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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원시 수지면 호곡리에 소재한 중요민속자료 149호인 몽심재는, 층이 진 대지에 지은 집으로 지형을 잘 이용해 한옥의 멋을 극대화한 집이다. 몽심재는 조선 말기 박동식이 처음으로 지었는데, 현재는 그의 7세손인 박인기가 살고 있다. 몽심재는 산을 등지고, 앞으로는 낮은 구릉이 자리하고 있다.

 

몽심재를 찾아간 12월 12일은 아침부터 날이 차갑다. 올 들어 가장 추운 날이라는 12월의 날씨에 공사를 하느라 부산하다. 화재예방을 위하여 소화급수시설을 하고 있단다, 한옥은 목조건물이라 불에는 약할 수밖에 없다. 몽심재의 건물 구성은 층이 진 산자락을 적절하게 이용하였다. 대문을 들어서면 넓은 마당이 있고, 안채로 들어가는 중문도 높게 자리를 하고 있다. 건물마다 층이 진 것도 몽심재의 특징이다.

 

대문채에 누정이 있는 몽심재

 

몽심재는 산자락에 집을 지어, 층을 지어 건물들이 들어서 있다. 그 맨 아래에 해당하는 것이 바로 대문채이다. 대문채는 밖에서 보면 그저 평범한 반가의 솟을대문처럼 보인다. 그러나 안으로 들어가면 돌계단 위에 넓은 터가 있고, 그 우측으로는 여러 글씨를 음각한 커다란 바위가 자리를 잡고 있다.

 

우측 한편에는 연못을 파 흐르는 물을 담아두었다. 아무래도 비탈이 진 집의 구조상, 많은 물이 이 연못으로 흘러들 것만 같다. 그 돌로 주변을 쌓은 연못의 아름다움으로 인해, 멋진 풍광을 자랑하고 있다. 멋있는 경치가 있으면 그것을 그냥 놓고 볼 선조들이 아니다. 몽심재를 지은 박동식 역시 풍취를 아는 분이었는지. 대문채 끝에 개방된 누정을 만들어 연못과 산의 경치를 감상할 수 있도록 하였다. 이런 마음의 여유를 얻는다는 것이 얼마나 아름다운 것인지.

 

사랑채보다 높은 중문채

 

넓은 터를 지나 안으로 들어가면 돌로 쌓은 축대가 있고, 그 위에 사랑채를 두었다. 사랑채가 바로 몽심재이다. 비탈진 곳에 집을 짓다보니, 사랑채의 돌 축대가 상당히 높게 자리하고 있다. 크고 작은 멋대로 생긴 돌들이 보이는 조화감, 이것도 몽심재의 또 다른 멋이 아닐까? 그저 몽심재 여기저기를 돌다가 보면, 보면 볼수록 기분이 좋아지는 집이다.

 

사랑은 바라보면서 좌측 방을 난간을 두른 누정을 삼고, 좌우측 툇마루는 앞으로 돌출을 하였다. 그리고 댓돌이 있는 곳은 안으로 집어넣었다. 다섯 칸의 사랑채는 화려하지는 않지만, 앞으로 펼쳐지는 대밭으로 된 구릉과, 대문채의 연못 등을 관람할 수 있도록 꾸며진 집이다.

 

사랑채 우측으로는 중문이 있다. 이 집의 중문은 사랑채보다 높게 자리하고 있다. 돌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사랑채 옆으로 높게 자리를 한 중문이 보인다. 이렇듯 모든 건물이 산자락을 따라 층계식으로 자리를 잡고 있다. 자연을 훼손하지 않고, 자연을 그대로 이용하여 건물을 지은 몽심재의 아름다움이다.

 

안채 안방의 부엌이 뒤쪽에 있다니

 

몽심재의 안채는 ㄷ 자형이다. 안채 역시 부엌과 방 높이가 다르다. 그래서인가 안채 한편을 외양간으로 사용할 정도로 차이가 있다. 안채의 건넌방에 붙은 부엌 위로는 다락을 두었는데, 마치 이층집을 연상케 한다. 그런데 아무리 둘러보아도 안방에 불을 때는 부엌이 보이지를 않는다.

 

마침 사람이 있기에 안방의 부엌이 어디 있는가를 물어보았다. 뒤편으로 돌아가 보란다. 뒤편에는 광채와 산자락에 만든 넓은 밭이 보인다. 그런데 그 한편에 툇마루를 둔 안방의 뒤쪽이 있다. 그곳에 부엌이 자리를 하고 있다. 안방의 부엌이 집 뒤에 자리를 하고 있다니. 수많은 고택 답사를 하면서도 이런 구조는 본 일이 없다.

 

주변 경관과 함께 고풍스런 멋을 보이고 있는 남원 몽심재. 과연 풍류를 아는 사람들이 모인 곳에 지어진 집이라는 생각이다. 이런 집에서 한 철을 묵을 수만 있다면. 괜한 생각을 하면서 대문을 향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다음 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몽심재, #중요민속자료, #남원, #수지면, #조선조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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