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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움직이는 연기를 하고 싶어요. 좋은 배우이기 전에 좋은 사람이 먼저 되고 싶습니다. '연기'라는 것은 그 인물의 내면을 표현하는 것이고 남에게 감동을 전해주는 것이에요. 가짜 연기를 할 수 있는 시즌이 있는 것 같고 가짜 연기가 먹히는 캐릭터도 있죠.

하지만 결국 오래 연기하는 배우로 남으려면 깊은 울림을 갖고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깊은 울림을 갖고 있어야 하는데 내가 좋지 않은 사람이라면 남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깊이 있는 힘이 나올까요? 안 나올 거라고 생각해요. 그렇기 때문에 우선순위를 따지자면 먼저 좋은 사람이 되고 싶고, 좋은 배우가 되면 좋겠어요."

SBS 드라마 <싸인>을 마치고 차기작을 고르며 모처럼 휴식을 갖고 있는 엄지원을 21일 오후 서울 강남구 청담동 한 카페에서 만났다. 엄지원은 2010년부터 드라마 <아직도 결혼하고 싶은 여자>, 영화 <불량남녀><페스티발>, 드라마 <싸인>에 출연하며 한 해 동안 쉼 없이 달려왔다. 1년여 동안 빡빡한 촬영 스케줄을 소화했던 엄지원은 최근 봉사활동을 하고 여행을 다니며 숨 고르기를 하고 있었다.

"<싸인>을 끝내고 여행도 다니고 교회도 열심히 다니고 봉사 활동도 하고 그랬어요. 운동도 열심히 하고요. 지금은 차기작을 검토하면서 잘 지내고 있습니다."

촬영을 하지 않을 때는 민낯으로 다닌다는 엄지원은 이날도 노메이크업에 편안한 셔츠와 면바지를 매치해 소탈하면서도 수수한 모습으로 기자와 만났다. 그녀의 휴식기를 방해하고 싶지 않아 사진 촬영은 다음 기회로 넘겼다.

엄지원은 최근 SBS <힐링캠프, 기쁘지 아니한가!>에 출연해 시청자들에게 반가움을 선사했다. MC 한혜진과의 10년 우정으로 출연하게 된 것. 이날 한혜진은 엄지원의 발을 씻겨줬다. 이에 엄지원은 눈물을 글썽거리는 등 훈훈한 우정을 보여줬다.

"(발 씻김)을 받아 본 적이 없어서 당황스러웠어요. 아마 (한)혜진이도 그런 경험이 없어서 당황스러웠을 거에요. 처음에는 사실 당황스러운 마음이 컸는데 시간이 좀 지나니까 그 마음이 전해지는 게 있어서 좋고 감동적이었던 것 같아요."

처음 발 씻김을 받아보았다는 엄지원. 이제 그녀가 발을 씻겨주고 싶은 상대는 누구일까.

"제가 살면서 누구의 발을 씻겨 준 적이 없었어요. 단 한 번도. 개인적으로는 결혼해서 남편이라는 사람을 만나 살게 되면 '당신을 잘 섬기겠다'는 의미로 남편의 발을 씻겨줘야겠다는 생각을 한 적은 있었어요. 하지만 정작 저를 키워주시고 아껴주신 부모님의 발을 씻겨 드린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던 것 같아요. 우선 부모님의 발을 먼저 씻겨 드리고 싶어요. 민망할 것 같기도 하고 쑥스러울 것 같기도 하지만 하면 너무 좋을 것 같아요."

"배우는 감정노동자라는 말, 공감돼요"

최근 한예슬이 드라마 <스파이명월> 촬영장에서 이탈하는 사건을 통해 배우들이 현장에서 감당할 수 없을 정도의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것과 열악한 제작 환경 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아직 열악한 드라마 제작 시스템이 개선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배우들은 어떻게 자신의 감정을 추스르며 행복지수를 지켜나갈까. 비단 촬영을 할 때뿐만 아니라 그렇지 않을 때에도 배우로서, 또한 한 개인으로서 자신의 행복을 지켜나가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말로만 표현하자면 되게 심플해요. 마음의 문을 잘 지키면 어떤 상황에서도 행복할 것 같고, 그 마음의 문을 잘 지키지 못하면 어떤 상황에서도 행복하지 못할 것 같아요. 그 마음의 문을 잘 지켜나가는 것이 나의 행복을 결정짓는 요소인 것 같습니다.

(마음의 문을 지킨다는 의미에 대한 질문에) 예를 들면, 어떤 프로젝트가 내가 원하는 대로 흘러가지 않을 수도 있고 그럴 경우 낙담할 일이 생길 수 있어요. 그때 내가 그 일을 계속 생각하고 디프레스 되어 있으면 상심이 더 클 것 같아요. 그런 상황에서도 나 스스로에게 '앞으로 더 좋은 일이 올 거야'라든지, '일이 이러게 잘 안 된 것은 이렇게 됐기 때문이구나'라고 생각하면서 생각의 방향을 바꾸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그렇게 생각의 방향을 바꾸면 어떤 상황에서도 크게 불행하게 느끼는 일은 별로 없어요. 그게 마음먹기에 달린 일인데 말은 쉽지만 실천하기는 어려운 일이기는 합니다. 그래도 계속 그런 마음가짐으로 자신의 '마음의 문'을 잘 지켜가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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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지원은 이 '행복'의 키워드에 대해 좀 더 현실적이면서도 한편으로 철학적일 수 있는 메시지를 전했다. 

"돈을 다른 사람들보다 좀더 벌거나 더 인정을 받거나 그런다고 해서 더 행복할까요. 꼭 그렇지는 않은 것 같아요. 내 생각과 마음을 지키는 것이 나를 가장 행복하게 하는 것 같아요. 내가 돈이 없다고 해도 내가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서 충분히 행복할 수도 있는 것 같습니다."

배우와 함께 늘 촬영장을 누볐던 충무로 베테랑 이준익 감독은 배우들을 '감정노동자'라고 칭했다. 배우들은 촬영장에서 자신이 맡은 역할과 하나 돼 감정을 끌어 올리고 몇 십 번의 테이크를 수십 명의 스태프와 카메라가 지켜보는 가운데 오롯이 혼자 풀어내야 한다. 

"감정노동자라는 말이 너무 잘 와 닿는 것 같아요. 그건 그 작품이 희극이든 비극이든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비극을 할 때는 영혼이 좀 더 침체되는 것을 느끼기도 합니다. 어찌 됐든 연기라는 것은 감정을 표현해서 감정으로 이끌어 나가는 것이에요. 그렇기 때문에 스스로 오롯이 느껴서 상대한테 전달해야 하니까 거기서 오는 고단함이 있습니다.

사람들은 한 인간으로 살아가는데 희비 곡선을 느끼며 삽니다. 개인적인 엄지원의 희비곡선이 있는데 여기에 그 작품 속 인물의 희비곡선이 추가되는 거죠. 감정적으로 충분히 어려운 지점들이 많은 직업일 수 있다고 봅니다."

이미숙 이범수 김정은 등은 <기적의 오디션>, 송윤아는 <코리아 갓 탤런트>로 배우가 되기를 열망하는 청춘들에게 자신의 경험담을 들려주며 가르침을 줬다. 엄지원도 후배들에게 자신의 재능을 나눌 계획을 갖고 있지는 않을까.

"그런 기회가 닿으면 좋을 것 같아요. 후배들을 보면 재능 있는 사람도 있지만 그 재능보다 끈기와 성실함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제가 데뷔할 때만 해도 예쁜 사람도, 재능이 컸던 사람들도 많았어요. 그런데 제가 본 그 사람들이 지금은 다 어디에 갔을까 생각을 해보면 과연 그게 다 불운 때문일까 싶어요. 지금 계속 활동하고 있는 배우들이 과연 정말 다 너무 예뻐서 계속 연기를 하고 있을까 생각해보면 그건 아니거든요. 끈기와 성실함, 꿈을 위해 돈과 타협하지 않는 자애감, 자기 정체성이 굉장히 중요한 것 같아요."


엄지원에게 물었다. "<오마이스타>가 어떤 연예매체가 됐으면 좋겠나요?"


"<오마이뉴스>도 처음에는 인디에서 시작을 했지만 다른 데서 하지 않는 바른 소리를 시원하게 잘했기 때문에 마니아가 생기고 저변이 확대돼서 파워풀한 매체로 자리를 잡은 것 같아요. <오마이스타>도 새롭게 창간을 하니까 점차 그렇게 자리를 잡기를 기원합니다.

요즘 연예매체가 다 온라인 매체가 되다 보니까 정말 1~2시간이 지나면 사라지는 기사들이 많은 것 같아요. 요즘에는 진실에 상관없이 빨리 써서 내보내고 아니면 다시 내보내거나 정정해서 내보내면 된다는 식인 것 같아요.

언론의 기능은 신속한 것뿐만 아니라 공정하고 정확해야 하는 부분도 있는 것 같은데 요즘에는 신속만 있다는 느낌을 많이 받습니다. 신속한 부분도 필요하지만 정확하고 공정한 그런 미덕을 모두 갖춘 매체, 연예 매거진이 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시간이 지나도 가치 있는 연예 기사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세요." 


엄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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