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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2004년 4월부터 2007년 초까지 여수외국인보호소의 예배와 보호외국인 상담을 해왔다. 지난 6월 14일(목), 여수외국인보호소의 한 중국인에게 전화를 받았다. 체불임금을 받지 못해 귀국하지 못하고 있다며 도와달라는 호소였다. 내 연락처를 어찌 알았는지 신기했지만 보호외국인들의 임금체불 처리 시스템이 여태 제 기능을 못하고 있음에 더 답답했다.

여수외국인보호소 화재 참사(2007. 2. 11) 때 사상자 27명 중 14명이 '체불임금'으로 구금돼 있다가 그런 변을 당했다. 당시 사망자 가운데 한 사람인 우즈베키스탄 에르킨씨는 체불임금 770만 원을 받지 못해 무려 11개월이나 구금돼 있었다.

교도소는 일정한 형기가 있으나 현재 보호소는 강제퇴거 명령을 받은 자의 경우 아무런 제한 없이 무기한 구금할 수 있게 돼있다. 하기에 장기구금의 주요 원인 중 하나인 보호외국인의 임금체불의 조속한 해소는 매우 절박한 문제다.

나는 여수외국인보호소 화재 참사 당시, 고용노동부에서 각 외국인보호소에 근로감독관을 정기적으로 보내 임금체불 상담과 진정을 받게 하라고 촉구했다. 국가인권위원회에서도 임금이 체불된 보호외국인에 대한 실질적인 권리구제 대책을 세우라고 노동부에 권고한 바 있다. 그 이후 보호소가 소재한 관할 지방노동사무소들에서도 근로감독관의 정기방문과 상담을 진행하겠다는 대책을 내놓은 것으로 안다.

여수보호소화재참사 4년이 지난 지금은 과연 실태가 어떤지 궁금했다. 장기 보호외국인 현황을 알아보고자 지난 7월 22일과 8월 3일에 청주외국인보호소, 화성외국인보호소, 여수출입국관리사무소, 인천출입국관리사무소 등에 정보공개 청구를 하였다.

참고로 이들 네 기관은 연간 1000명 이상의 불법체류 외국인을 단속해 보호하는 '보호소' 기능을 맡고 있다. 정보공개로 얻은 올해 상반기 각 보호소의 외국인 보호인원 현황 자료를 살펴보면 이렇다.


계(명)
15일 이하
1개월 이하
2개월 이하
2개월 초과
화성보호소
3151
2499(79%)
404(12.6%)
162(5.1%)
86(2.7%)
청주보호소
1954
1476(75%)
333(17%)
107(5.4%)
38(1.9%)
인천출입국
1709
1622(94%)
72(4.2%)
14(0.8%)
1(0.05%)
여수출입국
901
714(79%)
145(16%)
35(3.8%)
7(0.7%)

- 외국인보호소 보호인원 현황. 2011 상반기(화성, 청주, 여수는 1~6월/인천은 1월~7월)

국내 보호소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큰 화성외국인보호소의 장기보호외국인(30일 이상 보호된 외국인)의 주요 사유는 다음과 같았다. 임금체불 42%, 전세금 반환 5%, 소송관계 11%, 여행증 발급 12%, 기타 30%. 임금체불자가 거의 절반에 육박함을 알 수 있다. 기타 30%에 해당하는 사람은 귀국할 경비가 없거나 산재신청 또는 벌금형에 대한 이의신청 따위의 사유라 한다.

청주외국인보호소의 장기보호외국인 사유는 소송 38.4%, 여행증 발급 30.8%, 체불임금 15.4%, 기타 15.4% 순이었다. 이처럼 청주외국인보호소도 체불임금자가 차지하는 비율이 꽤 높은 편이다.

인천출입국관리사무소는 여행증 재발급이 75%, 전세금 등 투자 자금 미회수(임금체불 포함)이 15.5%, 기타 8.5%였다. 인천출입국관리사무소의 담당자는 임금체불자를 따로 분류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전세금이나 투자자금 회수 등과 맞물려 있어서 그렇다고 했다.

끝으로 여수출입국관리사무소는 장기 보호외국인 가운데 체불임금자는 없고 여행증 발급 33%, 소송관계 33%, 기타 33%라 밝혔다. 보호외국인 중 임금체불자들은 있으나 올해 상반기에 30일 이상 장기 보호되는 경우는 없었다고 한다.

이 통계를 보면 여전히 '임금체불'이 보호외국인 장기구금의 주요 원인임이 드러난다. 확인해 본 결과 여수와 청주의 보호소(출입국관리사무소)에서는 임금체불과 관련해 보호소의 요청이 있을 때만 관할 지방노동사무소 근로감독관이 방문해 상담을 실시하고 있었다.

인천출입국관리사무소의 경우 지방노동사무소 근로감독관의 정기 방문은 없다고 밝혔다. 반면 화성외국인보호소를 관할하는 경기고용노동지청은 매주 화요일마다 근로감독관 1명이 정기 방문하며 오후 내내 상주하며 임금체불 상담을 실시한다고 하였다. 그럼에도 임금체불에 따른 장기 보호외국인의 비율이 높은 이유는 무엇일까? 보호소 측에서는 막노동을 하다가 단속된 보호외국인이 많고 임금 체불이 된 지 오래되었거나 체불 임금이 없는데도 있다며 보호소에 머무는 사례도 적지 않기 때문이라 해명하였다.
 
글쎄, 감옥 같은 보호소에 체불임금 사실을 허위로 꾸며 그리 오래 머물려는 보호외국인이 얼마나 되는지는 모르겠다. 전혀 없진 않을 것이다. 아무튼지 임금체불, 여행증 발급 등의 해결 가능한 사유로 더 이상 보호소에 무기한 장기 보호되는 외국인이 있어서는 안 된다. 관련 기관에서 관심을 갖고 적극 나서면 이런 문제는 충분히 해소할 길이 있기 때문이다. 고용노동부와 법무부에서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해결을 위해 적극 나서기를 바란다.


태그:#외국인보호소, #출입국관리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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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솔샘교회(solsam.zio.to) 목사입니다. '정의와 평화가 입맞추는 세상' 함께 꿈꾸며 이루어 가기 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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