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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민크로스DMZ 행사를 참가하기 위해 북한에서 육로로 방한한 세계여성운동가들을 태운 버스가 5월 24일 오후 경기도 파주 통일대교를 건너 남단을 통과하고 있다.
▲ 통일대교 건넌 오는 여성운동가들의 버스 위민크로스DMZ 행사를 참가하기 위해 북한에서 육로로 방한한 세계여성운동가들을 태운 버스가 5월 24일 오후 경기도 파주 통일대교를 건너 남단을 통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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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틴 안(Christine Ahn)은 한국계 미국인으로서 미국 샌프란시스코 소재 코리아정책연구소(Korea Policy Institute) 공동설립자이자 '한국전쟁 종식을 위한 지식인연대'의 멤버로서 생태, 평화, 여성주의 등에 관해 일하고 있는 활동가이다.

그는 지난 5월 24일, 30명의 세계 여성평화운동가들이 비무장지대를 넘은 '위민크로스 DMZ'(Women Cross DMZ) 행사를 기획하고 함께 넘어왔다. 서보혁은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인문한국 연구교수로서 한반도 평화, 인권, 통일문제를 연구하는 평화학자로서 코리아연구원 연구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두 사람은 한반도 문제에 서로 협력해 온 지기지우로서 크리스틴이 DMZ를 넘어 한국에 들어온 후인 5월 26일 서울 인사동 센터마크호텔에서 만나 위민크로스 DMZ 행사를 평가하고 한반도 평화를 전망하는 대담을 했다. 다음은 대담 전문.

"한반도 정전체제에 대한 관심 부각"


24일 오후 경기도 파주 평화누리공원에서 육로를 통해 입국한 위민크로스DMZ 여성운동가들을 위한 환영식에서 참가자들이 공연을 구경하고 있다.
▲ 공연 관람하는 참가자들 24일 오후 경기도 파주 평화누리공원에서 육로를 통해 입국한 위민크로스DMZ 여성운동가들을 위한 환영식에서 참가자들이 공연을 구경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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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보혁(이하 서): 이번 위민크로스 DMZ 행사는 한반도 평화에 관심이 높은 세계 여성평화운동 지도자들이 한반도에서 분단이 끝나지 않고서는 세계평화가 오기 힘들다는 점을 일깨워 준 의의가 있다. 또 여성이 사랑과 평화를 만들고 전파하는데 앞장서고 재외 한국동포들이 세계 여성들과 협력해 한반도 평화와 남북화해를 위해 힘쓰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나의 벗 크리스틴이 이번 행사를 기획한 것에 감사하며 이 행사를 실행하면서 어떤 성취를 했고 어떤 도전을 느꼈는지 궁금하다.

 DMZ를 건넌 크리스틴 안과 평화학자 서보혁 교수의 대담
 DMZ를 건넌 크리스틴 안과 평화학자 서보혁 교수의 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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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틴 안(이하 안): DMZ를 넘은 것 자체가 큰 성과였다. DMZ를 지나간 외국인들은 분단 이후 세 사람 밖에 없었다고 알고 있다. 이번에 우리가 다시 해낸 것이다. 물론 남북한 정부는 처음 우리들이 DMZ를 통과하는 일을 지지하지 않았는데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역할을 해 양측 정부가 승낙하였다.

위민크로스 DMZ 행사를 진행하면서 목표한 것은 한국전쟁, 아직도 한반도에 전쟁이 끝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리고 세계의 관심을 끌어내는 일이었다. 한반도는 아직도 정전체제 하에 놓여있지 평화체제가 이룩되지 않았다. 정전체제 종식, 이산가족의 고통 해결, 남북 사람들의 자유로운 왕래, 이런 점들을 실현하는데 여성들의 역할을 제시하려 했다.

이번 행사 추진을 계기로 미 국무부와 <뉴욕타임스>, CNN 등 저명한 언론들이 이번 주제를 크게 다뤄주었다. 한국전쟁, 정전체제 상황에 대해 세계에 알린 것이 큰 성과였다. 특히 15개국의 세계 여성지도자들이 모여 한국전쟁을 공부하고 한반도 평화에 관심을 갖게 된 것도 성과였다. 그 중에는 미국, 콜럼비아, 필리핀, 캐나다 등 한국전쟁 참전국에서 온 분들도 있어 앞으로 정전협정의 평화협정으로의 전환을 위한 국제 캠페인을 전개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동안 여성들이 분단을 둘러싼 권력구조 밖에 있었다. 분단을 결정하고 지속하는데 여성을 비롯한 시민들은 소외되어 왔다. DMZ를 넘으면서 이제는 대결을 넘어 화해, 분단을 넘어 통일을 추진하는데 시민들이 참여를 넓혀나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 과정에 여성들도 참여하고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하는데 이번 행사를 통해 그 가능성을 본 것도 큰 성과였다.

서: 위민크로스 DMZ 행사는 두 종류의 협력, 즉 남북한 협력과 국제협력 그리고 정부와 민간의 협력을 조화시키면 정전체제가 평화체제로, 분단이 통일로 전환될 가능성을 열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그런데 몇 가지 도전이 있다. 제가 볼 때는 애초에 분단과 적대의 상징인 판문점으로 내려오면서 그를 통해 화해와 평화로의 전환을 보여주려 했는데 남북한 당국과 유엔사령부측의 비협조로 다른 길로 왔다. 결국 여성운동 지도자들이 추진한 평화운동이 실제는 서로 대립하는 힘의 장벽을 실감했다.

이것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역시 민간 차원의 노력은 관련국 정부가 서로 평화와 통일로 갈 수 있는 방향을 제시할 수 있지만 그 실행은 결국 정부가 결정할 일이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들었다.

또 30명의 여성지도자들이 평양에 있을 때나 DMZ를 넘어 임진각으로 내려올 때 한국의 일부 여론에서는 왜 북한인권문제를 거론하지 않느냐는 지적이 있었다. 평화도 중요하지만 인권도 같이, 혹은 더 중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물론 위민크로스 DMZ측은 지금까지 한반도에 비정상적인 정전체제가 유지되는 상황에서 한쪽 인권만 이야기 하는 것이 타당한가 하는 의구심을 갖고 있다는 걸 잘 알고 있다.

평화를 가져오고 서로 화해하고 그래서 인권 개선을 할 수 있는 조건을 조성하는 노력이 중요하다. 북한문제는 한국 여론의 중요 의제이고 갈등의 진원지이기도 하다. 이런 점을 행사를 추진한 분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평화와 인권의 우선순위를 둘러싼 쟁점

24일 오후 경기도 파주 통일대교 남단 일대에서 위민크로스DMZ 여성운동가들과 시민환영단이 함께 민통선 철책옆 길을 걸어 임진각을 향해 행진을 하고 있다.
▲ 철책선 넘어 임진각 향하는 행진단 24일 오후 경기도 파주 통일대교 남단 일대에서 위민크로스DMZ 여성운동가들과 시민환영단이 함께 민통선 철책옆 길을 걸어 임진각을 향해 행진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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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위민크로스 DMZ 행사 시작 전 북한측과 한 협의에서 북한측은 인권문제를 논의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우리는 북한의 그런 입장을 예측했지만 결국 공동선언문에 인권문제를 포함시켰다. 분단 정전상태를 이용해 남북은 물론 미국을 포함한 관련 주변국들이 적대 국가를 미워하면서 자신들의 인권상황을 유보하는 점은 북한인권문제를 논의할 때 반드시 짚어볼 지점이다. 분단체제 극복이 관련국들의 인권 신장을 다 같이 추구하는데 있어서 중요하다. 하지만 북한은 인권보다 평화체제가 더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특정 집단, 특히 적대관계에 있는 일방의 인권문제를 이야기할 때는 상대방과 교류 협력하는 과정에서 이야기 해야 한다. 이번에 북한 여성들과 만날 때 끊임 없이 대화가 이어졌다. 북한 사람들이 묘향산에 있는 김일성, 김정일을 기념하는 곳에 우리들을 데리고 가 김일성, 김정일 영정에 절하기를 요구했다. 이때 우리들은 북한측 인사들에게 당신들이 미국에서 와서 당신들이 원하지 않는 절을 하라고 하면 기분이 어떻겠느냐고 얘기했다. 이렇게 서로 이해하고 양해할 수 있었다.

북한측 인사들은 또 (재미교포로서 북한을 방문하고 남한에서 방문기를 책으로 냈으나 종북 소동에 휩쓸려 강제출국 당한-편집자주) 신은미씨 사례를 우리쪽에 물어봤다. 남한에서 억압이 있지 않느냐고 물어보려고 했지만 우리는 그 입장이 다르다고 했다. 남한이 완전한 자유라 할 수는 없어도 북쪽이 원하는 답과는 입장이 다르다고 말했다. 남한에서 신은미씨 같은 사례가 있지만 반대 의견을 말할 수 있는 자유가 있는데 북한은 그런 공간이 없다고 이야기했다. 중요한 점은 이런 이야기를 북한 여성들과 우리 사절단 사이에 솔직하게 주고받았다는 것이다.

자기 맥락으로 말한 북한 기자

24일 오후 경기도 파주 통일대교 남단 일대에서 위민크로스DMZ 여성운동가들과 시민환영단이 함께 민통선 철책옆 길을 걸어 임진각을 향해 행진을 하고 있다.
▲ 민통선 지나 임진각으로... 24일 오후 경기도 파주 통일대교 남단 일대에서 위민크로스DMZ 여성운동가들과 시민환영단이 함께 민통선 철책옆 길을 걸어 임진각을 향해 행진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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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남한에서는 크리스틴이 김일성의 생가인 만경대에서 김일성을 찬양했다며 곱지 않게 보는 의견이 있었는데, 이 기회에 진상을 말해달라.

안: 만경대에 들어갔을 때 들어가고 싶지 않았다. 그전에 간 적이 있는 나로서는 북측이 무엇을 원하는지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밖에 있는데 <로동신문> 기자가 나한테 와서 "안은희(크리스틴 안의 한국 이름)씨, 만경대를 보니 어떻습니까" 하고 물었다. 그 질문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고 있었기에 대답을 안 하고 싶었지만, 내가 이 행사의 기획자여서 물으러 온 것으로 생각하고 원만한 일정 진행을 위해서 그냥 꽃도 피고 외관 풍경이 아름답다고 둘러댔다.

그러자 그 기자가 다시 김일성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어왔다. 고민하다가 어머니가 이야기했던 말을 했다. 어머니는 1929년 생으로 국민학교 6학년까지 북한에 있다가 남한에 내려와 살다가 미국으로 이민하신 분이다. 어머니는 내가 성장해서 북한에 간다고 했을 때 다녀오라고 하면서 북한이 어떻게 변했는지 봐달라고 했다. 어린 시절 고향이라 그런 것 같다.

어머니는 북한 김일성은 항일독립운동을 한 사람이라고 하셨는데 그때 들은 말을 기자에게 한마디 했다. 북한이든 남한이든 미국이든 팩트(fact)를 이야기하면 자신들 입장에서 이용하고 싶은 욕구가 있다. 북한 기자는 자기 맥락(context)으로 이야기한 것 같다. 나는 영어로 이야기하고 그것이 한국말로 전달되면서 기자의 언어로 해석해서 김일성 찬양 기사로 쓴 것이다.

서: 제가 평화적인 방법으로 보편가치를 전 한반도에 구현하는 보편주의 통일 담론을 제시하는 이유는 기존 통일담론이 민족주의, 국가주의 담론이기 때문이다. 보편주의 통일이란 통일이라는 공통의 바스켓 속에서 우리가 추구하는 보편가치들을 조화롭게 묶어내자는 구상이다.

통일은 한반도 모든 구성원들의 삶의 질, 보편가치를 증진하는 과정으로 재구성할 필요가 높다. 남한이 북한보다 생활수준이 높기 때문에 북을 욕해도 된다는 천박한 우월의식은 민주시민으로서의 덕성이 아니다.

남북한이 관계 개선하는 이유는 민족 동질성 회복이라는 당위만이 아니라 기후변화, 식량안보문제, 비확산, 반테러 등 오늘날 인류가 직면한 도전에 남북이 공동 대응하며 한반도를 아름답게 만들어 미래에 물려줄 책무가 있기 때문이다.

물론 경제, 이산가족 등 다른 현실적인 이유도 작지 않다. 이렇게 남북이 대화하고 협력해야 할 이유가 한 두 가지가 아닌데 이명박 정부 이후 남북이 대화는커녕 대결하고 비방하고 있는데 국제사회가 한반도를 어떻게 보겠는가. 그런 상황에서 제3자의 선의 있는 중재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이번에 DMZ를 넘어오는 행렬을 보면서 사명감과 의무를 느끼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안: 우리가 북한에서 두 차례 평화 행진을 했는데 서로 다른 느낌이었다. 평양에서는 5000명이 지지를 해주었다. 너무 동원되고 조직된 것 같은 인상이었다. 일요일(24일) 아침에는 개성에서 행진을 했다. 우리는 개성의 남대문을 지나갔는데 인도에서 한복 입은 여성들이 꽃 흔들며 통일, 통일 하는데, 그때 아파트 창문 틀에 나와 눈물 흘리는 할머니들을 보았다.

나는 이것이 북한인들의 진정한 감정이라고 생각하고, 우리 모두 감동 받고 함께 울었다. 개성에서 통일을 원하는 북한 사람들을 느꼈다. 아이들의 눈빛에서도 통일 열기를 느낄 수 있었다. 이런 특별한 인간적 접촉과 소통이 심리적 장벽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적대관계 속 인권문제, 어떻게 접근할까

 24일 오후 경기도 파주 통일대교 남단에서 위민크로스DMZ 행사를 참가하기 위해 북한에서 육로로 방한한 세계여성운동가들과 시민들이 '평화통일 기원 조각보'를 함께들고 행진을 준비하고 있다.
▲ '평화통일 위해 DMZ 건너가요!' 24일 오후 경기도 파주 통일대교 남단에서 위민크로스DMZ 행사를 참가하기 위해 북한에서 육로로 방한한 세계여성운동가들과 시민들이 '평화통일 기원 조각보'를 함께들고 행진을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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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위민크로스 DMZ 참가 인사의 북한 찬양 오보는 두 분단권력의 속성을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에 불과하다. 여기서 서로 체제가 다르고 전쟁까지 한 당사자들 사이에서 일방이 다른 일방의 문제를 이야기할 때는 대단히 신중해야 하고, 상대방을 존중하지 않고 말할 때는 쉽게 역효과가 생긴다는 사실을 유념해야 한다.

냉전시대 때 유럽에서 공산진영과 자유진영의 체제 경쟁 하에서도 역내 안정과 공동안보를 추구할 수 있었던 유럽안보협력회의(CSCE)가 가능했던 것도 상호 체제존중에서 출발했기 때문이다.

1975년 8월 1일 미국, 캐나다를 포함해 유럽의 35개국이 헬싱키협정을 채택하고 이후 헬싱키 프로세스를 전개하였다. 헬싱키협정에 포함된 참가국들 간 관계를 규정하는 10대 원칙 중 공산권의 인권개선을 겨냥한 제7원칙은 공산권이 중시한 주권존중, 영토적 통합성, 자결권 원칙 등을 포함했기 때문이다. 

그런 이익균형 구도 속에서 상호 존종 하에 보편가치를 추구하는 틀을 짤 수 있었던 것이다. 한국에서 북한인권문제를 말할 때 헬싱키 프로세스를 자의적으로 언급하는 사람들은 이런 헬싱키 프로세스의 틀과 조건 조성에 대해서는 눈감는 경우가 있다. 북한인권 이야기를 당연히 할 수 있고 해야 하지만, 적대하는 분단체제 하에서 서로 체제를 존중하고 화해하는 방향에서 접근해야 하는데 오히려 그 반대방향으로 적대관계를 유지하면서 한쪽의 인권문제를 일방적으로 접근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평화와 인권이 상호의존적으로, 순방향으로 병행 추진되도록 해야 한다. 헬싱키 프로세스에서 적어도 정부 차원에서는 상대방의 인권문제는 나중에 다루고 인적 접촉(human contact)을 먼저 진행하며 신뢰구축을 통해 인권문제를 논할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해나갔다.

지금 남북은 서로 화해나 접촉도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데, 남한이 북한인권문제에 집중해 북을 비판하는 수단으로 삼는다면 인권정치는 강화될지언정 실질적 인권 개선에는 도움이 안된다. 말하자면 한반도 같은 장기분쟁지역에서 인권과 평화의 우선순위, 둘의 병행추진의 조건 같은 문제가 중요한 연구주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안: DMZ를 건넌 우리들은 앞으로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바꾸기 위해 법적인 검토를 하는 팀을 만들어볼 생각이다. 쿠바와 미국이 적대관계를 청산하고 관계정상화를 결정했는데 법적인 전환이 동반될 것이다. 양국의 관계정상화 결정 과정에서 교황이 카스트로를 만나 측면 지원한 사례, 곧 정직한 중재자 역할도 참고할 만하다.

남북한에 대사관을 개설하고 있는 스웨덴 같은 나라의 중재 역할도 중요하다. 정전협정을 평화조약으로 전환하는 노력을 지원하는 일을 전개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미국에서 국제 법무팀을 만들고 워싱턴DC에서 행동을 조직하도록 하겠다. 이 일에 DMZ를 건너지 못했지만 한반도 평화에 관심있는 많은 사람들로부터 지지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미국이 북한에 제재를 가하고 있는데 이는 북한의 고립을 초래하고 있지만 북한 인권 개선을 비롯해 어떤 문제 해결에도 도움을 주지 못한다. 평양에서 유엔 관리를 만났는데 그는 북한에 있는 모든 유럽연합(EU) 회원국들은 북한에 제재를 가하는 걸 원하지 않는다고 했다. 미국만 유일하게 그렇게 하려고 한다. 앞으로 미국 주도의 대북 제재를 해제하는 일에 힘을 쓰겠다.

서: 한국에도 정전체제의 평화체제로의 전환에 대해 정부와 학계, 시민단체에서 많은 논의가 있어왔다. 특히 2007년 비핵화 프로세스와 남북관계 발전이 선순환적으로 발전할 때 그런 논의가 활발했다. 평화통일운동단체와 학자들 사이에서 평화협정안들이 제시되기도 했다. 핵심은 당사국들 사이에 정전 상태를 평화 상태로 바꾸는 실질적인 조치다. 정전을 평화협정으로 바꾸는데 당사자가 중요하다.

2007년 2차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평화체제의 당사자가 남북을 포함해 3자 또는 4자로 공감대를 형성했다. 3자일 경우 남북미, 4자일 경우 남북미중이라는 게 중론이다. 그리고 평화협정을 가져오기 위해서 적어도 한국이나 미국 입장에서는 북한 핵문제가 해결을 향한 결정적인 문턱을 넘어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다.

2007년 6자회담이 진전되고 남북한 관계가 진전되는 과정에서 평화협정을 언제 어떻게 할 것이냐는 논의가 일어나기 시작한 것이다. 큰 틀에서는 북한 핵문제의 근본원인인 한반도 냉전 구조의 해체, 북한과 미국 사이에 적대관계의 정상화, 정전협정의 평화협정으로의 전환, 주한미군의 지위 변경 등이 함께 논의되어야 할 것이다.

북한이 김정은 체제 들어서서 3차 핵실험하고 핵보유국 지위를 자처하고, 그에 대응해 미국은 북한에 제제를 높이고 한미일 군사동맹을 강화하고 북한문제를 국내정치적으로 활용하는 악순환이 발생하고 있다. 이 고리를 풀기 위해서 남북한 관계 개선이 필요하고 그를 위해 위민크로스 DMZ 사절단처럼 국제사회의 건설적 중재도 고무적인 일이다.

그런데 당사자들이 호혜적인 방향으로 관계 개선하는 노력 없이는 제3자의 역할이나 법적인 논의는 한계가 있을 것이다. 북한에서 오는 모든 사람과 말은 북한 비판과 국내정치적 이용 대상으로 전락하고 만다. 그러면 결국 남북한 주민의 삶의 질, 안전, 복지는 희생된다. 안보, 평화문제에 시민이 참여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민관협력은 평화문제에도 적용된다. 결국 남북한과 미국이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바꾸는 발상의 전환을 해야 지속가능한 평화를 만들어갈 수 있다.

두 개의 분단 장벽을 넘는 일

24일 오후 경기도 파주 평화누리공원에서 육로를 통해 입국한 위민크로스DMZ 여성운동가들을 위한 환영식에서 평화합창단이 공연을 하고 있다.
 24일 오후 경기도 파주 평화누리공원에서 육로를 통해 입국한 위민크로스DMZ 여성운동가들을 위한 환영식에서 평화합창단이 공연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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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이번 행사를 추진하면서 일종의 심리전을 느꼈다. 지금 남북한 사이에 북핵, DMZ, 탈북자 등 많은 문제들이 있지만 가장 큰 문제는 한국전쟁이 남북한 사람들에게 준 심리적 분단이라는 장벽이다. 상대방에 대한 불신과 두려움이 상대를 있는 그대로 보고 상대와 대화하고 가까워지는 것을 힘들게 하고 있구나 느꼈다.

우리들이 진짜 건너야 할 장벽은 DMZ만이 아니라 이런 심리적 분단도 있다. 세계 여성들과 DMZ를 건너면서 남한사람들이 북한사람을 만나는 것에 대해 심리적 저항감이 크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것은 북한사람도 마찬가지다. 슬픈 일이다.

이런 장벽을 넘어서야 한다. 서로 다르고 오래돼 멀어진 사람들 간 접촉, 남북간 접촉 없이 북한 인권 이야기하는 것은 어렵다. 한국전쟁 때 미군의 대량 폭격으로 가족을 모두 잃은 북한 할머니를 만나 그분의 인생과 인권을 생각할 기회가 있었다. 남한과 북한이 말이 통하는 똑같은 사람으로서 서로 접촉하며 불신과 두려움을 없애는 것이 가장 우선할 일이다.

서: 한국인들에게 많은 자극과 영감을 주었다. 한국인으로서, 남성으로서 감사하게 생각한다. 이제 한국에 있는 사람들이 바통을 이어받아 남북 화해와 평화, 나아가 통일을 준비해야겠다고 생각한다.

○ 편집ㅣ이준호 기자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코리아연구원 홈페이지(KNSI.ORG)에도 함께 실릴 예정입니다.



태그:#WCD, #크리스틴 안, #여성평화운동, #인권, #평화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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