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미국 위스콘신주 출신의 공화당 상원의원 매카시는 1950년 2월 "국무성 안에는 205명의 공산주의자가 있다"는 폭탄발언을 한다. 그후 많은 사람들은 매카시즘의 공포에 떨었다. 그 때문에 미국의 외교정책이 필요 이상으로 경색된 반공노선을 걷게 된다. 유력한 정치가나 지식인들도 매카시즘에 두려움을 느끼고 그에 반론을 제기하지 못했다.

 

그러나 매카시는 보기 드문 선동가였으나 아무런 비전도 가지지 못했다. 극단적이고 초보수적인 반공주의 선풍, 또는 정적이나 체제에 반대하는 사람을 공산주의자로 몰아 처벌하려는 '매카시즘'은 결국 미국의 대외적 위신이나 지적 환경에 막대한 손해를 끼쳤다.  

 

냉전시대의 유물로 이미 역사의 무대 뒤로 사라진 '매카시즘'이 천안함 침몰사고 이후 유령과 아바타 형태로 최근 우리나라에 다시 부활한 느낌을 준다. 특히 누구보다 앞장서 민주주의를 수호하고 언론자유를 옹호해야 할 일부 언론에게서 매카시즘적 광풍이 읽힌다. 그런 가운데 '검사 향응 리스트 파문'이 점점 정국의 뇌관으로 부상하고 있다. 사상 최대 규모의 6·2지방선거를 40여일 앞두고 온갖 변수들이 얽히고설켜 요란하게 춤추는 굿판을 들여다본다.  

 

[# 사례 하나] 조갑제, "반대파 숙청하고 북한에 '진실의 어뢰' 쏘자고?"

 

'북 특이동향 없다'파를 먼저 숙청하고 군 기강을 잡아야

천안함 폭침에 대한 국민응징: '진실의 어뢰'를 북한상공으로 쏘아 올리자!

 

섬뜩하다. 곧 전쟁이라고 일어날 것처럼 비장한 전운이 감돈다. 보수논객 조갑제씨가 운영하는 <조갑제닷컴>에선 연일 공포분위기가 고조된다. 원인모를 천안함 침몰사고를 두고 북한 개입 가능성을 단정 지으며 '전쟁불사'를 부르짓는 그는 이미 전쟁준비를 끝내 놓은 듯하다.

 

조씨는 천안함 침몰 직후부터 북한의 공격에 의한 것으로 단정하고 군사적 응징까지 주장하는 것도 모자라 이제는 반대파를 숙청하고 북한상공에 '진실의 어뢰'를 쏘아 올리자고 국민의 이름으로 선동하고 나섰다. 천안함 사고가 발생한지 한 달이 다 되어가도록 원인이 밝혀지지 않고 있는 것이 큰 원인이다. 시간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조씨의 '안보위기'와 '전쟁'노래는 점점 커져만 간다.

 

대통령은 물론 정부의 책임 있는 고위관리들까지 북한 관련설을 두고 구체적 증거도 없이 수시로 말을 바꿔 정파간 갈등을 조장하고 있는 사이에 보수논객들이 온-오프라인에서 벌이는 '전쟁불사론' 굿판은 날로 위협을 더해만 가는 형국이다. '매카시즘'의 유령 또는 아바타를 연상하지 않을 수 없다.

 

조씨는 22일 ''북 특이동향 없다' 파를 먼저 숙청하고 군 기강을 잡아야'란 선동적인 제목의 글에서 급기야 대통령과 청와대를 겨냥해 비수를 꺼내 들기도 했다. 그는 또 국민의 이름으로 심판하는 것도 주저하지 않는다. "진실과 너무나 거리가 먼 대통령과 청와대의 이런 언동들이 종북-선동세력에 의하여 반국가단체인 북한정권을 감싸고, 국군을 괴롭히는 데 활용되는 것을 본 국민들이 화가 난 것"이라고 했다.

 

또한 그는 '천안함 폭침에 대한 국민응징: '진실의 어뢰'를 북한상공으로 쏘아올리자!'란 제목의 글에서 삐라를 들고 나섰다. "탈북과학자인 이민복씨는 작년에 1500개의 풍선을 날려 약9000만 장의 삐라를 북한 지역에 뿌렸다"며 "100억 원으로 약10만 개의 풍선을 보낼 수 있다"고 했다.

 

"이씨가 작년에 보낸 풍선의 약70배를 한꺼번에 보내면 약70억 장의 삐라, CD 등을 북한 전역에 뿌릴 수 있다"며 "남풍이 부는 날에 맞추어 국민들이 동시에 10만 개를 북한으로 날려 보내면 북녘 하늘은 풍선으로 새까맣게 덮일 것"이라고 선동과 주문을 함께 했다.

 

말리는 사람도, 말릴 사람도 없다. 최근 민주당 대변인이 "'대북 무력보복을 반대하는 국민은 노예가 되는 수밖에 없다'라는 조씨의 발언은 전쟁마저 부추기려는 극우보수세력의 현재의 입장을 잘 웅변해주고 있다"고 비난했으나 듣는 척도 하지 않는다. 북한을 역으로 활용해 자신의 영향력을 유지하려는 시대착오적 발상이라는 비판에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사례 # 둘] <조·중·동>, '안보위기' 강조...'스폰서 검찰' 변수엔 물타기

 

보수신문들이 결집해 이에 가세했다. MBC <PD수첩>의 '검사와 스폰서' 방송 이후 전 지역으로 의제가 파급되는 순간에도 이들 신문은 극단적이고 초보수적인 반공주의 선동에 열을 올리고 있다. 60년 전 매카시가 행한 선동정치는 저리가라 할 정도다. 

 

<조선일보>는 연일 황장엽 전 조선노동당 비서를 앞세워 '안보위기'의 날을 치켜세우고 있다. 23일 '대한민국 국민, 황 전 비서 이야기를 무겁게 들어야'란 제목의 사설에서 "황 전 비서는 천안함 침몰 사건에 대해 '김정일이 한 게 분명하다'고 했다"면서 "대한민국은 이런 황 전 비서의 오랜 경험이 녹아든 이야기를 무겁게 들을 필요가 있다"고 장황하게 황씨의 주장을 늘어놓았다.

 

또 이날 '국회, 이번 6·25엔 유엔군 참전 감사 결의안 채택하라'란 제목의 사설에선 뜬금없이 한미동맹 강화론을 들고 나섰다. 전날 한나라당 정몽준 대표가 미국을 비롯한 참전국들에 고마움을 표시하는 감사 결의안을 당 차원에서 추진할 뜻을 밝힌 데서 힌트를 얻은 듯하다.

 

<조선>은 전날 '북한의 암살 공작조 더는 없는가', '황장엽 전 비서 암살 공작원까지 보내는 북한'이란 제목의 사설에서도 "국가정보원과 검찰은 1997년 한국에 망명한 황장엽 전 조선노동당 비서를 암살하기 위해 인민무력부 정찰총국이 탈북자로 가장해 침투시킨 정찰총국 소속 소좌(소령급) 김명호(36)와 동명관(36)을 검거했다"는 내용을 부각시키며 '북풍'과 '안보위기론'에 불씨를 던졌다. 이날 또 다른 사설에선 '천안함 사태 바로 보고 전작권 논의 시작하라'고 제목에서 정부를 나무랐다.

 

<동아일보>도 23일 사설 'MB정부 '안보 신경계' 시급히 보강해야'란 제목에서 '안보위기론'에 함께 불을 지폈다. "안보 사태는 원인이 다 밝혀지기 전이라도 최악의 경우를 상정하고 대응해야 하는 사안"이라며 "천안함이 북한의 공격으로 저렇게 됐다면 그것은 '재난'이 아니라 '전쟁 상황'"이라고 규정지었다. 이 사설은 헌법은 91조까지 들먹이며 "'국가안전보장에 관련되는 대외정책 군사정책 대내정책의 수립에 관해 국무회의 심의에 앞서 대통령의 자문에 응하기 위하여 국가안전보장회의를 둔다'고 규정하고 있다"고 했다.

 

그런가 하면 <중앙일보>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천안함 침몰' 변수를 잠재울 만한 굵직한 변수로 부각하고 있는 '스폰서 검찰'에 '물타기' 하느라 노력한 흔적이 사설에서 역력히 묻어난다. 23일 사설 '검찰 스폰서 문화도 토착비리의 한 축이다'란 제목에서 "토착비리는 지연·학연·혈연이란 강한 연대감에다 권력과 돈이 얽히고설켜 뿌리 뽑기가 쉽지 않다"며 "대통령이 토착비리 척결을 주문하고, 사정기관들이 '전쟁'을 선포해도 좀체 나아질 기미가 안 보인다"고 전 사회적으로 지탄받는 검찰의 부도덕성을 되레 역으로 지적했다.

 

<중앙>은 21일 사설에서도 다른 언론들과는 정 반대적인 입장을 피력해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검사들은 주변 배회하는 '파리떼'를 경계해야'란 제목의 사설은 "뒤가 켕기는 '업자'들은 검사 주변에 파리떼처럼 늘 배회한다"며 검사들에게 "평소 몸가짐에 조심할 것"을 당부했다.  

 

"이른바 '안기부 X파일'을 인용해 삼성으로부터 '떡값'을 받은 검사 명단을 공개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 자격정지 1년을 선고받은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가 지난해 12월 4일 항소심에서 모두 무죄 판결을 받은, 무려 4년을 끌어온 재판과정에서 보여준 소극적 보도태도와는 전혀 다르다.

 

[# 사례 셋] <경향·한겨레>, "대결의 시대로 퇴행하는 신호탄...MB정부 책임"

 

<한겨레>와 <경향신문> 사설이 이들 보수신문 사설에 정면으로 반기를 들었다. <한겨레>는 보수논객과 보수신문들이 크게 우려하는 '안보위기론'에 찬문을 끼얹었다. 22일 '시대착오적 '황장엽 암살조', 석연찮은 사건 공개'란 제목의 사설에서다. 뼈아픈 과거 사례도 짚었다.   

"걱정되는 것은 이번 일이 대결의 시대로 퇴행하는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1968년 1·21사태나 1983년 아웅산 국립묘지 폭탄테러 등 크고 작은 사건으로 남북 긴장이 고조될 때마다 우리 사회는 정치·군사적 대결태세뿐 아니라 민주주의 후퇴 등 적잖은 희생을 치렀다. 사회적 혼란과 불안도 뒤따랐다. 북한 역시 경제적 지체와 국제적 고립을 겪어야 했다. 이번 사건의 배경에 북한의 군사적 모험주의가 있다면 그 무모함을 비난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다."

 

사설 말미에서 "지난 1, 2월에 검거된 이들의 구속 시점이 공교롭게 MBC <PD수첩>의 '검사 향응 리스트 파문' 보도와 겹친 것도 여론의 관심을 돌리려 한 게 아니냐는 따위 오해를 불러올 만하다"며 지적한 내용은 더욱 따갑다. 

 

<경향>은 이에 앞선 지난 20일 사설 '천안함 사고로 인한 국론 분열 극복하려면'에서 책임을 정부에 돌리면서 대통령에게 주문했다 "천안함 사고가 발생한지 한 달이 다 되어가도록 분열 현상이 가시지 않는 근본적 이유는 정부에 있다"며 "대통령은 외과 의사의 자세로 군의 환부를 과감하게 수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앞두고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변수가 난무할까. 연초부터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 '세종시', '4대강', '좌파발언', '한명숙 전 총리 1심 무죄', '천안함', '스폰서 검찰' 등의 파생변수들이 시사해주고 있다. 이 중 사상 최대의 지방선거를 40여일 앞두고 '천안함 사고원인 규명'과 '검사 향응 리스트 파문'이 어떤 형태로 확대될지 초미의 관심거리다.  

 

[# 사례 넷] 민주당 지지율 처음으로 30%대 진입, 상승세 계속 이어질까?

 

이러한 변수들은 현재까지 어느 쪽에 유리할까? 한 여론조사 전문기관의 최근 여론조사결과가 시선을 끈다. 민주당 지지율이 올해 처음으로 30%대에 진입했다. <리얼미터>가 4월 셋째주(2일~16일)  실시한 정례 여론조사 결과, 정당 지지율에서 한나라당은 전주 대비 1.7%p 하락한 39.8%를 기록한 반면, 민주당은 1.6%p 상승한 30%를 기록했다.

 

민주당의 지지율은 세종시를 둘러싼 여야 대립이 극심했던 지난해 11월 첫째주 34.9%로, 한나라당(36.1%)을 오차범위 내로 추격한 바 있지만, 이후 상승세를 이어가지 못하고 올 1월 셋째주에는 22.8%까지 떨어졌었다. 특히 대전·충청지역에서 36.2%까지 올랐던 지지율이 세종시 문제가 표류하면서 지난 3월 조사에선 10%대로 추락하는 등 반등기회를 잡지 못하다 한나라당 주요 인사들의 설화 및 한명숙 전 총리에 대한 법원의 무죄 판결 등 호재가 이어지면서 점차 상승세를 보인 것.

 

민주당이 지난주 30%를 기록해 한나라당과의 지지율 격차가 올들어 처음으로 10%p 이내로 좁혀진 것으로 조사됐지만 앞으로 남은 변수가 많다. 천안함 침몰 원인에 따라 거대한 '북풍'과 함께 '안보위기론'이 휩쓸 전망이다. 그러나 이에 맞설 변수들도 만만치 않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주기가 5월 1일부터 한 달간 전국에서 이어진다.

 

'노무현재단'은 오는 5월 23일 고 노무현 대통령 서거 1주기를 맞아 △노 대통령 묘역 완공행사 및 추모행사 △학술 및 문화, 전시회 △주요 5대 도시 추모 콘서트 등의 행사가 진행된다고 밝혔다. 게다가 5·18 광주민주화운동 30주년을 맞는 해다.

 

특히 5·18을 맞는 광주·전남지역은 가칭 '노무현 대통령 서거 1주기 광주전남추모위원회'를 구성, 전국 행사와 별도로 5월 9일 추모콘서트 'Power to the People'을 옛 도청 앞 광장에서 갖는 등 5월 17일부터 23일까지를 추모기간으로 선포하고 분향소 설치, 추모 문화제, 추모 사진전시회, 초청인사 강연회 등을 대대적으로 열 예정이다.

 

이런 가운데 보수세력과 보수언론들은 천안함 침몰사고 원인을 북한에 결부시키며 국가적 재앙인 '전쟁불사' 거론도 서슴지 않는다. 합리적 보수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이유다. 이 또한 중대한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극우보수세력이 보여주고 있는 '위험한 게임'과 이에 맞설 정치 또는 사회적 이슈와 변수들이 6월 지방선거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태그:#매카시즘, #황장엽, #조갑제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정의가 패배하고, 거짓이 이겼다고 해서 정의가 불의가 되고, 거짓이 진실이 되는 것은 아니다. 이성의 빛과 공기가 존재하는 한.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