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03.06 18:25최종 업데이트 24.03.11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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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M'을 아시나요? 다이렉트 메시지(Direct Message)의 약자인 디엠은 인스타그램 등에서 유저들이 1대 1로 보내는 메시지를 의미합니다. 4월 10일 22대 총선을 앞두고 민심을 대변하기 위해 국회로 가겠다는 후보들에게, 유권자들이 DM 보내듯 원하는 바를 '다이렉트로' 전달할 수 있다면 어떨까요. <오마이뉴스>는 시민들이 22대 국회에 바라는 점을 진솔하게 담은 DM을 소개해보려 합니다. 관심 있는 분들의 많은 참여 부탁드립니다. [편집자말]

디지털 중독이 걱정스러운 유권자가 국회에 보내는 DM ⓒ 박종현

 
김창희(직장인·39·남)씨는 최근 초등학교 2학년인 딸에게 "유튜브를 보지 말자"고 제안했다가 "그럼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라는 답을 듣고는 충격을 받았습니다. 김씨는 "아이가 스마트폰 중독인가 걱정했는데, 사실 나를 향한 걱정이기도 했다"라고 토로했습니다.

최지은(직장인·43·여)씨는 "이번 설에 시댁에 다녀왔는데 우리 큰애가 '할아버지 유튜브도 아니고 쇼츠만 보시던데'라고 말할 정도로 시아버님이 쇼츠를 굉장히 많이 보셨다"라고 말했습니다.


손동은(직장인·37·여)씨는 "자기 전에 태블릿으로 유튜브 틀어놓고 스마트폰으로는 인스타그램 보는 지경"이라고 말합니다.

초등학생부터 노인까지 스마트폰을 달고 사는 세상입니다. 특히 요즘 유튜브 쇼츠, 인스타그램 릴스와 같은 숏폼(short form)에 빠진 사람들이 많습니다. 숏폼은 15초~1분 내외의 짧은 영상으로 중국의 영상 플랫폼 틱톡이 처음 내놓은 서비스입니다. 영상이 릴레이로 이어지다 보니 15초 영상 하나만 보려고 했다가 3~4시간이 훌쩍 흐른 걸 경험하는 것도 예사입니다. 이 때문에 '디지털 마약'이라며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디지털 중독 막아라' 각국 구체적인 조치 
 

스마트폰 중독은 더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 Unsplash

 
이와 같은 '디지털 마약'에 강력히 대응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에릭 아담스 뉴욕 시장은 지난 14일 틱톡, 유튜브,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스냅챗 등이 수익 확대를 위해 의도적으로 중독성 강한 알고리즘을 사용해 청소년의 정신건강 위기를 초래했다며 캘리포니아주 법원에 이들 회사를 제소했습니다[1].  

뉴욕 시장만이 아닙니다. 미국에서는 의회에서 소셜미디어(SNS)의 폐해를 여러 번 다뤘습니다. 린지 그레이엄 공화당 상원의원은 지난달 31일 미 상원 법사위 '빅 테크와 온라인 아동 성 착취 위기' 청문회에서 SNS 회사의 수장들인 메타의 마크 저커버그, 틱톡의 쇼우 지 츄, X(옛 트위터)의 린다 야카리노, 스냅챗의 에반 스피겔을 향해 "소셜 미디어가 삶을 파괴하고 민주주의 자체를 위협하고 있다"며 "여러분은 그럴 의도가 없다는 것을 알지만, 여러분 손에 피가 묻어 있다"고 질타했습니다[2].

학교에서 스마트폰을 금지하는 나라들도 있습니다. 프랑스 하원은 2018년 3∼15살 학생들의 학교 안 스마트폰 사용을 전면 금지하는 '디톡스' 법을 통과시켰고 중국도 18살 미만 청소년의 스마트폰 사용 시간을 하루 최대 2시간으로 제한하는 법을 추진 중입니다[3]. 유엔은 지난해 7월 전 세계 모든 학교에서 스마트폰을 금지할 것을 권고하는 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

대만은 2015년 2살 이하 영아의 디지털 사용을 금하고 18살 이하 청소년은 합리적이지 않은 시간 동안 지속적으로 디지털 기기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법을 제정했습니다.

이처럼 세계 곳곳에서 아동·청소년을 디지털 중독·폐해에서 구하려는 구체적인 움직임이 가시화하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성인을 대상으로 디지털 디톡스(디지털 기기 사용을 잠시 중단해 디지털 독을 뺀다는 뜻)를 시행하는 도시도 나왔습니다.

프랑스의 작은 도시 센포르(seine port)에서 거리, 공원, 상점 등 공공장소에서 스마트폰 이용을 금지한다는 내용의 헌장이 현지 시각으로 지난 3일 주민투표를 통과했습니다. 이 헌장은 강제성은 없으나 공공장소를 운영하는 사람은 스마트폰 사용 금지를 알리는 안내문을 부착해야 하고 길을 잃었을 때도 스마트폰 대신 사람들에게 물어보기를 권장한다고 합니다[4].

'디지털 선도 국가'라는 한국은...
   
이렇듯 여러 나라가 디지털 중독·폐해의 심각성을 깨닫고 구체적인 정책을 내놓고 있는 반면 우리나라 정부나 국회는 잠잠하기만 합니다.

매년 3월 정부가 공개하는 '스마트폰 과의존 실태 조사'(2023년 3월 발표)에 따르면 만 3~69세 스마트폰 이용자의 23.6%가 과의존 위험군으로 집계됐습니다[5]. 10대 스마트폰 보유율은 98.0%로[6] 그중 스마트폰 과의존 위험군 비율은 2022년 기준 40.1%에 달합니다(아래 도표).
  

연도별 스마트폰 고위험군, 잠재적 위험군 변화 추이 ⓒ 청소년정책분석평가센터

 
정부는 2010년에 발표한 '제1차 스마트폰·인터넷 과의존 예방 및 해소 기본계획'을 시작으로 지난해 5차까지 스마트폰 중독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중복 정책이 여전하고 부모 교육을 늘린다는 정도에 그치고 있습니다. 부모 교육도 "어린이·청소년 스마트폰 중독 우려가 크지만, 스마트폰을 손에서 못 놓는 부모가 더 문제"이며 "사실상 중독에 빠진 부모가 자녀의 올바른 스마트폰 사용을 지도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을 받고 있습니다[5]. 

국회도 마찬가지입니다. "2살 이하의 영아가 스마트폰 같은 디지털 기기를 가까이하지 못하도록 보호자에게 주의 의무를 부여하자"는 취지의 법안이 몇 번 발의됐지만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습니다[7]. 

학교 내 스마트폰 사용 금지의 경우 한국에서는 국가인권위원회가 이 조처가 인권침해라고 결정했지만 휴대전화 수거하지 말라는 인권위 권고를 교장 43%가 거부했습니다[8]. 학생 인권을 존중하면서도 스마트폰 남용을 막을 방법을 찾아야 하는데 주무 부서인 교육부도 시도교육청도 뚜렷한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습니다.     

프랑스 센포르시의 공공장소 스마트폰 금지 조처에 대해 직장인 김삼달(직장인·29·여)씨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강제성이 없는 선언이라 실질적인 효과가 있을지는 의문이지만 지자체가 주민투표를 통해 이런 결정을 한 것 자체가 놀랍다. 시민들 사이에서도 스마트폰 과이용에 대한 보편적 공감대가 있는 것 같은데 '충격'을 주는 차원에서 의미가 있지 않을까. 담뱃갑에 흡연 경고 그림이 들어간 이후로 흡연율이 낮아졌다는 실례가 있는 것처럼."

우리도 뭔가 해봐야 하지 않을까요? 

곧 국회의원 총선거입니다. 철도 지하화, GTX 노선 연장, 신속한 재개발 등의 개발 공약도 좋지만 진지하게 디지털 중독·폐해 대책을 공약으로 내놓고 실천하는 정당이 나오기를 기대합니다.
덧붙이는 글 출처
[1] The Official Website of the City of New York(NYC)
[2] 오마이뉴스, "소셜미디어 경영진의 손에는 피가 묻어 있다"(24.2.1)
[3] 한겨레, 대만, 2살 안 된 아기 스마트폰 보여주면 벌금 207만원(2024.1.15)
[4] 한겨레, 공공장소서 스마트폰 ‘무한 스크롤’ 금지한 프랑스 지자체(2024.2.14)
[5] 조선일보, 재탕 또 재탕… 스마트폰 중독 대책, 산으로 가나(2023.11.24)
[6]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청소년 미디어 이용 실태 및 대상별 정책대응방안 연구>(2021)
[7] 한겨레, 스마트폰 중독, 반전을 노리며(2024.1.21)
[8] 중앙일보, "휴대전화 수거 말라" 인권위 권고, 교장 43%는 거부했다(2024.1.8)

- 기사에 인용된 사람들의 이름은 모두 가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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