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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태영호 전 최고위원의 후임으로 선출된 김가람 새 최고위원이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7차 전국위원회에서 김기현 대표가 전달하는 꽃다발을 받고 있다.
▲ 김가람 최고위원에 꽃다발 주는 김기현 대표 국민의힘 태영호 전 최고위원의 후임으로 선출된 김가람 새 최고위원이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7차 전국위원회에서 김기현 대표가 전달하는 꽃다발을 받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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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변은 없었다. 김가람 국민의힘 청년대변인이 9일 국민의힘 최고위원 보궐선거에서 최종 당선됐다. 태영호 전 최고위원의 자진 사퇴로 공석이 된 자리에 뒤이어 앉게 된 것. 별다른 관심을 받지 못한 채 조용하게 치러진 이번 선거는 전국위원에게만 투표권이 주어졌다.

전국위원 총 828인 대상으로 진행된 ARS투표에서 총 539인(투표율 65.10%)이 투표했고, 김가람 신임 최고위원은 381표를 쓸어 담으며 경쟁자들(이종배 후보 135표, 천강정 후보 23표)을 여유 있게 따돌렸다. 약 70.69%의 압도적인 득표였다.

김가람 뒤 '5인회' 있었나?

김가람 최고위원의 당선은 어느 정도 예견된 결과였다. 김 최고위원 당선 배경에는 여러 가지 요소들이 작용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별다른 경쟁자가 눈에 띄지 않았다는 것이다. 보궐선거 국면 초반에만 하더라도 이용호 국회의원을 비롯해 몇몇 의원들의 출사표가 점쳐졌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후보로 등록한 원내 인사는 아무도 없었다. 지난 3.8 전당대회에서 그랬듯, 일부 의원의 출마를 접도록 하는 일종의 '교통정리' 아니냐는 해석들이 나왔다.

이 때문에 선거 전부터 당내에선 '사실상 김가람 추대'라는 평가마저 나왔다. 김기현 국민의힘 당 대표가 직접 김가람 최고위원에게 출마를 권유했다는 이야기, 소위 '5인회' 멤버로 추정되는 박성민 전략기획부총장이 그를 낙점했다는 이야기들이 여러 통로를 통해 흘러 나왔다.

5인회 논란을 처음 촉발시킨 것도 이용호 의원이었다. 비록 후에 스스로 발언을 취소했지만, 이 의원은 5월 30일 CBS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와의 인터뷰에서 "당내에서도 '5인회가 있다'는 말이 나온다"라고 그 존재에 대해 처음 의문을 제기했다. 본인의 최고위원 출마 포기를 설명하는 맥락이었는데, "최고위원회의는 최고 의사결정기구인데 들러리라는 이야기가 나온다"라며 결과적으로 당 공식 지도부 외에 다른 의사결정기구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었다.

이 발언은 큰 파장을 낳았다. 5인회가 존재하는지, 있다면 어떤 역할을 하는지, 구성원은 누구인지, 김기현 대표는 포함되는지 여부를 두고 여러 추측들이 겹쳤다. 이철규 사무총장, 박대출 정책위원회 의장, 박성민 전략기획사무부총장, 배현진 조직부총장, 유상범 수석대변인, 강민국 수석대변인, 박수영 여의도연구원 원장 등의 이름도 거론됐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9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김기현 대표나 '5인회'가 실제로 김가람 최고위원의 뒤에 있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런 보도가 전국위원들의 표심에 영향을 미친 것은 분명하다"라고 말했다. 당의 안정을 바라는 전국위원들 역시, 당 지도부 혹은 실세 5인회의 '픽(Pick)'으로 여겨지는 김가람 최고위원에게 힘을 실어줬다는 분석이다.
 
왼쪽 상단부터 국민의힘 김기현 당 대표, 이철규 사무총장, 박대출 정책위원회 의장, 박성민 전략기획사무부총장, 배현진 조직부총장, 유상범 수석대변인, 강민국 수석대변인, 박수영 여의도연구원 원장.
 왼쪽 상단부터 국민의힘 김기현 당 대표, 이철규 사무총장, 박대출 정책위원회 의장, 박성민 전략기획사무부총장, 배현진 조직부총장, 유상범 수석대변인, 강민국 수석대변인, 박수영 여의도연구원 원장.
ⓒ 남소연/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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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권여당의 호남 출신 40대 최고위원

당 주류가 김가람 최고위원에게 호의적이었던 것은 그의 상징성 때문으로 보인다. 김 최고위원은 이날 선거 직전 본인의 페이스북에 "저는 호남출신의 40대이다. 우리 당의 취약함 그 상징"이라며 "그 취약함의 상징을 최고위원으로 만들어 주신다면 저는 우리 당의 세대와 지역의 통합의 메신저가 되겠다"라고 강조했다.

당 지도부가 지나치게 영남권에 치중돼 있다는 지적은 지난 전당대회 직후부터 제기된 바 있다. 태영호 전 최고위원의 빈자리를 호남 출신 40대, 자수성가한 기업인 출신 청년이 메우는 게 '그럴 듯한' 그림이 된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소장 또한 "김가람 최고위원의 당선은 내년 국회의원 총선거를 염두한 국민의힘 지도부의 포석이라는 느낌이 강하다"라며 "국민의힘 입장에서 취약한 계층을 공략하기 위해 나름의 상징성을 가진 김가람 최고위원을 선택한 셈"이라고 말했다.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은 "김가람 최고위원의 당선 배경에 현 지도부가 있다는 말은 여기저기서 나왔다. 그만큼 지금 지도부가 김 최고위원에게 기대하는 바가 많다는 뜻이기도 하다"라며 "반복되는 설화로 당에 부담이 됐던 전임 최고위원과 달리, 당 지도부를 안정시키는 데 기여하고, 당에서 소외받는 청년의 목소리를 지도부에 잘 전달해야 할 책임이 있다"라고 말했다.

여기에는 지난 전당대회 국면에서 그가 이준석 전 대표 측과 분명하게 거리를 둔 점도 작용했다. 당내 청년 인사 중 상당수가 현 지도부에 비판적인 '친이준석계'라는 점을 고려할 때, 김가람 최고위원은 장예찬 청년최고위원과 함께 당내 '반이준석' 성향 청년들의 구심점이 될 수도 있다.

당 안정화는 물음표... 5인회 논란도 재점화 가능성

결과적으로 이번 보궐선거는 세간의 주목을 그다지 받지 못한 채 치러졌다. 일부 언론에서는 흥행 참패라는 지적도 나왔다. 윤태곤 실장은 "이번 보궐선거는 좋게 말하면 차분하게, 나쁘게 말하면 조용하게 치러졌다"라고 이야기하면서도, "보궐선거를 통해 '붐업' 시키자는 의도보다는, 별 잡음 없이 빠르게 최고위원회를 채우려는 의도"라고 봤다. '흥행'보다는 '안정'에 방점이 찍힌 선거였던 셈이다.

김재원 수석최고위원과 태영호 전 최고위원의 징계 국면으로부터 불거진 당내 위기는 전당대회를 통해 선출된 최고위원회의 위상을 떨어트렸고, 결과적으로 주요 이슈들마다 김기현 지도부의 존재감을 약화시켰다. 더불어민주당에 악재가 연달아 터지면서, 국민의힘이 상대적으로 리스크로부터 자유로운 상황이지만 총선이 다가올수록 언제든 국면은 바뀔 수 있다. 김가람 최고위원이 빈자리를 채운다고 해서 김기현 호가 안정감을 찾을지는 아직 미지수이다.

엄경영 소장은 "김가람 최고위원 한 명이 들어온다고 당장 최고위에 힘이 실리고, 5인회 논란에서 자유로워질 가능성은 적다"라면서 "5인회 관련 논란은 공천 문제와도 엮여 있기 때문에, 당장은 몰라도 총선이 다가올수록 불이 붙을 수밖에 없는 이슈"라고 지적했다. 그는 "김기현 지도부로써는 이번 보궐선거를 통해 어쨌든 한 걸음은 잘 내디딘 셈"이라며 "공식적으로 선출된 지도부가 힘을 받아야만 5인회 논란이 당에 부담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윤태곤 실장은 "산적한 현안들이 많기 때문에, 앞으로 어떻게 하느냐가 더 중요하다"라면서 "특히 차기 방송통신위원장으로 거론되는 이동관 전 홍보수석비서관(현 대외협력특보)의 '(아들) 학폭' 논란이 뇌관이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는 "이동관 특보 아들의 학교 폭력과 관련해 여권 일각에서도 부정적인 기류가 흐르고 있는데, 무리하게 밀어붙이게 되면 김가람 최고위원을 포함한 당 지도부가 나서서 열심히 방어할 수밖에 없다"라며 "그래서 결과적으로 '이동관 방통위원장'이 저지되면 당의 위상이 올라가고, 오히려 임명이 되면 당이 역풍을 맞는 부담을 안을 수밖에 없다"라는 지적이었다.

태그:#국민의힘, #최고위원, #김가람, #5인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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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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