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04.01 06:58최종 업데이트 24.04.01 0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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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0 총선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각 정당들의 공약들도 발표되고 있다. 그런데 검찰 특수활동비 문제를 적극적으로 언급하는 정당이 잘 보이지 않는다. 검찰개혁을 얘기하지만, 검찰 특수활동비를 둘러싼 각종 불법의혹들(자료 불법폐기, 업무상 횡령·배임과 특가법상 국고손실, 허위공문서 작성 및 행사 등)에 대해 특별검사를 도입하자는 얘기는 속시원하게 하지 않는다. 

그러나 과연 검찰 특수활동비 문제를 회피하면서 검찰개혁이 가능할까? 그에 대한 답은 과거의 경험 속에 있다.

문재인 대통령 취임 직후에 터졌던 '돈봉투 만찬'
 

돈 봉투 만찬 의혹에 연루된 이영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장이 2017년 15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김수남 검찰총장 이임식에 참석하고 있다. ⓒ 유성호

 
2016년 가을부터 국정농단 사태에 분노한 촛불이 일어났고, 결국 박근혜 전 대통령은 탄핵됐다. 그리고 2017년 5월 10일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했다. 그 직후에 '검찰 돈봉투 만찬' 사건이 터졌다. 5월 15일 <한겨레>가 보도를 시작한 것이다.

보도내용은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과 안태근 법무부 검찰국장이 4월 21일 박근혜 전 대통령과 우병우 전 민정수석을 각각 구속·불구속 기소한 후에 회식을 했는데, 그 자리에서 상대방이 대동하고 나온 부하검사들에게 70만 원~100만 원이 든 돈봉투를 돌렸다는 것이었다. 이 보도가 나온 직후인 5월 17일 문재인 대통령은 이영렬 지검장과 안태근 검찰국장에 대한 감찰을 지시했다. 그리고 5월 19일 이영렬 지검장 대신에 윤석열 검사가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임명됐다.


그러나 감찰은 '용두사미'로 끝났다. 사실 이런 결과는 예정된 것이었다. 감찰의 주체부터 잘못 정해졌다. 법무부 감찰관실과 대검 감찰본부가 감찰을 하게 했는데, 검찰 핵심부에서 터진 문제를 법무·검찰 스스로 감찰하도록 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되지 않는 것이었다.

그리고 감찰범위도 4월 17일에 있었던 '돈봉투 만찬' 사건에 국한됐다. 이 정도 문제가 터졌으면, 검찰 특수활동비 전반에 대한 감찰이나 수사가 필요했던 것이었는데, 그렇게 접근하지 않았다. 

결국 대통령이 직접 감찰을 지시했음에도 감찰주체, 감찰범위가 이렇게 정해진 것은 검찰개혁을 할 수 있는 중요한 기회를 놓치게 만들었다.

면죄부를 준 자체 감찰
 

법무부와 대검찰청 합동감찰반 총괄팀장인 장인종 법무부 감찰관이 2017년 6월 7일 오후 과천시 법무부 브리핑실에서 일명 ‘돈봉투 만찬’ 사건 관련 감찰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 권우성

 
2017년 6월 7일 법무부와 대검찰청 합동감찰반은 감찰결과를 발표했다. 감찰반은 이영렬 전 지검장과 안태근 전 검찰국장에 대해서는 징계위원회에 면직을 권고하고, 이영렬 전 지검장의 경우 김영란법 위반으로 수사의뢰를 하는 것에 그쳤다. 횡령혐의는 없다고 발표했다. 돈봉투를 받은 나머지 검사에 대해서는 전원 경고조치를 한다고 했다. 그야말로 부실한 조사를 해서 솜방망이 조치를 한 것이다.

더욱 가관인 것은, 발표문의 마지막에서 "국민의 비판과 질책을 겸허한 마음으로 무겁게 받들어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고,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법무·검찰의 특수활동비 사용체계에 대해서도 투명성을 확보하고 엄격한 관리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합리적인 개선 방안을 마련하도록 하겠습니다"라고 한 부분이다.

그 무렵에(또는 그 무렵까지) 검찰은 각급 검찰청의 특수활동비 자료를 조직적으로 불법폐기한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국민들 앞에서는 사과를 하면서, 뒤로는 불법을 감추기 위해 또 다른 불법을 저지르고 있었던 것이다. 심지어는 '돈봉투 만찬' 당시에 사용된 특수활동비 집행기록도 불법폐기된 상태이다.
 

법무부ㆍ검찰 합동감찰반 발표문 중 ⓒ 하승수

 
그리고 법무부와 대검찰청은 2017년 9월 <특수활동비 집행제도 개선방안>이라는 내부공문을 전국 검찰청에 보냈다. '현금사용을 자제하고 기밀성이 약한 수사의 경우 원칙적으로 카드를 사용하라'는 등의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다. 그러나 이런 내부공문의 내용조차도 지켜지지 않았고, 그 이후에도 광범위한 세금오·남용은 계속되었다.

검찰총장은 법령과 지침을 위반해가면서 거액의 현금저수지를 만들었고, 자의적으로 현금을 써 왔다. 온갖 세금오·남용이 벌어졌다. 명절떡값, 연말 몰아쓰기, 퇴임(이임)전 몰아쓰기, 비수사부서 지급, 임의적인 격려금 등으로 사용되고, 대부분 현금으로 사용됐다. 심지어 공기청정기 렌탈비, 휴대폰요금, 회식비, 상품권 구입 등에 사용한 곳도 있었다.

검찰 개혁의 첫 단추는, 특활비 특별검사 도입
 

이원석 검찰총장이 2월 5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22대 총선 대비 전국 검찰청 선거전담 부장검사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결과적으로 2017년 5월 문재인 대통령 취임 직후에 검찰의 최대 '아킬레스건'이라고 할 수 있는 검찰 특수활동비 문제가 적나라하게 드러났지만, 개혁에는 완전히 실패했다. 대통령의 감찰지시는 무력화됐다. 심지어 검찰은 자료를 불법적으로 폐기했다. 그리고 말로는 사과하고 '개선을 약속'했지만, 실제로는 특수활동비를 '그동안 써 왔던 대로' 마음대로 써 왔다.

2017년 4월 21일 안태근 검찰국장으로부터 돈봉투를 받은 검사 중 한 명이었던 이원석 검사는 윤석열 정권 출범 이후 검찰총장이 되었다.

무엇보다도 2017년 검찰 특수활동비 문제를 제대로 개혁하지 못한 결과, 서울중앙지검장과 검찰총장으로 재임하면서 특수활동비를 역대급으로 펑펑 쓴 윤석열 검사가 대통령까지 되는 결과를 낳았다.

그런데 야당은 이 경험으로부터 아직까지 제대로 배우지 못한 것 같다. 검찰개혁은 말로만 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검찰은 민주화 이후 최강의 권력집단이 되었다. 이들은 언론도 다룰 줄 알고, 정치와도 유착되어 있다.

따라서 검찰을 개혁하려면 검찰의 가장 아픈 곳부터 치고 들어가야 한다. 검찰의 '아킬레스건'이라고 할 수 있는 검찰 특수활동비를 둘러싼 각종 불법의혹에 대한 특별검사 도입이 바로 그 시작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왜 야당조차(특히 제1야당인 민주당조차) 22대 국회에서 검찰 특수활동비 특별검사를 도입하겠다고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것일까? 무엇이 걸리는 것일까?

검찰개혁은 자기의 한 팔조차 잘라내겠다는 결단이 없이는 불가능하다. 야당의 분발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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