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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에 학생 글 조작 내용이 담긴<한국교육신문> 11월 5일 자 1면.
 지면에 학생 글 조작 내용이 담긴<한국교육신문> 11월 5일 자 1면.
ⓒ 한국교육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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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한국교총)에서 내는 공식 기관지가 '서울교육감 선거' 관련 한 고교생의 기고문을 조작해 지면에 실은 것으로 밝혀져 논란이 예상된다. 이 단체는 서울시 보수교육감 단일후보 활동에 관여해왔다.

교총 기관지, 학생 기고글 절반 가량 '창작'

18일 한국교총 기관지 <한국교육신문> 등에 따르면, 이 신문은 지난 11월 5일 자 6면에 '내가 바라는 서울교육감'이란 주제로 경기지역 고교 1학년 A학생의 글을 학교명과 함께 실명으로 실었다. 약 25만 부를 발행하는 이 신문의 주된 독자는 전국 초중고 교사다.

그런데 A학생이 처음 기고한 원문과 <한국교육신문>에 실린 내용을 비교한 결과 절반가량이 '창작'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경쟁교육 반대' 취지로 쓴 원문은 기사화되면서 '학생인권조례 반대'로 날조됐다. 학생이 쓴 원문에는 '학생인권조례'란 표현은 물론 '인권'이란 단어는 한 군데도 없었다.

다음은 A학생이 작성한 원문과 <한국교육신문>에 실린 내용 가운데 일부다.

A학생 원문
"대한민국에서 다른 학생들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취미, 가족 간의 대화, 자신이 진정으로 하고 싶은 공부 등 많은 것들을 포기해야 한다. (중략) 학업 성적이 좋지 않아서 자살한 학생들, 부모님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자 혼날 것이 두려워 부모님을 살해한 학생, 경쟁은 이와 같이 학생들을 벼랑 끝까지 몬다.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 이유는 결국 학생들의 개별성을 고려하지 않은 교육 제도에서 나온다. (중략) 우리가 원하는 교육감은 학생들의 개별성을 고려하는 교육감이다."

<한국교육신문> 내용
"'청소년을 위한 교육제도'가 무엇일까? 혹자는 학생인권조례가 학생을 위한 것이라고 주장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가장 먼저 조례를 도입한 우리 경기도에서 조례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에게 돌아왔다. 교실은 붕괴돼 수업권은 찾아보기 힘들게 됐고, 학생이 학생을 괴롭혀도 교사가 학생을 제재할 수단이 없어졌다. 이것은 학생을 위한 교육이 아니라 어른들의 욕심에 학생을 희생시키는 교육이다. 학생들이 바라는 교육감은 모든 학교와 학생에 똑같은 조례를 만들고 교육감의 이념을 강요하는 교육감이 아니라 학생의 개별성을 인정해 주는 교육감이다."

내용을 조작한 <한국교육신문> 11월 5일 6면의 A학생 기고문.
 내용을 조작한 <한국교육신문> 11월 5일 6면의 A학생 기고문.
ⓒ 한국교육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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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한국교총은 올해 5월 30일 '교권수호 기자회견' 등 여러 차례의 보도자료와 기자회견 등에서 자체 설문조사 결과를 내놓으면서 "학생인권조례 때문에 교실이 붕괴됐다"고 주장한 바 있다.

"학생 마음 상처"..."교총 차원에서 한 일 아냐"

A학생의 아버지 박아무개씨는 "아들이 신문에 실린 내용을 보여주더니 '내가 쓰지도 않은 내용이 많이 실렸다'고 하며 속상해했다"면서 "오는 12월 19일 서울시교육감 선거를 앞둔 시점에 교원을 대표한다는 단체의 기관지가 학생들을 이용한 것은 무척 잘못된 일"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또 "아들이 쓴 글이 아들과 한마디 상의도 없이 왜곡되어 '경기 학생인권조례가 학생들의 인권에 많은 기여를 했다'고 믿고 있는 아들의 마음에 커다란 상처를 주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서아무개 <한국교육신문> 편집국장은 "A학생 글을 편집한 기자에게 알아보니 해당 학생의 글은 한 청소년단체를 통해 받게 된 것"이라면서 "청소년단체 회장에게 문의했더니 해당 글을 고쳐도 괜찮다고 해서 수정한 글을 게재하게 됐다"고 해명했다.

서 국장은 "이번 일은 학생의 연락처가 없어서 생긴 것이고 한국교총이 조직적 차원에서 그렇게 한 일은 아니다"고 주장했다.

덧붙이는 글 | 인터넷<교육희망>(news.eduhope.net)에도 보냈습니다.



태그:#한국교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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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교육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살아움직이며실천하는진짜기자'가 꿈입니다. 제보는 bul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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