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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개월 동안 빈 통장뿐이다. 월급이 제때 들어오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 추석이 코앞이지만 올해도 '풍요로운 한가위'는 기대할 수 없다. 체불임금이 고향 가는 발걸음을 무겁게 한다.

전국건설노조로부터 전해 받은 체불임금 사례집에는 이 같은 사례가 숱하게 등장했다. 그것도 영세 사업장이나 폐업, 휴업을 한 업체의 이야기가 아니다. 버젓이 공장이 돌아가고, 빌딩이 올라가고, 영업을 하지만 임금은 나오지 않는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같은 국가 자본이 투입된 기업까지 임금체불에는 '왕후장상의 씨'가 따로 있지 않다.

김경협 민주당 의원이 16일 공개한 고용노동부 통계에 따르면 2013년 들어 지난 7월까지 발생한 체불임금 건수는 10만5674건, 체불금액은 7104억 원에 달한다. 매달 2만 건에 가까운 체불임금 신고가 접수되고 그 가운데 수 천 건이 그 달에 해결되지 않고 이월 된다. 고용노동부의 지도(6만 5천여 건)로 해결되는 것도 있지만 법원까지 가서야 해결(3만 4천여 건)되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이러한 체불임금은 지난 10년 동안 해가 바뀌어도 항상 비슷한 수준에서 계속됐다. 매년 30만 명의 근로자가 임금을 받지 못했고, 그 금액은 1조 원에 달했다. 지난 2007년 체불임금 근로자수가 19만 명까지 줄고, 체불액수도 8400억 가량으로 떨어졌지만 이후 다시 증가추세에 있다. 현재의 제도만으로는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망한 회사보다 정상운영되는 회사에서 더 많이 발생

지난 10년 동안 발생한 체불임금 근로자수와 금액 통계.
 지난 10년 동안 발생한 체불임금 근로자수와 금액 통계.
ⓒ 고용노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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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노동부 통계를 보면 임금체불은 회사가 어려워 어쩔 수 없을 때보다 사업주의 그릇된 인식과 왜곡된 노사관계에서 비롯할 때가 더 많다.

매년 경영의 어려움 때문에 폐업 및 휴업 중인 사업장에서 발생하는 체불임금 사례는 전체 신고 건수의 10~20%다. 나머지 80~90%는 정상 운영하는 업체에서 발생한다. 이 비율은 최근 차이가 더욱 벌어진다. 2007년 임금체불이 발생한 가동사업장이 전체 81.2%였던 것에 비해 2012년에는 90.2%로 늘어났다. 이는 가동사업장의 임금체불 해소가 시급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또 전체 체불임금 사례 가운데 열에 하나는 어쩌다 한 번 일어난 일이 아니다. 2010년 전체 11만여 개의 체불 신고 사업장 가운데 1만 2천여 개 사업장이 3회 이상 신고 됐다. 2011년과 2012년에도 비슷한 비율로 다수 체불신고 사업장이 발생했다. 상습적으로 임금을 체불하는 사례가 많다는 뜻이다.

이 같이 의도적이고 상습적인 임금체불은 고용노동부 설문조사에서도 확인된다. 지난 2009년 노동부가 실시한 연구용역에 따르면 '순수한 경제 요인'으로 임금을 체불한 경우는 31.6%에 불과했다. '문제 근로자 제재수단으로 의도적 체불'이 19.6%, 악의적·상습적 체불이 15.7%로 사업주의 의도가 섞인 임금체불이 더 높았다.

이러한 사업장에 대한 적극적인 제재방안이 요구되는 가운데 고용노동부는 최근 상습 체불사업주 234명의 명단을 공개했다. 이들 대상자들은 개인정보와 함께 '3년간 임금 체불액' 등이 고용노동부 홈페이지와 지방고용노동관서 게시판에 3년 동안 공개되며 신용제재를 받게 된다. 이들의 평균 체불금액은 7475만 원이며 33명은 1억 원 이상을 체불한 것으로 나타났다.

상습 체불사업주 명단 공개... "체불임금 이행강제금 도입해야"

체불임금 원인 관련한 설문조사 결과
 체불임금 원인 관련한 설문조사 결과
ⓒ 고용노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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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해 방하남 고용노동부 장관은 "상습 체불사업주에 대한 명단 공개 및 신용제재제도 시행이 임금체불에 대한 사업주의 인식을 바꾸는데 크게 기여할 것"이라며 "9월 중에는 종합적인 임금체불 예방과 개선대책을 마련해 근로자들이 임금체불 걱정 없이 일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김경협 민주당 의원은 "보다 강력한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체불임금 지급 이행명령제도를 도입해 이를 거부하는 체불사업주에게 이행강제금을 부과해야 한다"며 ▲재직자의 체불임금 지연이자(연20%) 적용 ▲표준임금명세서 의무 교부 ▲악덕 체불사업주 구인신청·직업소개·직업정보제공 전면 금지 등 근로기준법과 직업안정법 일부개정 법률안(임금체불근절법)을 대표 발의했다.

김 의원 "작년 한 해 동안 1조1700억 원의 체불임금이 발생했고, 올해는 7월까지 7105억 원에 이른다. 신고되지 않은 사건을 포함할 경우 상상을 초월할 것"이라며 "수많은 근로자들이 체불임금을 받기 위해 민사소송을 진행하거나 체불임금 받기를 포기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신속한 체불임금 청산을 유도하기 위해서는 이행강제금 도입 등 고의적·악의적 체불사업주에 대한 경제적 제재를 강화하는 등의 특단의 조치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고용노동부의 체불청산 지시를 이행하지 않는 체불사업주에 게 이행강제금을 부과하게 된다. 이행강제금은 2년 동안 1년에 2회(1회당 최고 2000만원), 최대 8000만 원(체불근로자 1인당)까지 부과할 수 있다.


태그:#임금체불, #체불임금, #김경협, #LH, #건설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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