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라스트 필름 쇼> 스틸 이미지.

영화 <라스트 필름 쇼> 스틸 이미지. ⓒ 블루필름웍스

 
할리우드 산업에 귀속되지 않고도 독자적인 시장을 구축한 인도 영화계는 분명 독특한 시장이다. 발리우드로 통칭되는 해당 영화들은 이야기와 별개로 신나는 춤과 노래에 관객들도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관람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영화라는 게 프랑스에서 시작돼 미국에서 발전한 것처럼 여겨지곤 했지만, 인도의 영화 사랑은 미국과 유럽 대륙에 전혀 뒤지지 않는 게 분명하다.  

판 나린 감독의 신작 <라스트 필름 쇼>는 마치 변방의 독특한 문화로 취급되던 인도 영화가 얼마나 깊이 있고, 예술적인지 그 모든 걸 증명해내는 작품으로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도심에서 멀리 떨어진 한 시골 마을에서 나고 자란 9살 소년 사메이의 시선으로 영화와 세상을 향한 사랑을 펼쳐낸다.
 
공식적으로 신분제가 폐지됐다지만 여전히 자신과 가족들을 브라만(제1계급)으로 여기는 사메이의 아버지는 전형적인 가부장의 상징이다. 신분과 달리 간이역에서 승객들에게 차와 음식을 파는 걸로 생계를 잇고 있고, 아들 사메이 또한 그런 아버지를 돕지만 왠지 관심은 마을 중심가에서 상영되는 영화에 쏠려 있다.
 
요리에 일가견이 있는 자상한 엄마, 자신을 따르는 여동생과 영어를 배워야 한다며 더 넓은 세상을 가르치려는 학교 선생님의 바람과 달리 사메이는 마을 극장을 몰래 드나들며 영화를 탐닉하고 심지어 필름 컷 일부를 훔치기도 한다. 조각조각 필름을 모으던 사메이의 꿈은 영화를 만들지는 못할지언정 버려진 유령 마을에서 친구들과 함께 영화를 상영하는 것이다. 마을 극장 상영 기사에게 엄마의 도시락을 주는 조건으로 알음알음 상영 기술을 익히던 사메이는 결국 어설프게나마 필름의 일부를 현상화하는 데 성공한다.

감독의 어린 시절 반영한 결과물
 
 영화 <라스트 필름 쇼> 스틸 이미지.

영화 <라스트 필름 쇼> 스틸 이미지. ⓒ 블루필름웍스

 
 영화 <라스트 필름 쇼> 스틸 이미지.

영화 <라스트 필름 쇼> 스틸 이미지. ⓒ 블루필름웍스

 
영화엔 크게 두 가지 갈등이 있다. 도둑 취급을 받는 사메이와 그를 향한 아버지의 폭력성이 한 축이고, 자신의 꿈을 재확인하고 더 넓은 세상으로 나아가기 위해 투쟁에 돌입하는 사메이의 내면 갈등이 다른 축이다. 인도 오지 마을의 아름다운 풍광, 때묻지 않은 순수한 아이들의 시선이 마치 영화 <시네마 천국>의 감성을 떠오르게 하는데 동시에 가슴 저릿한 성장통 일부를 건드리기도 한다.
 
실제로 영화는 감독의 어린 시절을 반영한 결과물이다. 디지털 영사기가 들어오며 일자리를 잃게 되는 마을 극장 영사 기사의 사례도 자신의 친구에게서 따온 것이라고 한다. 특히나 사메이가 사는 주요 공간인 기찻길 옆 마을은 최초의 영화로 기록되는 뤼미에르 형제의 <열차의 도착>(1985)을 오마주하기 위한 설정이며 영화 곳곳에 스탠리 큐브릭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를 비롯한 여러 거장의 작품의 오마주가 담겨 있다.
 
아이들이 입은 옷을 비롯해 영화엔 삼원색을 활용한 소품이 등장한다. 또한 시간이라는 뜻을 지닌 사메이라는 이름처럼 시간과 빛을 활용한 환상적인 장면 연출도 눈에 띈다. 영화를 향한, 아니 더 정확히 표현하면 필름(film) 영화를 향한 감독의 절대적인 사랑 고백이 켜켜이 녹아 있다고 할 수 있겠다.
 
십중팔구 동시대를 살아가는 영화인들, 특히나 할리우드 주요 창작자들이 이 영화를 본다면 자신의 작품과 가치관을 돌아보게 될 것이다. 1920년대 미국 무성영화 시기부터 현대 고색창연한 할리우드 영화에 대한 애정을 표현한 영화 <바빌론>과 비교될 수 있겠지만 정서적 깊이나 진실성만큼은 해당 작품을 압도한다.
 
한줄평: 엔데믹 시기에 만나고 싶었던 영화에 대한 진짜배기 사랑 고백
평점: ★★★★★(5/5)

 
영화 <라스트 필름 쇼> 관련 정보

감독: 판 나린
출연: 바빈 라바리, 바베시 쉬미말리, 디펜 라발 등
제공: ㈜한창인베스트, ㈜버킷스튜디오
수입: ㈜메타플로스튜디오
배급: 블루필름웍스
후원: 한국청소년재단
러닝타임: 109분
개봉: 2023년 4월 12일 예정
 
 
라스트 필름 쇼 인도 영화 발리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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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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