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08.11 12:03최종 업데이트 23.08.11 12:03
  • 본문듣기

세금도둑잡아라,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함께하는 시민행동, 뉴스타파 관계자들이 10일 오후 서울 중구 뉴스타파함께센터 리영희 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검찰 특수활동비 관련 입수한 내부공문을 공개하며 검찰 특수활동비 의혹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및 특별검사 도입을 요구하고 있다. ⓒ 유성호

   
검찰의 특수활동비(특활비)와 업무추진비 부정 사용, 증빙자료 불법 폐기 및 정보은폐에 대해 문제를 제기해 왔던 세금도둑잡아라,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함께하는 시민행동, 뉴스타파가 10일 기자회견을 열고 특활비 관련 검찰 내부 문건을 공개했다.

이번에 공개한 검찰 내부 문건은 '특수활동비 집행 제도개선방안 시행 통보'라는 공문과 첨부 문건인 '특수활동비 집행 제도개선 방안'이다. 이 공문은 2017년 9월 4일 기안되고 9월 5일 시행되었는데 발신자는 검찰총장이고 수신처는 전국의 고검·지검·지청과 대검찰청 각 부서이다.
 

'특수활동비 집행 제도개선 방안 시행 통보' 검찰 내부 문건 2017년 9월 5일 검찰총장이 전국의 고검·지검·지청과 대검찰청 각 부서들로 발신한 검찰 내부문건에는 특수활동비 집행 제도개선 방안을 도출해 준수하도록 통보했다. ⓒ 정보공개센터


2017년 4월의 '돈 봉투 만찬' 사건에 대한 법무부·대검의 합동감찰 결과 발표 직후인 2017년 6월 8일 법무부·대검 제도개선 TF가 구성되었는데, 이 문건은 TF가 내놓은 '특수활동비 집행 제도개선 방안'을 일선 검찰청과 대검 각 부서에 통보하고 준수를 촉구하는 목적으로 생산되었다. 문건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 기밀유지의 필요성이 낮거나 증빙 사유가 명확하지 않을 경우 카드사용이 원칙
- 현금 집행 시 현금수령증(영수증) 필수 구비
- 집행내역확인서 예외적인 경우에만 생략 가능(수사의 현저한 지장 등 감사원 특수활동비 계산증명 지침이 한정한 경우), 증빙서류는 별도 서류철 보관
- 집행내역확인서 생략하는 경우에는 반드시 기관장(또는 부서장) 결재 필수
- 특활비 집행일, 금액, 지급대상자, 지급사유 등 '특수활동비 지급내역기록부' 작성
- 특활비 지급내역보관(공공기록물법 시행령에 따라 5년)

 

'특수활동비 집행 제도개선 방안 시행 통보' 검찰 내부 문건 붙임자료 검찰의 특수활동비 집행 제도개선 방안에서도 별도의 검찰 규정을 두지 않고 기획재정부와 감사원의 특수활동비 관련 규정을 따르도록 하고 있다. ⓒ 정보공개센터

 
즉 이 문건은 ▲ 검찰의 특활비 역시 공공기관 기록물이고 ▲ '공공기록물관리에 관한 법률'과 그 시행령의 적용 대상이며 ▲ 다른 기관의 특활비처럼 검찰의 특활비 역시 기획재정부 지침과 감사원 계산증명규칙의 적용을 받는다는 내용이다.

한동훈 주장의 모순
   
지난 7월 26일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에서 "2017년 9월 특활비 관리 지침이 개정되기 전에는 두 달마다 자체 폐기하는 기준이 있었다"면서 "당시 정부 합동 감찰로 (특활비) 자료를 제대로 보관하지 않은 것을 밝혀낸 뒤 5년간 보관하도록 제도를 개선"했다고 주장했다.

한동훈 장관이 법사위에서 말한 '2017년 9월  특활비 관리 지침 개정'은 바로 이 내부 문건을 지칭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한 장관이 말한 특활비 자료를 두 달마다 자체 폐기 가능하게 했던 개정 전 검찰 내부 기준이나 지침은 이 문건 어디에도 등장하지 않는다.


한동훈 장관이 지난 법사위에서 진술한 대로 검찰 내부에서 2017년 9월 이전까지 시행되던 특활비 집행에 관한 명문화된 기준이나 지침, 메뉴얼이 존재했다면 당연히 이 문건에 그간 기준에 대한 문제지적과 개정안이 제시되어야 상식적이다.

그런데 이 문건을 통해서는 2017년 9월 이전까지 시행된 검찰 특활비에 대한 어떠한 집행 지침도 드러나지 않았다. 한동훈 장관이 법무부나 검찰에게만 적용되는 특활비 집행 지침이 따로 존재하는 것처럼 주장했지만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추측된다.

만약 명문화된 검찰의 별도 특활비 집행 지침이 없다면 한동훈 장관이 주장한 2017년 9월 이전까지 시행된 기준은 검찰 내부에서 자행된 불법적 관행일 뿐이며 특활비 자료의 '두 달에 한 번 폐기'는 아무런 법적 근거가 없는 범죄적 행위다.

2017년 9월 이후에도 특활비 문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7월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검찰 특활비 관련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남소연


한동훈 장관은 지난 법사위에서 '2017년 9월 이후부터는 특활비가 제대로 집행되고 관리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도 정작 2017년 9월에 만들어졌다는 특활비 관련 제도개선방안은 공개하지 않았다.

그러나 정작 2017년 9월 5일 자 해당 공문이 시행된 이후에도, 검찰 특활비 집행실태는 개선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그간 개선된 지침을 공개하지 못한 것도 개선된 지침을 검찰이 제대로 이행하지 못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내부 문건의 새 지침에서는 "현금사용을 자제"하고, "기밀유지의 필요성이 낮은 경우는 원칙적으로 카드사용"하도록 했지만, 2017년 1월~2019년 9월까지 특활비를 카드로 사용한 경우는 대검과 서울중앙지검에 단 1건도 없었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이 서울중앙지검장을 맡고 있던 2017년 5월~ 2019년 9월 서울중앙지검은 특활비를 전액 현금으로 사용했다.

또한 공문 뒤에 첨부된 기획재정부 '예산 및 기금운용계획 집행지침'에 따르면 특활비는 "기밀이 요구되는 정보 및 사건수사에 직접 소요되는 경비"이고 "특수활동 실제 수행자에게 필요시기에 따라 지급"하도록 되어있다.

그런데 지금까지 드러난 특활비 지출을 보면 ▲ 연말에 남은 특활비를 몰아 쓰거나 ▲ 명절 떡값으로 사용하거나 ▲ 특정한 사건 수사가 마무리되는 시점에 격려금이나 포상금 명목으로 검찰 윗선이 지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동훈 장관의 주장대로 새 지침에 따라 특활비가 잘 관리되고 있는지 투명한 정보공개가 추가로 필요해 보인다.

국회의 결단 필요

이번에 공개한 공문을 살펴보면, 특활비 관련 불법 의혹이 오히려 뚜렷해진다. 특활비 자료를 스스로도 인정한 5년의 보존 연한을 지키지 않고 기록물 폐기 절차도 거치지 않고 무단 폐기한 것은 범죄다.

또한 내부 문건의 새 지침에서 기획재정부 지침과 감사원 계산증명지침 준수를 통보했음에도, 그 이후에도 이들 규정을 무시하고 임의대로 특활비를 집행하고 증빙도 부실하게 한 것은 업무상 횡령과 특가법상 국고손실죄가 성립될 수 있다.

더 심각한 것은 특활비 내역과 증빙자료에 대한 검찰의 악의적인 거짓말이다. 세금도둑잡아라, 정보공개센터, 시민행동, 뉴스타파가 2017년 1월~2019년 9월 검찰의 특활비 지출내역 및 증빙자료에 관한 정보공개거부처분취소소송을 제기해 진행되었던 1심과 2심 재판 당시에 피고인 검찰과 검찰 측 소송수행인들은 1심 답변서와 준비서면, 2심 항소이유서를 통해서 특활비 관련 자료가 존재하지 않는다며 '정보 부존재'를 줄기차게 주장했다.

그런데 2019년 9월의 경우 윤석열 대통령의 검찰총장 시절 직접 서명한 특활비 집행내역과 지출증빙서류들이 관리되어 있을 때였다. 그럼에도 검찰이 '정보 부존재'를 주장하는 서면을 작성·제출한 것은 명백한 허위공문서 작성 및 행사죄다. 그리고 그 동기 역시 법원과 국민을 기만하려고 했다는 점에서 죄질이 극도로 불량하다.

세금도둑잡아라,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함께하는 시민행동과 뉴스타파는 7월 21일 국회법과 국회규칙에 따른 국민동의청원을 시작했다. 청원 공개 열흘만인 7월 31일까지 5만 명의 시민들이 서명에 참여하면서 청원이 성립되어 현재 국회 법사위로 청원이 회부된 상태다.

이제 공은 국회로 넘어갔다. 국민의 세금을 오·남용하고, 공공기록물을 불법 폐기하고, 법원을 기만하기 위해 허위공문서를 작성·행사하고, 법원판결문까지 위반하면서 정보를 은폐하는 행위가 처벌받지 않는다면 앞으로 검찰의 개혁 역시 요원할뿐더러 대한민국에서 법치주의는 설 자리가 없다. 특활비 자료 불법 폐기의 경우 공소시효가 7년으로 공소시효 소멸이 1년도 남지 않았다. 국회에서 신속한 논의가 절실하다.

독자의견


다시 보지 않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