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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와 박원순'의 서울시장 출마에서 무엇을 읽어야 할까. 물론 아직 두 사람의 출마를 단정하기는 이르다. 박원순 변호사는 출마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지만 공식발표는 하지 않았고,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은 여전히 출마를 고민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언론은 출마 가능성에 무게 중심을 두고 있다. 두 사람 모두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설을 부인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향후 선거 판세를 분석하느라 언론과 전문가들이 바쁘다. 내년 총선과 대선의 판도까지 흔들 가능성이 있으니 당연하다. 

안철수와 박원순, 두 사람이 의도한 것은?

언론과 전문가들은 서울시장 선거 판세와 이후 판도변화를 주목한다. 그런데 정작 관심을 가지고 바라봐야 할 것은 '그들이 출마를 통해 무엇을 의도하고자' 하는가다. 두 사람의 출마 이후 선거구도가 어떻게 변화될 것인지는 지금 중요하지 않다. 구체적인 전략이나 향후 정치 일정이 아직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어디까지나 가능성과 전망일 뿐이기 때문이다.

중앙일보 2011년 9월3일자 1면
▲ 안철수 출마 시사 중앙일보 2011년 9월3일자 1면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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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견이지만 안철수와 박원순, 두 사람이 의도한 것은 언론의 의제설정 전환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무상급식 주민투표 무산과 오세훈 서울시장의 사퇴 직후 발생한 곽노현 서울시교육감 파문이 두 사람으로 하여금 출마를 결심하거나 고민하는 시기를 앞당기게 만들었다는 얘기다. 진보개혁진영에게 찾아온 절호의 기회를 무산시키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이랄까.

보자. 민주당은 서울시장 출마를 놓고 '집안 싸움'을 하고 있고, 진보개혁진영은 '곽노현 사퇴 여부'를 두고 공방을 벌이고 있다. 이 상황을 계속 방치하면 어떻게 될까. '곽노현 파문'을 집중 부각시키며 진보개혁진영에 타격을 입히려는 조중동의 의도에 철저히 말릴 수밖에 없다. 무상급식 주민투표 이전의 문제의식과 고민들을 '무효'로 만들어버리는 것과 마찬가지다.

'안철수-박원순' 출마를 주목해야 할 포인트는 이 부분이다. '안철수-박원순' 출마설이 나오기 전까지 '곽노현 파문'으로 뒤덮인 언론의 관심은, 이들의 출마설이 불거진 이후 완전히 바뀌었다. 답이 잘 보이지 않고 소모전 양상으로 흐르기 쉬운 '곽노현 파문'은 한쪽으로 밀렸다. 반면 '그들'의 출마가 가져올 정치권의 판도변화와 야권 후보의 단일화 가능성 등은 주요 메뉴로 올라왔다.

젊은 세대와 중도성향 유권자들의 정치 외면을 막기 위한 '고육책'

안철수-박원순, 두 사람이 출마설을 '흘림'으로써 '곽노현 파문'을 한쪽으로 밀어내고 언론의 주인공이 됐다. 사견이지만, 이들의 이같은 '고민과 결정'에는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과 진보개혁진영의 '소모전'도 적지 않은 기여를 했다고 본다. 서울시장 선거를 둘러싸고 민주당은 '지리멸렬'한 모습을 보이고 있고, 진보개혁진영은 '곽노현 사퇴'를 놓고 '전쟁' 중이다.

한겨레 2011년 9월3일자 5면
▲ 안철수 출마 한겨레 2011년 9월3일자 5면
ⓒ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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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을 둘러싼 민주당의 '밥그릇 싸움'을 유권자들이 어떻게 볼 것인가. 이건 이미 답이 나와 있다. 그럼 곽노현 파문은? 소모적인 논쟁으로 흐르기 쉬운 '곽노현 파문'이 지속되면 젊은 세대와 중도성향의 유권자들은 정치에 등을 돌리기 쉽다. 이들이 정치에 등을 돌리는 건, 한나라당으로선 유리할지 몰라도 민주당을 비롯한 야권과 진보개혁진영에겐 적지 않은 타격이 될 수밖에 없다.

이 모든 상황의 중심에 '안철수-박원순'의 출마가 있다. '오세훈 사퇴'와 '곽노현 파문' 이후 지리멸렬한 상황에 답답해하던 젊은 세대와 중도성향 유권자들이 두 사람의 출마설이 나온 이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다시 관심을 기울인다. 그리고 변화 가능성을 주목한다. 지금까지의 소모적이고 정체된 분위기가 무언가 생산적이고 희망적인 분위기로 바뀌고 있다.

'검찰+조중동+방송사 연합' vs '안철수-박원순'

조중동이 오늘(3일) '곽노현 교육감 파문'에 불을 지피기 위해 피나는(?) 노력을 기울였지만 '안철수-박원순'이 서울시장 출마 주목도에 비해선 역부족이다. 두 사람의 출마로 인해 언론의 '의제설정' 전환이 자연스럽게 이뤄졌다는 얘기다.

문제는 이 분위기가 앞으로 계속 이어질 수 있느냐다. 조중동을 넘어야 하고, 조중동 못지 않게 보수적인 방송사를 넘어야 하기 때문이다. 검찰 행보 역시 주시 대상이다. 그런 점에서 당분간 정국 주도권 다툼은 '검찰+조중동+방송사 연합' vs '안철수-박원순'이 될 것 같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곰도리의 수다닷컴'(http://pressgom.tistory.com)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태그:#안철수, #박원순, #서울시장, #의제설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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