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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나무는 살아 있는 화석이라 불린다. 천 년 세월을 넘어도 생육이 좋은 은행나무는 정말로 놀랄 만하다. 우리나라와 일본, 중국 등지에 분포하고 있는 은행나무는, 중국에서 불교가 전해질 때 같이 들어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가을날 노랑 단풍잎을 달고 서 있는 고목을 보면, 괜히 옛날 전설 한 마디쯤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 바로 은행나무이기도 하다.

 

열매를 주렁주렁 달고 있는 은행나무를 보면, 즐거운 마음이 들기도 한다. 딱히 왜 즐거운지는 생각해 보지 않았지만, 병충해가 없이 천 년 세월을 산다는 은행나무이기에 부러움에 그런 것인지도 모르겠다. 인간의 수명이라야 고작 백 년도 안 되는 것에 비해, 감히 가늠이 되지 않는 수령이기 때문이다.

 

천 년 세월 지켜 온 위엄

 

충남 금산군 남이면 석동리 보석사 경내에 서 있는 은행나무는, 수령이 1100여 년이 넘었다고 한다. 천연기념물 제365호로 지정돼 있는 이 나무는, 우리나라에서 양평 용문사 은행나무 다음으로 오래 산 나무라고 한다. 높이가 34m에 가슴높이 줄기 둘레가 10.72m나 되는 거목이다.

 

가지의 길이는 동, 서쪽이 24m, 남, 북쪽이 20.7m나 된다. 보석사 대웅전을 마주하고 좌측으로 약간 비켜선 맞은편 산자락, 비교적 완만한 경사지에 서 있는 이 은행나무는 한 겨울에 잎을 달고 있지 않아도 위엄을 느끼게 한다. 보석사를 찾아간 것도 사실은 이 은행나무를 보고 싶어서이다. 

 

3월 6일 찾아간 보석사. 대웅전을 돌아보고 나오면서 작은 내에 걸린 다리 위에서니, 천 년 세월을 살았다는 은행나무가 보인다. 떨어진 곳에서 바라보아도 그 당당함이 절로 느껴진다. 겨울에 무슨 은행나무를 보러왔느냐고 동행을 한 아우녀석은 볼멘소리를 한다. 그러나 나무의 진면목을 보려면 사시사철을 보아야 한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높이 34m의 당당한 모습

 

이 은행나무는 보석사를 창건할 때인 886년 정도에 조구대사가 심었다고 전해진다. 그렇다고 한다면 이미 1135살이나 먹었다는 것이다. 천년을 지나고도 벌써 135년을 더 살았다. 가까이 다가서서 나무를 돌아본다. 쇠로된 버팀기둥을 몇 개 받치고 있는 것 외에는, 중심의 주축인 줄기가 죽지 않고 살아올라가 당당하다.

 

굵은 나무 밑동에서 세로로 골이 지고, 외과수술을 한 흔적들이 이 나무의 연륜을 말해주고 있다. 이 은행나무의 뿌리는 주변 100여 평에 뻗어있다고 한다. 아직 잎을 달지 않아 나무를 자세히 볼 수 있다는 것도, 봄이 다가오는 계절에 잎이 진 은행나무를 만나며 느끼는 즐거움이다.

 

거목답게 줄기는 갈라져 있다. 오래 된 거북이의 터진 등과 같이 수없이 터진 흔적이 줄기마다 나타난다. 나무 밑동에는 많은 사람들이 걸어놓은 산악회의 이름표가 달려있다. 천년 세월을 그렇게 혼자 살아남은 보석사 은행나무. 숱한 전화의 위험 속에서도 무사했다는 것에, 고개를 숙여 감사를 드린다.

 

울음을 우는 신기한 나무      

 

마을 사람들은 이 은행나무를 신목으로 믿고 있다. 보석사 은행나무는 나라에 큰 일이 닥치려면 미리 알려준다는 것이다. 1945년 광복 때와 1950년 한국전쟁 때, 그리고 1992년 극심한 가뭄 때에, 이 은행나무가 소리를 내어 울었다고 전해진다. 그래서인가 마을 주민들은 감히 이 나무 근처에 가는 것조차 조심하고 있다. 

 

암나무인 이 은행나무는 주변에 겨울동안 눈 속에 묻혔던 무수한 나뭇잎이 들어나 있다. 그 많은 나뭇잎을 달고, 열매를 달았을 보석사 은행나무. 음력 2월 보름에는 보석사 신도들이 이 나무에서 '대신제'를 지낸다고 하니, 잊지 말고 기억을 했다가 다시 찾아와야겠다. 올 여름과 가을의 모습을 지켜보며, 이 나무에게서 천 년 세월을 사는 방법을 배워보아야겠다. 해질녘 발길을 돌리는 내게, 알 수 없는 커다란 힘이 등 뒤로 느껴진다. 아마도 천 년 세월을 산 보석사 은행나무의 기운인가 보다.


태그:#보석사 은행나무, #수령 1100년, #천연기념물, #금산, #조구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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