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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서울시장이 11일 오전 서울시청에서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국감 답변하는 박원순 시장 박원순 서울시장이 11일 오전 서울시청에서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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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대한민국은 불통, 지난 세월 힘들었다"

"대한민국은 불통, 너무 답답하다."
"사사건건 대립, 서울시장도 불통이다."

서울시 국감장에 '소통'을 놓고 때아닌 날 선 공방이 벌어졌다.

11일 서울시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 지난 4일 같은 장소에서 있었던 안전행정위원회 국감과 마찬가지로 올해 국감은 서울시와 관련한 특별한 이슈가 없는 상황에서 여당인 새누리당 의원들은 박 시장을 상대로 용산공원 조성이나 청년수당 관련 서울시와 중앙정부의 불협화음, 강남구와의 갈등 등을 캐물었다. 박 시장의 일방통행 이미지를 들춰내려는 의도로 읽힌다.

그러나 평소 '소통의 달인'으로 자부하고 있는 박 시장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박 시장은 '서울시도 참여하고 있는 국토부의 용산공원추진위원회 같은 공식채널을 통해 문제제기할 수도 있는데 굳이 기자회견을 해서 갈등을 초래했다'는 정용기 의원의 지적에 "추진위를 통해 서울시 입장을 여러 차례 전달했지만 그와 상관없이 계속 추진되더라"며 "힘이 있는 건 국토부인데 오죽하면 우리가 그랬겠냐"고 말했다.

이우현 의원이 "노무현 정권 때 만들어놓은 합의를 박 시장이 틀어서 문제가 된 것 아니냐, 너무 정부 탓만 하지 말고 정부와 협력하라"고 말하자, 박 시장은 "여러 가지 대안을 냈지만 대한민국은 불통이다"고 받아쳤다.

"박 시장이 잘한 것도 많은데 무상보육과 청년수당 등에서 정부와 대립각을 세워 소탐대실하는 것 같다"는 김성태 의원의 지적에는 "청년수당은 협의해달라고 해서 자존심을 구기고 실무적으로 합의한 건데 (중앙정부가) 틀었다"며 "(박 대통령에게) 허심탄회하게 말씀드리고 싶은데 정말 답답하다, 지난 세월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행복주택, 제2시민청 등 강남구와 갈등하는 게 시민들에게 좋게 보이지 않을 것'이라는 김종태 의원의 지적에는 "잘 아시잖아요 강남구청장이 어떤 분이신지, 서울시 하는 일에 사사건건 반대하신다"고 소통의 어려움을 호소했다.

"지난번 국감에서 '국무회의에서 이지메(따돌림) 당했다'고 했는데 이게 무슨 얘기냐"는 최경환 국민의당 의원의 질의에는 "문제제기를 해도 토론하는 분위기가 안 되고 장관, 부총리, 총리까지 반박하고, 정무수석은 따라 나오면서 큰 소리로 힐난하더라"며 소통이 없는 국무회의를 질타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 비서관 출신인 최 의원은 이에 대해 "내가 청와대 비서관일 땐 당시 이명박 서울시장이 와서 대통령과 대화하고 소통하던데"라고 맞장구쳤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11일 오전 서울시청에서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 국정감사에서 증인선서문을 위원장에게 전달한 뒤 자리로 돌아오고 있다.
▲ 증인선서 마친 박원순 시장 박원순 서울시장이 11일 오전 서울시청에서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 국정감사에서 증인선서문을 위원장에게 전달한 뒤 자리로 돌아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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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심한 새누리당 "나는 서울시의 불통에 관해 얘기하겠다"

박 시장이 오전 내내 새누리당 의원들의 질타에 조목조목 반박하자 점심식사 후 오후 질의에 들어선 새누리당 의원들은 작심한 듯 박 시장의 답변태도를 문제 삼았다.

박완수 의원은 "(박 시장이) 정부 불소통에 대해 말했는데, 나는 서울시의 불통에 대해 얘기하겠다"며 포문을 열었다.

박 의원은 "소통은 힘 있는 사람이 해야 한다고 했는데, 박 시장은 힘들고 어려운 것은 '중앙정부가 안 해준다', '국회가 해줬으면 좋겠다'고 한다"며 "그러면 (서울시보다 힘없는) 다른 지자체는 할 말이 없을 것"이라고 비꼬았다.

그는 이어 "큰 정치인이 되려면 정부와 안 맞는 정책이 있더라도 서울시 발전을 위해서 시장이 가슴을 열고 수용해야 한다"며 "강남구에도 폭넓게 양보하라"고 주문했다.

이에 대해 박 시장은 '불통'이란 지적이 억울한 듯 "의원님의 말씀은 귀담아들어야겠지만, 소통에 관한 한 그동안 많이 노력하고 성취했다"고 반박했다.

박 시장은 "(취임 이후) 현장이 답이라는 생각에 현장시장실만 119곳을 다니는 등 수많은 민원을 해결했다"며 "취임 땐 서울광장을 비롯해 어딜 가나 시위대가 있었지만 지금은 다 사라졌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강남구와의 갈등에 대해서는 "문제제기하는 구청장은 강남구청장 한 명뿐이고 나머지 구청장들과는 늘 소통하고 있다"며 "구룡마을 개발 방식 분쟁땐 위치로 봐선 제가 높은 사람이고 굴욕적이지만 제가 양보했다"고 말했다.

박 시장 "수도 이전은 불가능... 기능 분산 하자는 것이다"

이날 국감에서 의원들은 소통문제 외에도 박 시장에게 수도이전 발언, 물대포에 소화전 물 제공금지 발언, 대권 출마 시기 등을 추궁했다.

박 시장은 수도 이전 방법을 묻는 정용기 새누리당 의원의 질문에 "(내 발언의) 취지를 오해한 것 같다"며 "헌법재판소가 (서울이 수도라고) 결정을 내린 만큼 수도이전은 불가능하다"고 한 발짝 물러났다.

다만 그는 "기능을 분산하고 이전해서 지방도 살아야 서울시도 잘 된다"고 말했다. 박 시장은 '수도를 이전하자는 게 아니라는 말이냐'는 정 의원의 질문에 "예"라고 재확인했다.

박 시장은 지난 7월 5일 민선 6기 취임 2주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국회와 청와대를 세종시로 옮겨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서울 이기주의자가 되면 안 된다"며 "서울은 비즈니스 수도로 족하다. 미국에도 워싱턴에 수도가 있지만 뉴욕이 비즈니스 수도로서 역할을 한다"며 긍정적인 입장을 나타낸 바 있다.

주호영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 5월 박 시장이 '노무현루트'를 만들겠다고 한 것에 대해 '여러 사람 많은데 하필 노무현루트냐'고 질타했다. 주 의원은 지난 2004년 당시 한나라당 의원들이 노무현 대통령을 원색적으로 조롱한 연극 <환생경제>에서 노 대통령 역을 맡았었다.

박 시장은 이에 대해 "걷는 도시를 추진하는 차원에서 아이디어 차원에서 나온 것"이라며 "특정 대통령을 기린다는 것보다는 역대 국가원수나 수반의 사저를 스토리텔링하는 것으로 이해해달라"고 말했다.

박 시장은 이어 "박정희 전 대통령의 신당동 사저, 최규하 전 대통령의 사저도 서울시가 지정해서 민간에 제공하고 있다"고 말해 노무현루트를 계속 추진할 의지를 보였다.

이원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경찰이 물대포에 끌어다 쓴 소화전의 물값은 누가 냈냐'고 물었고 박 시장은 "지금까지 안 내다가 세월호 시민들이 항의한 다음 내고 있다"고 답했다. 이 의원은 이에 "그럼 지금까지는 공짜였다는 말이냐"며 "시효가 되기 전에 물값을 받아내라"고 주문했다.

한편, 이날 국감에서는 여야 의원 모두 박 시장의 대권 출마가 언제쯤 결정될지, 출마한다면 시장직을 내려놓을지 유지할지에 대한 질문을 이어갔다.

그러나 박 시장은 논란을 부르고 싶지 않아선지 예의 "시대의 요구와 국민의 부름이 있을 때 결단할 것", "앞서 나간 질문" 등으로 직답을 피해갔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11일 오전 서울시청에서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 국정감사에 앞서 물 먹는 장면을 촬영하는 카메라 기자들을 향해 농담을 건네며 웃고 있다.
▲ 박원순 '기자들은 물 먹는 장면을 좋아해' 박원순 서울시장이 11일 오전 서울시청에서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 국정감사에 앞서 물 먹는 장면을 촬영하는 카메라 기자들을 향해 농담을 건네며 웃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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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박원순, #국정감사, #국토교통위, #농담, #박 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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