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기업들의 참여 속에 대폭 늘어난 올해 부산영화제 아사아필름마켓 부스

중국 기업들의 참여 속에 대폭 늘어난 올해 부산영화제 아사아필름마켓 부스 ⓒ 부산국제영화제


부산국제영화제의 중요한 축을 구성하는 아시아필름마켓은 올해 유례없는 호황 속에 예년보다 부쩍 성장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난 5일~8일까지 4일간 열린 아시아필름마켓은 지난해 172개였던 부스가  223개로 늘어났고 참가자들에게 발급한 마켓 배지 수도 전년 대비 23%나 증가한 1566개였다.

호황의 원동력은 중국이었다. 베이징광파전영전시국 등 베이징 소재 9개 제작사 및 배급사가 마켓에 참여했고,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의 중국 내 독점 방영권을 사들인 온라인 플랫폼 회사 아이치이(iQIYI)가 개막파티를 후원했다. 중국판 유투브로 중국 내 최대의 동영상 플랫폼으로서의 영향력을 자랑하고 있는 유쿠 투더우(Youku Tudou)는 폐막파티를 후원하며 '차이나 머니'의 위력을 과시했다.

국내 영화 콘텐츠를 찾기 위해 마켓을 방문한 아이치이는 롯데엔터테인먼트의 라인업 40여 편과 화인컷 라인업 50여 편의 온라인 독점 판권 계약을 체결하는 성과를 거뒀다. 다른 중국 기업들도 왕성한 구매력으로 올해 마켓 분위기를 띄우는 데 일조했다.

국내 4대 배급사 중 하나인 넥스트엔터테인먼트월드(이하 'NEW', 총괄대표 김우택)는 지난 10월 7일 중국 내 드라마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는 드라마/영상문화 선두기업 화책미디어그룹(이하 '화책', 총경리 자오이팡)으로부터 535억 규모의 투자를 유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이번 거래는 중국 기업이 한국영화계에 투자한 거래 중 최대 규모의 투자다.

중국 절강성 항주시에 본사를 둔 화책은 북경, 심천, 홍콩 및 한국 등 20여개 지사를 보유하고 있으며, 매년 천 편 이상의 드라마를 제작하고, 골드타임 시장 점유율이 15%를 초과하는 중국 최고의 영상 제작사이다. 화책은 이번 투자를 통해 NEW 지분 15%를 취득하게 되며, 최대주주인 김우택 총괄대표에 이어 2대 주주가 될 예정이다.

양사는 향후 중국 시장을 겨냥한 영화∙드라마 중심의 콘텐츠 제작∙투자∙유통에 대한 업무를 공동으로 추진하게 된다고 NEW는 밝혔다.  

부산영화제 아시아필름마켓 살려낸 '차이나 머니'

 지난 7월 3일 청와대에서 한국 문화체육관광부(장관 유진룡)와 중국 신문출판광전총국(장관 차이푸차오)이 양국 정상이 지켜보는 가운데  ‘대한민국 정부와 중화인민공화국 정부 간의 영화공동제작에 관한 협정’에 서명한 후 악수하고 있다.

지난 7월 3일 청와대에서 한국 문화체육관광부(장관 유진룡)와 중국 신문출판광전총국(장관 차이푸차오)이 양국 정상이 지켜보는 가운데 ‘대한민국 정부와 중화인민공화국 정부 간의 영화공동제작에 관한 협정’에 서명한 후 악수하고 있다. ⓒ 문화체육관광부


최근 영화산업에 있어 중국과의 협력관계가 부쩍 늘어나는 모습이다. 올해 아시아필름마켓의 경우 다소 정체된 모습을 보여 왔으나 중국의 참여 속에 제대로 된 시장 분위기를 형성했다. 이 때문에 '차이나 머니'가 마켓을 살렸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다.

NEW와 화책의 합작 역시 중국 기업의 대규모 투자가 처음으로 이뤄졌다는 점에서 의미가 큰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영화산업에서 한국과 중국 간의 이 같은 협력은 지난 7월 체결된 '대한민국 정부와 중화인민공화국 정부 간의 영화 공동제작에 관한 협정'이 바탕이 됐다.  

지난 7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 과정에서 체결된 양국 간의 협정은 공동제작영화로의 승인 절차, 조건, 기술협력 등에 관한 사항을 규정하고 있다.

특히 중국과의 합작영화가 공동제작영화로 승인받는 경우 중국 내에서 자국영화로 인정된다. 이 경우 중국의 외국영화 수입제한제도에 해당되지 않는다. 중국은 분장제 영화(영화배급을 위탁하여 흥행수익을 제작, 배급, 상영 주체가 나누어 갖는 방식) 연 34편, 매단제 영화(흥행 수익을 비롯한 일체의 배급권을 파는 방식) 연 30편으로 수입할 수 있는 영화를 제한하고 있다. 

한중 영화 협정에 따라 한국영화의 중국시장 진출이 지금보다 더욱 증가하고, 영화특수효과기술(VFX) 협력, 현장 스태프 교류 등이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데, 오히려 중국 기업들이 더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는 모양새다. NEW와 화책의 합작은 협정에 따른 첫 번째 사례라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북적대는 아시아필름마켓. 영화를 사고파는 장터인 아시아필름마켓에 올해는 중국 기업들의 참여가 늘며 각종 거래가 활발하게 진행됐다.

북적대는 아시아필름마켓. 영화를 사고파는 장터인 아시아필름마켓에 올해는 중국 기업들의 참여가 늘며 각종 거래가 활발하게 진행됐다. ⓒ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에 대한 중국의 관심은 올해 부산영화제에서 도드라지게 나타났다. 전양준 아시아필름마켓 운영위원장에 따르면, 마켓 행사에 대한 중국 측의 후원은 지난 8월 말 개최된 올해 베니스영화제에서 결정됐다. 부산영화제를 한 달 남짓 앞두고 급하게 결정된 것이다. 전 위원장은 "이 덕분에 예산 문제로 아시아프로젝트마켓(APM)의 수상 부문 중 없애려고 했던 상이 유지될 수 있었다"면서 "2년치 해외 출장비를 한 번에 벌어왔다"고 말했다. 

중국의 허이필름과 유쿠 투더우는 공동으로 APM 공식 프로젝트 중 한 편을 선정하여 미화 3만 달러를 개발비로 지원했는데, 중국 페마 체덴 감독의 <킬러>가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특히 유쿠 투더우는 아시아 신인감독 발굴 및 육성을 위해 부산국제영화제와 '아시아 콜라보레이션 프로젝트'를 위한 MOU(양해각서) 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이 협약은 2015년부터 2017년까지 3년간, 신인감독 4명과 기성감독 4명을 선정해 단편영화를 제작할 수 있도록 지원금을 제공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전양준 운영위원장은 "중국 측이 올해 파티 후원으로 쓴 비용만 1억 원 가까이 된다"면서 "중국 측의 관심이 올해 1회성으로 끝나는 것이 아닌 내년에는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한국의 알찬 영화·영상 콘텐츠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는 것이다. 전 위원장은 "시진핑 주석의 방한 이후 한중 관계가 급속도로 발전하면서 중국 기업의 관심이 부쩍 느는 상태"라고 덧붙였다.

부산영화제 측은 그간 더딘 성장으로 고민거리였던 마켓이 본격적인 탄력을 받았다는 판단 아래 영화제의 성장 동력으로 삼겠다는 분위기다. 이용관 위원장이 지난 10일 결산 기자회견에서 "국위선양에 자신이 있다"면서 마켓에 대한 국고 지원 증액을 요청한 것도 이 같은 맥락이다. 

중국 자본에 휘둘릴 우려는 기우, 중국 진출 발판 마련

 국내 주요 배급사 중 하나인 넥스트엔터테인먼트월드(NEW)

국내 주요 배급사 중 하나인 넥스트엔터테인먼트월드(NEW) ⓒ NEW


중국 기업 화책과 합작 투자를 체결한 NEW 역시 비슷한 반응을 나타내고 있다. NEW는 이번 투자를 계기로 중국 시장에 대한 콘텐츠 공급 및 유통에 대한 발판을 조성했다고 자평했다. 화책은 한국의 유망한 콘텐츠 유통회사와의 결합을 통해 중국 내 경쟁구도에서 앞서가는 포석을 마련했기 때문에 양쪽 모두 이익이 크다는 것이다.

NEW는 또한 기업 가치와 성장 잠재력 측면에서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면서 중국 시장 진출과 더불어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 것으로 기대감을 나타냈다.

NEW 관계자는 13일 전화통화에서 "그간 몇 개의 업체들이 합작 의사를 전달했으나 최선의 조건을 제시한 화책과 계약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중국 시장 진출에 대한 생각은 있었으나 대기업처럼 진출할 수 있는 기회가 없었다. 중소기업으로서 현실적 여건이 쉽지 않았기 때문인데, 이번 계약을 통해 발판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합작 투자가 혹시라도 중국 측의 자본에 휘둘릴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일부의 우려에 대해 "전혀 그렇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일부에서 쌍용차 등을 예로 들며 그런 보도가 나오던데 억측일 뿐이다. 우리가 좋은 콘텐츠를 갖고 있음을 중국이 평가한 것이고, NEW는 인적 자원이 움직이는 회사이기 때문에 적대적인 M&A(인수합병)를 한다고 해도 문제가 없다"며 "계약서에 필요한 문구를 다 넣었다"고 밝혔다.

또한 "우리의 입장이 계약서에 대부분 반영됐고 오히려 우리가 중국 측 회사를 차지하는 모양새가 된 것이라 이 정도면 좋은 파트너로 손색이 없고 NEW 입장에서는 운이 좋았다"면서 "수출이 필요한 상황에서 수출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으로 보면 된다"고 덧붙였다.

중국 기업의 한국영화 관심 적극 활용해야

 김의석 영화진흥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6일 부산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한국영화의 밤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김의석 영화진흥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6일 부산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한국영화의 밤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 부산국제영화제


한국과 중국 간의 영화 협력은 지난 2011년 김의석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 위원장이 취임하면서 강조했던 사안이기도 하다. 당시 김 위원장은 "중국 시장 개척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기회를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영진위는 지난 2012년 중국에 필름비즈니스센터를 개소해 한중 공동제작의 전진기지로 활용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13일 전화통화에서 한중 영화협정을 계기로 중국 기업들이 한국영화에 보이는 관심에 대해 "생각보다 빠르게 진행되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그는 "중국 기업들의 관심은 예상했던 부분"이라며 "긍정적으로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일부 우려가 있을 수 있고 보완대책이 필요한 부분도 있겠지만, 그렇다고 안 할 수는 없는 것이기에 우리도 이 기회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또한 "한중 글로벌 펀드와 스튜디오를 통해 국가적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면서 "중국 쪽에 끌려가지 않기 위해서는 CJ 등 대기업의 현지화 경우처럼 제작과 투자 등 시스템이 같이 가서 시장을 공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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