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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전기사 : [3.8 세계여성의날①] 여성의 권리, 대한민국은 '바닥'입니다

3월 8일 세계여성의 날을 맞아 대전지역 여성단체의 이야기를 3월 1일부터 8일까지 연재합니다. - 기자 말

성산업착취구조 해체를 위한 여성인권 행동 캠페인
 성산업착취구조 해체를 위한 여성인권 행동 캠페인
ⓒ 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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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방에 리플릿을 가득 담고 차에 몸을 싣는다. 한달에 한 번 유천동과 유성으로 현장방문을 간다. 언니들에게 탈 성매매를 돕는 단체가 있다는 걸 알리기 위해서다. 언니들을 만나 리플릿을 나눠주고, 도움이 필요하면 연락 달라고 이야기 한다.

대전에는 유일한 반 성매매 운동단체인 (사)여성인권 티움(이하 티움)이 있다. 대전여민회 부설시설이었던 느티나무 상담소가 2010년 대전여민회에서 분화해 만든 단체다. 

2000년 9월 군산시 대명동 성매매집결지 화재로 5명의 여성이 숨졌다. 그리고 2002년 1월 인근 개복동의 한 유흥주점에서 불이 나 20대 여성 14명이 한꺼번에 숨졌다. 대낮에 전기합선으로 불이 났다. 1층 출입문은 밖에서 잠겼고, 2층 철문도 잠겨 있었다. 사망자 대부분은 1층과 2층 사이 좁은 계단에서 숨을 거뒀다. 두 사건을 계기로 2004년 9월 성매매특별법이 시행됐다.

세계여성의 날을 맞아 지난달 28일 티움의 사무실에서 만난 박이경수 사무국장은 그 때를 떠올리며 이렇게 말했다.

"2004년 9월부터 상담소 활동을 시작했는데 유천동 집결지에서 구조요청을 하는 사람들이 많았어요. 안마소에서도 구조요청이 있었구요. 저희끼리 갈 수는 없고 경찰에 연락해서 같이 갔는데, 처음에는 아무것도 몰라서 언니가 '어떤 업소에서 일하는 OO언니다'라고 말하면 경찰에게 전부 다 말을 했어요. 그렇게 하니까 구조에 자꾸 실패를 하는 거예요. 가면 언니가 없는 거예요. 몇 번 경험한 뒤에는 현장에 가서 경찰에게 업소랑 언니 이름을 알려주고 구조를 했죠."

사채업자 통해 선불금 건네는 성매매 업주들

과거에도 그랬지만 지금도 선불금은 성매매 여성을 옥죄는 족쇄다. 성매매특별법에 따르면 성매매 선불금은 갚지 않아도 된다. 그런데 왜 이들은 여전히 빚에서 자유롭지 못한 걸까?

이제 성매매 업주들은 선불금을 직접 주지 않는다. 파이낸스사와 사채업자를 통해 건넨다. 소송을 대비하기 위해서다. 재판에서는 성매매 선불금이란 게 입증돼도 금융회사에게 진 빚은 갚으라고 판결한다. 금융회사가 성매매업소가 아니란 게 이유다. 게다가 업주들은 선불금을 줄 때 보증인을 세운다. 돈을 갚지 않으면 보증인을 괴롭힌다. 탈 성매매가 어려운 이유 중 하나다.

2016년 티움이 조사한 대전의 성매매 업소는 유천동 21개 업소, 중앙동 81개 업소 등. 특히 주점이 많은 유성 일대의 성매매 업소는 그 수를 파악하기 힘들 정도다.

대전은 2008년 유천동 일대의 성매매 업소 폐쇄를 경험했다. 60여 개에 달했던 성매매 업소를 폐쇄조치 했다. 그러나 재개발이 무산되면서 하나 둘 업소가 늘어나더니 현재는 21개까지 증가했다.
박이 사무국장은 그 때를 언급하며 성매매는 없앨 수 있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정부가 의지를 갖고 있으면 성매매를 없앨 수 있어요. 성매매를 없앤다고 생각하면 정부가 전략을 세우잖아요. 어떤 경찰 분이 그러시더라구요. '막말로 성매매업소 앞에 경찰 한명만 세워놔 봐라. 장사 안 돼서 성매매 업소 없어진다.' 돈이 되니까 성매매 업소가 우후죽순 생기는 거 아니겠어요? 정말 돈이 되니까 하는 거예요. 성매매로 업소가 벌어드는 돈이 엄청나거든요."

성매매 알선 드러나도 벌금 500만 원 이하로 선고 받아

여성인권 티움
 여성인권 티움
ⓒ 여성인권 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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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성매매 알선이 드러나 재판에 넘겨져도 대부분 벌금 500만 원 이하로 선고를 받는다. 성매매특별법이 시행됐던 초기에는 징역형이 선고되기도 했지만, 이명박 정부 이후로는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고 있다. 벌금보다 벌어들이는 돈이 훨씬 더 많으니 계속해서 성매매가 성행하는 거라는 박이 사무국장의 일성에 귀를 기울여야 하는 이유다.

티움 사무실에는 탈 성매매를 한 언니들이 자신들의 꿈을 담아 한땀 한땀 수 놓아 만든 소품들이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언니들이 취업을 했을 때도 기쁘지만, '과연 살아갈 수 있을까' 걱정했던 언니들이 내면의 힘을 회복해 갈 때 가장 기쁘다는 박이 사무국장.

그는 세계여성의 날을 취지를 이렇게 들려줬다.

"세계 여성의 날은 여성들이 여성노동자로서 소리를 냈던 날이잖아요. 여성의 인권이 존중받지 못하는 사회는 다른 소수자에게도 평등할 수 없는 사회예요. 특히 인권의 사각지대에 있는 우리 언니들에게 관심을 가져 주세요."

성을 사는 게 인권유린이라고 생각하면 성구매는 생각조차 할 수 없다. 성구매가 없으면 성매매 여성도 있을 수 없다. 여성인권 티움이란 이름처럼 여성 인권이 더욱 티워지는 사회가 된다면 평등한 사회에 가장 가까워지지 않을까?

여성인권 티움은요
여성에게 가해지는 모든 폭력과 차별에 맞서, 평등하고 평화로운 세상을 만들기 위해 활동하는 인권단체다. 성매매 여성들을 위한 법률, 상담, 의료, 직업훈련 지원을 하고 있으며, 그룹홈도 운영하고 있다. 2016년 진행한 여성혐오에 대한 집담회를 계기로 다양한 여성인권 활동으로 운동반경을 더 넓히기 위해 준비 중이다.

덧붙이는 글 | 글을 쓴 이은하는 대전의 기독여성단체인 실천여성회 판 회원입니다.



태그:#여성인권티움, #세계여성의날, #성매매, #성매매여성성구매자, #성매매방지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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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밥 대표이자 구술생애사 작가.호주아이오와콜롬바대학 겸임교수, (사)대전여민회 전 이사 전 여성부 위민넷 웹피디. 전 충남여성정책개발원 연구원. 전 지식경제공무원교육원 여성권익상담센터 실장

오마이뉴스 기획편집부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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