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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18일부터 10월 16일까지 행정안전부(이하 행안부)에서 마련한 "무료 장애인 ICT 전문교육(장애인IT교육)"이 열린다고 하여 관련 자료를 찾아보고 참가신청을 하려 했지만 신청서조차 넣어 보지 못한 채 다른 지역에 산다는 이유로 나는 탈락하고 말았다.

 

이번 행안부에서 마련한 장애인IT교육은 장애인 단체, 직업전문학교 등 16개 교육기관에서 총 250명의 장애인들을 교육시켜 40% 취업률 목표로 진행되는 교육 프로그램이다. 교육 내용은 "웹 디자인, 웹 쇼핑몰 구축, 멀티미디어(디지털영상 편집) 제작·편집 등을 교육하고 기업체 실습 교육까지 총 600시간을 이수하는 과정까지다.

 

안내 자료를 살펴보던 중 내가 요즘 배우고 싶어 하던 디지털영상 편집이 눈에 띄었고 마침 사는 곳과 가까운 강원도 춘천에서 교육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교육장소로 지정된 지역은 서울 6개, 부산 2개, 대구, 광주, 춘천, 충주, 대전, 목포, 제주 각 1개로 되어 있었고 각 지역마다 교육되는 내용도 제각각이었다. 이중 내게 맞는 게 딱 걸린 것.

 

하지만 나는 전화상으로 신청도 못해 보고 퇴짜를 맞고 말았다. 직접 찾아가 신청을 할까 하다가 혹시 몰라서 전화부터 해본 것인데 예감대로 담당자가 혹시 내 목소리만 듣고 거절한 듯 게 아닌가 싶어 씁쓸한 마음이 오랫동안 가시질 않았다.

 

IT 교육 받는데 지역 구분이 웬 말?

 

내가 늘 가슴 담고 있는 콤플렉스인 "언어장애"는 이번에도 역시 내게 실망을 주었다. 지난 13일 용기를 내어 춘천에 있는 교육장소(000장애인재활협회)로 장애인IT교육에 대해 문의 전화를 걸었다.

 

협회: 네, 000협회입니다.

나: 네, 문의 하나 할게요.

협회: 말씀하세요.

나: 이번 장애인IT교육 좀 받을까 하고요.

협회: 아, 오셔서 신청서 작성하시면 됩니다. 혹시 어떤 장애를 갖고 계세요?

나: 네, 뇌병변입니다.

협회: 네, 지금 어떤 일 하고 계신가요?

나: 지역신문사에서 프리로 글 쓰고 있습니다.

협회: 네? 다시 한 번 말씀해 주세요.

나: 지.역.신.문.사.에서 프리로 일 한.다.구.요...

협회: 아, 네. 근데 아침 9시부터 저녁 5시까지 수업 들으시겠어요?

나: 하루에 6시간 정도 하는 거 아닌가요? 그렇게 발표났던데.

협회: 아니요. 아침부터 5시까지 합니다.

나: 그래도 시간 내서 해봐야지요.

.

중간생략

.

협회: 그런데 어디 사세요?

나: 경기도 가평이요. 지역이 틀리면 안 되나요?

협회: 뭐..그건 아닌데... 일단 연락처 좀 알려 주세요. 알아보고 전화드릴 테니.

나: 언제쯤 연락 주시나요?

협회: 오늘 중으로 드리죠 뭐.

 

그렇게 10여 분 정도 통화를 마치고 난 뒤에도 버벅대던 내 말투에 계속 신경이 쓰였다. 그렇게 두 시간 쯤 흘렀을까? 협회에서 전화가 왔다. 내용은 지역이 달라서 교육을 받을 수 없다는 것. 기분은 한층 더 가라앉고 말았다.

 

그런데 문득 IT교육을 받는데 굳이 지역을 차별화해서 신청을 받아야 하나? 라는 궁금증이 생겼고 다시 용기를 내어 행정안전부 관련부서로 직접 전화를 해 알아보니 교육은 어느 지역이든 지정된 곳에 신청하면 받을 수 있다고 한 관계자가 대답했다.

 

덧붙여 이 관계자는 "현재 춘천지역에 신청자가 많이 지원한 것으로 나타나는 걸 보아 자체 심사를 하는 과정에서 지역 문제를 들어 거부를 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설명을 듣고 나니 가라앉은 마음이 좀 풀렸는데 사실대로 안내를 하지 않은 협회 측에 서운한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가 없었다, 차라리 협회 측에서 지역 핑계를 대기보다는 현재 신청자가 많이 접수됐으나 전화하신 분도 접수부터 하고 면접을 보라는 제안만 해줬더라도 감사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일이 있은 후 지인들을 만나 하소연 비슷하게 넋두리를 늘어놓으니 예전에 비슷한 교육을 받았었던 한 선배는 "그러게 좋은 기회였는데 아깝다. 전에 나도 몇 달 교육 받을 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그때 참 재밌게 배웠었지, 라는 기억이 들곤 하는데. 모처럼 좋은 기회를 놓친 것 같아 아쉽겠다"며 작은 위로까지 해주었다.

 

이어 공공기간에서 행정 일을 보는 친구도 "일을 하다보면 꼭 불가피하게 처리해야하는 것들이 생기더라. 특히 어떤 대상자들 모집할 때 주어진 자격 등을 고려해서 추려야 하지만 이번처럼 신청자들이 많은데다가 타 지역 사람들까지 신청을 하면 의래 가까운 지역 사람들부터 선정하게 되는 게 현실이니 너무 실망하지 말라"고 역시 위로 아닌 위로를 해주었다.

 

취업보다 나는 배우고 싶었을 뿐

 

나는 이번 교육을 통해 취업을 하기보단 그동안 독학으로만 컴퓨터를 익혔던 한(?)을 풀고자 했던 것이다. 고등학교 졸업 후 몇 차례 컴퓨터 관련 자격증 시험들을 치렀지만 매번 2차 실기시험에서 필기 및 타이핑 속도가 느려 떨어져야만 했다.

 

그 이후 자격증 시험은 쳐다보지도 않았으며 살아가면서 내가 필요한 것들만 할 수 있을 정도의 실력을 갖추면 된다고 생각하며 살고 있다. 그러나 이번 디지털영상 편집 과정은 제대로(?) 배워보고 싶었다.

 

지금도 간단한 것들이야 편집할 수는 있지만 보다 예쁜 영상을 만들어 보고 싶은 마음에 신청서를 넣으려 한 것인데 처음부터 길이 막혀 버렸으니 어쩌면 이것도 내 운명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비록 신청자 초과 때문이면서도 "지역이 틀려 신청 받을 수 없다"는 엉뚱한 이유로 신청조차 해보지도 못하고 떨어졌지만 언어장애가 없어 말만 또박또박 잘 했더라면 충분히(?) 배우고자 했던 내용을 습득했을 텐데, 라는 아쉬움은 어쩔 수 없이 남는다.

 

그래도 다시 힘을 내어 이번에도 두꺼운 관련서적 한 권 구입해서 또 한 번 독학에 빠져야할 것 같다. 배움에는 정해진 틀이 없는 것이니까.

 


태그:#장애인, #IT교육, #취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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