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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잔 리치 퍼스트 스텝스 대표
 수잔 리치 퍼스트 스텝스 대표
ⓒ 이정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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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의 북한 어린이 구호 NGO 단체인 '퍼스트 스텝스' 대표인 수잔 리치에게 '최근 남한 사회 일각에서 올해 풍년이 들었고 미국 등 해외 지원도 이어져 북한이 식량문제에 대한 걱정을 덜었다는 의견이 대두되고 있다, 이에 동의하는가'라고 물었다.

"반가운 소식이지만, 아직도 절대적으로 식량이 부족하다. 특히 작년에 일어난 대홍수로 인해 식량난이 크게 악화됐다. 수확의 15%, 많게는 지역에 따라 25%까지 파괴됐다. 영양실조 상태에 있는 북한 어린이들을 보면 앞으로도 할 일이 많다는 것을 느낀다. 큰 도움이 필요하다."

다소 비켜간 대답이었지만, 분명한 의미를 담고 있었다. 인도적인 지원은 계속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었다. 굶주리는 북한 어린이들을 돕기 위해 30여 차례나 북한에 다녀왔다는 한 외국인 NGO 대표는 "올해 지원을 받긴 했지만, 풍년이라고 하지만, 여전히 절대적으로 식량이 부족하다"고 재차 강조했다.

"북한 어린이들, 초록색 산림 자체를 모를 수 있어"

한국명 이수정, 수잔 리치는 누구?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통역이 필요 없었다. 수잔 리치 대표는 기자회견은 물론 기자들과의 질의응답 모두 완벽한 한국어로 소화했다. 이처럼 리치 대표가 한국말이 유창한 것은 어린 시절을 한국에 보냈기 때문이다.

1972년 아버지를 따라 한국에 와서 한양 부속 초등학교와 대전 외국인 학교를 다녔고, 캐나다로 돌아가서는 브리티시 컬럼비아 대학교에서 동양학을 전공했다. 1996년 한국으로 다시 돌아와 이화여대 통역대학원을 수료했다.

리치 대표가 북한 어린이들에게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1998년 북한을 다녀온 친구로부터 원산 고아원 이야기를 들으면서부터다. 2000년 캐나다 외무장관의 통역 자격으로 북한을 직접 방문하여 기아에 허덕이고 있는 북한 어린이들의 참상을 알게 되었다고 전했다.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 남북관계로 정부의 대북 식량 지원 재개 여부가 여전히 불투명한 가운데, 북한 식량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북한나무심기'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외국 NGO 단체 대표로부터 나왔다.

캐나다의 북한 어린이 구호 NGO 단체인 '퍼스트 스텝스(First Steps)'의 수잔 리치(47)대표는 3일 오후 환경재단이 창립 6주년을 맞아 주최한 기자회견을 통해 "북한 산림 황폐화는 주민 수백만 명 안전과 식량 문제에 재앙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심각한 문제"라면서 북한나무심기 운동에 동참할 것을 호소했다.

2001년부터 '퍼스트 스텝스'를 통해 북한 어린이 지원 사업을 전개하고 있는 리치 대표는 유엔 식량농업기구 보고서를 인용하여 "북한 산림 면적의 1/4이 15년 만에 사라졌고, 이런 상태가 지속되면 2050년에는 나무 한 그루조차 볼 수 없게 될 수도 있다"면서 "이렇게 나가다가는 북한 어린이들이 초록색의 산림 자체를 떠올릴 수 없게 될지도 모른다"고 경고했다.

"북한 산림 파괴가 만성적인 식량난을 악화시키는 것은 명백"

"북한에서 쌍둥이 딸의 엄마 김○○씨를 만난 적이 있다. 몸이 너무 허약한 상태여서 딸들에게 줄 수 있는 충분한 모유가 나오지 않을 뿐 아니라, 이유식으로 대용할 만한 보충식품도 없었다. 수행원이 다른 자녀들도 있느냐고 질문했을 때, 김씨는 떨리는 입술로 '있었는데요'라고 대답했다. 이미 한 아이를 읽었고, 자기 아이들을 키우기 위해 여전히 고군분투하고 있다는 차가운 현실이 충격적이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리치 대표는 특히 "북한 산림 파괴가 만성적인 식량난을 악화시키는 것은 명백하다"고 강조했다. 작년에 일어난 대홍수로 이미 상당히 많은 농경지가 유실된 데다가 수해에 취약한 지금 같은 '민둥산' 상태로는 언제라도 식량 대란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말이었다.

북한을 방문한 수잔 리치 대표가 직접 촬영한 '민둥산'
 북한을 방문한 수잔 리치 대표가 직접 촬영한 '민둥산'
ⓒ 수잔 리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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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북한 산림이 황폐화된 이유를 리치 대표는 구소련 붕괴와 식량난에서 찾았다. 그는 "우방국으로 북한에 석유를 공급하던 구소련의 붕괴로 북한 경제가 진퇴양난의 위기에 처하게 됐으며, 그로 인해 수많은 사람들이 나무를 잘라 생존의 방편으로 난방과 취사를 위해 벌목했다. 살기 위한 몸부림이었다"고 설명했다.

리치 대표는 "식량난까지도 북한 주민들을 위협하기 시작했고, 북한 주민들은 오로지 살아남기 위해 식용 작물을 닥치는 대로 심기 시작했고, 농경지가 부족해지자 또 벌목을 통해 개간할 수밖에 없었다"면서 "평양에서 원산 가는 길에 재배지로 부적당한 비탈에 옥수수가 심어져 있는 것을 직접 목격하기도 했다"고 소개했다.

박완서 작가 글처럼 "완전성과 영원성 북한에서 사라지지 않기를"

수잔 리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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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리치 대표는 "대홍수로 인한 토양 유실 문제로 현재 북한은 큰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재조림 사업이 하루라도 빨리 시작되지 않으면 산림이 자라는 토양마저 다 잃게 될 것"이라면서 "이렇듯 북한의 암담하고 안타까운 현실은 특히 어린이들에게 큰 피해를 주고 있다. 아이들에게 생존은 그야말로 투쟁"이라고 안타까워했다.

아울러 리치 대표는 "이런 문제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돈이나 자원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에 뚜렷한 처방전이 없다"면서 "북한의 어려움은 하룻밤 안에 고쳐질 수 없으며, 많은 시간과 노력이 경주돼야 한다. 훨씬 더 많은 도움이 필요하다"는 말로 북한나무심기 운동에 대한 동참을 호소했다.

이날 북한나무심기 운동과 관련해 환경재단에 여러 차례 감사의 표시를 한 리치 대표는 박완서 작가 산문집 '호미'의 일부를 인용하는 것으로 기자회견을 마무리했다.

"'작년에 그 씨를 받을 때는 씨가 종말이더니 금년에 그것들을 뿌릴 때가 되니 종말이 시작이 되었다. 그 작고 가벼운 것들 속에 시작과 종말이 함께 있다는 그 완전성과 영원성이 가슴 짠하게 경이롭다.' 그 완전성과 영원성이 북한 땅에서 없어지지 않기를 기원한다."

환경재단 북한나무심기 기금 마련 "3달러당 잣나무 1그루"

한편 최열 대표가 공금 횡령 혐의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법에 출두하는 등 '뒤숭숭한' 분위기에서 창립 6주년을 맞은 환경재단은 오후 6시부터 캐나다 대사관에서 '기후변화의 밤 - 나무를 심는 사람들' 기념행사를 개최했다. 행사를 통해 마련된 기금은 캐나다 대사관 도움으로 북한 구호 단체에게 전달되고, 전달 기금은 3달러당 잣나무 1그루를 심는 데 사용될 예정이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세중 환경재단 이사장은 인사말을 통해 "우리와 가까이 있는 북한이 산에 나무가 없고 비가 오거나 홍수가 날 때마다 엄청난 피해가 생겨 식량 부족으로 이어지고 있다"면서 "북한에 나무가 많아져서 남북이 함께 발전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생각하다 창립기념 행사 하나로 북한 나무심기를 도와주는 활동을 전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전력 미사용 콩우유 제조기 한 대로 어린이 천 명 혜택"
캐나다의 북한 어린이 구호 NGO 단체인 '퍼스트 스텝스'는?
캐나다 밴쿠버에서 같은 교회를 다니던 여성들과 함께 수잔 리치 대표가 2001년 설립한 퍼스트 스텝스(www.firststepscanada.org)의 목표는 "꾸준한 식량 제공으로 북한 어린이들이 영양 결핍과 배고픔에서 벗어날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다.

두유를 마시며 웃고 있는 북한 어린이
 두유를 마시며 웃고 있는 북한 어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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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위해 현재 퍼스트 스텝스가 펼치고 있는 사업은 크게 3가지. "한 기계 당 하루에 1000명 이상의 아이들에게 단백질이 풍부한 콩우유를 제공할 수 있다"는 두유 만드는 기계(바이타 카우 VitaCow, 바이타 고트 VitaGoat) 공급이다.

2008년 5월 현재까지 총 17대의 바이타 카우와 14대의 바이타 고트를 북한에 보내 남포와 원산 그리고 형제산 구역의 고아원과 탁아소에 있는 6만여 명의 아이들이 콩우유를 매일 공급받고 있다고 한다. 특히 바이타 고트는 전력을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평양 외곽의 대부분 농촌 지역을 포함한 전기 공급이 부족하거나 불가능한 지역에 설치될 수 있다"는 것이 퍼스트 스텝스의 자랑이다.

물론 두유 '원료'도 지원하고 있다. 2004년 2월부터 올해까지 북한에 공급한 메주콩은 총 478톤에 이른다. 중국이 곡물 수출규제를 시작한 올해 '메주콩' 지원에 어려움을 겪었으나, 캐나다 메주콩 수출협회 도움을 끌어내 2백 톤을 북한에 보낼 수 있었다고 한다.

'스프링클스'로 불리는 종이 봉지에 담겨 있는 분말 형태의 미량 영양소도 공급하고 있다. 2006년 12월 150만 봉지, 2007년 9월 100만 봉지를 공급했으며, 현재 북한 임산부, 수유부 그리고 어린이 등 7만 2천 명이 스프링클스를 '섭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초연구조사 결과 6개월 동안 스프링클스를 복용한 여성들과 어린이들의 영양 결핍률이 56%에서 32%로 감소했다"고 한다.

이와 같은 활동으로 인해 퍼스트 스텝스는 북한 정부 관료들과 매우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퍼스트 스텝스는 소식지를 통해 "북한 보건성과 스프링클스 효용성 연구에 관한 논의를 진행했다"면서 "북한 지역 사회 및 협력 파트너들과의 유대관계도 탄탄하다"고 소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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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취재 후기는 blog.ohmynews.com/bangzza 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태그:#기후변화, #식량, #북한, #환경재단, #수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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