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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나 아프리카 아니면 영국에 가서 "'살색'스타킹·'살색'크레파스·'살색'매직·'살색'메이크업베이스 주세요!!"라고 하면 어떤 색의 상품이 나올까요?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살색'이란 말이 황인종을 제외한 다른 피부색의 존재를 원천적으로 배제한다는 지적을 받아 '살구색'으로 변경되었는데요, 아직까지도 언론에서는 과거의 이 말을 계속 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살색' → '연주황' → '살구색' 

색의 이름으로 '살색'을 사용하지 말자는 논란의 시작은 2001년 8월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아프리카 가나 국적의 이주노동자와 성남외국인노동자의 집(당시 원장 김해성 목사)에서는 "크레파스 색깔 가운데 특정색을 '살색'이라고 표현한 것은 인종차별"이라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합니다. 

크레파스 등 문구류의 색 즉 국가표준제도를 관장하는 곳은 기술표준원입니다. 쉽게 이야기하면 한국산업규격 KS규격, KS인증 등을 지정, 고시하는 곳이라고 생각하시면 되는데요. 

국가인권위원회는 2002년 7월 31일 "기술표준원장이 한국산업규격(KS)상 크레파스와 수채물감의 생명을 지정함에 있어서 특정색을 '살색'이라고 명명한 것은 헌법 제 11조의 평등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으므로 이를 개정할 것을 권고한다"고 판결내렸습니다. 

기술표준원은 이 권고를 받아들여 2002년 11월 26일 '살색'을 '연주황'으로 개정 고시하게 됩니다.

한겨레신문 2005년 5월 20일 한겨레신문 2005년 5월 20일
▲ 한겨레신문 2005년 5월 20일 한겨레신문 2005년 5월 20일 한겨레신문 2005년 5월 20일 한겨레신문 2005년 5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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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여기서 다시 문제가 발생합니다. '연주황'이란 말이 느낌이 모호하고, 한자라서 어렵다는 민원이 제기가 된 것이죠. 

성남외국인노동자의 집 김해성 목사 딸이었던 민하(당시 중 1)와 둘째딸 민영(당시 초등5) 그리고 이들 또래의 친척 6명이 "'연주황'이 한자표기여서 그 뜻을 쉽게 뜻을 알 수 없다. 이는 어린이들에게는 또 다른 차별이자 인권침해, '살구색' 또는 '봉숭아 색'같은 쉬운 표현으로 바꿔달라"는 취지의 진정을 접수하게 됩니다. 

기술표준원은 결국 2005년 8월 '연주황'을 '살구색'으로 개정고시하게 됩니다. 

11번가 광고, 전국일간지 방송 등 잇단 '논란'

그 이후 몇 년이 흘렀습니다. 그리고 사람들에게 서서히 잊혀져갔는데요 2009년 9월, 이 문제가 쇼핑몰 광고로 인해 다시 한번 부각됩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2009년 9월 8일 인터넷판 국민일보 쿠키뉴스 2009년 9월 8일 인터넷판
▲ 국민일보 쿠키뉴스 2009년 9월 8일 인터넷판 국민일보 쿠키뉴스 2009년 9월 8일 인 국민일보 쿠키뉴스 2009년 9월 8일 인터넷판 국민일보 쿠키뉴스 2009년 9월 8일 인터넷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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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28일부터 전파를 타기 시작했던 SKT의 온라인 쇼핑몰 '11번가 (11st)'광고에서 "이게 무슨 핑크색이에요? 살색이구만"이란 대사가 나옵니다. 이 광고가 방송되자 많은 네티즌들이 문제를 제기했고, SKT에서는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스스로 수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게 됩니다. 9월 8일부터는 온라인 배너광고를 수정했고 TV광고도 '살구색'으로 바꾸어 9월 12일부터 전파를 타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2010년 국가인권위원회는 언론사 기업 18곳에 대해 '살색'을 사용하지 말라고 권고하게 됩니다. 이는 경기지역 고교생으로 구성된 '평화를 사랑하는 청소년들의 역사모임'(이하 역사모임)에서 조사, 분석한 자료 때문인데요.

매일신문 2010년 5월 6일
▲ 매일신문 2010년 5월 6일 매일신문 2010년 5월 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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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모임 학생들은 2002년 9월 1일~2009년 9월까지 지상파 방송사 3곳, 10개 전국일간지, 경제지, 인터넷 언론보도내용을 분석해본 결과 '살색'표현을 쓴 사례가 607건이고, 주로 상품소개와 영화평, 스포츠·연예보도 등에서 자주 사용한다는 내용과 함께 대형할인점과 여성 속옷업체 등의 기업들은 상품의 제목 및 설명에 살색 및 스킨색(피부색)이란 말을 사용하고 있다는 점을 밝혀냅니다. 

그리고 2009년 9월 국가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하게 되고, 인권위는 자료 조사를 시작했고, 결국 피진정인 18개 언론사와 기업이 모두 '살색'을 사용하지 않겠다는 의견을 보냈다고 합니다.

대구경북지역 신문, 아직도 '살색' 사용 중 

참언론대구시민연대가 국가인권위원회 단체 협력 사업 일환으로 진행하고 있는 <인권의 눈으로 본 언론> 모니터 1팀(김승휘, 이광희, 정아영, 조은경 | 영남대 언론정보학과)은 기술표준원이 '연주황'을 '살구색'으로 개정고시한 2005년 5월부터 2010년 9월까지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우선지원 대상인 대구경북권 신문인 매일신문, 영남일보, 대구일보, 경북일보를 대상으로 '살색'오용 실태를 조사했습니다.

참언론대구시민연대 조사자료
▲ 참언론대구시민연대 조사자료 참언론대구시민연대 조사자료
ⓒ 참언론대구시민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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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색'이란 말은 무조건 사용이 안되는 것은 아닙니다. 특정색을 표현하는 '살색'은 안 되지만 국어사전에 표기된 '살색' 즉 '살갗의 색깔'을 의미하는 용어는 사용가능하기 때문에 각 신문사에서 사용한 '살색'단어 중, 이 의미로 사용한 사례는 분석에서 뺐습니다. 

해당 신문사 인터넷 홈페이지에서 키워드 '살색'으로 검색해 '오용사례'를 조사한 결과 <매일신문>은 15회, <영남일보>와 <경북일보>가 각각 5회, 4회로 총 24건이 조사되었습니다. 대구일보는 '살색'을 사용하면 안 된다는 칼럼 1건이 있었고, 이는 분석에서 제외했습니다. 

사용 유형을 보면 속옷, 스타킹, 화장품 등의 상품 색을 표현한 경우가 11건, 의료 용품 및 피부색을 나타내는 사례가 11건, 미술 작품과 문구용품에서 잘못 사용된 사례가 각각 1건씩이었습니다. 

<매일신문>과 <영남일보>는 "특정색을 '살색'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평등권 위배", "살색이 살구색으로 개정고시되었다"는 기사를 싣고 있음에도, 정작 자신들의 지면에서는 '살색'을 잘못 사용하는 다소 모순된 모습도 있었습니다. 

<인권의 눈으로 본 언론> 모니터팀은 대구경북권 신문의 '살색' 오용사례를 조사한 보고서를 지난 10월 7일(목)에 국가인권위원회에 민원을 제기했고, 조사를 부탁했습니다. 

참언론대구시민연대에서는 이번 사례를 계기로, 인종차별적 용어인 '살색'오용사태에 대한 꾸준한 모니터 활동을 지속, '인권친화적 언론환경'조성을 위해 노력할 예정입니다.

덧붙이는 글 | ※ 이 자료는 참언론대구시민연대(www.chammal.org)가 진행하고 있는 국가인권위원회 단체협력 사업 <언론의 눈으로 본 인권> 모니터 1팀 (김승휘, 이광희, 정아영, 조은경 | 영남대 언론정보학과)에서 조사한 것입니다. 정리는 박민영&허미옥입니다.



태그:#살색, #살구색, #국가인권위원회, #인권침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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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개혁의 풍지대 대구를 바꾼다'는 화두로 2003년 3월 발족한 대구지역에서 활동하는 언론운동단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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