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03.25 18:34최종 업데이트 24.03.26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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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5일 조 바이든 대통령(왼쪽)과 1월 19일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오른쪽)의 모습 ⓒ AP/연합뉴스

 
2024 미국 대선을 향한 민주당, 공화당 후보가 사실상 결정되면서 이제는 전당대회를 통한 공식 후보 확정 절차만 남았다. 앞으로 최종 승부까지 변수가 있다면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의 사법 리스크, 그리고 군소 후보들의 본선 경쟁력 정도다.

트럼프 후보는 현재 4건의 형사소송을 포함한 다수의 송사에 엮여 있다. 천문학적 선거 비용도 부담이지만, 특히 형사소송의 경우, 결과에 따라 그의 대선 가도에 치명적일 수도 있다. 그가 선거운동 못지않게 재판을 대선 후로 연기하는 노력에 사활을 거는 이유다.


양당체제가 굳어진 미국 정치 역사에서 몇몇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군소 후보들은 큰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이번 선거에서 무소속 출마가 예상되는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는 주목할 필요가 있다. 민주당 성향의 그가 끝까지 완주한다면 박빙의 구도에서 바이든의 발목이 잡힐 수도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의 사법 리스크, 바이든의 케네디 리스크. 가능성이 크다고 볼 수는 없지만 바이든-트럼프 리턴 매치의 외적 변수들이다. 이를 제외하면 앞으로 남은 7개월 보름 동안 오롯이 두 후보의 역량에 모든 것이 결정된다.
 

무소속 대선 후보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가 지난 2월 5일 미국 애리조나주 투손의 폭스 극장에서 열린 선거 유세에서 연설하고 있다. ⓒ 로이터/연합뉴스

 
추월하는 바이든 혹은 지키는 트럼프

누구나 궁금해하지만 누구도 답을 내놓을 수 없는 질문 : '올해 미국 대선에서 누가 승리할까?' 이 질문의 답이 어려운 이유는 우선 두 후보의 현재 지지율이 워낙 초박빙을 보이기 때문이다. 한동안 열세를 보이던 바이든 대통령이 최근 트럼프 후보를 바짝 따라붙고 있다. 지난 7∼13일 실시된 로이터-입소스 조사(3356명 대상·오차범위 ±1.8%p)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율은 39%를 기록해 트럼프 전 대통령(38%)과 오차범위 내 접전이다. 그 외 최근 여론조사들이 약속이라도 한 듯 비슷한 결과를 보여준다.

바이든 대통령이 1%포인트 앞서거나 (시빅스-데일리코스 1324명 대상 9~12일 조사, 45% vs. 44%, ±2.8%p), 반대로 트럼프 전 대통령이 1%포인트 앞서기도 한다 (모닝컨설트 6,300명 대상 8~10일 조사, 43% vs. 44%, ±1%p). 물론 트럼프 전 대통령이 오차범위 내에서 4%포인트 우위를 보이는 조사들도 있다 (해리스-포브스 2,017명 대상 8~10일 조사, 48% vs. 52%, ±2.2%p). 

최근의 양상을 보면서 바이든의 상승세를 단정하기는 이르다. 앞서 두 후보 간의 지지율은 수차례 교차를 반복해 왔다. 따라서 현재의 박빙 구도가 바이든의 추월로 이어질지 또는 트럼프의 수성으로 귀결될지는 알기 어렵다.

게다가 현재 발표되는 전국 단위 지지율은 미국 특유의 대선 방식을 볼 때 큰 의미가 없다. 한국을 포함한 다수의 국가에서 산출하는 승리 방식과 달리 미국은 주(州)별 승자가 정해진 수의 선거인단을 독식해, 그 총합을 겨루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전국 단위에서 초박빙을 보이는 두 후보의 지지율을 놓고 7개월 보름 후의 미국 대선 승리를 예측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다만 다음 질문의 답은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미국의 대선 방식을 이해한다면, 그리고 내일 선거가 치러진다면, 누가 승리할까?'

관건은 '경합주'에 있다

미국은 연방국가다. 1787년 12월 7일 델라웨어주를 시작으로 1959년 8월 21일 하와이주까지 50개의 독립적 행정체제가 연합을 이루는 구조다. 따라서 연방 대통령은 각 주의 대표자들(선거인단)이 모여 다수결의 원칙으로 선출하도록 돼 있다.

이것이 단방제 국가인 한국처럼 직선제로 대통령을 선출하는 국가들과 다른 점이다. 그렇다고 미국의 대통령 선출 방식이 완전한 간선제라고 할 수는 없다. 직선제와 간선제의 중간 형태라고 보는 것이 맞다. (미국 대선 방식과 관련해선 이 글 참조 : 극우세력 중무장 가능성... 조급한 트럼프의 부추김, https://omn.kr/1rfvt)

미국의 50개 주와 1개의 특별구(수도 워싱턴 D.C.)가 인구비율에 따라 538명의 선거인단을 배분해 가진다. 그리고 각 주에서 승리한 대선 후보가 배당된 선거인단을 모두 확보한다. 이렇게 해서 가장 많은 선거인단을 확보한 후보가 대통령에 선출된다.

여느 국가와 마찬가지로 미국도 지역에 따라 특정 정당이 강세를 보이기도 한다. 반면 한 정당이 늘 승리하지 않고 자주 지지 성향이 바뀌는 주들도 있다. 이런 주를 경합주(스윙 스테이트, swing state)라고 부른다.

2000년 대선 이후, 단 한 번도 민주당 지지 성향이 바뀌지 않은 주는 총 16개다. 이 중에는 가장 인구가 많은 캘리포니아를 비롯해 비교적 면적이 작고 인구밀도가 높은 주들이 다수를 이룬다. 수도인 콜롬비아특별구(워싱턴 D.C.)도 이곳에 해당한다.

반대로 2000년 이후, 단 한번도 공화당이 승리를 놓쳐본 적이 없는 주는 모두 21개다. 주로 소득과 교육수준이 상대적으로 낮거나, 면적이 넓은 내륙 농촌지역이 대부분 차지한다. 인구가 두번째로 많은 텍사스주도 여기에 해당한다.

 

역대 미국 대선에서 민주당(파란색)과 공화당(빨간색)이 확보한 선거인단 ⓒ 임상훈

 

결국 올해 11월 대선에서 특별한 이변이 없는 한, 바이든 후보가 챙길 것이 확실히 되는 주가 16개이며 총 194명의 선거인단이 이에 해당한다. 반면, 트럼프 후보가 무난하게 챙길 수 있는 주는 21개, 166명의 선거인단이다.

나머지 14개 주는 2000년 이후 민주당이 승리하기도, 공화당이 승리하기도 한 지역들이다. 후보와 대선 캠프가 마음을 놓지 못하는 곳이라는 의미다. 그들 가운데서도 물론 지지세의 차이가 있다.  

위 도표의 중간 영역에 해당하는 14개 주 가운데 뉴멕시코주는 2004년 단 한차례 공화당의 손을 들어주었을 뿐 나머지는 늘 민주당이 승리했던 곳이다. 반대로 노스캐롤라이나주는 2008년 오바마 1기를 제외하면 늘 공화당이 챙긴 곳이다.

그렇다면 이들 14개 주의 최근 지지율 추이는 어떨까? 14개 주 가운데 뉴멕시코, 뉴햄프셔, 버지니아, 콜로라도는 바이든이 줄곧 우세를 보이는 곳들이다. 이번 대선에서도 최종적으로 바이든이 승리할 가능성이 높은 곳들이다.

반면, 조지아, 애리조나, 아이오와, 오하이오, 플로리다, 노스캐롤라이나 등 6개 주는 최근 트럼프 지지세가 두드러진 곳들이다. 이번 대선에서 트럼프 후보가 이곳의 선거인단을 확보할 가능성이 아주 높다. 네바다의 경우 원래 민주당 강세 지역이었는데 최근 트럼프 지지 성향이 두드러진다.

여기까지 바이든 후보와 트럼프 후보가 확보한 선거인단 수를 합산하면, 바이든 226표, 트럼프 268표가 된다. 트럼프 후보가 앞선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남은 44표는? 중간 부분 노란 표시가 된 세 개의 주, 펜실베이니아, 미시간, 위스콘신에 부여된 선거인단 수다.

러스트벨트를 지키느냐, 빼앗기느냐

흔히 러스트벨트라 불리는 이 지역은 과거 공업단지로 활기찬 곳이었으나 최근 들어 과거에 비해 침체되고 있는 지역이다. 정치성향은 전통적으로 민주당 지지세가 강했으나 2016년 대선 당시 트럼프 대통령을 만든 일등 공신 지역들이었다.

2020년 바이든-트럼프 대결 당시 이곳 세 주는 다시 민주당 지지로 돌아섰다. 4년 전 바이든이 승리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이 세 개의 주가 민주당 지지로 복귀했기 때문이었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이 세 지역은 초박빙 양상을 보이면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약간 유리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따라서 현재의 흐름대로 만약 이 세 곳 44표를 트럼프 전 대통령이 가져간다면 최종 결과는 226 vs. 312로 트럼프의 완승이다.

바이든 대통령 입장에서는 이번 대선에서 승리하려면 다른 곳이 아닌, 펜실베이니아, 미시간, 위스콘신 이 세 지역을 반드시 수성해야 가능하다. 그러면 최종 결과는 270 vs. 268로 바이든의 신승이 가능하다.

최근 전국 단위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율이 상승하고 있지만 실제 승리 가능성은 여전히 트럼프 전 대통령에 뒤지고 있다는 것을 이 분석을 통해 알 수 있다. 위의 질문 '만약 내일 선거가 열린다면?'에 대한 답은 '트럼프의 승리'다.

앞으로 지지율의 추이는 여전히 지켜봐야 한다. 특히 펜실베이니아-미시간-위스콘신 벨트를 주시해야 한다. 이 지역을 차지하는 후보가 최종 승자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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