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문지애, 최현정 아나운서가 6일 김재철 사장 퇴진과 공영방송 MBC 정상화를 위한 문화방송 노조 집회에 참여하고 있다.

MBC 문지애, 최현정 아나운서가 6일 김재철 사장 퇴진과 공영방송 MBC 정상화를 위한 문화방송 노조 집회에 참여하고 있다. ⓒ 남소연


 총파업에 돌입한 MBC 노조원들이 6일 오후 여의도 국민은행 앞에서 김재철 사장의 퇴진을 촉구하며 집회를 열고 있다.

총파업에 돌입한 MBC 노조원들이 6일 오후 여의도 국민은행 앞에서 김재철 사장의 퇴진을 촉구하며 집회를 열고 있다. ⓒ 남소연


MBC 노동조합원들이 작은 펼침막을 손에 들었다. 그리고는 "와아아아~"하는 함성과 함께 파도타기를 시작했다. 그런데, 참 '어설펐다'. 정영하 노조위원장과 몇몇 조합원이 'MB방송', '편파방송'이라는 종이가 붙은 박스를 밟는 퍼포먼스를 벌일 때도 그 '어색함'은 가실 줄을 몰랐다.

그럴 만했다. 이런 현장에서 카메라와 마이크를 들고 취재를 해야 했던 이들이, 그리고 누구보다 재미있는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했던 이들이 현장을 박차고 나와 길거리에 섰기 때문이었다. 익숙지 않은 행동을 해야 하는 그들이 왠지 모를 어색함을 느끼는 건, 당연해 보였다.

"MBC 광고 보고, 노조의 파업 성격을 더 잘 이해하게 됐다"

'나는 싫다/네가 싫다/김재철은/집에 가라'
'봄이 온다/봄이 온다/갈 사람은/얼른 가라'
'내 마누라도/성질났다/제발 좀/집에 가라'

6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국민은행 앞, MBC 노동조합원들이 'MBC 정상화'를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내가 싸우는 방식을 보고 웃음이 터져도 책임 못 집니다"(관련기사: 결국 '딴따라 PD'까지 싸우게 만드시네요 김재철 MBC 사장님, 어금니 꽉 깨무세요!)라던 김민식 노조 부위원장은 그의 말대로 웃음 넘치는 집회 분위기를 만들었다.

바로 노조원들 사이로 마이크를 돌리며 각자 원하는 구호를 외치게 만든 것이다. 덕분에 '고전시가'에서나 볼 법한 4.4조의 구호들이 여의도 길거리에 쏟아져 나왔다. 더러 'MBC가/무너졌다/김재철은/물러가라'와 같이 '식상한' 구호도 들을 수 있었지만, 재치 넘치는 구호가 들려올 땐 간간이 웃음이 터져 나왔다.

이를 지켜보던 이 아무개씨와 진 아무개씨는 내내 함께 웃고 있었다. "회사에서 잠시 외근을 나왔다가 이 광경을 보게 됐다"는 이들은 "어색해서 더 재밌다"고 말했다. MBC가 6일자 일간지에 낸 광고를 보았다는 이씨는 "사측의 광고를 보고 오히려 이번 파업의 성격을 더 잘 이해하게 됐다"고 말했다.

"임금 같은 근로 조건과는 관계가 없다는 말이잖아요? 그게 오히려 MBC 노조가 말하는 '공영방송 회복'이라는 파업의 성격을 잘 보여준다고 생각해요."

내친 김에 물었다. "파업을 하면 <무한도전>을 못 보는데요? 파업이 장기화되면 <해를 품은 달> 같은 드라마들은 또 어쩌고요." 이씨가 답했다. "그러니까 더더욱 파업을 잘 해야죠. 어서 승리해서 빨리 제대로 만든 <무한도전>을 봐야죠." 옆에서 진씨가 한 마디를 보탰다. "중도에 다시 들어가는 일만 없었으면 좋겠네요."

조합원들의 비판 이어져..."김재철 사장, 경영자로서도 무능하다"

 총파업에 돌입한 MBC 노조원들이 6일 오후 여의도 국민은행 앞에서 김재철 사장의 퇴진을 촉구하며 대형 현수막을 펼치고 있다.

총파업에 돌입한 MBC 노조원들이 6일 오후 여의도 국민은행 앞에서 김재철 사장의 퇴진을 촉구하며 대형 현수막을 펼치고 있다. ⓒ 남소연


여의도 국민은행 앞에서 집회를 벌이고, MBC 노동조합원들은 인근에 위치한 새누리당(옛 한나라당) 당사로 걸음을 옮겼다. 김재철 사장의 퇴진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위해서였다.

정 위원장은 기자화견에 앞서 "저는 정치 지형에는 관심이 없다, 저의 관심과 유일한 바람은 공영방송 MBC가 공공의 영역에서 벗어나지 않았으면 하는 것"이라며 "편향된 방송으로 총선과 대선을 치를 수 없다는 것뿐"이라고 강조했다.

정 위원장은 "MBC의 파업을 두고 '정치 파업이 아니냐'고 말하는데, 공영방송이 공정방송을 못하게 하는 것은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회가 쇄신을 약속하겠다는 것이 빈 약속임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공정방송을 할 수 있도록 바꿔야 새누리당의 진정성을 믿을 수 있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진 것은 조합원들의 발언이었다. 보도국 사회부 소속의 한 조합원은 "사건이나 사고 같은 사회부 기사를 쓰는 데도 지난 1년간 상식적인 기사를 쓰지 못했다"며 "무수히 많은 사건·사고 기사가 무시됐다"고 털어놨다. 그는 제작거부 이후 많은 동료로부터 격려를 받았다며 "그분들의 지지를 등에 업고 돌아갈 수 없다"고 말해 큰 박수를 받았다.

드라마예능본부 소속 예능PD인 한 조합원도 "1~2년차 PD였을 땐 어떻게 재미있는 프로그램을 만들까 고민했는데, 지금은 '윗사람이 좋아할까', '밖에서 아무런 말이 안 나올까'를 고민한다"며 "예능이 이런데, 보도는 어떻겠나"라며 목소리를 보탰다.

기획조정본부에서 일하는 한 조합원은 "회사 특보에 '지난 해 최대 매출과 영업이익을 냈다, 그런데 왜 김재철 사장의 퇴진을 요구하느냐'고 나온 것에 대한 제 생각을 밝히고 싶다"며 "김재철 사장은 경영자로서도 무능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총파업에 돌입한 MBC 노조원들이 6일 오후 여의도 새누리당(옛 한나라당)사 앞에서 김재철 사장의 퇴진을 촉구하며 집회를 열고 있다.

총파업에 돌입한 MBC 노조원들이 6일 오후 여의도 한나라당사 앞에서 김재철 사장의 퇴진을 촉구하며 집회를 열고 있다. ⓒ 남소연


"첫째로, 브랜드 인지도가 떨어지고 있습니다. 지난 수십 년 간 MBC는 35% 이상의 브랜드 인지도를 가져왔습니다. 그런데 김재철 사장 취임 이후 이것이 무너지고 있습니다. 둘째, 시청자들이 더 이상 MBC를 안 보고, <나는 꼼수다>같이 보고 싶은 이야기를 하는 다른 서비스를 이용합니다. 이것이 장기적으로 무슨 도움이 될지 모르겠습니다.

셋째, 사장이 직접 기자가 되고 PD가 되고 있습니다. 어떤 콘텐츠 회사에서도 사장이 직접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취재해서 잘 되는 경우를 보지 못했습니다. 이런 점들 때문에 (김재철 사장은) 경영자로서의 능력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노조, 새누리당에 민원 접수...'김재철 사장, 반품해 달라'

이날 MBC 노동조합의 집행부는 새누리당 민원국에 MBC 노동조합원과 언론학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와 파업의 당위성을 설명하는 기자회견문을 전달했다.

이후 MBC 노동조합은 '불량 낙하산 김재철 사장에 대한 반품을 촉구합니다'라는 제목의 기자회견문을 낭독하는 것으로 집회를 끝마쳤다. 이 기자회견문에서 MBC 노동조합은 "한나라당은 최근 새누리당으로 당명을 바꾸었습니다"라며 "하지만 이명박 대통령의 멘토인 최시중 방통위원장이 임명한 공영방송의 낙하산 사장들에 대한 쇄신은 하고 있지 않습니다"라고 새누리당을 향해 비판의 날을 세웠다.

이어 MBC 노동조합은 새누리당에 "이명박 대통령의 잘못된 정책에 대해 진정으로 반성한다면 이 대통령이 수행한 언론장악 정책에 대한 개선부터 착수하기 바랍니다"라며 "그 첫걸음은 MBC를 비롯한 공영방송사에 낙하산 투입된 'MB맨들'을 먼저 거두어가는 일입니다"라고 주장했다.

한편 정영하 위원장은 이날 13개 주요 일간지에 게재된 사측의 광고에 대해서도 유감을 표시했다. 정 위원장은 <오마이스타>에 "회사가 정치적 투쟁이라 하는데, '뭐 눈엔 뭐만 보인다'고 정치적인 방송을 만든 집단이라 그렇게 보는 것 같다"며 "공영방송의 사장이 이런 편향된 광고에 회사 돈을 다 쓰고 있다, 이 부분도 반드시 책임을 물을 것"이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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