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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산 천지
 백두산 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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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 ~ !! 백두산 70여 평생을 벼르고 별러 강행한 "백두산" 산행을 하는데 다행이 날씨가 좋아 생애 최고의 행복산행을 하고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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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0일, 우리나라 남부지방 일대를 크게 강타했던 태풍 볼라벤에 이어, 말은 작은 태풍이라지만 곧이어 덴빈이 제주에 만만치 않은 폭우를 내렸다는 뉴스를 들으며 나는 맘 속으로 애간장을 태운다. 왜냐면 이미 일 년 전부터 준비해온, '내 70 평생 꿈에 그리던 우리 민족의 영산' 백두산 원정 산행을 떠나는 날이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새벽 4시 잠을 깨 산행에 필요한 짐을 챙겨 작은아들이 인천공항까지 태워다 주는 차를 타고 6시 정각 인천공항에 도착한다.

이런 나를 보고 아내도, 12살 손자 녀석도 할아버지 태풍이 온다는데 백두산엔 담에 가시는 것이 어떠냐며 만류를 했다. 하지만 이미 일 년 전 맘먹은 백두산 산행 계획을 갑자기 접을 수 없어 '춘향이 누님이 이도령 생각'하는 일편단심 같은 한마음으로 백두산 산행을 강행했다. 그런 나를 보고 이른 새벽 부스스 일어난 아내 왈 "당신 그 고집을 누가 말리겠어요. 조심하고 잘 다녀와요" 하는 소리를 듣고 집을 나섰다.

공항에 도착하니 6시인데 벌써 공항 출국장엔 어디로 떠나는 많은 여행 인파가 인산인해를 이룬 가운데 나도 일행 15명과 '산이 좋은 사람들' 여행사에서 나온 가이드를 만나 출국 절차를 밟고 여행에 필요한 짐은 소화물로 부쳤다. 오전 8시 30분 벌써 태풍 덴빈의 영향으로 20분이나 늦게 이륙하는 대한항공편 비행기를 타고 중국 요녕성 선양(심양) 공항 도착하니 오전 9시 3분(중국 현지시각) 우리나라 시간으로 10시 3분이다.

가도가도 끝없이 이어지는 중국의 옥수수밭 6시간을 달려도 양쪽으로 보이는것은 옥수수 밭 뿐이다.
 가도가도 끝없이 이어지는 중국의 옥수수밭 6시간을 달려도 양쪽으로 보이는것은 옥수수 밭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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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산 가는길에 고속도로 휴게소인데 사람은 우리 일행들 밖에 아무도 없다.
 백두산 가는길에 고속도로 휴게소인데 사람은 우리 일행들 밖에 아무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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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양 공항에 내려 출국 절차를 밟는데 우리나라 인천공항의 친절한 업무처리 모습과 생판 다르게 중국 공항의 업무처리는 답답할 정도로 느려 중국 특유의 만만디[慢慢的] 정신을 엿볼 수 있다. 그런데 더 황당한 일은 중국 공항에선 사진을 찍지도 않고 카메라를 들고만 있는데도 사진을 찍는 줄 알고 공안원이 다가와 사진 찍지 말라고 겁을 준다.

그 바람에 공산주의 국가에 입국한 실감을 하며 조금은 주눅이 들지만 "로마에 오면 로마법을 따라야 한다"라는 사실을 상기하며 무려 50여 분에 걸쳐 출국 심사를 마쳤다. 우리는 중국에 거주하는 조선족 2명의 전문 가이드를 만나 인사를 나누고 10시 버스로 선양공항 출발해 송강하 천사호텔을 향하여 무려 고속도로와 지방도를 9시간이 넘게 달렸다. 뻥 뚫린 고속도로에 자동차는 어쩌다 '가물에 콩이 나듯' 한 대씩 지나갈 뿐 양편으로 보이는 것은 가도 가도 끝없이 이어지는 옥수수밭뿐이다.

중국은 옥수수를 재배하기 위하여 야산이고 평야고 그 광활한 농지에 전부 옥수수를 심은 중국 농촌의 현장을 보며 나는 의아한 생각을 한다. 중국이란 나라 땅덩어리가 크다는 것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달려가는 고속도로를 한두 시간도 아니고 무려 6시간 정도 달리는 내내 옥수수밭이 이어진다는 사실이 얼마나 놀랍던지 이해가 쉽지 않다.

그래서 가이드에게 저 많은 농지에 옥수수 재배를 하는데 어떻게 한 사람의 농민도 보이지 않느냐 물으니 기계로 파종하고 기계로 수확하기 때문이란다. 그 소릴 들으며 중국 농촌의 기계화에 대한 의문이 생기는 것을 꾹 참고 더는 묻지 않기로 한다. 왜냐면 가이드도 잘 모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런가 하면 고속도로를 달리다 생리 현상인 소변을 보려고 휴게소에 들어가니 세상에 우리나라 같으면 휴게소에 발 디딜 틈 없이 많은 사람이 인산인해를 이룰 텐데…. 중국 고속도로변 휴게소엔 사람이라곤 달랑 우리 일행들뿐이고 상품 판매를 일체 않고 있다. 아니 아예 그런 시설이 없다. 화장실은 멀쩡한 대낮인데도 살펴야 할 정도로 어두컴컴해 얼마나 불편하던지 이해가 되지 않을 정도다.

백두산 천지 가는길에 만난 초원
 백두산 천지 가는길에 만난 초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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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산 트랙킹 구간에 만난 암봉
 백두산 트랙킹 구간에 만난 암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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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에 휴지도 없고 세면기 물도 어린아이 오줌 줄기 정도 졸졸 흘러

내가 아직 중국의 번화가 도시 관광을 하지 못하고 오직 산만 찾아다녀서 그런진 모르지만 잠깐 슬쩍 스치는 중국에 대한 선입견(先入見) 이 마치 우리나 1970년대 문화 수준 정도가 못 되는 느낌이다. 더욱 이해가 쉽지 않은 것은 9시간 넘게 차를 달리며 수십 개의 터널을 지나는데 어떤 곳 터널은 전기가 아예 설치되지 않아 깜깜한 터널을 달리는 차량의 헤드라이트에 의존하며 지나야 하는 터널이 부지기수(不知其數)다.

하기야 그래도 많은 차량이 통행하지 않아 그나마 크게 위험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으니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그렇게 고속도로를 6시간여 달리고 우리나라 지방도 같은 도로를 3시간이 넘게 달려가는데 이곳 도로에서의 교통질서 의식을 보고 얼마나 놀랐는지 모른다. 도로가 하도 좁아 간신히 오가는 차량이 교차하는 끝없이 이어지는 S 곡선 도로에 앞차가 마냥 느리게 가면 어쩔 수 없이 S 곡선 중앙선을 밥 먹듯 넘나들며 추월을 하며 달리는데 갑자기 반대편 방향에서 달려오는 차량이 경적을 울리며 다가올 땐 간이 콩만 해질 정도고 그러다 보니 목이 뻣뻣할 정도다.

그런데 더 이해가 안 되는 것은 그렇게 협소한 도로에 아직도 '말 마차, 우마차'가 지나다녀 그때마다 우마차를 피해 지나야 한다. 그뿐만이 아니다 고속도로와 달리 지방도엔 화장실이 없어 때론 도로변에 차를 세우고 어쩔 수 없이 실례를 해야 할 때도 여러 번 있다.

어쩌다 운 좋게 주유소 인근 화장실에 용변이라도 볼라치면 '억!' 그 지독한 냄새에 속이 뒤집힐 정도로 새까맣게 내려다보이는 대변소 풍경엔 나오던 용변도 무서워 볼일을 그만두고 뛰쳐나와야 할 정도다. 나는 우리나라 힘든 시기를 두루 경험한 세 덴대도 그 악취가 오죽했으면 화장실 가기를 꺼릴 정도이니 나와 함께한 젊은 여성 회원님들 화장실 갔다 기겁하고 놀라는 표정이 아직도 머리에 생생하다.

그 모습 보면서 1988년 우리나라가 올림픽 유치를 하고 각 고속도로 휴게실마다 대대적인 변모 공사를 강행할 때 나도 아니 국민 먹고살기 어려운데 무슨 놈의 휴게실에 돈이 남아돌아 저렇게 많은 돈을 처들여 대궐처럼 짓는 것이냐고 비평을 했었는데, 그것 보면 역시 큰일 하는 사람들은 매사에 보는 관점이 우리네 서민들과 다른가 보다 생각을 하며 나를 반성한다.

백두산 가는길에 만난 "옥병폭포" 폭포수 물이 마치 "드라이아이스"처럼 차다
 백두산 가는길에 만난 "옥병폭포" 폭포수 물이 마치 "드라이아이스"처럼 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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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산 천지를 배경으로 기념 사진을
 백두산 천지를 배경으로 기념 사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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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8올림픽 때 우리나라 화장실 문화 개선은 "선견지명" 잘한 일

그런가 하면 농촌 풍경은 하나같이 일자(一字) 집에 붉은색 슬레이트 지붕 일색이다. 그 모습은 마치 우리나라 1970년대 초가지붕 개량해 슬레이트 지붕으로 바꾸던 그 시절 농촌 모습과 흡사한데 조금 다르다면 우리나라 농어촌 주택은 다양한 형태의 모델에 지붕 칼라는 집주인의 선호에 따라 각양각색으로 다르지만, 중국은 오직 단색 빛바랜 불그스레한 색 일색이다.

아마 이런 중국의 슬레이트 농가주택 환경을 보면 요즘 우리나라 일부 환경주의 사람들 놀라 자빠질지도 모른다. 슬레이트에 엄청난 석면이 들어 있어 '석면폐증' 등 인체에 막중한 해가 된다고 말이다. 그런데 그 주장에 이해가 쉽지 않은 것은 나 같은 세대의 나이 든 사람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누구나 대부분 슬레이트 지붕 아래 아들 낳고 딸 낳고 살아왔었다.

그런데 입 찬 소리 같지만 지금 70대인 나는 아직 그 어떤 석면 폐해 걱정 없이 건강하게 오늘도 하늘을 펄펄 날듯 날쌘 젊은이들 틈에 일원이 되어 백두산 정상 도전을 할 정도로 건강미를 자랑할 수 있으니 그분들의 주장이 아이러니컬 하기만 하다. 물론 슬레이트에서 발생하는 석면이 인체에 나쁜 것은 다 안다. 하지만 나쁜 것을 알면서도 기와지붕으로 처음부터 바꾸지 못하는 것은 모두다 과정이 있기 때문이다.

백두산 백운봉 가는길에 하늘 풍경 마치 파아란 물감을 뿌려 놓은듯 하다.
 백두산 백운봉 가는길에 하늘 풍경 마치 파아란 물감을 뿌려 놓은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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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산 암봉중 하나인 백운봉에서 본 백두산 천지 풍경
 백두산 암봉중 하나인 백운봉에서 본 백두산 천지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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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는 국가대로 개인은 개인대로 경제적 문제가 뒤따르기 때문이다

오전 10시 버스 편을 이용해 선양공항을 출발한 우리 일행을 싫은 버스가 '송강하 천사호텔'에 도착하니 오후 7시다. 장장 9시간을 달려왔다. 우선 호텔 방 배정을 받아 숙소에 올라가니 세상에 호텔이란 곳에 복도 등도 켜지 않아 어두컴컴한 가운데 간신히 호텔방 호수를 찾아야 할 정도다. 나중에 알고 보니 복도에 전기가 있는데도 중국 사람들의 서비스 수준이 따르지 못하는 것인지 아니면 전기를 절략하기 위함인지 이해가 되질 않는다.

여장을 풀고 저녁 식사를 위하여 식당에 가기 전 지난 2009년 중국 '삼 청산~황산' 산행 때 중국 음식이 입에 맞지 않아 3박 4일간 고생했던 기억에 집 떠나기 전 이번엔 아내에게 부탁해 몇 가지 마른 반찬류를 챙겨와 찬 가방을 들고 식당에 가니 이번 뜻밖에 호텔 중국 음식이 입에 맞는다. 그런 나를 보고 가이드가 하는 말 한국 사람들이 많이 오기 때문에 중국 음식에 향내를 덜 나게 하는 추세라고 한다.

백두산(장백산)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 "백운봉" 가는길에 암봉을 넘어가는 일행들
 백두산(장백산)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 "백운봉" 가는길에 암봉을 넘어가는 일행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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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번 백두산 탐방 기사는 3편으로 나누어 게재합니다



태그:#백두산, #천지, #장백폭포, #옥벽폭포, #옥수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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