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가 또 스피드 스케이팅 시상대를 점령했다.

네덜란드는 17일 열린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1500m 경기에서 올림픽 신기록으로 우승한 요리엔 테르 모르스, 그리고 나란히 2·3위를 차지한 이레네 뷔스트와 로테 반 비크를 앞세워 금·은·동을 휩쓸었다.

이로써 네덜란드는 이번 올림픽 남자 5000m, 500m에 이어 여자 1500m까지 스피드 스케이팅 3개 종목에서 금·은·동을 모두 가져갔다. 올림픽 역사상 유례를 찾기 힘든 엄청난 기록이다.

남자 5000m에서 스벤 크라머, 얀 블록휴이센, 요리트 베르그스마가 나란히 금·은·동을 따냈으며 500m에서는 미첼 뮐데르, 얀 스미켄스, 로날드 뮐데르가 금·은·동을 휩쓸면서 그야말로 네덜란드 '광풍'이 불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저인망'으로 메달 휩쓰는 네덜란드

지금까지 경기를 마친 소치 동계올림픽 스피드 스케이팅 8개 종목에서 네덜란드는 무려 금메달 5개를 가져갔다. 한국의 이상화(여자 500m), 중국의 장홍(여자 1000m), 폴란드의 즈비그니브 브로드카(남자 1500m) 등 단 3명의 선수만이 네덜란드의 독주를 막는 데 성공했다.

네덜란드는 전 세계가 인정하는 스피드 스케이팅의 최강국이다. 소치 올림픽이 열리기 전 역대 동계올림픽에서 총 85개(금 28개, 은 30개, 동 27개)의 메달을 스피드 스케이팅에서 따냈을 정도다.

그렇다면 무엇이 네덜란드를 '빙속 강국'으로 만들었을까. 일단 타고난 신체조건을 꼽을 수 있다. 쇼트트랙과 달리 시간 기록을 겨루는 스피드 스케이팅에서 추진력과 가속도를 얻기 위해 큰 키와 긴 다리를 갖춰야 유리하다. 그런데 네덜란드는 유럽에서도 키가 크기로 유명한 민족이다.

최근 들어 한국·일본 등 아시아 선수들이 스케이팅 기술을 개발하고, 혹독한 훈련을 앞세워 단거리 종목에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특히 한국은 2010년 밴쿠버 대회에서 3개의 금메달을 따내며 스피드 스케이팅의 새로운 강호로 떠올랐다.

그러나 네덜란드는 오히려 아시아 선수들의 세밀한 기술까지 흡수하며 더욱 완벽한 기량을 갖췄다. 비교적 단거리보다 장거리 종목에서 더 강했던 네덜란드가 이번 올림픽에서는 단거리와 장거리를 가리지 않고 '저인망'으로 메달을 휩쓰는 비결이기도 하다.

축구 부럽지 않은 스피드 스케이팅 인기

더구나 네덜란드에서는 스피드 스케이팅이 축구만큼 인기가 높은 '국민 스포츠'이기도 하다. 올림픽 무대에서 금메달을 따낸 선수라면 국민적 영웅이 되어 부와 명예를 한꺼번에 거머쥔다.

국토의 4분의 1이 해수면보다 낮은 네덜란드에는 수로가 거미줄처럼 연결되어 있고, 겨울이 되면 이 수로들이 얼어 네덜란드 국민들은 스케이팅을 생활스포츠로 즐긴다. 얼음이 두껍게 열면 200km 이상의 코스를 달리는 스케이팅 마라톤이 열리기도 하는데 국왕이 함께 참가할 정도다.

네덜란드는 장비 개발에도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네덜란드가 개발한 '클랩 스케이트'는 스케이트와의 뒷굽과 날이 분리되어 마찰을 줄이고, 다리를 더 많이 뻗을 수 있어 근육의 피로를 줄이는 효과가 있다. 네덜란드가 1998년 나가노 올림픽부터 신기 시작한 클랩 스케이저는 이제 전 세계 스피드 스케이팅 선수의 필수품이 되었다.

또한 네덜란드는 선수들이 머리와 무릎에 두르는 첨단 실리콘 밴드를 개발하기도 했다. 실리콘 밴드를 지그재그로 배열하여 빙판을 질주할 때 공기의 저항을 최대한 줄여주는 역할을 한다.

이렇듯 네덜란드는 타고난 신체, 체계적인 선수 육성과 훈련 프로그램, 혁신적인 장비 개발, 스케이팅을 사랑하는 국민성 등 최고의 환경을 바탕으로 세계 최고의 빙속 강국을 이뤄냈다. 소치 올림픽에서 네덜란드 선수들과 치열한 경쟁을 벌인 이상화와 모태범이 한목소리로 "네덜란드가 부럽다"고 말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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