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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이 SNS에 게시한 만화 중 일부 발췌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이 SNS에 게시한 만화 중 일부 발췌
ⓒ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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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①]
인천공항 보안검색대 앞. 한 승객의 가방에서 치약이 발견됐다. 치약은 액체·젤류로 분류돼 항공기 기내 반입이 금지돼 있다. 보안검색요원은 "치약은 안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자 승객은 "손 좀 펴 보라"고 하더니 검색요원의 손에 치약을 다 짜주고는 가 버렸다.

[사례②] 인천공항 출국장 입구 앞. 보안검색요원은 승객에게 항공권 확인을 부탁했다. 들은 체도 안 하는 승객. 다시금 주머니 안의 소지품과 노트북을 가지고 있는지 물어보자 승객은 "미친 계집애가 아침부터 땍땍거리네"라고 욕설을 퍼붓는다. "왜 욕을 하나"라고 묻자, 승객은 "혼잣말이다"라며 떠났다.

[사례③] 인천공항 보안검색대 앞.  승객의 가방에서 김치가 나왔다. 김치는 항공기 기내 반입이 금지되어 위탁수하물로 보내야 한다. 보안검색요원은 "김치는 기내 반입이 안 돼서 부쳐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자 승객은 갑자기 김치 뚜껑을 열어 가래침을 뱉었다.

[사례④] 인천공항 입국장 안. 승객들이 버스를 어디서 타냐고 시설관리요원에게 물어보았다. "4번이나 9번 출구로 가시면 버스매표소가 있는데 어디서 타는지 알려줄 거다"라고 답하자, "아니 공항에서 일하는 사람이 버스 어디서 타는지도 몰라?"라며 중얼거리며 떠났다.

[사례⑤] 인천공항 보안검색대 앞. 한 승객의 짐에서 홍삼엑기스가 발견됐다. 보안검색요원은 "액체·젤류로 구분돼 반입이 안 되니 나가서 부치고 오겠냐"고 했다. 그러자 승객은 홍삼엑기스 뚜껑을 열어서 검색대 위에 다 퍼내고는 "너희가 먹을지도 모르니 이렇게 버리겠다"며 화를 냈다.

위 사례는 인천국제공항에서 일어난 일들이다.

공항 이용객들은 어쩌다 한 번씩 목격하는 일이지만 이곳에서 일하는 노동자에겐 결코 '어쩌다 한 번' 있는 일이 아니다. 이런 일을 다반사로 겪는 사람들은 인천공항의 간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자들이다. 운영지원과 보안방재, 환경, 시설관리 등 공항 운영을 위한 전반의 분야에서 일하고 있는 이들은 매일 매일 '감정노동'에 시달리고 있다.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 인천공항지역지부는 19일 오전 인천 중구 운서동 인천국제공항에서 공항 내 노동자들의 감정노동의 실태를 알리고 공항 노동자를 존중해달라는 '즐거운 휴가길, 공항 노동자를 존중합시다' 캠페인을 진행했다.

김애란 공공운수노동조합 사무처장은 "인천국제공항은 12년 연속 세계 공항서비스 평가 1위이지만 공항 내 수많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감정노동에 시달리고 있다"면서 "공항 노동자들이 더 나은 조건에서 일할 수 있도록 공항 노동자들을 존중하고 배려해 달라"라고 말한 뒤 기자회견을 시작했다.

본격적인 휴가철, 극심해지는 노동자들의 '감정노동'

19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3층 8번 게이트 앞에서 전국공공운수노조원들이 감정 노동의 실태를 알리고 공항 노동자를 존중해달라는 캠페인 기자회견을 열었다.
 19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3층 8번 게이트 앞에서 전국공공운수노조원들이 감정 노동의 실태를 알리고 공항 노동자를 존중해달라는 캠페인 기자회견을 열었다.
ⓒ 안정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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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들어 본격적인 휴가철이 시작되면서, 많게는 하루 18만 명이 넘는 이용객들이 인천국제공항을 찾는다. 공항 이용객들이 늘어날 수록 공항 노동자들의 감정노동 횟수나 강도도 함께 높아지고 있다. 노동자들은 공항 규정과 법에 따라 이용객들을 대면하고 업무를 처리하지만, 이를 불쾌하게 여기거나 납득하지 못하는 일부 이용객들은 폭언과 욕설을 내뱉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같이 일하는 일부 공무원과 공항공사 직원들에게 무시를 받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이들을 보호할 수 있는 규정이나 장치도 미비한 상황이다.

공공운수노동조합은 약 한 달간 인천공항 노동자들의 감정노동 사례를 익명으로 제보받았다. 보안 검색 과정에서 "티켓 확인이 필요해 보여달라고 하니 네까짓 게 뭔데 내 티켓 확인을 하냐"는 막말을 하는 이용객도 있었고, "주머니에 있는 소지품을 꺼내달라"고 하니 "고추(남성 성기)는 안 꺼내도 되냐"는 성희롱을 겪은 노동자도 있었다.

김민주 공공운수노조 전략조직국장은 "공항 노동자들이 비정규직으로서 차별받지 않는 일터가 되길 꿈꾸지만, 또 하나 중요한 것은 '갑질' 당하지 않는 일터가 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정훈 서울노동권익센터 감정노동보호팀 팀장은 "감정노동이라는 것은 자신의 기분과는 상관없이 친절한 미소를 띠어야 하는 노동의 형태다"라며 "이것이 심화되면 스트레스가 커지고 심한 경우 우울증에 빠진다. 때문에 다른 고객들에게 돌아가야 할 정당한 서비스가 잘 전달되지 못하는 악순환에 빠질 수도 있다"라고 설명했다.

노조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 공항 이용 고객에게 감정노동에 대해 홍보 ▲ 감정노동으로 급박한 스트레스가 발생할 경우 휴식할 수 있는 휴게시설 마련 ▲ 공항 내 감정노동 종사자를 위한 권리보호센터 설치 ▲ 성적 굴욕감, 수치심을 일으키는 행위, 감정노동자의 업무를 위계 또는 위력으로 방해하는 행위 등으로부터 감정노동자를 보호할 수 있는 조치 ▲ 노사합의로 고객 응대 매뉴얼을 제작·보급할 것을 인천공항공사측에 요구했다.


태그:#공항 노동자, #감정노동, #인천공항, #갑질, #욕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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