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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당우파'

'넥타이 부대'

'SNS(소셜 네트워크 서비스)'

"손학규 승리 '1등 공신'은 동아일보?'"

 

여야가 사활을 걸고 총력전을 벌인 4·27 재·보궐선거(재보선)가 여당의 패배로 막을 내렸지만 선거이슈는 선거이후에 더욱 활활 타오르는 형국이다. 너무 아쉬워서 일까. 뼈아픈 패착의 실망과 후유증이 컸던 것일까. 무엇보다 보수언론들의 '참패 쇼크' 탈출을 위한 몸부림이 처절하다.

 

특히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등 보수신문들은 다가올 총선과 대선을 의식, 이번 재보선 선거이슈를 복기하고 또 복기하며 아쉬움과 한숨, 충고와 견제를 지면에 가득 담고 있다.  대표적인 보수논객인 조갑제씨는 선거가 끝나기 무섭게 자신이 운영하는 <조갑제닷컴>에 올린 "져도 더럽게 진 한나라당"이란 제목의 글에서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은 보수층을 배신한 대가를 비싸게 치를 것"이라고 경고해 주목을 끌 정도다.

 

<조선>·<동아> '고개 숙인 MB, 웃는 박근혜' 사진 나란히 게재...무얼 의미?

 

'색깔론'에 군불을 지피며 정파성을 쫓던 보수언론들이 일제히 책임의 화살을 여당과 청와대로 돌리는 모습들도 가관이다. 개중에는 '4·27 민심'을 관통할 것으로 기대했던 '색깔론'이 역대 최고의 재보선 투표율, 젊은 층과 넥타이 부대(회사원들)의 자발적 참여, SNS(소셜 네트워크 서비스) 위력 등에 제지당한데 분한 모양이다. 인정하기 어렵고 억울하다는 반응도 엿보인다.     

 

그래서다.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는 박근혜를 구원투수로 내세웠다. 29일자 1면에 두 신문은 고개 숙인 이명박 대통령 옆에 환하게 웃는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사진을 나란히 올렸다. 대칭적으로 다룬 사진 한 컷이 전달해 주는 암시가 분명하다. 또 사설에선 '돌아온 손학규'를 경계하는 기색이 역력하게 묻어났다. 

 

<조선일보>는 선거가 끝난 다음날인 28일 1면 머리기사 제목을 '한나라당 텃밭서 참패...'분당 쇼크''로 뽑았다. 충격이 컸던 모양이다. 여당의 텃밭이 붕괴된 데 대한 불안감이 고스란히 배어있다.

 

애써 불안감을 진정시키려는 듯 1면 머리기사 바로 아래 '이대통령, 이르면 주말 개각'이란 중간톱기사는 청와대 핵심 관계자 말을 인용했지만, 청와대를 향한 개각의 주문이 강하게 담겼다. 또 이날 사설에선 한나라당을 나무랐다. '한나라당, 이제 민심을 알겠는가'란 제목의 사설에선 한나라당 패인을 이렇게 지적한다.

 

"20~40대는 이번에도 한나라당을 외면했다. 출근길과 퇴근길에 투표소에 늘어선 넥타이부대의 행렬이 높은 투표율에 담긴 젊은 세대의 표심을 보여줬다. 특히 분당을의 투표율은 49.1%로 지난 18대 총선 때보다도 3.9%포인트나 높았다."

 

그러더니 박근혜 역할을 강조했다. "이 상황에서 박근혜 전 대표 역할론이 점점 더 커질 것"이라는 사설은 "이명박 대통령에겐 남은 임기를 차기 대선주자군과 공동으로 꾸려 나간다는 낮은 자세가 필요하다"고 훈계하듯 타일렀다.

 

"손학규 승리 '1등 공신'은 <동아일보>?"

 

재보선이 끝나기 무섭게 <미디어오늘>은 '손학규 승리 '1등 공신'은 동아일보?'란 제목의 기사를 내보내 시선을 끌었다. 28일 고동우 기자가 쓴 이 기사는 "분당을에서 강재섭 한나라당 후보를 꺾은 손학규 민주당 대표의 '승리의 1등 공신'은 김순덕 동아일보 논설위원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고 운을 뗐다.

 

이어 기사는 "시대착오적인 '색깔론 공세'가 강 후보 패배의 주요 원인이 됐다는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여기에 불을 당긴 주역이 바로 김 논설위원"이라고 덧붙였다. <동아>는 지난 3월 21일 김순덕 논설위원이 쓴 '분당우파 vs 강남좌파'란 제목의 칼럼에서  '분당우파'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냈다.

 

그래서 그런지 <동아>는 선거가 끝난 후에도 '분당 우파'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했다. 29일 ''분당 우파'에 파라솔 꽂은 손학규가 갈 길'이란 제목의 사설은  손학규 민주당 대표를 애써 우파와 접목시켰다.

 

사설은 "권위주의 정권 시절 민주화운동을 했던 손 대표는 김영삼 전 대통령 아래서 정치에 입문하고 한나라당 소속으로 경기도지사를 하며 좌파보다는 개혁적 보수 성향을 보였다"며 "그러나 민주당으로 이적하면서 '한나라당 출신'이란 꼬리표를 떼어내기 위해서였는지 386세력에 영합하는 극좌성 발언까지 서슴지 않아 '유시민보다 더 좌파적'이라는 소리를 들었다. 그런 그가 이번 선거에서 '분당 우파'의 아성에 '손학규표 파라솔'을 꽂는 데 성공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더니 "민주당이 이번 선거에서 이겼다고는 하지만 내년 총선과 대통령선거에서 한나라당과 맞서려면 갈 길이 멀다"며 "최근 동아일보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한나라당 지지도는 36%, 민주당 지지도는 21.5%다"고 여론조사를 다시 들먹였다.

 

지난 지방선거 당시에도 여론조사와 개표 간의 격차가 커 논란이 됐는데, 이번에도 이 상황이 반복된 데에는 <동아>도 자유로울 수 없다. 그런데 지지도를 다시 들고 나선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재보선 결과를 아직도 믿지 못하기 때문일까.

 

<동아>, 강재섭·엄기영후보 '여론 지지도' 앞선다더니...

 

여론조사 공표 금지일 직전에 <동아일보>, <중앙일보>, KBS 등은 여론조사 결과를 잇따라 내놓았다. <동아>는 코리아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19~20일 사이에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전화번호부에 등재되지 않은 가구들도 포함한 임의전화 걸기(RDD) 방식을 도입해, 정확성을 높이는 측면에서 관심을 끌었다.

 

하지만, 강원지사 선거에서 실제 득표결과와 20%포인트 가까이 차이가 났다. 이 기간 중 단순 지지율을 기준으로 <동아>-코리아리서치 조사에선 엄기영 후보(45.0%)가 최문순 후보(28.0%)를 17%포인트 앞섰고, KBS-미디어리서치 조사에서는 엄 후보(42.2%)와 최 후보(33.1%)의 격차는 9.1%포인트였다. <중앙>의 경우 지면에 보도된 강원지사 관련 최신 여론조사인 14~16일 결과에서, 엄 후보는 48.5%의 지지율을 얻어 최 후보의 28.5%를 20%포인트 격차로 앞섰다.

 

또 김해을 국회의원 보선에서도 국민참여당 이봉수 후보가 여론조사에서 1위를 달렸다. 이 후보는 <동아>-코리아리서치 조사에선 이봉수(45.5%)-김태호(37.7%), KBS-미디어리서치에선 이봉수(42.0%)-김태호(38.1%), <중앙>에선 이봉수(41.4%)-김태호(37.1%) 지지율로 앞섰다. 분당을의 경우 KBS-미디어리서치와 <중앙> 조사에서 손학규 후보가 앞섰지만, <동아>-코리아리서치 조사는 강재섭 후보가 앞서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처럼 여론조사에 대해선 <동아>가 할 말이 없을 법도 하건만 선거 후에도 여론조사 결과를 놓고 정치풍향계를 가늠하려 하고 있으니 아직도 이성을 되찾지 못한 듯하다. 

 

<중앙일보>는 선거 후 이명박 정권과 한나라당을 향해 할 소릴 다하면서도 내심 두둔했다. 28일 '이명박 정권, 총체적 개혁 나서야'란 제목의 사설은 "6·2에 이어 이번 재·보선은 보수·우파 한나라당 정권의 기로를 알리는 표지판"이라며 "앞으로 야권은 모든 선거에서 후보 단일화라는 성벽을 쌓을 것"이라고 충고했다.

 

청와대와 여당을 향해 충고도 아끼지 않았다. "빨리 접고 국민경선을 포함한 공천개혁으로 새로운 의지를 보여야 한다"는 사설은 말미에선 "여당의 패퇴가 순전히 야당의 승리는 아니다. 포퓰리즘과 친북적인 대북 정책, 의원들의 무책임한 선동과 저질 언행은 선거로 면죄부를 받는 게 아니다. 각성은 민주당에도 필요하다"고 야당에 대한 경계태세를 늦추지 않았다.

 

이마저 모자라 <중앙>은 다음날인 29일 사설서도 "한나라당은 오늘의 집권을 가능하게 만들었던 2004년 '천막당사'의 정신으로 돌아가 바닥부터 새 출발해야 한다"고 한나라당을 챙기기 바빴다.

 

조갑제, "이 대통령은 퇴임 후 안전하지 못할 것?"

 

대표적 보수논객인 조갑제씨는 이번 재보선에서 패한 한나라당을 향해 싸늘하게 일갈했다. <조·중·동>보다 강도가 셌다. 조씨는 선거 직후 그가 운영하는 <조갑제닷컴>에 올린 "져도 더럽게 지고 있는 한나라당"이란 제목의 글에서 한나라당을 향해 "몸을 팔고 화대도 받지 못한 게 한나라당"이라고 표현했다. 보수 여당의 패배가 왜 이토록 그를 화나게 했을까. 그는 스스로 화난 원인을 이렇게 적시했다.

 

"이번 패배는 한나라당의 존재의미를 희석시킴으로써 분당 또는 해체로 가는 길을 열 것이다. 가장 큰 책임은 '이념은 필요 없다'면서 취임 직후부터 보수층을 배신하다가 중도실용이란 대국민사기극을 벌이던 중 김정일로부터 두 번이나 당하고도 보복조차 하지 못하였던 이명박 대통령이 져야 한다."

 

그는 이어 색깔론에 기름을 부었다. "이 정권은 좌파정권 시절 자생력이 생긴 보수세력마저 마취시켰다"며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은 보수층을 배신한 대가를 비싸게 치를 것"이라고 겁을 주더니 "대한민국을 배신한 이 대통령은 퇴임 후 안전하지 못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념을 버린 한나라당은 패거리로 전락, 소멸의 길을 갈 것"이라고 말미에서 쐐기를 다시 박은 그의 주장과 논리가 섬뜩하기 짝이 없다.  

 

내년 총선·대선에서 어떤 변수들이 또 역풍으로 작용할지... 

 

한나라당의 참패는 예견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이미 지난해 6월 지방선거에서 유권자들은 이명박 정권과 한나라당에 강력한 경고를 보냈다. 그러나 MB 정권은 독선과 불통, 밀어붙이기식의 국정운영을 포기하지 않았다. 물가대란, 전세대란, 구제역대란, 등록금대란에, 반복되는 공약뒤집기, 일본 원전사태에 대한 안이하고 무책임한 대응, 반대여론에 귀 막은 4대강 속도전 강행 등 이 정권의 무능과 독선은 일일이 언급하기조차 힘들다. 여당 또한 이 같은 무능과 독선에 눈감고 귀 막아 왔다. 

 

MB정권 출범부터 늘 같은 편에 서 왔던 보수언론들이 이번 선거의 참패를 꾸짖는 척 하며 훈계를 늘어놓고 있지만, 속내는 다르다. 지금도 색깔론에 열중하는 행태에선 MB정부와 한나라당으로 하여금 무엇을 잘못하고 있는지조차 깨닫지 못하게 만드는 게 아닌가하는 우려가 들 정도다.

 

이와는 달리 <경향신문>은 한나라당 패배 원인과 대안을 동시에 제시함으로써 시선을 끈다. <경향>은 29일 사설에 뼈아픈 한나라당 패배 원인과 대책을 동시에 전달했다. '책임전가 말고 '한나라당병'의 원인 찾아라'란 제목의 사설은 "한나라당에서 과거에 많이 보던 익숙한 장면이 또 펼쳐지고 있다"며 "위기 대처법이랄까, 선거패배 후유증 치유법"이라며 이렇게 소개했다.

 

"첫째, 선거에서 참패한다. 둘째, 반성이니 쇄신이니 하는 목소리가 분출된다. 셋째, 대통령 친위세력들이 위기감을 느낀다. 넷째, 이명박 대통령의 말을 잘 듣는 사람으로 당 지도부를 구성한다. 다섯째, 당이 청와대 돌격대 노릇하며 정국을 경색시키고 민심과의 충돌을 불사한다. 여섯째, 다시 선거에서 진다. 일곱째, 다시 반성한다. 여덟째, 다시 친위대 지도부를 구성한다."

 

그동안 되풀이 돼 온 패착요인을 잘 진단한 사설은 덧붙여 "이번 4·27 재·보선에서 패배한 한나라당 역시 예상대로 익숙하게 위기 대처 매뉴얼에 따라 움직이고 있다"고 충고했다. 이번 선거는 정권에 대한 중간평가 성격을 띤 재·보선에서 집권 여당이 패배하는 것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지만, 비판여론을 무시하고 권력에만 의존해 국정을 몰아붙였던 MB정권에 엄중한 경고를 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지닌다.

 

넥타이 부대 등 젊은 유권자들을 움직이게 하여 높은 투표율을 끌어낸 것은 우리 사회 저변에 확산된 SNS(소셜 네트워크 서비스) 확산과 자발적 정치참여 운동의 영향이기도 하지만 여권과 보수언론에서 불씨를 지펴준 '색깔론'이 톡톡히 한 몫 했다. 내년 총선과 대선에선 또 어떤 변수가 순풍과 역풍으로 작용할지, 자뭇 궁금하다.


태그:#4.27재보선, #정치변수, #조중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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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가 패배하고, 거짓이 이겼다고 해서 정의가 불의가 되고, 거짓이 진실이 되는 것은 아니다. 이성의 빛과 공기가 존재하는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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