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야구위원회(KBO)가 오는 2015 시즌부터 '세이프(SAFE) 캠페인'을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세이프(SAFE) 캠페인은 10개 구단 출범 원년인 2015 시즌부터 안전하고 쾌적한 야구장 관람 문화를 만들기 위한 목적으로 진행된다. 영어 'SAFE'는 4가지 핵심 키워드 '안전(Security)', '주의(Attention)', '쾌적(Fresh)', '응급상황 대처(Emergency)'의 머리글자를 따 왔다.

우선 '안전(Security)'은 안전한 야구장을 만들기 위해 강화하는 보안검색 규정을 담고 있다. 알코올류, 캔∙병∙페트 음료의 반입을 엄격히 통제하고, 개인 소지품의 수량과 크기를 제한한다. 다음으로 '주의(Attention)'은 야구장에서 빈번히 발생하는 부상, 낙상 등의 안전사고를 예방하자는 내용이다.

세번째로 '쾌적(Fresh)'은 쾌적한 관람환경을 조성하기 위하자는 뜻이다. 타인의 관람환경을 저해하는 음식물 반입이나 야구장 내 흡연, 욕설 등을 하지 말자는 내용이다. 마지막으로 응급상황 대처(Emrgency)'는 야구장 내 파울타구에 의한 부상이나 심장마비 등 응급상황 또는 재난 발생 시 팬들이 침착하게 대처하도록 유도하는 것을 의미한다.

안전 강조에는 이견 없지만... "맥주 반입 금지되면 중계볼 것"

컵에 따른 맥주 잠실 야구장 맥주

▲ 컵에 따른 맥주 잠실 야구장 맥주 ⓒ 강윤기

안전을 강조하는 캠페인의 취지에는 이견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이 좋은 취지에도 정작 팬들의 거부감은 상당하다. 한 야구팬은 "주요 극장의 경우 외부 음식물 중 일부 반입이 허용되는데 어째서 야구장만 음식물 반입을 금지하겠다는 소린지 모르겠다"며 고개를 갸웃했다.

실제로 2008년 8월, 공정거래위원회는 주요 복합상영관들이 외부 음식물 반입을 제한하는 것을 불합리한 규제로 보고 이를 자진 시정토록 권고한 바 있다. 그 결과 다른 관객에게 불쾌감을 줄 수 있는 일부 품목을 제외하면 외부 물품 반입이 가능하게 됐다.

한 야구팬은 "야구장에서 맥주를 사마실 경우 야구장 밖보다 훨씬 많은 돈을 주고 사야할 게 분명하다"며 "KBO가 외부 음식물 반입을 제한다면 심리적 저항이 대단할 것 같다"고 말했다. 18일, 야구를 좋아하는 문준혁씨와 이미경씨를 만나 간단하게 얘기를 들어봤다.

이번 KBO의 세이프 캠페인을 이들은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

- 주로 어느 때 야구장을 찾습니까?
"저는 여자친구와 데이트 코스로 야구장을 이용하는 편이에요. 직장 생활의 스트레스가 쌓일 때 함께 좋아하는 야구를 마음껏 보고 탁 트인 공간에서 시원한 맥주 한잔 하는 걸 즐기는 편입니다."

- 만약 야구장 내 외부 맥주 반입이 금지된다면 어떻게 하실 생각입니까?
"맥주가 아무래도 경기장에서 컵에 따라 마시기에는 맛도 별로고 가격도 비싼 편이에요. (맥주 반입이 금지된다면) 직접 경기장을 방문하기보다는 치킨집이나 호프집에서 야구를 시청할 것 같습니다.

이미경씨 야구를 올해 처음 접한 한화팬 이미경씨, 소풍 가는 마음으로 야구장을 찾는다.

야구를 올해 처음 접한 한화팬 이미경씨, 소풍 가는 마음으로 야구장을 찾는다. ⓒ 강윤기


- 야구를 어떻게 접하게 되었나요?
"같이 일하는 직장 동료들이 한화팬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한화팬이 되었습니다. 비록 집과 직장이 인천이라 대전야구장을 방문하지 못하는 것은 아쉽지만, 주말에 친구들과 함께 잠실야구장, 문학야구장을 방문합니다. 야구장에서 다양한 음식을 나눠 먹는 재미에 체중이 증가 할까 걱정도 됩니다.(웃음)"

- 야구장을 방문 하시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음... 아무래도 친구들과 함께 소풍 가는 기분입니다. 물론 야구 자체도 좋아하지만, 야구장 특유의 신나는 분위기 와 함께 따듯한 봄에 소풍 가기에 최적의 장소라 생각합니다."

캠페인이 지향하는 바는 분명 좋은 취지이다. 야구장에서의 안전은 중요한 문제이다. 또한, 선수들이 경기를 하는 데 취객들의 방해가 있어서는 곤란하다. 성숙한 관람의식과 시민의식이 필요하다.

캠페인보다 중요한 건 인프라 구축과 입소문

그러나 그러한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것과 특정 행위를 아예 금지하는 것은 다르지 않을까. 광고나 캠페인보다 SNS를 통한 입소문이 보다 많은 영향을 미친다. 야구를 관람하고 이를 SNS에 올리는 문화가 정착된 시점, 이 캠페인이 자칫 부정적 영향을 미칠까 우려된다.

스포츠 채널 3사와 2개 채널을 포함해 매일 5개의 경기가 실감나게 중계되는 시점이다. 돔구장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지금의 관람환경에 더 많은 제약을 가한다면 팬들에게 외면 당할 수 있다. 야구장을 방문하지 않고 중계방송을 보려는 팬이 더 많아질 수도 있다.

일본 프로야구와 미국 메이저리그의 사례를 보면 거의 모든 구장에서 음식물 반입이 금지되고 있다. 시설 안에 위치한 상인들의 상권보호를 위해서다. 대신 일본과 미국의 경우 각 구장 마다 특색 있는 음식으로 가득하다.

잠실야구장 내년 시즌, 우리는 더 이상 프로야구 중계화면에 이러한 맥주의 향연을 접하지 못할 수도 있다.

▲ 잠실야구장 내년 시즌, 우리는 더 이상 프로야구 중계화면에 이러한 맥주의 향연을 접하지 못할 수도 있다. ⓒ 강윤기


필라델피아 홈구장에는 '전통 필리 스타일 치즈스테이크 샌드위치'가 있고, 샌프란시스코의 AT&T 파크에는 '갈릭 프라이'가 준비되어 있다. 샌디에이고 펫코 파크에는 멕시코풍의 '생선 타코'를 팔고, 류현진의 소속팀 LA 다저스의 이름을 그대로 딴 '다저 도그(Dodger Dog)도 야구장 요리의 대명사처럼 알려진 좋은 예다. 이처럼 구단들의 수익성 증대를 위한 '크릭(CREAK : 에이스를 지칭하는 축구용어)'을 구장별로 만들어야 한다.

일본 라쿠텐 이글스의 홈구장인 크리넥스 경기장의 경우 매점만 40군데가 있다. 각 매점별로 다양한 음식을 판매 하고 있다. 먹을거리 또한 '엔터테인먼트'의 한 요소이다. 이와 같은 인프라 구축 없이 무조건 규제하자는 식의 조치는 곤란하지 않을까.

예컨대 이를 위한 첫 단추로 구장 장기 임대를 생각해볼 수 있다. 광고권 등 구장 전반에 관해 장기 임대가 가능해지면, 관람객들을 위한 관람 편의와 시설 확충 등의 쾌적한 환경 제공 역시 가능할 것이다.

SK 와이번스의 문학구장이 장기 임대의 좋은 예시가 될 수 있다. 인천 문학야구장은 지난 2009년 비비큐존, 2011년 T그린존과 초가정자를 설치하였다. 이는 '스포테이먼트(스포츠+엔터테인먼트)'의 일환으로 관중석 편의 시설 확충을 통한 성공적인 마케팅 사례로 꼽힌다. 이러한 사례는 장기적인 위탁권을 가질 시 구단이 투자를 통해 새로운 문화 공간을 만들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기장 운영권이 없으면 구장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없다. 운영 과정에서 지자체의 까다로운 조례와 복잡한 관계 법령 때문에 투자하기 어렵다.

근본적인 변화 없이 캠페인만 실행되는 것은 의미가 없다. 돈을 벌기 위해서는 음식도 맛있어야 하고 서비스도 좋아야 하고 나아가 스토리가 있어야 한다. 2015년 새 시즌을 앞둔 프로야구 10구단의 첫 시작인 만큼 새로운 신의 한수가 필요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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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KU, 스포츠 야구 전문기자 , 강윤기의 야구 터치 운영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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