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빙벨> 개봉 첫날 매진된 극장에서 관객들에게 인사하고 있는 이상호 안해룡 감독

<다이빙벨> 개봉 첫날 매진된 극장에서 관객들에게 인사하고 있는 이상호 안해룡 감독 ⓒ 시네마달


세월호 다큐멘터리 <다이빙벨>이 개봉 첫날부터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다이빙벨>은 개봉일인 23일 1211명의 관객을 기록하며 다양성 박스오피스 2위로 올라섰다. 19개 스크린 44회 상영이라는 조건에 비하면 괜찮은 성적이다.

비정규직 문제를 다룬 <카트> 역시 22일 언론시사회 이후 호평이 쏟아지면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딱딱하지 않은 감성적 휴먼드라마로 완성된 데다, 재미도 곁들여지면서 주목되는 작품으로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염정아의 탄탄한 연기력이 돋보이고, 아이돌 그룹 엑소의 디오 역시 제 역할을 했다는 평가가 많아 11월 기대작으로 꼽히고 있는 중이다. 

지난 7월 개봉했던 공공재의 민영화를 다룬 다큐 <블랙딜>은 관객들의 요구로 종영 두 달 만에 재개봉했다. 한 달간의 기간 중 누적 관객이 독립영화 흥행 기준인 1만 관객에 못 미칠 만큼 초반 기세는 높지 않았다. 하지만 영화에 대한 입소문이 퍼지면서 관람 문의가 끊임없이 이어졌고 재개봉으로 이어졌다.

 사회적 문제를 다룬 영화 <다이빙벨>, <카트>, <블랙딜> 포스터

사회적 문제를 다룬 영화 <다이빙벨>, <카트>, <블랙딜> 포스터 ⓒ 시네마달&명필름&인디플러그


이들 영화의 공통점은 모두 사회적 문제를 다뤘다는 것이다. 전 국민을 충격에 빠뜨린 세월호 참사와 비정규직 문제, 그리고 민영화 문제 등 삶에 직접 와 닿는 부분을 소재로 한 작품들이다. 관객들 역시 높은 관심을 나타내는 모습이다.

이에 대해 정지욱 영화평론가는 "시대상황에서 충분히 관심을 가져야 할 때이고 위기의식이 반영되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또한 그런 작품들이 전투적이지 않으면서 영화라는 장르의 특성에 맞게 오락성을 잘 전달하고 있다"고 평가하고 "더 좋은 효과를 가져 오지 않을까 싶다"고 전망했다.

[다이빙벨] 희생자 유가족들도 큰 관심...영진위 인디플러스는 상영 안 해

"오전부터 좌석이 반 이상 차고 있다."

23일 개봉한 <다이빙벨>의 배급 관계자는 개봉 첫날의 분위기를 이렇게 전했다. 오전 분위기는 오후로 들어서며 매진 행렬로 이어졌다. 광화문 인디스페이스와 아트나인 등의 저녁 상영은 매진됐고, 창원에서도 예약 만석이라는 소식이 들려왔다. 상영관이 많이 확보되지 않았고 교차상영이 대부분이었지만 관객들의 관심은 높았다.

한 관객은 SNS에 올린 글을 통해 "이상호 기자가 다이빙벨 다큐영화를 만든다길래 오버라고 생각했다. 영화를 봤고,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중요한 사실'을 전달하는 동시에 '영화적으로' 잘 만들어졌기 때문! 주변의 '이성적인 분'들을 모시고 꼭 보길 바란다. '그만 잊자'는 분들 말이다"라는 감상평을 남겼다.

 개봉 첫날인 23일 매진된 광화문 인디스페이스 저녁 상영 직후 관객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는 이상호 감독

개봉 첫날인 23일 매진된 광화문 인디스페이스 저녁 상영 직후 관객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는 이상호 감독 ⓒ 시네마달


<다이빙벨>에 대한 해외 거장 감독들의 호평도 이어지고 있는 중이다. <토리노의 말>로 61회 베를린국제영화제 은곰상을 수상했고, 씨네필들의 존경을 받고 있는 거장 벨라 타르 감독은 "이 영화는 우리 사회가 어떤 상태인지, 그리고 이 자본주의 체제가 얼마나 타락했는지 보여주고 있는 매우 중요한 영화"라며 "모두가 이 영화와 함께해줬으면 좋겠다. 영화를 제작한 두 감독의 노고와 용기, 올곧음에 경의를 표한다"고 밝혔다.

이란의 거장 모흐센 마흐발바프 감독은 "한국 대통령이 이 영화를 봐야 한다"며 책임이 있고 잘못을 한 모든 이들에게 국민에게 사과하고 재발하지 않도록 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다이빙벨>은 세월호 참사 당시 우왕좌왕하던 모습을 고스란히 드러낸다는 점에서 시선 집중에 성공했다. 부산영화제 때 일부에서 상영을 중단하라는 요구가 있었고 부산시장 외압설이 등장하기도 했으나 오히려 홍보에 큰 도움이 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다이빙벨>은 유가족들의 지원 약속도 받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탄력을 받는 모양새다. 배급 관계자는 "지난 주말 안산 단원고 희생자 학부모들을 초청해 시사회를 가졌다"면서 "이 자리에서 유가족들이 이상호 감독에게 '그때 오해해서 미안하다'는 이야기를 하는 등 영화에 공감을 나타냈다"고 전했다. 이어 "희생자 학부모들이 직접 관객과의 대화에 참여할 계획도 갖고 있다"고 밝혀, 영화의 파급력이 더욱 커질 수 있음을 예고했다.

<다이빙벨>은 대형 멀티플렉스들이 상영하지 않으면서 독립예술영화관을 중심으로 관객과 만나고 있다. 하지만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에서 직영하는 독립영화전용관 인디플러스의 상영작 목록에서는 빠져 논란이 일 조짐이다. 인디플러스 관계자는 "영화의 개봉일이 급하게 잡히면서 빠진 것이고 상영을 검토하는 중"이라고 해명했으나 영진위 측은 "상영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영진위 관계자는 23일 전화통화에서 "아직 정확한 진상이 규명되지 않은 사안이라, 상영하기에는 부담이 따르는 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외부의 압력이나 상급 기관의 지시가 있었냐는 물음에 "그렇지는 않다"고 답했다.

하지만 독립영화전용관이 독립영화 상영을 못하는 것에 대해 문제가 있다는 것이 영화계의 지적이다. 인디플러스는 2012년에도 강정마을 해군기지 문제를 다룬 <잼 다큐 강정>을 상영하려다가 영진위가 반대하면서 독립영화계와 갈등을 빚기도 했다. 당시 논란 끝에 뒤늦게 상영이 결정됐고 김의석 위원장이 "작품 상영의 독립성을 보장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겠다"고 밝혔으나 이번에 비슷한 일이 되풀이 되면서 논란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카트] 사회파 영화가 상업성과 잘 절충, 재밌고 예쁘게 만들어져

 22일 오후 서울 롯데시네마건대입구에서 열린 영화 <카트>시사회에서 배우 이승준, 염정아, 문정희, 김영애, 도경수, 천우희, 황정민, 김강우가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카트>는 주류영화계에서 처음 시도되는 '비정규직 노동자' 이야기로, 한국사회에서 심화되고 있는 노동현실의 문제를 다룬 작품이다. 11월 13일 개봉.

22일 오후 서울 롯데시네마건대입구에서 열린 영화 <카트>시사회에서 배우 이승준, 염정아, 문정희, 김영애, 도경수, 천우희, 황정민, 김강우가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카트>는 주류영화계에서 처음 시도되는 '비정규직 노동자' 이야기로, 한국사회에서 심화되고 있는 노동현실의 문제를 다룬 작품이다. 11월 13일 개봉. ⓒ 이정민


내달 13일 개봉하는 <카트>는 비정규직 문제를 다뤄 주목되고 있는 작품이다. 제작사 명필름 관계자는 "2009년 이랜드 홈에버 노조의 투쟁에서 구상한 뒤 5년 만에 영화로 완성하게 된 것"이라고 작품의 의의를 밝혔다. 영화는 비정규직 문제와 함께 마트 노동자들의 고충, 편의점 아르바이트의 임금 착취, 서민 가정의 애환 등을 담아냈다. 하지만 거친 투쟁보다는 따뜻한 시선이 깔리면서 인간미가 강조됐고 대중적인 영화로 잘 만들어졌다는 평가다.

정지욱 평론가는 "사회파 영화로서 상업성과 잘 절충됐다"면서 "힘들었던 일에 대한 극복과정을 잘 담았다"고 호평했다. 이어 "싸움의 당위성에 대한 인식을 잘 전달했다"며 "사회적 이슈를 소재로 하지만 영화적으로 부담 없고 쏠쏠한 재미를 갖췄다"고 말하고 "작지만 유머도 곁들이면서 예쁜 영화가 됐다"고 덧붙였다.   

지난 부산국제영화제에서 2회 상영이 모두 매진될 만큼 큰 인기를 모았던 <카트>는 개봉일도 의미 있게 정한 모습이다. 11월 13일 개봉을 예정하고 있는 데 이날은 한국 노동운동의 상징인 전태일 열사의 기일이다. <카트>에 대한 제작사의 마음가짐이 느껴지는 부분이다. 명필름 관계자는 개봉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날짜가 그렇게 잡혔지만 일부러 의식한 면도 있다고 밝혔다. 

<카트>에는 비정규직 마트 노동자들과 해고 노동자들이 보조출연자로 참여하기도 했다. 일부 장면은 1990년대 불멸의 명작으로 평가받는 노동영화 <파업전야>에 대한 오마주로 비친다. 당시 <파업전야>의 제작에 핵심 역할을 한 사람이 명필름 이은 대표라는 것도 영화의 의미를 더하는 부분이다.  

[블랙딜] 민영화에 대한 우려 커지면서 재개봉, 소리 없는 흥행

 공동체 상영 후 관객들과 대화를 나누는 <블랙딜> 이훈규 감독

공동체 상영 후 관객들과 대화를 나누는 <블랙딜> 이훈규 감독 ⓒ 인디플러그


철도민영화와 의료민영화 등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커지면서 영화 <블랙딜>에 대한 관심도 확산되고 있다. 민영화를 앞서 추진했던 다른 나라들의 실체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서민들의 삶을 도외시한 '검은 거래'라는 것이 영화에서 볼 수 있는 민영화의 본 모습이다.

<블랙딜>은 7월 초 개봉한 후 8월 중순 종영까지 영진위 통합전산망 기준 8909명의 관객을 기록했으나 공동체상영이나 대관 상영 등으로 5천 명 이상이 관람하면서 소리 없는 열풍을 이어가고 있다.  

제작배급사인 인디플러그는 "시민단체나 노조, 혹은 학생들의 수업이나 도서관의 시민대상 상영, 또는 가족과 친지들이 함께 모여 TV나 프로젝터로 영화파일을 받아 상영하는 방식으로 200곳 이상에서 상영회를 개최했다"고 밝혔다. 뒤늦게 입소문이 퍼지면서 민영화 바람을 타는 모양새다.

이 같은 열기에 힘입어 영화는 지난 13일 재개봉 됐다. 매우 수요일과 주말 광화문 인디스페이스에서 상영하는데, 재개봉 이후 상영 때마다 90% 이상의 높은 좌석점유율을 나타내고 있다. 민영화에 대한 우려감이 관객들을 극장으로 모으고 있는 것이다.

인디플러그 측은 "상영 요청이 계속 이어지고 있는 중이라 IPTV나 온라인에 풀지 않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냥 묻히기는 너무 아까운 영화"라는 평이 나오는 것도 영화에 힘을 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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