(Moai)'를 리메이크했다. 지난 11일 공개된 어반자카파 버전의 '모아이'는 이들의 장점을 십분 살려 하모니를 강조했다. 부드러우면서도 힘 있는 보컬이 '일상을 벗어난 자유'를 말하는 원곡에 깃든 '힐링'을 잘 표현해낸다. '모아이'는 서태지가 지난 2008년 발표한 곡으로 어반자카파에 의해 9년 만에 재탄생됐다.

어반자카파는 서태지 25주년 공연의 오프닝 게스트로도 출연을 확정했다. 밴드 국카스텐도 오프닝 무대의 게스트로 낙점됐다(국카스텐의 보컬 하현우는 지난 2016년 MBC <복면가왕>에서 서태지와 아이들의 '하여가'를 불러 대중에 이름을 알린 인연이 있다).

어반자카파 버전의 '모아이'는 원곡과 꽤 많은 차이를 보이는 서정성 강한 분위기로 표현됐다. 록 사운드가 강했던 원곡과 달리 느린 템포의, 멜로디를 강조한 어반자카파 버전은 좀 더 나른한 인상을 준다. 조현아-권순일-박용인이 만들어내는 화음의 매력을 충분히 살리는 편곡이 감상 포인트다. 작곡가 겸 프로듀서인 에코브릿지가 리메이크 버전의 편곡을 맡았다.

[첫 번째 곡] 방탄소년단의 '컴백홈(Come back home)'



'타임:트래블러(TIME:TRAVELER)' 프로젝트의 첫 타자는 K팝을 선두에서 이끌고 있는 방탄소년단이었다. 지난 4일 '컴백홈' 리메이크를 선보인 이들은 원곡에 현대적 감각의 그루브와 랩을 얹었다. 1995년 발표된 서태지의 '컴백홈'은 방황하는 청소년들에게 집으로 돌아오라는 메시지를 담은 곡인 만큼, 청소년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방탄소년단의 리메이크가 잘 어울려 보인다.

22년 만에 방탄소년단을 통해 처음으로 정식 리메이크 된 '컴백홈'은 서태지가 발표했던 당시 가요계를 넘어 사회적으로도 파장을 일으킨 곡이다. 이 노래를 듣고 마음을 고쳐 집으로 돌아온 가출 청소년들의 사례는 음악의 힘, 그리고 서태지의 힘을 증명하는 예시로 남았다.

방탄소년단은 원곡에서 쓰지 않은 일렉트로 트랩(Electro Trap) 비트를 넣었고, 멤버 랩몬스터와 제이홉은 직접 랩 메이킹을 해 개성을 더하기도 했다. 특히, 원곡보다 폭넓어진 가사의 메시지도 주목할 만하다. 가출청소년에 집중된 원곡의 메시지에서 확장, 방탄소년단은 꿈을 향해 도전하는 모든 사람들을 응원하는 메시지로 재탄생시켰다. (관련기사: 방탄소년단 '컴백홈', 서태지의 영역을 넓혔다)

총 5곡의 리메이크 곡 중 네 곡이 발표됐고, 이제 에디킴이 재해석한 '이제는'(1992)의 발표만 남았다.

서태지 방탄소년단 윤하 신세경 어반자카파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음악이 주는 기쁨과 쓸쓸함. 그 모든 위안.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