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매니저다 14일 오후 서울 강남구 역삼동 사무실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난 킹콩엔터테인먼트 이진성 대표가 CI가 있는 사무실 입구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서울 강남구 역삼동 사무실에서 <오마이스타>와 만난 킹콩엔터테인먼트 이진성 대표가 CI가 그려진 사무실 입구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몸집이 큰 이 남자의 별명은 킹콩이었다. 체육을 전공하고 영화 <제리 맥과이어>에 반해 스포츠 에이전트를 꿈꾸다가 우연한 기회에 기획사 싸이더스HQ에서 매니저로 일을 시작한 킹콩. 그는 현재 킹콩엔터테인먼트의 대표 이진성이다.

첫발은 "나이도 젊은데 이것저것 해보자"는 마음이었다. 이진성은 갓 대학을 졸업하고 god의 로드매니저로 멤버들과 동고동락, 호형호제하며 편하게 일을 시작했다. 그의 매니저 인생은 순탄하게 흘러가는 듯 했다. god가 5집을 마치고 JYP와 싸이더스HQ로 나뉠 때 한 번의 위기가 왔다.

싸이더스HQ의 음반사업부가 해체 분위기를 띄자 "그만둬야 하나" 고민했지만 회사에서 '정우성의 매니저'라는 매력적인 제안을 해왔다. 하지만 더 큰 산이 다가왔다. 정우성의 매니저를 시작한 지 3일 만에, 다른 연예인의 현장 매니저로 일하게 됐다. 박신양이었다. 

"<파리의 연인> '사랑해도 될까요'는 내 선곡"

"힘들 거라고 하더라고요. 근데 '박신양과 일하면 10년에 배울 것을 2~3년 안에 배울 테니 매니저로 성장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거다'라는 조언도 들었어요. 그래서 도전했어요. 어차피 다 똑같은 사람인데 한 번 해보자, 하고."

나는 매니저다 킹콩엔터테인먼트 이진성 대표가 14일 오후 서울 강남구 역삼동 사무실에서 오마이뉴스와 인터뷰를 하며 질문에 답하고 있다.

체육학과를 나와 스포츠 에이전트를 꿈꾸던 이진성 대표는 우연한 기회에 싸이더스에서 god의 매니저로 일하게 되면서 연예계에 발을 들였고, 이후 2년 동안 박신양의 현장 매니저를 맡았다. ⓒ 이정민


이진성은 2년이 넘게 박신양의 매니저로 일했다. 물론 힘들었다. 완벽주의자로 알려진 것처럼 그는 필요한 게 없는지 항상 신경 쓰며 긴장감을 늦출 수 없는 연예인이었다. 2년쯤 지나니 회사에서 자연스럽게 좋은 평가가 나왔다. 이진성은 "매니저로 급성장하는 것이 나 스스로 느껴질 정도였다"고 회상했다.

운도 따랐다. "애기야 가자"로 박신양 열풍을 일으켰던 드라마 <파리의 연인>(2004)이 큰 인기를 얻을 당시 이진성이 기획한 '연인 프로젝트'가 일본에서 대박이 난 것. 프랑스까지 가서 화보집과 에세이집 작업을 해온 보람이 빛을 보는 순간이었다. 여기에 극 중 박신양이 김정은에게 프러포즈를 하며 부른 '사랑해도 될까요' 역시 이진성의 선곡이었다.

"그때 당시에 박신양씨가 아는 가요가 별로 없었어요. '문 리버'와 몇 가지를 골랐는데 그 장면에서 가장 어울리는 곡을 찾다가 유리상자의 '사랑해도 될까요'를 발견했죠. 감독이 OK하고, 신양이 형에게 들려줬더니 처음 듣는 노래라고. 다음날 촬영할 때 불러야 하니까 1시간 반 정도 비어 있는 시간에 노래방에 같이 갔어요. 내가 한 번, 스타일리스트가 한 번 불러서 연습을 했는데 결과적으로 대박이 났으니 너무 뿌듯했죠. 신양이 형도 고맙다고 말해주고, 그때 참 재밌었어요."

결과적으로 박신양은 그에게 가장 힘들었던 연예인이면서도 역설적으로 가장 많은 것을 가르쳐 준 사람이다. "많이 혼났지만, 많이 배웠다"는 이진성 대표는 박신양이라는 배우가 자신을 만들고 성장시켜 준 원동력이라고 말했다. 고맙고 존경스러운 한편, 이런저런 힘든 일을 함께 겪은 그에 대한 감정을 표현하기 위해 적확한 단어는 '애증'이다. 

'킹콩'이 되어 홀로 일어서다

나는 매니저다 킹콩엔터테인먼트 이진성 대표가 14일 오후 서울 강남구 역삼동 사무실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났다. 이진성 대표가 소속 배우인 김범의 미니어처 등을 보여주며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이진성 대표가 김범의 미니어처를 보여주고 있다. 그는 2007년 18살의 김범을 만났다. 싸이더스를 나와 킹콩엔터테인먼트로 독립한 그에게 김범은 첫 번째 소속 연예인이다. ⓒ 이정민


박신양의 매니저로 회사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으면서 이진성은 많지 않은 나이에 싸이더스HQ에서 팀장까지 맡게 됐다. 당시 "무서울 게 없었다"는 그는 "타이틀이 주어지니 열심히 하려는 의욕과 함께 자만심도 생기더라"고 회상했다. 점점 그에 대한 안 좋은 이야기도 들리고 실수도 하게 됐다. 모든 걸 내려놓고 다시 처음부터 시작해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된 건 그때부터였다. 그리고 18살의 김범을 만났다. 

"2007년 가을 <거침없이 하이킥> 중반쯤에 김범을 만났어요. 싸이더스라는 좋은 배경을 다 버리고 이 친구와 '맨땅에 헤딩'을 해보려고 독립을 하게 됐죠. 그 친구 하나 외에 가진 게 아무것도 없어 여기저기 찾아다녔어요. 그러다가 드라마 <에덴의 동쪽><꽃보다 남자>에 캐스팅됐어요. 그 뒤로 배우도 한두 명씩 늘어났고요. 매니저는 언젠가는 자기 일을 해야 해요. 그게 목표이고 꿈일 수밖에 없어요."

이진성 대표가 10년 동안 경험한 매니지먼트의 가장 큰 매력은 '연예인을 만들어간다(making)'는 느낌이 드는 데 있다. 특히 신인이나 부진한 연예인들을 0의 위치에서 올려놓는 경우, 희열은 최대치가 된다. 그는 박민영이 <성균관 스캔들>에서 제자리를 잡았을 때를 가장 성취감이 컸던 기억으로 갖고 있었다.

나는 매니저다 14일 오후 서울 강남구 역삼동 킹콩엔터테인먼트 사무실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난 이진성 대표가 인터뷰를 하며 질문에 답하고 있다.

싸이더스HQ에서 일할 당시 정훈탁 대표의 "부모 된 심정으로 연예인을 대하라"는 조언은 이진성 대표의 매니지먼트 철학이 됐다. ⓒ 이정민

"여배우들은 내가 너무 사무적이라 정 없다고"

킹콩엔터테인먼트에는 김선아 성유리 박민영 등 유난히 여배우들이 많다. 누군가는 여배우와 잘 맞아서 그러려니 생각할지 모르나 이진성 대표는 "살갑게 지내지 못한다"고 고백했다.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 단지 여배우들과 장시간 수다를 떨거나 농담을 주고받는 데 능하지 않다. 남배우들과는 한 달에 한 번씩 술도 마시는데, 여배우들과는 술 마실 기회도 없어 딱 일 이야기만 하는 편이다.

"술 잘하는 여배우들이 없어요. 선아씨는 술 좀 하는데 체중 관리 때문에 아예 끊었고, 민영이도 와인 몇 잔, 유리는 아예 못 먹어요. 카페나 사무실에서 만나는 게 다인데 길어야 한 시간? 숲엔터테인먼트의 김장균 대표는 여배우들이 '언니'라고 부를 정도로 카페에서 3~4시간 수다 떨 수 있다는데. 그래서 우리 여배우들은 저보고 '너무 사무적이라 정 없다'는 말도 해요. 근데 파트너십으로 만났으니 철저히 일에 치중하는 게 맞다고 생각해요."  

농담으로 "정 없다"는 이야기를 듣지만 그가 매니지먼트를 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감정은 애정이다. 기본적으로 사람과 사람이 하는 정서 비즈니스이기 때문에 사랑 없이는 일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지론. 그에게 연예인은 반쪽이고, 분신이다. 특히 그가 힘에 부쳐 할 때 싸이더스HQ의 정훈탁 대표가 술잔을 기울이며 했던 "부모 된 심정으로 하라"는 조언은 이진성의 중요한 매니지먼트 철학이 됐다.

"부모는 자식이 아무리 나쁜 짓을 해도 맹목적인 사랑을 주잖아요. 그런 것처럼 연예인을 너무 이해하려고도 하지 말고, 어떻게 보면 일방적이고 희생적인 사랑을 하라는 거죠. 부모 된 마음으로 매니지먼트를 하니까 상대방도 마음을 열더라고요. 신양이 형이 누구한테 마음을 여는 사람이 아닌데 회사나 대표한테 이야기하지 않는 것을 나한테 말했던 걸 보면 통했나 봐요."

나는 매니저다 킹콩엔터테인먼트 이진성 대표가 14일 오후 서울 강남구 역삼동 사무실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났다. 인터뷰를 하고 있는 이진성 대표의 책상 위에 대본들이 수북히 쌓여 있다.

킹콩엔터테인먼트 이진성 대표의 책상 위에 대본들이 수북히 쌓여 있다. 대본을 꼭 다 읽어본다는 그는 작품을 선택할 때 배우의 생각을 가장 우선시한다고 한다. ⓒ 이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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