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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아하고 깨끗한 인상, 똑 부러지는 발음과 발성으로 항상 같은 시각에 하루동안 일어난 사건·사고를 마치 브리핑해주듯 전하던 아나운서들. 그런 그들이 이제 까만 정장과 짧은 머리를 과감히 벗어버리고 시사 프로그램은 물론, 예능 프로그램까지 지배하려 궐기하기 시작했다.

 

가을개편을 맞이한 TV. 아나운서의 전성시대!

 

우선 KBS의 경우 새로 신설된 실시간 시청자 참여 프로그램 <사미인곡>에서 KBS 간판아나운서들인 박지윤, 윤인구, 최원정, 한석준 등 네 명의 아나운서들이 프로그램 전체를 이끌어가게 되었다.


역시 가을을 맞아 신설된 <이야기 발전소>에서는 한석준 아나운서가 진행자로 발탁되었으며, <해피선데이>에서 ‘하이파이브’ 김민선의 빈 자리는 이정민 아나운서가 대신한다. 그 외에도 <스타 골든벨> <상상플러스>와 같은 기존 인기 예능프로의 박지윤, 최송현 아나운서를 비롯하여 <특명 공개수배> 고민정 아나운서 또한 굳건히 자리를 지켰다.

 

MBC의 경우는 더욱 공격적이다. 개편을 맞이해 새롭게 2기를 출발한 <지피지기>의 경우 손정은, 최현정, 문지애, 서현진 아나운서를 전면에 내세웠으며, <일밤>에도 새로 영입된 서현진 아나운서를 비롯하여 이제는 확실히 자리를 굳힌 오상진 아나운서가 각각 코너를 책임진다.

 

화요일 저녁 인기 예능프로그램들과 맞서 싸우던 <PD 수첩>의 경우, 17년만에 생방송으로 전환하면서 공동 진행자 자리를 손정은 아나운서에게 맡겼으며 <W>의 최윤영 아나운서도 시사프로그램 1인 진행자 자리를 지켰다.
 
방송 3사 중 아나운서에 대한 제약이 가장 적다는 SBS는 아나운서들을 프라임 시간의 주요 예능프로그램에 포진하는 전통을 이어 받았다. <일요일이 좋다>에 새롭게 신설되는 코너인 ‘기적의 승부사’에서 <긴급출동 SOS 24>의 김일중 아나운서를 비롯 박은경, 박찬민, 정미선, 김주희 아나운서를 대거 투입하여 유재석, 윤종신 등과 함께 호흡을 맞춘다.

 

이 외에도 가을개편을 맞은 라디오까지 고려한다면 아나운서들이 방송에서 차지하는 시장지배력과 인기는 다른 연예인들과 별반 차이가 나지 않는다. 또한 기존 연예인들과 달리 그들이 가지는 직업의 안정성과 그들만이 맡을 수 있는 시사, 교양의 자리까지 감안한다면 아나운서들이 방송계에 미치는 영향력은 앞으로도 더욱 커질 전망이다.

 

시청자들의 아나운서 선호. 도대체 왜?

 

 

이러한 아나운서들의 활약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존재하겠지만, 가장 주된 이유는 시청자들이 과거처럼 아나운서의 방송 진행에 대해 거부감을 느끼지 않고 오히려 더욱 선호하고 있다는 점이다.

 

또한, 기존 연예인들의 과도한 몸값상승과 외주제작이 미흡한 점 등 외부적인 요인도 있다. 아울러 케이블채널시대에 범람하는 기존 예능프로그램의 식상함 또한 이러한 선호도를 더욱 가중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러한 요소들은 결국 아나운서들의 고유 영역이라 할 수 있는 시사, 교양 프로그램 편성의 확대로 이어진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내부적인 요인으로는 아나운서가 시청자에게 어필하는 고정 이미지가 있기 때문에 다른 연예인과 달리 과장해서 자신의 캐릭터를 잡을 필요가 없다는 점과 프리를 선언하지 않는 이상 방송 외적인 활동에 대한 부담이 적어 맡은 프로그램에 집중할 수 있다는 것 역시 강점으로 작용한다.

 

또한, 아나운서들은 이러한 점을 활용해 예능 프로그램에선 특유의 순수한 매력을 전하고 뉴스와 같은 전문 프로그램에서는 신뢰성의 매력을 전하기 때문에 결국 시청자들에게는 아나운서의 이중적 매력으로 귀결된다.

 

이러한 매력은 시청자들이 아나운서에게 가지는 고정적 이미지를 상쇄하고 직접적인 선호도로 연결돼 앞서 언급한 외부적 이유와 함께 시너지 효과를 발휘한다.

 

‘외도’와 ‘영역확대’에 그 오묘한 경계선

 

 

그러나 아나운서들의 이러한 이중적 매력은 동시에 이중적 약점으로 존재한다는 점도 간과해선 안 된다.

 

큰 인기를 얻은 아나운서들이 프리를 선언한 후 과거와 같은 폭발적인 관심에서 멀어지게 된 것은, 그들이 가지는 매력 가운데 한 축이 상실되었거나 혹은 그 매력이 외려 약점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즉, 그들이 가지는 매력은 개인의 능력도 능력이지만, 아나운서라는 직함과 특수한 위치에 기인한다는 것도 고려해봐야 한다는 사실이다.

 

그러므로 아나운서라는 직함을 떼어버린 후 연예인 혹은 방송인이라는 타이틀만으로는 과거 시청자들의 선호를 기대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시청자들이 방송국 내에서 아나운서의 전 방위적 활약은 흐뭇하게 바라보지만, 프리를 선언하고 방송국 외부에서 벌이는 활동은 마뜩찮게 바라보는 것도 그러한 이유가 작용한 것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즉, 이러한 점 때문에 아나운서라는 직함을 달고 활약하면 아나운서의 ‘영역확대’가 되지만, 직함을 떼어버리는 순간 ‘외도’가 될 가능성이 농후한 것이다. 결국 작금의 아나운서 선호현상은 시청자들이 아나운서라는 집단에 가지는 선호라 할 수 있으며, 아나운서들 역시 그 집단에서 부분을 만들어 각자에 영역에서 활동하는 것도 그 이유라 할 수 있다.

 

아나운서들은 앞으로 개인의 능력과 재능에 따라 자신이 더 활약할 수 있는 분야에 치중하게 되며, 그 예로 예능전문 아나운서나 시사전문 아나운서와 같은 세분화가 이루어질 가능성도 크다.

 

물론 이러한 구분선은 앞서 언급했듯 그들에게 약점인 동시에 강점으로도 작용하기에 완벽한 구분은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한 가지 명확한 사실인 두 가지 모두를 완벽하게 가지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을 인지한다면 이러한 세분화의 가능성은 더 큰 힘을 얻을 것으로 전망된다.

 

아나운서. TV에서 그들의 역할은?

 

현재 TV에서 보이는 아나운서들은 분명 새로운 청량제 같은 존재로서 작용한다. 정확한 발음과 적절한 언어구사는 기존 연예인들과 확연히 구분되며, 아직 방송 때(?)가 덜 묻은 모습은 시청자로 하여금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또한, 과거와는 달리 아나운서가 가지는 방송에서의 재능 역시 해마다 증가하고 있는 느낌이며, 입담이나 연기력에서도 결코 기존 방송인에게 밀리지 않는 끼 있는 아나운서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그러나 앞서 언급했듯 그들의 역할은 분명 이중적인 모습이 있을지언정, 둘 다 간과해서는 안 되는 존재임을 상기해야 한다.

 

방송국에서 아나운서라는 직함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결국 아나운서로서 본인에게 주어진 기초적 역할을 수행해야 할 의무가 있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그것을 망각한 채 이루어지는 아나운서들의 무차별적이고도 과도한 예능진출은 아나운서 본인은 물론 시청자들과 방송국 모두에게 악재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아울러 조화로운 아나운서 기용이 필요한 시점이다. 시청자들은 새로운 아나운서들의 활약을 겉으로 환영할지 모르지만, 그러한 환영 이면에 숨어 있는 과도한 아나운서 이미지 판촉행위는 시청자들에게 결코 반갑지 않은 산물로 다가올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문제들이 어느 정도 안정되고 아나운서 집단의 내부적 절차가 완벽하게 이루어진 상황이라면, 아나운서의 인기와 활약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며 시청자들 역시 그들의 유쾌한 도전에 기꺼이 박수를 보낼 것이다. 신뢰성 있는 정보의 전달자로서, 혹은 끼 있는 그들의 균형 있는 '망가짐'의 진행자로서의 모습을 기대해 본다.

덧붙이는 글 | 티뷰기자단 기사입니다. 


태그:#아나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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