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KBS Joy 예능 프로그램 <무엇이든 물어보살>에서 초등학교 3학년 '영화광' 아들을 둔 어머니의 고민이 소개됐다. 이제 10살인 아들이 청소년 관람 불가 영화를 즐겨본다는 것이다. 어머니는 코로나19로 인해 아들이 온라인에 접근하기 더 쉬워져 시간이 빌 때마다 아들 혼자 넷플릭스를 본다고 털어놓는다.

사연 속 아들이 본 영화는 잔인하고 선정적인 장면이 무분별하게 노출된 영화로 가득하다. 아직 판단력이 미숙한 청소년이 선정적, 폭력적 장면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는 것은 위험하다.  

'작품' 자체가 주가 되는 것이 아니라 '선정성'이 주가 된 K-콘텐츠, 어느새 '선정성'이 명작과 졸작을 가르는 기준이 되어버렸다. 미디어 이용 행태가 빠르게 변하며 OTT는 콘텐츠 산업의 중심축이 됐다. 이에 따라 OTT 육성에만 초점을 맞춘 미디어 정책은 위험하다는 입장이 나왔고 OTT 특성에 맞는 규제정책이 뒤따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아직 높은 수위의 선정적인 장면과 폭력적인 장면에 대한 '내용규제'에 대한 논의는 부족하다.
 
OTT 플랫폼은 이제 미디어 이용에 있어 뗄래야 뗄 수 없는 매체다. 청소년의 올바른 가치관과 윤리의식을 위해 영상 표현의 선정성, 즉 콘텐츠의 내용규제를 모색해야 한다.

미성년자 자녀가 있다면, 넷플릭스에서 방영된 <나는 신이다>를 함께 볼 수 있겠는가? <나는 신이다>의 사회적 파장이 커질수록 성 착취 피해 장면을 상세하게 묘사한 연출 방식이 윤리적이었냐는 지적은 피할 수 없다.

<나는 신이다>는 JMS 교주 정명석의 변태적인 성범죄 행각이 담긴 녹취를 그대로 재생하면서 1부 첫 장면이 시작된다. 이외에도 적나라한 성폭력 현장 음성, 욕조에 있는 여성 신도들의 나체 영상이 등장하고 오대양 편(4부)에서는 변사 사건의 실제 현장 영상이 모자이크 없이 여러 번 반복된다. 이러한 연출은 '불편한 진실'을 넘어 시청자에게 필요 이상의 충격을 줬다.

2022년 6월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제4차 청소년보호종합대책'에 따르면 일주일에 5일 이상 OTT를 이용한다는 청소년 응답이 70.9%로, 지난 2018년 15.4%에서 약 4배가 증가했다. 이는 OTT 플랫폼의 지배력이 청소년에게 날로 커지고 있다는 뜻이며 방송법 규정을 따르는 TV보다 훨씬 자유로운 표현이 가능한 OTT의 내용규제가 사각지대에 방치된 상황임을 알 수 있다.

OTT의 과도한 선정성 논란은 비단 청소년에게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자극적 내용과 선정적 연출은 사람들의 이목을 쉽게 끌고 폭력 감수성을 무뎌지게 한다. 그럴수록 우리는 폭력 수치가 높은 콘텐츠를 찾게 되고, 결국 미디어도 소비자의 입맛에 맞춰 그 수위는 더욱 높아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나는 신이다>가 사이비 종교 범죄 이슈를 재점화할 수 있었던 건 기존 지상파에서 방영했던 것에 비해 적나라하게 묘사함으로써 사이비 종교의 폐해를 고발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나는 신이다> 조성현 PD는 라운드 인터뷰에서 "이 현실을 고발하고 비판하기 위해서는 폭력성이 높아지더라도 그 현실을 그대로 재현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N번방 사건을 고발한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사이버 지옥: N번방을 무너뜨려라>의 최진성 PD는 "성범죄자 피해자의 인터뷰는 또 다른 가해가 될 수 있다"며 피해자의 직접 인터뷰를 넣지 않고도 N번방 범죄를 다시 공론화하고 온라인 성범죄의 잔혹성을 깨닫게 해줬다.
 
OTT 플랫폼은 표현의 자유가 넓게 허용된다는 특성 때문에 청소년에게 미치는 부정적 영향도 크다. 연령대별 등급 규제는 있지만 이것이 지켜지려면 가정에서 자녀가 선정적인 콘텐츠에 노출되지 않도록 지도하고 감시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다. 선정적 콘텐츠에 대한 내용규제가 성적 대상화, 음란물 유포와 같은 사회문제를 예방하기 위한 첫 단추임을 상기해야 한다.

또한 방송소위처럼 OTT 소위를 따로 만들어 콘텐츠 내용에 대한 심의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 <나는 신이다>가 가져온 사이비 종교 이슈는 구조적 문제 해결이 중요한 사안이다. 그런데 이러한 선정성 장면에 가려져 우리가 진짜 봐야 할 문제를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나는 신이다> OTT 내용규제 넷플릭스 표현의 자유 재현의 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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